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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e-핸드북] 디지털이 미래다 #06 인공지능시대|‘컴퓨터의 아버지’ 튜링 VS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 “AI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지만 인간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작성자 : 이명호 2019.05.03 조회수 : 3007





1930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
 
창조 이후 처음으로 인간은 실질적이면서 영원한 문제, 즉 시급한 경제적 근심에서 벗어나 얻은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지, 과학과 자본의 복리가 가져온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하는 문제들과 직면하게 될 것이다

1951년 앨런 튜링
 
“생각하는 기계가 만들어진다면, 인간보다 더 지능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인간이 설 땅은 어디겠는가?”


2016년 마크 저커버그
 
“AI가 초래할 위험은 광범위하게 퍼진 질병이나 폭력 같은 재앙에 비해 훨씬 경미할 것이다.”






AI는 과연 ‘악마의 소환’인가?


인공지능이 인류 최후의 발명품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류 역사상 등장했던 다른 도구(기계)와 같이 인간을 위한 또 하나의 도구에 그칠 것인가? 최후의 발명품이란 인공지능이 결국에는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또 인공지능 시스템을 인체에 삽입하여 사이보그와 같은 신인류(트랜스휴먼)가 탄생하면서 순수 인간은 살아남기 어렵게 되거나 피지배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가장 입장이 갈리는 논쟁이다. 

튜링 테스트(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분하는 테스트)를 고안하고 컴퓨터의 아버지라고 하는 앨런 튜링은 1951년 BBC 라디오3 방송에 출연해 “생각하는 기계가 만들어진다면, 인간보다 더 지능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인간이 설 땅은 어디겠는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었다.1)

그 후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대가 환상으로 끝나는 사건이 반복되었다. 컴퓨터는 단순히 인간보다 계산을 빨리 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면서 계산을 사고로 착각하는 환상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바둑대결에서 이긴 알파고(AlphaGo) 쇼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을 통제해야 한다”는 환상과 우려를 또다시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2016년 1월, 이런 종류의 불안감은 과장되었다고 했다. “나는 AI로 하여금 인간을 위해 봉사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람들이 마치 AI가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같이 호들갑을 떨지만 그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AI가 초래할 위험은 광범위하게 퍼진 질병이나 폭력 같은 재앙에 비해 훨씬 경미할 것이다.”2)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는 과장되었고 유용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인공지능 개발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능은 진화의 산물, 생명체와 떼어놓을 수 없다”

 

뇌과학자 이대열 미 예일대 교수는 <지능의 탄생>에서 “지능(intelligence)은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능력(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생명체가 지능을 갖게 된 것은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의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능력(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며, 뇌는 유전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대신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일종의 대리인이라고 하였다.3) 즉 지능이란 개별 생명체가 진화하는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에 생명체 또는 몸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생명체 진화의 산물이 ‘지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인공지능을 생명체로 인공지능을 의인화하는 실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설령 지능과 몸이 분리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진정한 지능을 가진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호하고 복제하기 위한 존재 자체의 내재적 목적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공지능은 인간에 의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뿐이다. 즉 자신의 주변 상황을 자각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피드백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 없다. 

물론 기계(인공지능)라고 해도 우리와 다른 성격의 자의식, 자각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도 우리는 인공지능이 내놓는 결과만을 볼 수 있을 뿐이고 인공지능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결과를 내놓았는지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와 같은 영역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 설명 가능한 AI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자의식을 가진다면, 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표출돼야 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판단의 기준(일반적으로 효능감)을 바탕으로 그 행동이 확대되거나 수정돼야 한다.4) 그런데 인공지능은 이러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감각 기관(일반적으로 생명체의 몸)이 없다는 것은 지능을 가진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을 가져온 강화학습이라는 것이 보상(점수)을 주면서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논리를 수정해 나가는 피드백 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보상이라는 것도 인간이 정해준 보상에 불과하다. 



