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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대담/이희옥-이원덕] 中·日의 눈으로 본 한국은?

작성자 : 이윤서 2019.08.27 조회수 : 3888

[여시재 대담] 中·日의 눈으로 본 한국은?

- 이희옥 “중국은 한일 갈등 굉장한 호재로 본다” 

  이원덕 “일본은 文 정부가 지나치게 나이브하다고 해” 



해방 이후 한국의 선택은 ‘미국’이었다. 냉전의 최전선에서 미국에 안보를 맡기고 경제에만 전념해온 것이 한국 현대사다. 소련 중국 등 구 공산권과의 수교를 통한 외교 지평의 확대도 냉전 해체라는 큰 흐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지금, 냉전 해체 30년 만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미중 갈등에 이어 한일 갈등이 파국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세계의 눈으로 한국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일’이다. 세계의 눈으로 한국을 보고 그 흐름을 타야 생존과 번영을 모색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중국-일본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중),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가 (재)여시재에서 최근의 동아시아 안보 구조, 한국의 진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많은 부분에서 입장이 갈려 1시간 40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국익 관점에서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지소미아 종결 평가>


이원덕 “우리 전략적 이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

이희옥 “한미 동맹, 몇 달 불편해도 돌파 가능” 


이원덕 = 뉴스를 듣고 쇼크를 받았다. 지소미아는 한일 어젠더가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안보 공조 프레임이다. 그래서 한일 양자관계에서 발생한 일로 지소미아 파기가 논의되는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논리적으로야 일본이 안보와 신뢰를 거론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한미 동맹에 큰 영향을 줄 조치를 왜 전격적으로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은 바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하지 않았나. 나는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혹스럽다. 만약 한-미-일에서 북-중-러로 갈아타는 것이라면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래서 더 납득하기 어렵다.


이희옥 =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일본의 무역조치가 안보와 연계된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어떤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약한 안보 카드’를 쓴 것이라고 본다. 우리 정부가 실익을,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계산해본 것 같다. 그리고 구조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안보구도를 강화하는 데 의지가 크지 않은 것 같다. 한·미 동맹이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거기에 엮여서 지역 안보나 동맹으로 발전 전환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듯하다. 미국이 우려하고 실망한다고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미 동맹은 양자동맹으로 어느 정도 회복하면서 국면을 돌파한다고 본다. 몇 달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한일 관계는 지금 정도로 유지하면서 삼각 안보 협력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지소미아 연장 종결에 담긴 것 같다.


이원덕 = 지소미아 작동 논리는 북 미사일에 대한 관리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아파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일본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이번 조치로 일본이 미국에 할 말이 생긴 것 같다. ‘봐라, 한국이 미국의 의도와 달리 독자노선으로 가려는 거다’ 이런 설득 논리를 준 것 같다. 한·미·일 구도에서 일본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희옥 = 크게 보면 미중 관계가 좋아지든 나빠지든 한반도 문제가 주변화, 종속변수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가 이 시점에서 돌파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이번에 투영된 거라 본다. 남북 관계의 중심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한반도 문제의 주변화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한·일 갈등의 근원>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원덕 “아베의 앵거 지수가 폭발한 것”

이희옥 “아베 외교노선 민주주의에서 이탈”


