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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이허 회의를 통해 살펴보는 중국의 국가 전략

김윤진 선임연구원 · 우약영 연구원 (태재미래전략연구원)

2023.09.26

매년 7~8월, 중국의 정세를 살피는 사람들은 ‘베이다이허 회의(공식 명칭: 중공중앙하계판공제도)’ 소식을 기다린다. 1950년대부터 중국 당-국 최고 지도부는 여름철에 베이징을 벗어나,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함께 회의·업무 처리·피서 등을 겸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오쩌둥 시대부터 현재까지, 베이다이허 회의 내용 및 형식은 크게 △향후 국가 발전 방향·인사 결정 관련 회의 개최 △전·현직 지도부 간 회동 △각 분야 전문가 대표단 초대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참석자는 중국 5대 정치권력그룹인 당중앙위원회·국무원·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군사위원회 장관급 이상 지도부와 국가 원로 등을 아우른다.

마오쩌둥·덩샤오핑 시대에는 베이다이허에서 당의 중요한 회의와 국정 운영 관련 중대한 의사 결정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후진타오 집권 이후 베이다이허에서 공식적인 회의가 개최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아직도 이곳에서 치열한 인사 투쟁과 정치적 논쟁이 벌어진다고 단언한다. 베이다이허 여름휴가 일정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는 점과 역사적·정치적 요인이 결합한 결과다.

지난 8월, 유례없는 3연임을 단행한 시진핑 3기 지도부가 베이다이허로 향했다는 추측이 보도됐다. ‘2023년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 중국 국내 보도와 외신은 큰 차이를 보인다.

2023년 中 베이다이허 회의 중국·외신 보도내용 비교

■ 中: 차이치 상무위원=과학기술 전문가 57명 접견 사실만 보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차이치(蔡奇)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중앙서기처 서기가 베이다이허 여름휴가에 초청된 전문가 대표단을 만나 격려행사를 진행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기타 민영 매체들은 초청 인물 면면을 살펴보는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 8월 3일 베이다이허에서 만난 선이친 국무원 국무위원과 국가전략기술 전문가들 (출처: 신화사)

신화사에 따르면 올해 8월 1~7일 국가전략기술을 다루는 전문가 57명이 베이다이허 휴가에 초청됐다. 기술 영역은 인공지능·생명/건강·우주기술·정보통신·농업 등을 아우른다. 이들은 8월 3일 차이치 위원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리간제 중앙조직부장(李干杰·부총리급), 선이친 국무원 국무위원(諶貽琴·장관급), 장신즈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姜信治·장관급) 등이 함께했다.

지금 중국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에 ‘베이다이허 회의’를 검색해 보면, 최근 뉴스가 아닌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 역사 자료들이 조회된다. 차이치와 전문가 57인 접견 내용도 ‘베이다이허 전문가 여름휴가’를 검색해야 찾아볼 수 있다.

2023년 베이다이허 회의·휴가 관련 한국 국내 보도 97건 중 온라인뉴스 4곳(기자 2명)만이 위의 내용을 보도했다.

■ 外: 원로들의 대거 불참과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에 집중된 보도

가장 눈에 띄는 외신 보도는 단연 니혼게이자이(이하 닛케이) 신문 보도이다. 닛케이 KATSUJI NAKAZAWA 선임은 8월 10일 ‘40년 동안 중국 지도부를 가까이서 관찰한 중국 인사’를 인용해 올해 국가 난제가 첩첩인데 베이다이허 회의에는 당내 유력 원로들이 전부 불참했고, 이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2012년 부주석 자격으로 베이다이허에서 전문가들과 만난 시진핑 현 중국 주석 (출처: 신화통신)

KATSUJI 선임은 9월 5일 후속보도를 통해, 베이다이허에서 쩡칭홍 전 국가 부주석이 원로들을 대표하여 시진핑이 정점에 있는 통치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시진핑 주석이 오늘날 문제는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 3대가 남긴 문제라고 대답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러한 불쾌한 사건으로 인해 시 주석이 현 지도부를 다그치고 G20에도 불참하게 되었다는 내용도 보도되었다. 닛케이 보도의 연장선에서 프랑스 RFI를 포함한 서양 매체들은 이제 중국의 정책과 기조를 수정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진핑이 스스로 반성하는 것뿐이라고 보도했다.