불, 바퀴, 증기기관, 컴퓨터 그리고 AI


그렇다고 인공지능을 그 동안 등장했던 많은 도구와 기술, 기계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인류 사회에 등장했던 불, 바퀴, 증기기관, 컴퓨터와 같이 인공지능도 기술과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들끼리의 관계도 바꿀 것이며, 나아가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까지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5)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인공지능 연구에 국가의 에너지(자금과 인력)를 쏟아붓고 있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서구에서 개발된 기술을 도입하던 처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이야말로 새롭게 등장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선두에 설 수 있는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다. 기존 인공지능이 알고리즘 개발 방식이었다면 지금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신경망과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학습, 발전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많은 가장 많은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블랙홀 사진도 AI 덕분에 가능했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간은 10만 년에 걸쳐 사냥과 채집이라는 힘든 노동과 이동 생활을 이어왔다. 정착하여 농업을 하게 된지도 수천 년에 불과하다. 겨우 200년 전에 증기기관을 발명하여 대부분의 수작업을 기계에게 맡기는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이뤘다.6) 그리고 겨우 한 세대 전인 1980년대에 개인용 PC가 등장했고 이제는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절반 정도가 스마트폰을 쓰는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지금은 물리적 생산물 즉, 원자가 아니라 가상의 비트가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컴퓨터는 보편적인 도구가 되었고, 인간이 하는 수작업은 대부분 컴퓨터 연산으로 대체되거나 컴퓨터를 다루는 작업으로 대체되었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작업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를 들어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모델은 1개 국가에서 찍은 8천 장의 수동 분류 위성사진으로만 훈련했음에도 20개 국가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수준까지 알고리즘을 발전시켰다. 사진만 있다면 지구 전체 지도를 약 6일 만에 그려낼 수 있다. 이 인공지능 시스템이 보여준 수준의 지도 제작은 어떤 규모의 인간 조직이 하더라도 수십 년은 걸릴 작업이고, 그리고 데이터의 양도 인간이나 인간의 조직이 다루기엔 역부족일 정도로 많다.7) 얼마 전에 인류 최초로 촬영된 5천 5백 광년 떨어진 블랙홀 사진도 인공지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6개 대륙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가상으로 연결해 지구 크기의 망원경을 구성하고 지구가 도는 동안 순차적으로 관측한 수백만 기가바이트 분량의 데이터를 서로 맞추고 합성해 이미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공지능은 사회를 개선하는데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가 늦은 밤에 귀가하는 사람들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여 올빼미 버스를 운영한 사례도 있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더 나아가 도시를 관리하는데 미국 국방성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통합정보인식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든 ‘위험평가 및 미래이슈분석(Risk Assessment and Horizon Scanning(RAHS)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서 ‘미세한 신호’를 포착해 도시 각 지역에 필요한 것을 짚어 보여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에서 추려낸 지리적 위치 정보는 도시 전역에서 시민들의 행동상황을 알려준다. 이런 이미지를 활용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특히 붐비는 지역이나 인기 있는 루트, 점심식사를 하는 장소 등을 파악해 새롭게 학교와 병원, 자전거 도로와 버스 정류장을 선정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8)

이와 같이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서 재구성하거나 유의미한 내용을 뽑아내는 업무, 과거의 사례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요하는 업무처리를 자동화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및 문서처리 응용기술로 인해 동시통역, 복잡한 표준 문서 및 간단한 서신 자동 작성, 대량 법률 문서 분석까지 현재 가능하다. 의학 부문의 경우, 지능형 영상 인식 소프트웨어는 여러 질병의 진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의사들의 역량을 높여줄 수 있다. 돌봄 부문에서는 고령자의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해 설계된 상호작용 시스템이 현재 시범 운용 중이다. 요컨대 산업, 서비스, 지식 노동을 불문하고,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은 인간, 공정, 기술로 이루어진 전체 사회기술적 시스템(socio - technical system)을 변모시키고 있다.9)

