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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인터넷·GPS·드론이 탄생한 곳, DARPA는 어떻게 혁신적 연구조직의 전설이 되었는가? - 미래 기반기술 특공전략가들의 집단, “안정된 직장 원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

이명호

2019.06.18 461

인터넷(알파넷), 마우스, 음성인식기술(애플 Siri), 자율주행차 등 세상을 바꾼 기술이 미국 DARPA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과학기술과 연구,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 방위고등연구계획국)만큼 언급되는 기관은 없다. 실리콘밸리도 DARPA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꾼 압도적 기반기술들이 DARPA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인터넷(알파넷), 마우스, 전자레인지, GPS, 탄소섬유, 수술로봇, 드론, 음성인식기술(애플 Siri), 자율주행차 등 셀 수 없이 많다. 인터넷의 기원인 알파넷(ARPA Net)은 DARPA의 설립 당시 명칭인 ARPA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거의 모든 연구소들이 61년 역사의 DARPA를 모방하고 따라잡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애쓰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내 다른 부처들 조차 DARPA를 따라서 ARPA-E(에너지부), I-ARPA(정보부), HSARPA(국토안보부) 등을 설립하였다. 우리나라도 산업부의 R&D전략기획단,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국방첨단기술연구원 등이 ‘한국형 DARPA 구축’이라는 목표로 DARPA의 조직 또는 DARPA의 PM(Program Manager) 시스템을 벤치마킹 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3월 연간 1000억원씩을 투입해 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문화다. 세계의 그 많은 기관들이 벤치마킹 한다면서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 글에서는 DARPA의 핵심, DARPA의 운영 철학과 문화, 조직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소련의 ICBM에 대응하라’ 절박성에서 시작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을 발사한 이듬해인 1958년, 미국 NASA와 ARPA가 설립됐다. 사진 cosmos magazine

DARPA의 조직 미션은 ‘예상되는 전략적 문제를 미리 발굴하고 해결책을 찾아서 증명하라’이다. 국가 전략적 차원의 우선순위 식별 기능이 최상위 미션이다. 국방부 산하 조직이기 때문에 ‘국가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에 기술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러나 DARPA는 오히려 민간 기술에 주목했다.

DARPA는 1957년 소련(러시아)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 다음해에 탄생했다. 미국은 핵을 먼저 개발한 나라였다. 그런데 소련이 원폭을 실어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기술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위성발사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먼저 내놓은 것이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였다. 당연히 미국 전체가 뒤집혔다. 바로 다음 해인 1958년, 미국은 우주기술을 개발하는 NASA와 함께 ARPA를 설립하였다. 이 두 조직의 핵심적 특징은 바로 군, 국방이라는 명칭과 칸막이를 걷어내고 민간의 역량을 결합하고 동원하는 조직을 만들었다는데 있었다. 필자는 미국이 냉전에서 소련을 이긴 데는 바로 이 두 조직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NASA(항공우주국)는 기존의 육군과 해군의 미사일연구소를 대신해 우주개발과 ICBM 기술 개발이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ARPA의 목표는 더 근본적이었다. NASA가 소련 스푸트니크에 대한 맞대결 성격이라면, ARPA는 적국으로부터 오는 기술적 충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미래 기반기술 개발이 목표였다. 설립 때 명칭은 ‘D(Defence)’가 빠진 ARPA였다. 기술 자체에는 민간과 군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민간(대학과 기업 연구소)의 역량을 총동원하자는 취지였다. ARPA는 외국의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기술 동향을 수집하고, 외국의 연구자에게 연구 과제를 주는 등 글로벌 차원에서 민간의 과학기술 지식과 역량을 흡수한다는 방침이었고 이것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DARPA의 구체적인 역할과 협력 대상은 시대에 따라 변하였다. 설립 초기에는 기초연구(신소재 개발) 지원에 치중하다가, 국가적으로 산업 경쟁력이 중시되던 1980년대에는 국방력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민군겸용 기술(Dual-Use Technology) 연구에 집중하였다. 이어 다른 부처들이 별도 연구소를 설립함에 따라 다시 국방에 집중했고 이름도 ‘D’를 붙여 지금의 DARPA가 되었다.