이원덕 = 나는 한마디로 위안부 합의 형해화 조치, 강제징용자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책, 여기에 대한 일본의 보복이라고 정의한다. 일본은 보복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안보 논리를 끌어들이고 신뢰관계 훼손이라고 얘기한 것이다. GATT 21조의 예외 조항에 따라 유일한 합법 공간이 안보다. 말하자면 일본의 ‘준법투쟁’이라 할까. 어쨌든 레이더 투사 사태, 위안부 합의 형해화, 대북 온도차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징용자 문제다. 자국 기업들의 자산이 상대 국가의 법에 의해 압류되고 현금화되려 하는데 어느 나라 정부라도 대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일본에도 일본 국민의 정서라는 게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3품목 수출규제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너무나도 과도한 과잉조치, 룰이나 규범을 뛰어넘은 조치였다고 본다. 그래서 보복이라고 본다. 비유하자면 아베와 측근들, 경제산업성 OB라고 할까 마피아라고 할까, 그 일당들이 너무 지나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 관료들의 평소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다소 성급함 속에서 아베의 앵거 지수가 폭발해서 생긴 거다, 이렇게 본다. 내가 이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의 전략적 공간이 있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60%가 찬성하다고 하지만 오피니언 리더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6대 신문 중 4개 신문이 사설을 통해 비판하고 정경분리하자고 했다. 나머지 두 신문 중 요미우리도 사설은 쓰지 않았지만 기사로 비판했다. 기업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일정 부분 대응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하필 이거냐, 이것이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이다. 이 부분을 보고 제대로 대응하면 무력화 시킬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당구알 두 개가 원칙과 원칙, 역사 문제로 충돌하는 양상이 되고 말았다. 우리 대응도 오버라고 생각한다. 국산화 전략이나 화이트리스트 배제 역대응 등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합의가 2015년 12월이다. 그리고 2016~17년 외교청서 등에서 한국에 대해 ‘전략적으로 협력할 중요한 나라’라는 표현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규범을 공유한 나라’라는 형용사가 빠졌다. 2018년 방위정책대강에서는 일본이 안보상 협력할 나라의 순서를 미국 호주 인도 동남아, 그리고 한국이 5위였다. 그동안 한국에 대한 전략적 인식으로 보면 이례적으로 평가 절하됐다. 일본 전략 당국이 그 정도로 낮게 평가했다고 보지는 않는데 아베 총리와 관저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다. 


이희옥 = 일본 밖에서 보면 아베 정부의 외교나 노선이 민주주의와 평화에서 상당히 이탈하는 양상이 보이고, 그런 의식구조가 작동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법원의 (개인 청구권 인정) 판결에는 어떤 가치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런 아베 정권이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어느 순간부터 과소평가한다고 본다. 자국 자산의 보호 맥락에 치중한 나머지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다. 

역사는 사건이 한번 발생하면 기원으로 거슬러 가는데 1965년 체제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때 성립 조건이 1951년 샌프란시스코협정의 영향을 받은 반공주의, 불철저한 과거청산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반공주의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작동되면서 약화됐고, 우리 국내에서는 밑으로부터 인권의 신장과 개인의 정치적 요구가 폭증하는 것들이 충돌하는 국면 같다. 65년과는 다른 지금의 변화된 한국과 일본의 국력 양상, 시민의식의 변화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터져 나온 것 같다.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보면 지금 미국의 단일 패권 체제는 무너졌다. 글로벌 밸류 체인도 상당히 끊어졌다. 효율을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 것이 밸류체인의 작동 원리다. 하지만 지금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미중간의 무역 마찰이 가장 잘 보여준다. 밸류체인이 무너지면서 각국은 자기 나라의 소재, 부품 장비 산업에 대한 자기 혁신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태에 내몰렸다. 나는 정부가 취하는 조치 중에서 소재산업에 투자한다고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없지만 장기적인 추세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일본 문제를 큰 세계사적인 대전환에 입힌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한일 갈등에 대한 중국의 시각>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이희옥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균열”


이희옥 = 중국 학계 시각은 대체로 우리와 비슷하다. 역사문제 그 자체로 보기도 하고 글로벌 밸류체인의 동요 또는 붕괴와 관련지어 보기도 한다. 또 한반도에서 일본 패싱 상황에 대한 일본의 불만 표출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일 안보 구조가 깨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의 목표는 미국을 원정군화, 다시 말해 거리의 공포를 주면서 본토에서 동아시아까지 오는 비용을 많이 부과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관리하고 싶어 한다. 주한미군, 주일미군의 성격 변화를 요구하고 한미 안보 구조가 약화되는 걸 중국이 선호한다. 중국은 한미일 3각 안보구조가 약화되는 지금 상황, 회복되더라도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굉장한 호재로 본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균열이 발생한다고 인식하는 거다. 이것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안보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중국 정부는 한일 갈등이 중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공간이 생겼다고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한일간 외교 문제에 대해 중국이 중재할 의향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일본은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보나>


이원덕 “북 비핵화 가능성 없다고 봐”

      