2023년 베이다이허 일정 관련 한국 국내 지면 보도 9건 중 5건이, 온라인 보도 88건 중 62건이 닛케이를 인용했다. 야이타 아키오 일본 산케이신문 타이베이지국장 등 몇몇 전문가들이 이러한 외신 내용은 가짜뉴스라고 판단한다고 발언했지만, 이와 관련된 보도는 없었다.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한 허와 실:
중공 지도부는 여전히 베이다이허에서 인사 문제와 국가전략을 논의할까?

1958년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연설하는 마오쩌둥

■ 中 관영매체·싱크탱크 “더 이상의 베이다이허 회의는 없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공산당 정치사상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이를 향한 외신의 관심과 의미 부여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 대다수 외신 추측 보도의 정보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고려, 더는 베이다이허에서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중국 정치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8월, 재경 국가주간(财经国家周刊)은 <기다리지 마라, 베이다이허에서 회의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別等了,北戴河無會)>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저자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 전망에 대해 단언할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베이다이허 회의 전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이미 국가 주요 의제를 모두 다뤘는데 말이다.

저자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더 이상의 베이다이허 회의는 없다고 설명했다. 첫째, 중국의 정치 프로세스가 정규화되면서, 베이다이허는 정치적 색채는 희미해졌고 본래 휴양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둘째, 18기 중공중앙위원회가 반포한 기율 규정(8대 규정)에 각종 회의 형식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베이징에 인프라를 두고 베이다이허에 가서 회의를 개최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셋째,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 추측 보도들은 대부분 회의가 끝난 후 조용히 사라졌다.

2016년 9월, 대만 법무부 특임연구원 Kuo Jui-Hua(郭瑞华)는 같은 해 5월부터 9월까지의 베이다이허 추측 보도를 정리했다. 보도 내용과 특징을 취합하면: 첫째, 다수의 매체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인사 배치·경제 대응책·문제적 인사 해임·권력다툼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룰 것으로 추측했다. 둘째, ‘중앙위원회·국무원·중앙군사위원에서 보낸 공문 속 6대 의제’라고 보도한 내용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거짓 보도였다. 셋째, 매체 간 상호 인용을 거듭하면서 내용이 왜곡된 경우들을 발견했다. 넷째, 소수 매체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베이다이허에서는 더는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결론적으로, Kuo는 시진핑 시기 베이다이허 일정은 여름휴가 개념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과거 베이다이허 회의 형식은 현재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규범과 규칙에 부합하지 않고, 중앙정부는 베이다이허 일정에 대해 다양한 정치적 추측이 쏟아지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베이다이허에서 지도부 간 회동이 있다고 해도 정치·사상·이론적 토론을 하거나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보도 내용을 인용했다.

1987년과 1988년 베이다이허에서 동료, 가족과 여름휴가를 보내는 덩샤오핑 (출처: 신화통신)
(왼) 2001년 베이다이허에서 미 상원 대외관계위원회 위원장의 신분으로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난 바이든 미 대통령 (출처: 신화통신)
(오) 2018년 베이다이허에서 제73회 유엔총회의장 당선인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교부 장관과 접견하는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 (출처: 신화통신)