자체 연구소가 없는 것이 최대 특징

DARPA의 가장 큰 특징은 자체 연구소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기술에 민간과 군의 구분이 없듯이, 획기적인 기술은 어디서나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고의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자체 연구소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획기적인 발상에서였다. 사람은 망치를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을 못으로 박아 해결 하려는 습성이 있다. DARPA 설립자들은 연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체 기술에 경도되거나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고 칸막이를 걷어 치우기 위해서는 연구소가 없는 연구기관이 돼야 한다고 봤다. DARPA 최고의 혁신은 바로 이것이었다.

DARPA는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과제,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만 하면 획기적인 효과(Revolutionary Advantages)가 예상되는 과제에 집중해왔다. 흔히 말하는 ‘고위험 고성과(High Risk, High Pay-off) 과제다. 문제는 기획 단계에서, 솔루션이 확인되기도 전에 그런 과제를 발굴하는 안목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GPS는 평범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

DARPA 기획자들은 미래의 지휘관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를 조사하여 해결 방안을 찾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은 핵 공격으로 통신망이 손상되었을 때 어떻게 분산적으로 통신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풀기 위하여 시작된 과제에서 비롯됐다. 스텔스기는 한층 강화되는 소련의 방공망을 뚫기 위해서는 레이더에 안 잡히는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GPS 사례는 극적이라 할만 하다. 소련 스푸트니크 위성이 우주에서 지구로 보내는 주파수를 추적하던 2명의 대학원생이 도플러 원리(신호음이 기지국 관찰자와 가까워질 때는 커지고, 멀어지면 작아지는 물리학 원리)를 이용해 위성의 궤도를 추적했다는 신문기사가 났다. 이것을 본 미 해군연구소(NRL)의 소장은 도플러 효과를 거꾸로 이용하면 지구상 물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 과제는 17일 간의 심사과정을 거쳐 1958년 10월 DARPA의 자금지원 결정이 내려졌다. 이것이 후에 민간에 개방돼 GPS 위성기술의 시대를 열었다. (미군의 GPS 항법 시스템은 비밀리에 운영되다가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항로 계산 착오로 소련 영공에 잘못 들어가 격추되어 269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 위성항법 시스템을 민간에 개방하였다).

DARPA는 기초연구 결과(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기술적 솔루션을 구현하는 ‘가교 역할(Bridging The Gap)’에 치중한다. 멀리(FAR) 위치한 아이디어를 찾아내 최대한 신속히 가능성 있는 기술로 등장할 수 있도록 가까운(NEAR) 곳으로 이동시키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한된 시간(일반적으로 4년) 내에 모든 지식과 역량을 집중하여 기초연구로부터 도출된 과학적 개념을 발전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술적으로 증명(Proof-of-Concept)하는 역할에 치중한다. 기술적 증명이 되면 DARPA의 역할은 끝나고 이 기술은 국방성의 각군 서비스 과학기술(Service S&T) 부서에 이전되어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구축, 시험생산(test bed) 등의 과정을 거치거나 기업에서 생산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자료: DARPA Strategic Plan(2009), DARPA Bridging the Gap Powered by Ideas(2009)

이와 같은 DARPA의 역할을 미국의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에서 보면 DARPA와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 미국과학재단)는 동전의 양면 같은 보완관계를 이루고 있다. NSF는 대학 등에 작지만 장기적인 연구지원을 통해 기초연구에 집중할 수 있은 환경을 제공한다. DARPA는 기초연구에서 나온 아이디어(기초 기술)를 발굴하여 매우 풍부한 연구비(NSF 지원 연구비의 3~10배)를 지급하여 매우 실용적인 문제해결 기술(상용화, 사업화 이전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NSF와 DARPA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서 국가혁신시스템, 연구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DARPA는 혁신생태계에서 대학, 기업, 정부를 연결하는 허브이자 산학연에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기초연구 성과)와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혁신을 이뤄내는 산실 역할 수행하고 있다.