이원덕 = 일본은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회의적으로 보는 거 같다. 북한에 대한 일본 인식은 우리 보수와 비슷하다. 절대 비핵화 가능성이 없다는 거다. 핵무기 생화학무기를 내려놓을 가능성이 없는데 문재인 정부가 너무 나이브하게 보고 있다, 북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 북한은 위협적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너무 나이브하게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점에서 정부나 학자들 별 차이가 없다. 이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보면 한국의 대북 어프로치가 나이브하고 심지어 북한과 같이 가겠단 건가, 그래서 남북이 손잡고 일본을 역사문제로 공격하겠다는 거냐라는 생각이 우익 내부에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됐을 때 일본의 일본 미디어에 ‘친북 반일 정권 탄생’이라는 제목이 나왔는데, 잘 보면 그것이 독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보수의 문재인 정부를 보는 시각이 그대로 투영된 것 아닌가 싶다. 한국 보수의 논의가 들어가서 제목으로 나오고 있고 일본에서 더 강화되는 것이다. 너무 과도한 오버다.  



<동아시아 안보 구조 변화>


이희옥 “중국 소외에 북이 길 열어줘”

이원덕 “일본 패싱론 전혀 동의 못해”

 

이원덕 = 지금 국면은 미중간 패권전쟁의 측면이 있고 미국이 그동안 해온 전략적 구상이 요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일본은 인태 구상에 핵심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말하자면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태평양과 인도양을 포함하는 중국 주변 국가와 네트워킹 연대를 강화해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역시 그런 각도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포지셔닝, 선택이다. 하지만 이번 지소미아 결정을 볼 때 미국이 그리는 큰 그림과는 온도차가 있는 그림을 그리겠단 것, 미국 전략을 동요시키는 행위자가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이 어디까지 도움을 주느냐의 문제,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 등을 거치면서 한미관계가 점차 이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속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고, 그런 면에서 굉장히 큰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스타트 포인트에 서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희옥 = 최근 중일 관계에 변화가 있다. 8월 10일에 차관보급 중일 전략대화가 있었는데 이게 7년 만이다. 내년 시진핑 주석 방일 문제가 논의되었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지금 일본은 그냥 보통국가화 하는 것이 아니라 대국주의 전략을 쓰는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으로부터 아웃소싱 받아 성장해온 일본이 미일 동맹 일체화 속에서 독자적인 전략을 구상하는 큰 전환기에 놓여있다고 본다. 중국을 포위한다기보다는 중국과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것으로 본다. 일본은 일대일로 전략을 존중하지 않고 이름도 쓰지 않지만 실질적 협력의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중일 간에 지금의 변화를 가져온 요인이라고 본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말은 궁극적으로는 동맹의 연성화,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공동 안보, 다자 안보로 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정책을 보면 한반도 이니셔티브라는 구상 속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동맹의 연성화, 업데이트, 공동 안보가 기획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친중화 한다는 관찰은 잘못된 것 같다. 중국도 소외되어 있었는데 누가 열어줬냐 하면 북한이다. 북이 중국에 공간을 열어준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미국 한국 북한 누구도 열어준 적이 없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대국주의의 길을 걸으려는 일본이 아웃사이더가 되는 게 피부적으로 느껴지는 데서 비롯된 소외감이 일본 외교정책에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원덕 = 반론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보는 일본 패싱론, 당위적으로 패싱 되어야 하고 현실에서 패싱 된다고 여기는 건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일본의 전략 중점은 여전히 미일 동맹과 인태 전략에 놓여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어떻게 보느냐. 나는 헤징(위험분산)이라고 본다. 미래에 대한 헤징이다. 일본은 철저히 현실주의적이라서 당분간은 헤게모니인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나갈 거다. 일본 전략의 기본은 18세기 이후로 계속 밴드웨건(편승), 대국 헤게모니의 뒤에서 2등 국가가 되어 따라붙는 거다. 영국 헤게모니 일 때는 영일 동맹이고. 지금은 미일 동맹이다. 중국이 그야말로 넘버원으로 우뚝 서면 전략에 수정이 있을지 모르나 일본 인식으로는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힘을 못 쓴다고 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 뉴시스



