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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인사이트/에너지변동 3] 동북아 국가들, 미·EU 비해 5~6배 되는 터무니 없는 가격에 가스 수입

작성자 : 여시재 에너지 연구팀 2019.11.24 조회수 : 2045

[여시재 인사이트/에너지변동 3]

동북아 국가들, 미·EU 비해 5~6배 되는 터무니 없는 가격에 가스 수입

- 역내 가스 허브 없어 많은 불이익 감수 



여시재 에너지 연구팀



(사진 출처: 중앙시사매거진)



석유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에너지의 수요-공급 체인에 근본적 변화가 생기는 지점에서 정치적 긴장과 갈등, 전쟁이 일어났다. 역사의 증언이다. 한-중-일 3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에너지 수요 지역이다. 여기에 동남아까지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의 흐름에 대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거대 에너지 공급자들이 아시아를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등으로부터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 도입을 늘릴 수 있다. 반면 북한에 의해 단절된 한국은 PNG 연결을 내다보면서도 당분간은 LNG(액화천연가스)로 갈 수밖에 없다. 일본은 더더욱 그렇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여시재는 ‘에너지 연구팀’을 구성, 이 변화에 담긴 의미를 추적해왔다. 그 내용을 다섯 번에 나눠 싣는다.


1. 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링크)

2. 미-러와 한-중-일-동남아의 에너지 각축(링크)

3. 동북아 가스 허브, 왜 필요한가

4. 동북아의 가스 허브 구축 경쟁

5. 한국의 가스 허브 가능할 것인가


(여시재 에너지 연구팀)

김연규 / 한양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개발전문위원회 위원

박희준 / 에너지 이노베이션 대표, 미 EQT 전 부사장

손지우 /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이종헌 /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이대식 / 여시재 솔루션개발실장/솔루션2팀장


2019년 세계 LNG 무역 흐름 전망(사진 출처: S&P Global Platts)


<무엇이 문제인가?>


동북아가 세계 천연가스 60% 거래

이곳에 ‘가스 시장’이 없는 것은 

넌센스 중의 넌센스


상품이 제대로 거래되기 위해선 시장이 필요하다. 공급자와 수요자, 중개인 등 다양한 참여자가 자유롭게 접근하여 신뢰성 있는 가격신호를 통해 거래를 이룸으로써 상품의 소유권이 교환되는 물리적(physical) 또는 가상(virtual)의 공간이 존재해야 공급과 소비가 지속가능해진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상품시장인 아시아에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료 중 하나인 천연가스를 거래하는 시장이 없다. 특히 액화천연가스인 LNG는 동북아가 세계 거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데 LNG를 사고파는 시장이 없다. 넌센스 중의 넌센스다.


아시아에 LNG 시장이 없는 이유는 그동안 수요국과 공급국이 따로 만나 양자협의를 통해 20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체결해왔기 때문이다. 한번 계약이 이루어지면 20년 이상 정해진 물량을 받으니 시장이 따로 필요 없었던 것이다. 공급국들은 LNG 수출 터미널 건설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안정적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국들에게 20년 이상의 장기계약과 각종의 불공정한 조건을 강요했다. 하지만 생산자가 좌지우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을’의 신세인 동북아 소비국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급자들이 시장 좌지우지

동북아 국가들은 

‘추가 비용’ 지불 굳어져  

 

특히 동북아는 천연가스가 거의 생산되지 않는 데다 생산국과 거리가 멀고 북한이라는 존재로 육로가 단절되어 있어 수입량의 대부분을 LNG 형태로 바꾼 뒤 뱃길로 들여온다. 때문에 안정적 공급을 최우선시 해왔다. 그래서 높은 가격과 불합리한 계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식 계약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북아 국가들이 들여오는 LNG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비싼 ‘아시아 프리미엄’이 관행처럼 굳어져온 이유이다. ‘아시아 프리미엄’은 공급자들의 용어다. 동북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아시아 핸디캡’이다. 이 때문에 동북아 국가들의 가스 도입 가격이 미국이나 유럽의 가스 허브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무려 5~6배에 이르기까지 한다. 지난 9월 30일의 경우 동북아 기준 도입가(JCC)가 미 가스허브 거래 기준가의 5.3배, 유럽 가스허브 거래 기준가의 4.9배였다. 한 달 뒤인 0월 31에도 5.0배, 4.4배였다.