DARPA는 기업에 기술공급자 역할

또한 DARPA는 정부가 개발한 실용연구의 결과를 연구에 참여한 미국 첨단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전하는 주요 기술 공급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정부의 자금으로 개발된 기술이 민간에 이전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한데는 ‘베이 돌법(Bayh Dole Act, 1980년)’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정부 지원 자금으로 창출된 발명 특허라도 그것을 상업적으로 활용해 나오는 이윤은 실제 개발기관(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소유하고, 정부는 무상으로 가져다쓸 수 있는 권리만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기술 필요를 충족하고 기업과 연구소에는 상업적 실리를 보장하는 방식이다(우리나라도 이 법을 벤치마킹하였지만 정부와 개발자가 특허권을 공동소유하도록 하거나, 국방 관련은 공공기관만 소유하도록 해놓고 있어 민간의 역량을 결합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는 군과 군수산업체, 일반 기업, 대학 등을 연결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초기 실리콘밸리 생태계가 형성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한편에선 이 군산학 복합체(military-industrial-academic complex)가 군수산업체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자료: DARPA를 중심으로 한 기초와 첨단 연구의 순환 생태계(이명호, 2017)

DARPA는 조직의 수장인 국장(Director)를 정점으로 부서장/실장(Office Director), PM이라는 3단계의 소수정예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서장의 주요 임무는 PM 발탁과 지원, 아이디어의 승인이다. 전체 조직의 규모는 각 과제를 책임지는 100여 명의 PM, 120여명의 연구행정전문인력(회계, 계약, HR, 보안, 법률자문 등)을 포함하여 300여 명에 불과하다. 과제를 수행하는 PM들은 통상 5~6명의 인력(staff) 지원을 받고 있고, 또 5~6명의 지원인력들은 각각 1~2명의 인력 지원을 받고 있는 구조이다.

PM은 공모가 아니라 사실상 전원 특채

PM은 공무원 신분이지만, 프로젝트 기간인 3~5년 단위 계약직이어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임기도 종료된다. 신속한 고용, 계약기간 내 완벽한 자율성과 신축성 보장, 과제 완료 후 계약해지 시스템이다. PM은 국장과 부서장이 직접 선발한다. 기업, 대학, 국가 연구소, 비영리단체, 군 기관 등 가리지 않는다. 채용은 공모가 아닌 스카우팅 성격이다. 일반적으로 PM 채용에 걸리는 행정적 시간은 5일 정도에 불과하다. 부서장(실장)이 고용할 사람을 데려와 다른 PM들과 미팅을 한 후 이틀 뒤에 국장과 인터뷰 하고 다시 이틀 후에 신원 조회를 마친 뒤 출입증을 받아 사무실로 출근하는 방식이다(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방식의 공무원 채용은 규정에 어긋나고 감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실행할 수 없다). PM은 보통 최종 학위 취득 후 5~10년 연구 및 현장 경험이 있는 30~40대들이라고 한다. 파격적인 방식으로 인재(PM)를 구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인재에게 자율권을 주고, 파격적인 기술을 개발하라는 일관된 원칙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DARPA의 2018년 예산은 30.7억 달러였고, 약 23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한 PM이 2~3개의 프로젝트를 수행). PM은 단위 사업 당 3~5년 동안 1,000~4,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한 프로젝트는 보통 5~10개 내외의 대학과 기업이 동시에 참여하는 계약 형태로 수행된다. 각 단위 사업은 기술적 사항과 예산집행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단 한 명의 PM에 의해 관리된다. PM은 독립적이고 막강하면서도 폭넓은 재량권,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다. PM은 한마디로 스타트업의 CEO라고 할 수 있다. PM은 미래의 주요 이슈를 발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선정하며, 외부 연구기관을 조직하여 해결책을 기술적으로 실증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PM은 소수(5~6명) 스태프들의 지원을 받아 예산과 일정을 감독하고, 연구자가 직면한 기술 및 물류 문제를 해결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그룹 간의 의사 소통 및 협업을 관리하고, 프로그램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수행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

지적 자부심으로 가득찬 사람을 PM으로 스카웃

PM은 스타트업의 CEO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PM에게는 상당히 다양한 자질이 요구된다. 비전 사고력, 리더십, 재무적 책임성, 기술적 전문성, 의사소통 역량 등이다. 과제의 성공은 전적으로 PM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DARPA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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