<중·일의 안보전략>


이원덕 “일본은 대국이 될 힘이 없다”

“한국과 일본의 對중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어”


이원덕 = 지금 미중 간에 통상 금융 기술 에너지 군사 패권적인 전략 경쟁이 벌어지는데 역전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겠는가. 일본은 나보다도 훨씬 보수적으로 본다. 일본은 미국을 헤징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는 것이 아니다. 다만 트럼프적인 일국중심주의로 치닫는 미국 태도에 대해 중일 관계를 통해 견제하겠다는 거다. 미국에 대해 통상은 중국과 한국 일본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또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자꾸 등을 찌르는 걸 일본 나름대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압력을 순화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의 국력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아베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와는 상관없이 일본은 동원 가능한 자원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엄청난 초고령화 저출산 국가다. 2050년에 1억 미만으로 떨어진다. 그런 일본이 군사대국화화 하려면 노인들이 총 들고나가야 한다. 초고령화 저출산 문제로 볼 때 일본은 군사적으로 힘을 발산할 나라가 되긴 당분간 어렵다. 두 번째가 재정인데 일본 재정상황이 아주 어렵다. GDP 기준 250%의 국가 채무를 안고 있고 이것을 1인당으로 나누면 1억 원씩 빚을 안고 있다. 정부 예산의 35%를 국채 빚 갚는데 쓴다. 군사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나라다. 아베 정부가 아무리 군사력을 증강해봐야 여전히 GDP의 1% 미만이다. 아베가 무슨 재주로 이런 맨파워, 재정을 안고 대국으로 간다는 것이냐. 그 한계는 일본 전략가들도 인식하고 있다. 

일본이 대국이 될 수 없는 세 번째 이유가 산업 경쟁력이다. 제조업 시대에는 일본이 초특급 원천 기술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중국까지 포함해서 일본이 여기서 앞설 수 있느냐? 전혀 아니다. 일본 전략가들도 그렇게 평가한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국력이 저하되는 추세다. 그런 상황에서 대국화하는 중국과 맞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본의 전략적인 구상은 디펜시브(방어적) 한 거다.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지 골몰하고 있는 게 지금의 일본이다.

한반도 문제는 이렇게 보는 거 같다. 일본 한국이 처한 상황이 다른데 세 가지다. 하나는 대중 의존도인데 일본은 경제적으로 보면 내수경제다. 70% 이상이 내수인데 우리는 80%가 해외 의존이다. 우리는 그중에서 중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일본은 해외 비중이 낮은데 그중 대중 비중이 낮다. 그래서 중국 시장을 보는 눈이 일본과 한국이 천양지차다. 두 번째는 북한 문제다. 우리에게 북은 풀어가야 하는 숙명이다. 그 측면에서도 중국 변화가 중요해서 일정하게 중국과 전략적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그런 문제를 가지지 않아서 중국을 상대화해서 본다. 세 번째는 지정학적 역사적 조건인데 우리는 중국과 맞붙어 있어서 공유한 역사가 길어서 중국을 보는 눈이 다르다. 일본은 중국과 임진왜란, 2차 세계대전 때 두 번 대면했다. 그래서 거리를 두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문제는 한일 간에 늘 싸울 수밖에 없다. 조건이 다른 걸 같다고 합치시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전략적으로 다른 포지션을 서로 이해하자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이희옥 “중국은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살아갈 생각이 없다”

“그래서 과학기술에서 게임 체인저 찾는 것”


이희옥 = 일본이 디펜스 리얼리즘(방어적 현실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실은 중국도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국력을 엄밀히 평가하면 1인당 GDP가 미국 6만불, 중국 9000불이다. 축적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크다. 중국도 당분간 미국을 따라잡거나 슈퍼 파워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도 스스로 방어적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미중 갈등도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이 리액션 하지 중국 스스로 액션 하는 게 없다. 문제는 미국이 작년 3월 시작해서 지금까지 1년 반 지속하고 있는데 중국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결정적 한 방이 없는 거다. 핵심은 5G 빅데이터 AI GPS 같은 디지털 핵심 기술을 결합하면 원천기술 없이도 핵심기술과 미래기술 상용화로 원천기술에 영향을 주는 구조가 얼마든지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금처럼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살아갈 생각이 없다. 그래서 게임 체인저를 찾는데 그것을 과학기술 대전환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초조함은 거기서 비롯된다고 본다. 

