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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한국과 네덜란드 농업의 격차? 커도 너무 커” “네덜란드엔 ‘협력의 문화’가 있고 한국엔 없다” -강호진 네덜란드 농무관, ‘여시재’ 4차 토론회서 ‘한국 농수산업’ 현주소 진단

작성자 : 권구열,양보라 2019.05.30 조회수 : 9252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강호진 농무관




“이대로라면 100년 걸릴 것”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강호진 농무관은 한국 대기업(롯데 중앙연구소)에서 10년 일하다 네덜란드 정부 공무원으로 11년째 일하고 있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정확히는 네덜란드 농업자연식품품질부 소속으로 서울 대사관에 근무한다. “출근하면 네덜란드 정부를 위해 일하고 퇴근하면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강 농무관이 지난 28일 (재)여시재가 주최한 ‘미래산업’ 4차 토론회 ‘그린바이오를 미래전략산업으로’ 자리에서 한국 농축산업과 네덜란드 농축산업에 대해 “그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차이를 부른 세 가지 요소로 ‘협력 문화’의 존재 또는 부재, 생산과 가공의 괴리, 규모의 차이 셋을 들었다.

강 농무관은 협력문화를 가장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 농업정책은 골든 트라이앵글, 다시 말해 정부-연구-민간의 협력 그 자체”라며 “네덜란드 정부는 이 문화를 구축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반면 한국은 상호 신뢰에 기반한 윈윈 문화가 없다”며 “그냥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강 농무관은 “(네덜란드를 식품 수출국 2위로 이끈) 푸드밸리는 농민들이 대학과 연구소 주변으로 모이다 보니 만들어진 것이고 시드밸리는 식품 기업이 훌륭한 육종가들을 고용하기 위해 모이다 보니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농민이나 축산인 같은 생산자들도 ‘지식 서클’을 만들어 생산과 가공, 유통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고 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식량 수출국인 네덜란드.


“네덜란드 학교선 국영수가 아니라 협력하는 방법 가르쳐”

강 농무관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에 가서 직접 참여해봤는데 네덜란드는 학교에서 국영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운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경우는 대학을 졸업한 ‘아기’가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공무원형 인간이 되고, 기업에 들어가면 오로지 소비자와 이윤만 생각하고 연구소 들어가면 논문만 생각하게 되는 문화”라며 “서로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정부와 연구, 그리고 기업 및 생산자 이 세 그룹이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생산과 가공의 괴리’도 큰 문제라고 했다. 네덜란드는 생산자들과 가공기업들이 일체화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한국은 없다고 했다. 그는 “CJ나 농심 같은 잘 나가는 기업들은 자기네들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고 정부는 ‘우리 불쌍한 농민들’이라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종자서부터 가공까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국 농업이 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네덜란드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 두 배 높은데 우유나 고기값이 2분이 1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강 농무관은 ‘규모의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적 상황이 있으므로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100년 동안 지속적으로 농지를 병합해서 규모를 키웠지만 그 중 80~90%가 생산자 중심 조합형”이라며 “21세기 들어 카길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들어오려 할 때 네덜란드에서는 ‘이것이 우리가 갈 길인가’ ‘생산자에게 이익이’ 라는 정신으로 대처했다”고 했다. 그는 “그 결과 지금도 조합형이 더 늘고 있다”고 했다.


 강 농무관은 “네덜란드 농업정책은 골든 트라이앵글(정부-연구-민간)의 협력 그 자체”라고 말한다.



“농-수-축협? 일본서 들어와 이미 관료화된 조직”

그는 ‘한국에도 농-수-축협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그것이 조직형이라면 네덜란드 조합은 생산자들이 만든 정신형 조합이라는 차이가 있다”며 “농-수-축협은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이미 관료화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우리도 규모를 키워야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젊은 농수산 스타트업들이 들어가 중소기업으로 키울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강 농무관은 “선진국일수록 농업이 발달해 있지만 거꾸로 농업이 발달해야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농업이 이렇게 된 것은 400년 동안 꾸준히 균형발전을 추구해온 그 결과이자 증거”라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에 대해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협력’을 중심 어젠다로 올린 적이 없다”며 “나는 11년 동안 협력 문화의 중요성을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정부끼리, 기업은 기업끼리, 농민은 농민끼리, 연구소는 연구소끼리 움직이는 것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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