동북아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평균 원유 가격 지표인 JCC(Japanese Crude Cocktail)가 미국의 헨리 허브, 영국의 NBP (National Balancing Point), 네덜란드의 TTF(Title Transfer Facility)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SK증권 리서치센터)


‘아시아 프리미엄’에 비싼 가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무 인수 조항(take or pay)’과 ‘도착지 제한 규정(destination clause)’도 아시아 LNG 시장 형성을 가로막았다. 의무인수조항은 장기계약을 체결하면 구매자는 반드시 연간 일정량의 물량(annual contract quantity)을 무조건 인수해야 하며 인수하지 않더라도 수입대금을 판매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계약조건이다. 도착지 제한 규정은 수입 물량이 미리 정해 놓은 인수 지점에만 도착해야 하며, 한번 들어온 물량은 판매자의 동의 없이 제3국에 재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조항이다. 경제적 또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남아돌더라도 팔 수 없는 것이다. 이 두 조항은 LNG 거래의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주로 난방과 전력 생산에 소비된다. 때문에 여름과 겨울에 수요가 집중되고, 기온 등 날씨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계절 변화와 날씨 변동에 따라 소비가 크게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문제는 아시아 프리미엄 조항 때문에 물량 조절이 불가능하다. 겨울철 기온이 예년보다 높으면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 재고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수입 물량을 줄여야 하는데 20년 이상 장기계약에다가 의무 인수 조항과 도착지 제한 규정 때문에 물량이 아무리 남아돌아가도 줄일 수가 없다. 안정적 공급을 최우선시하는 동북아 수입국은 기온의 급변동에 대비해 가능한 많은 양의 계약을 확보해둬야 하는데, 경직적인 계약조건들로 인해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 결정 메커니즘 없어

계약 내용도 비공개


아시아에 천연가스 시장이 없으니 공식적인 가격 결정 메커니즘도 없다. 장기계약은 판매자와 매수자 양자가 체결하는 것이라서 공급 가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데, 대체로 유가와 연동되어 가격이 정해지고 있다. LNG 스폿 물량은 글로벌 가격평가 기관에서 가격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 역시 대체적으로 유가에 연동되어 움직인다. 천연가스 자체의 가치와 수급 상황이 반영된 가격 결정(gas-to-gas)이 아니라 다른 연료인 석유의 가격에 의해(oil indexation) 천연가스의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다. 가격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시아 천연가스 가격이 유가에 연동되어 있는 것은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생산자들이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고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제유가를 가격지표로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석유가 더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거래량이 많아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되어 있다. 안정적 공급이 급선무인 동북아 수입국들은 이 요구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동북아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유가에 연동하게 된 것은 이 지역에서 최초로 LNG를 도입한 일본의 시장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1969년에 LNG 도입을 시작했는데, 당시 일본은 발전연료로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LNG 도입을 통해 발전용 원유의 비중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이 때문에 LNG 가격은 원유 가격에 경쟁적인 수준이 유지되도록 세계 원유 가격에 연동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오일쇼크 이후 1980년대 들어 일본과 OPEC 사이에 연동 유가의 명목가격과 실질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로 분쟁이 발생하였고, 1987년부터는 일본이 도입하는 평균 원유 가격 지표인 JCC(Japanese Crude Cocktail)를 국제 원유 가격 대신 가격 연동 지표로 적용하게 되었다. JCC는 일본 관세청이 집계하는 대표 수입 원유 10가지 품목의 월별 평균 가격으로, 일본 원유 수입 가격의 3개월 시차 또는 3개월 이동평균 등을 활용하는데 두바이 현물 유가와 상관관계가 있다. 이후 한국, 대만, 중국 등도 LNG를 도입하면서 JCC를 가격 연동 지표로 사용함에 따라 동북아 LNG 도입가격의 대부분이 JCC에 연동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LNG 도입가격도 대부분 JCC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석유-가스 고리 끊고