중국은 일본이 그냥 보통국가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통 대국화한다고 본다. 일본도 중국이 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호 불신 구조에서는 중간 모멘텀을 찾아서 공동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을 하는 누군가가 필요한데 지금 미국이 그것을 안 한다. 



이희옥 “지금 상황은 ‘키신저 체제’가 풀리는 것”


이희옥 = 키신저 질서가 해소되는 걸 볼 필요가 있다. 1971년에 핑퐁 외교를 했고 72년에 중국과 일본이 수교하고 닉슨이 방문하고 79년 1월 1일에 미중 간 수교를 했는데 이것이 개혁개방 시점과 맞물렸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78년 12월에 결정하고 79년 1월 1일 시작했다. 당시 키신저는 중국 부상을 인정했고 중국도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인정했다. 키신저 체제는 그런 상호 합의 속에서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 등을 모두 수면 아래에 동결시킨 체제다. 그게 지금 풀리는 거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 부상을 용인하기 어렵다. 중국도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점차 지우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로 가게 되니까 동아시아 수면 아래 있던 것들이 분출하는 게 지금 국면이라고 본다. 

한일 간에도 냉전체제나 미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면 풀 수 있는데 키신저식 동결 체제가 지금 녹고 있는 거다. 변화가 구조적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 과도기적으로 혼란스러운 국면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속에서 구조가 개별 행위자를 규율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행위자가 구조에 거꾸로 영향을 미치는 상태에서 안보 자율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나는 이 국면을 해석한다. 



이원덕 “아베 때문에 일본도 동아시아도 완전히 꼬였다”


이원덕 = 신냉전인지, 신패권 양국 체제 도래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갈 것 같다. 이런 구조적 여건을 보면 한일과 아시아 태평양 여러 나라들이 미국에 안보, 중국에 시장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비슷한 처지에 빠진 측면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구조적으로 굉장히 닮아 있다. 또 내부적으로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질서 규범을 가졌기 때문에 한일을 포함해서 호주 인도에 연결시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수평적 협력을 통해서 미중 패권 전쟁에 나름 중간지대적 공간을 만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한데, 일본과 싸우고 한미관계도 여러 가지 이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는 여러 시그널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없고. 한중도 지금 전략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동북아 큰 지형 변화에서 한국이 외톨이가 되는 게 아닌가, 전략적으로 헤매는 게 아닌가 느낌이 든다. 

한일 관계만 놓고 보면 국내 정치적 맥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좋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국익이나 전략적 계산이 중심에 오지 못하고 국내 정치에 얼마나 이익 되느냐가 굉장히 강하게 작동한다. 일본도 그렇다. 아베 1강 체제를 유지하려는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가운데 일본의 외교도 자꾸 비합리적 결정을 내린다. 무역 보복은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을 포기하고 중상주의로 가자고 하는 얘기로 들리잖나. 그건 미래가 없는 선택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감정이 폭발했다, 앵거 지수가 폭발했다 그렇게 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 분노 조절 장치가 망가져서 나온 조치다. 그런데 우리도 그렇다. 21세기에 우리도 반일이냐 친일이냐 이것은 자살행위 같은 거다. 그 속에서 중국이 이익을 본다. 북한일 수도 있다.

아베 때문에 일본도 동아시아도 완전히 꼬였다. 스트롱맨 시대라고 해도 트럼프 아베 푸틴 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나마 시진핑이 합리적이다. 



이희옥 “일본 스포일러 역할한다는 의심, 한국 정부 내에 장기간 쌓여와


이희옥 = 우리 외교에도 감정이 작동한다. 그것이 어디서 올까 생각해보면 징용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일본은 한미관계 균열을 계속 시도해왔다. 미일 채널을 통해서 한국은 친중화 가능성이 크다든지, 한국의 한반도 정책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든지 해왔다. 한미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 회담 때마다 한국의 의도가 왜곡된 형태로 스포일러 역할을 일본이 해왔다.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이번에 지소미아 종료할 때 우리가 ‘특사 보내고 노력했음에도’라고 표현이 나오지 않나. 여기에 대한 감정이 쌓이면서 감정 외교가 작동하게 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촛불 혁명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문재인 정권의 특성을 일본이 과소평가한 것 같다. 