■ 中 정치 발전에 따라 변화한 베이다이허 회의·휴가 제도

마오쩌둥부터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중국 정치체제가 보완·발전되는 과정에서 베이다이허의 역할 또한 변화했다. 마오쩌둥 시기 베이다이허 회의는 국내외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공식 회의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혁개방 이후 덩샤오핑은 베이다이허에 중앙고문위원회(원로)·외빈·지식인도 초청하여 정치적 중요성과 외연을 넓혔다. 장쩌민 집권 이후 중공 중앙 하계업무 제도의 본질적 특성이 희미해졌다. 후진타오는 5대 권력 그룹이 베이다이허 함께 모여 업무를 보는 관례를 폐지하기로 한다. 이후 시진핑 집권기까지 대외적으로는 전문가 대표단 초청을 중심으로 베이다이허 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징이 정치·행정 도시로 자리를 잡았으니, 베이다이허는 사상과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한 휴식·융합의 장으로 만들려는 노력으로도 보인다.

■ 원로들의 의견은 어디로?

원로들의 직접적인 의견 제시 기회가 제한된 것은 시진핑 시기에 들어서가 아니라, 후진타오 시기부터다. 후진타오 집권 이후 정치국 집체학습이 빈번하게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베이다이허 회의 및 토론을 대체했다. 현 지도부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원로들은 △자신이 속한 당조(黨組)를 통해 내부참고지(內參)에 기고 △매체 기고 △지방 시찰 △기념행사·좌담회 참석 등의 방식을 통해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지난 8월 31일, 베이다이허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리커창 전 총리가 간쑤성 둔황시 막고굴을 방문한 사진이 공개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막고굴은 기후변화로 인해 수년 내 일부 유물이 완전히 손실될 위기에 처해있다.

베이다이허 회의를 통해 중국이 내보내는 메시지는?

■ 다양한 목소리, 종합적 시선으로 봐야 하는 중국 문제

허구와 현실이 뒤섞인 선정적인 추측 보도는 혼란을 초래한다. 언론이 베이다이허 회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와 인사이트는 무엇이었을까? 외신의 눈으로 본 2023년 베이다이허 회의의 키워드는 ‘시진핑 체제의 불안정성’ ‘중국 공산당 내부 분열’이었다. 미-중 간 네러티브 경쟁이 심화하고, 시진핑 3기에 들어 의사 결정 시스템이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중국 공산당 전국 당 대표 대회를 개최한 이듬해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 뉴스는, 그해 연말에 개최될 3중 전회(중공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향후 경제 정책 논의)와 연계하여 보도되었다. 실제로 현재 중국 학계·산업계에서는 베이다이허 회의 소식보다 3중 전회 소식을 더 궁금해한다.

시진핑 3연임이 향후 중국 공산당 통치 역량에 미치는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의 전략과 통치 역량의 변화도 긴 호흡을 갖고 봐야 대응할 수 있다. 중국의 2035년 비전, 5개년 계획과 7번의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 연간계획과 지방정부 시범사업들 등을 함께 보고, 중국이 언론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도 들어봐야 한다.

■ 베이다이허에 초청된 57인과 중국의 미래과학기술전략

올해 베이다이허 일정 관련 유일하게 공개된 내용은 최첨단 기술을 연구자 57명이 베이다이허에 초대받았다는 것이다. 베이다이허 여름휴가에 초청되는 전문가 명단은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에서 작성한다. Wu Jiang(吴江) 전 중국인사과학연구원장에 따르면, 중앙조직부는 전국 각 분야를 통합한 인재 풀을 관리하고, 매년 국가 인재 사업 중점과제에 따라 베이다이허 전문가 여름휴가 주제를 정하고, 각 지역·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을 선정해 초청한다.

몇몇 공개된 인사들의 이력을 보면, 중국이 2022년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비전 속 국가가 주도하는 기술개발 프로젝트의 중요 인물들이다. 중국은 경제 회복 둔화의 압박 속에서 올해 기초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전년 대비 6.2% 확대했다. 베이다이허에 초대한 것 또한 중앙지도부가 지식인·과학기술인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정치적 표현이다. 베이다이허 전문가 대표단 여름휴가 전담 부서는 상시적으로 과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동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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