가스 자체만으로 가격 결정


그런데 1980-90년대에 유가가 장기 하락하면서 이에 연동된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하자 생산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연동방식을 요구했는데 사전에 정해진 유가 범위 내에서만 유가에 연동하는 ‘S-Curve’ 계약이다. 판매자들 마음대로 가격 결정 방식을 바꾼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의 LNG 도입가격이 유가에 연동되는 것은 파이프라인을 통한 PNG 물량이 매우 적어 도입하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을 LNG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은 PNG를 주로 쓰지만 LNG도 수요 피크 충당 기능을 하기 때문에 상호 대체 공급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내 천연가스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스허브가 생겨나면서 석유와의 고리를 끊고 천연가스 자체의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장기계약물량은 JCC를 기반으로 한 유가연동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된다고 앞서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LNG 현물가격은 글로벌 가격평가기관에서 제시하는 지표가 기준가격(benchmark)으로 활용되고 있다. 먼저 S&P Global Platts에서 제시하는 JKM(Japan Korea Marker)인데 일본, 한국, 대만으로 유입되는 LNG 카고의 가격을 MOC (market on close)라는 플랫폼을 통한 입찰과 거래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산정한 것이다. 아시아에는 자체 LNG 허브가 없기 때문에 미국 헨리허브나 영국 NBP처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닌 판매자와 구매자의 입찰가격과 거래 물량 추적을 통해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JKM에 기반한 거래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현재 동북아 LNG 수입가격의 대표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  



가스 가격 7~8년 만에 

3분의 1로 떨어지는데도

동북아 국가들은 기존 가격 계속 지불


이 LNG 현물가격 지표들은 직접 유가에 연동되어 있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국제유가와 흐름을 같이 해왔다.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유가연동 장기계약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물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2018년에는 비중이 32%까지 상승했는데,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현물가격이 급락하면서 유가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높은 유가에 연동된 가격을 지불하던 장기계약자들의 불만도 늘어났다.   


세계 LNG 수요가 증가하면서 생산국들이 수출 설비를 크게 확장했다. 특히 셰일 혁명을 이룬 미국이 LNG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하며 대규모 수출 터미널을 건설하고, 시장 잠식을 우려한 카타르와 호주 등 기존의 거대 수출국들도 발 빠르게 수출 설비를 늘인데 이어 러시아도 야말 LNG, 발틱 LNG 등 수출 프로젝트를 속속 시작하면서 LNG 현물가격 지표들이 가파르게 하락하여 2010년의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유가에 연동된 장기계약 LNG 가격은 S-Curve 등 판매자들의 안전장치로 하락폭이 크지 않아 LNG 현물가격과 유가의 decoupling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LNG 현물가격과 유가의 상관성은 유가환산기울기(oil-slope equivalent)를 사용하여 비교하는데 “LNG 현물가격÷유가”로 계산한다. 이때 유가의 기준은 북해산 브렌트 선물가격이다. 2019년 LNG 현물가격의 유가환산 기울기는 6% 보다 약간 낮은 수준인데 이는 2010년 이후로 최저이며 유가연동 장기기간 계약 가격 기울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울기의 차이가 확대된다는 것은 LNG 현물가격과 계약가격의 폭이 늘어나고, 그만큼 장기 계약 수입국의 손실이 커진다는 의미이다. 장기계약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동북아 수입국들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울기의 차이가 확대될수록 이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심지어 과거에 보지 못했던 계약 파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수입국들이 현물 구입을 늘이고 장기계약의 기간도 단축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동북아 가스허브에 대한 갈망을 키우고 있다.     

  


<천연가스 허브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동북아 가스 허브 구축

열망이 커지고 있다


천연가스 허브는 거래 플랫폼(platform)으로, 대규모로 천연가스가 거래되는 시장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에 따라 천연가스 소유권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또는 가상적 공간이다. 대규모 저장시설을 바탕으로 물류가 집중된 거래의 중심지다. 참여자 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신뢰성 있는 가격신호를 제공하는데, 천연가스 자체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가격 왜곡 가능성이 적다. 또한 거래의 금융화로 현물과 선물시장이 성장하며, 거래자들은 각종 파생상품을 통해 가격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작동되는 공간이다. 


앞서 말한 대로 동북아에는 천연가스 허브가 없기 때문에 세계 최대의 LNG 큰손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플랫폼과 독립적인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없다. 따라서 동북아 국가들은 북미와 유럽 등 지역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LNG를 도입하고 있다. 동북아에 허브가 개설되면 수요와 공급에 의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격 결정이 가능해진다. 허브를 통해 가스가 거래되면 불공정한 계약 관행인 아시아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동북아 국가들은 각자의 국내 상황, 날씨, 저장 수준의 변동에 맞춰 유연하게 수급을 관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동북아 국가들은 각자의 형편에 맞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능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기후변화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세계 LNG의 가장 큰 소비지역인 동북아에 아직까지 가스허브가 없는 것은 지역 국가 모두의 손실이며, 국민들의 후생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미국 발 셰일혁명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천연가스의 화려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요즈음 동북아 LNG 허브 개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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