이원덕 = 현상적으로 볼 때 이의 없다. 한일 관계 마찰 양상으로 보면 국가 정체성 충돌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012년 말에 아베 정부가 등장했고 문재인 정부는 2017년에 들어섰는데 성격과 지지기반이 매우 다르다. 우리는 좋게 표현하자면 시민적 인권 문제로 간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 국가와 시민사회관계에서 시민 사회의 힘이 표출되는 정권의 성격으로 가고 있고 일본은 거꾸로다. 아베 정부 들어서 안보정책이나 헌법 문제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도 역사 수정주의로 가고 있고 국가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국가주의로 가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가지도 못한다. 리소스 한계 때문에. 아베 총리는 자민당 내부 1강. 자민당은 야당들이 분열되어 있어서 정당체제에서도 1강이다. 시민사회는 자정능력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일본 부활, 과거 패전 시스템에서 벗어나 일본을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길로 달려간다. 그렇게 보면 한국이 역사 문제로 시비 걸고 위안부다, 징용이다 태클 거는 걸 일본이 참을 수 없는 거다. 미일 관계에서도 한국의 행태를 일본적인 맥락으로 해석해서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한국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거라는 식의 프로파간다를 한다. 

     


이원덕 “미국의 전략 중점은 일본이지 한국 아니다”


이원덕 = 우리의 일본 인식도 아베를 악마화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고 본다. 아베가 하는 모든 것이 한국이 가는 곳과 정 반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도 프로파간다를 한다. 일본은 역사 문제를 거꾸로 간다,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간다고 한다. 한국은 한국 버전으로, 일본은 일본 버전으로 경쟁하는 구도다. 마치 한미, 미일 동맹이 경쟁하는 양상으로 비쳐져서 미국이 보면 우습다고 볼 것 같다. 또 당혹스러워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조정을 기대하는데 한국의 논리, 어프로치는 먹히지 않는다고 본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전체를 바라보고 있고 또 중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대결구도로 보고 있는데 한국이 요구하는 대로 일본의 노선을 바꾸는 쪽으로 한일 관계 조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국의 전략 중점은 일본이다. 한국은 그 연장선상이다. 미국은 그렇게 한국을 보지 한미 동맹을 중심에 놓고 일본을 고려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미국 변수를 활용해서 일본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은 그 의미는 알겠지만 헛발질 같아서 안타깝다.


이희옥 = 우리 외교가 한미 동맹 틀 안에서 동아시아 문제를 관리한다는 인식이 약화된 건 분명한 것 같다. 동맹 프레임 속에 갇혀서는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일본도 한일 관계를 격하시키거나 거리두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면 한미일 삼각구도에 묶여서 한국이 운신이 제약되는 것보다는 분리해서 공간을 한국이 찾아간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열릴지 아닌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미일 안보 구조를 연성화 시켜서 우리 공간을 만드는데, 그게 친중화는 아니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이니셔티브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나는 본다.

거꾸로 한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역사문제나 징용 문제가 없다면 한미일 동맹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징용, 역사문제가 원만하게 처리되면 한미일 안보 구조가 강화될까? 그것도 아니다. 징용 문제는 결정적 변수가 아니다. 한국 외교의 선택과 관련된 문제에서 포착되고 나타나서 그 계기로 다르게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원덕 =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구하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면 수단과 방법이 중요한 것인데 한미 동맹을 상대화하고 한미일 협력의 끈을 이완시킴으로써 목표에 잘 도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잘 이해가 안 된다. DJ 때 대북 외교를 떠올리게 되는데 남북, 북한 문제 풀어가는 매커니즘과 한일 협력, 한미 동맹은 선순환 관계라고 보지 않았는가. 한미 동맹이 굳건할 때 대북 문제 풀 기반이 생기고 한일도 그렇다고 본다. 한일 북일 남북 구조가 선순환 관계일 때 문제가 풀린다고 보는데 역발상으로 한미관계를 상대화하고 한일 관계를 이완해서 평화 프로세스가 잘 된다? 어디에 근거로 두는 것인가?


이희옥 = 문제는 한일 사이에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방법론 상의 인식의 차이가 벌어진 데 있다. 그 한일의 인식 차이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와서 훨씬 더 벌어졌다.



이원덕 “북 비핵화 일본의 목표도 같아” 

이희옥 “방법론에서 일본이 미국 보다 더 강성”


이원덕 = 일본은 평화체제 반대하거나 비핵화를 반대한 적 없다. 일본은 일본의 안보를 위해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 한일의 온도차라는 건 어프로치, 방법론 상의 차이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추구 목표가 다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온도차가 있다면 우리의 전략적 노력으로 일본을 견인해 나가야지 않겠는가. 북핵이 일본 군사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적절한 긴장이 아베에게 유리하다는 발상이 있지 않나. 나는 음모론이라고 본다.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련되게 보면 우리에게 북한 문제는 북핵과 민족문제 두 가지다. 통일을 생각하고 민족의 공존을 생각해야 하는 관계, 그리고 안보적 위협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진 게 우리 딜레마다. 반면 일본은 후자만 가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게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그 부분을 활용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서 평화 프로세스를 끌고 가는데 일본 변수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견인하는 게 우리 외교의 목표라고 보고 당장 핵 미사일을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게 문제지만 이후에 북한 문제의 핵심은 경제 재건 문제 아니겠는가? 청구권 자금의 변수. 이런 걸 활용할 그런 발상은 왜 하지 않는가.  


이희옥 = 목표는 같다.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비핵화에 동의한다. 중국도 동의한다. 관건은 방법론이잖나. 일본은 초기 미국이 했던 것처럼 일괄 타결로 가자는 것이고, 중국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비핵화가 단번에 해결 안 되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가면서 하자는 거다. 또 북한 체제에 대한 압력을 통한 변화인지 대화를 통해서 인게이지 할 것인지 인식 차이가 목표보다 더 크다. 그래서 신뢰 구조가 형성되지 않으면 한반도 문제의 결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도 2014~15년 중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다. 천안문에도 올라갔다. 박근혜 정부와 지금 정부가 맥락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목표와 방법이 달랐다. 박근혜 정부는 압박을 통해 고립화해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북한 붕괴론이 나온 게 그런 것이었다. 그때는 한중 협력 목표가 북한 체제를 약화, 변화, 붕괴를 염두에 두고 협력 모형을 찾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한중 협력 목표가 북한을 진화시키는 거다. 장기적 진화를 목표로 하는 거다. 굴복 이런 변화가 아니다. 지금 일본과 한국 사이에 비핵화라는 큰 목표는 일치하지만 관건은 방법론의 차이가 목표를 결정하는 구조다. 그리고 방법론에 있어 일본이 미국보다 훨씬 더 강경하다. 그런 인식을 일본 정부가 줬다. 일본은 비핵 프로세스에서 촉진자 보다는 스포일러 역할을 해왔다고 보는 불신 구조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본다. 


이원덕 = 일본 입장에서는 미사일이 날아오잖나. 미국과 일본은 다르다. 미국은 핵미사일 5000발을 가졌는데 조악한 형태의 10발이 뭐가 중요하겠나. 미국은 엄포도 놓고 하지만 북한 문제를 그렇게 자국 생존, 안보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동아시아 전략을 관리하는 차원이라고 본다. 일본은 그게 팩트든 아니든 간에 심리적으로는 위협으로 본다. 핵무기가 일본 원자력 발전소에 날아오면 어떻게 되냐, 그런 인식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한국과 같은 구조다. 중국 러시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한일이라고 본다. 방법론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저는 오히려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한다. 굿캅 베드캅 있잖나. 완전히 목표를 달리하면 모를까 같이 해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희옥 = 북한을 정상국가로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자기가 선택한 방식으로 가니까 관리가 안 되는 상대다. 그래서 비핵화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방법론적인 통일을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그게 균열이 생기면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거잖은가. 미국도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작은 중요치 않은 거라고 애길 하는데 왜 너는 그렇게 나오냐고 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 한국 일본이 북한을 인게이지할  비핵 프로세스를 가지면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정책 구조를 가졌다. 그런데 일본은 자기 안보 위협 때문에 결이 다른 걸 한다. 

북한이 이른바 쌍중단을 했다. 핵실험을 중단했고 미사일도 결정적 위협을 가하는 실험은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우리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해왔다. 비공개라서 그렇지 규모로는 우리가 훨씬 더 많이 했다. 북한은 당신들은 더 많은 실험을 더 정교하게 비공개로 하면서 우리 문제는 왜 예민하게 반응하냐고 할 때 어떻게 할지의 문제가 남는다. 

한일 간 불신 구조가 프레임화됐다. 인식 차이는 대화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프레임화되면 어떤 별도의 돌파가 필요하다. 



‘초계기 레이저 사태’ 

청와대와 일 총리관저 판단 정반대


이원덕 = 인식의 차이는 심각하다. 지난번에 초계기 사태가 있었다. 청와대와 일본 총리 관저의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했다. 사건 후에 청와대서 나온 발언을 보면 일본이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게 문제라는 게 많았다. 사태 전말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우리 군이 2박 3일간 샅샅이 뒤져봐도 레이더를 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론이 아베 정부가 악의적으로 국내 정치 목적으로 이 문제를 키우고 비난하는 쪽으로 가는구나 판단했다고 한다. 일본 쪽에도 물어봤다. 초계기라고 하는 게 사격 관제 레이더를 조준하면 번쩍거리고 사이렌 울리고 난리가 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총리 관저까지 난리가 났는데 쏜 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더라. 그러니까 아베는 한국이 쏘고서 우긴다고 보는 거다. 내가 보기엔 어느 한쪽의 오작동이다. 만약 정상적인 신뢰관계라면 대화해서 풀 수 있는 문제인데 불신 구조가 깊으니 안되는 거다. 우리 국방부도 ‘우리가 안 쏜 걸 쐈다고 해?’라며 지금 벼르고 있다고 한다. 한일 해군이 훈련도 많이 하고 가까운 사이인데 지금 앙숙이 되어버렸다. 이 문제는 해프닝이 될 수도 있었는데 감정대립이 급상승한 계기가 되어버렸다.


이희옥 = 불신 구조가 촉발했다기보다는 불신 구조 위에 얹어진 것이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이원덕 “배치는 절단 나는 문제”

이희옥 “일본이 배치하면 중·일관계도 절단” 


이원덕 = 중거리 미사일 문제는 사드 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폭탄급이다. 우리가 동조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미국에 설명 논리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사드도 그렇지만 한국이 인태 전략에 선봉장이 돼서 나가는 건 국익, 전략 면에서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을 세련된 논리로 설득해서 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다. 지금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동맹국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도 쌍수 들고 환영하는 입장이 아니다. 호르무즈 군사 협력도 못 하겠다고 했다. 우리도 그 문제는 절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배치하게 되면 싸움의 복판에 서게 된다. 절단 나는 문제다. 그 문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서 더 나가는 문제라서 나는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희옥 = 중국은 사드 보복을 아직 완전히 풀지 않았다. 온라인 단체관광객 모집 허용, 배터리 문제 등 4대 쟁점이 남아 있다. 이것은 중국이 다음에 유사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서 정책 카드를 남겨놓은 측면이 있다. 만약 한국이 미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사드 보다 훨씬 더 폭발력이 커서 항간에는 단교 수준으로 간다는 얘기까지 있다. 만약 일본이 배치해도 지금 변화하고 있는 중일 관계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동아시아 안보 구조가 깨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은 카드로 활용하기도 대단히 어렵다. 입장을 조기에 정해야지 협상력을 높이지 협상 카드화되는 순간에 한미관계는 어려워진다. 한반도 전체 뇌관을 흔드는 중요한 문제다. 문제를 줄이려면 북한 도발을 막는 수밖에 없다. 북한 요인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에 배치한다는 건 논리적 모순이다. 논리적 모순을 한 칸씩 줄이는 전략적 그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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