그 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의 진보는 비싼 것에서 싼 것으로, 희귀한 것에서 풍요로운 것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가격이 내려가면 더 많이 이용하게 된다. 초기에 컴퓨터와 인터넷은 고가였으나 지금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이 떨어졌고, 유통과 통신, 상거래의 기본 인프라가 되었다.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일한 밝기를 내는데 1800년대 초에 빛(Light)은 지금보다 400배 비쌌다. 양초에서 가스 등, 전등으로 발전하면서 더 저렴하게 더 밝은 빛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술의 변화는 한때 비쌌던 것을 싸게 만들고, 더 많이 사용하게 한다.10)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더 빠르게 확산되고, 사용법이 더 쉬워지고,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3차 산업혁명까지 육체노동의 자동화였다면
AI는 지식노동의 자동화다


3차 산업혁명의 자동화가 주로 공장, 생산 라인의 자동화였다면 지금의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는 사무실, 즉 사무직, 지식 노동의 자동화라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보험 처리, 주문 처리 등 정형화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규칙적인 업무는 일차적으로 컴퓨터 코드로 전환되어 자동화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듯이 업무의 많은 부분이, 최고의 전문성을 요한다는 의사와 변호사의 업무도 인공지능으로 처리 가능한 코드화가 가능하다. 더 적은 수의 노동자가 처리하면 더 저렴하게 되고 생산비 절감이라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에 회사들이 자동화에 앞장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화를 도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기존의 업무 방식을 자동화하여 노동력을 줄이는 방식 즉, 노동력을 배제하는 비용절감 방식이다. 둘째는, 기존의 업무 처리를 자동화로 효율화하고 새로운 업무로 전환하는 방식 즉, 노동력을 증강하여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와 같이 기술을 단순히 인건비 절감 도구로 간주하는 것은 과잉투자와 수익 약화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널려 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1980년대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노동자의 개선 활동을 중시하는 도요타 웨이)을 따라잡으려 500억 달러를 로봇에 투자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전자 등 제조 생산라인의 로봇 도입율은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로봇 도입율이 일본과 미국에 비해 2배에 달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전환기에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시 노동력 배제 자동화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후에 GM은 도요타와의 합작벤처를 통해 신기술과 새로운 작업관행을 통합함으로써 ‘근로자가 기계에 지혜를 전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최고의 투자수익을 가져왔음을 알게 됐다. 기업에 주는 핵심적인 교훈은 생산성 향상 극대화를 위한 신기술의 설계와 배치에 노동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11)

자동화 도구와 증강 도구는 서로 다른 범주가 아니다. 다만 기술을 적용하는 의도와 방식이 다를 뿐이다. ‘자동화’는 인간의 작업을 분해하고 코드화하여 인간의 개입을 줄여 경비를 절감하는데 목표를 둔다. 이에 비해 ‘증강’은 인간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12) 규칙과 구조화된 시스템에서도 불확실성과 예외, 변동이 발생할 경우 자동화가 아니라 증강이 더 효과적이다. 특히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에서는 자동화가 효과적이었을 수 있지만,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의 맞춤 수요로 고객의 소비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는 증강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협력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유연화, 효율화시키고, 품질이나 고객의 새로운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작업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20여년 동안 생산량 13배 증가 불량률 0.0009% 하락
고용은 1300명 그대로 유지


대표적인 사례로 ‘인더스트리 4.0’을 추구하고 있는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은 20여년간 생산량이 13배 증가하는 동안 인력은 1300여 명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000종이 넘는 제품을 연 1200만개 이상 생산하는데, 한 라인에서 동시에 여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량품 발생률은 0.0009%(100만개 중 9개 결함)에 불과하며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또한 기존 공장 대비 에너지 소비량이 30%에 불과하며, 부품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도 50% 줄였다. 노동자들은 생산라인의 공정률, 불량률 등 생산 과정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고, 이 빅데이터를 통해 타 부서(라인)의 작업 데이터 정보도 공유한다. 하루 세 차례 라인별 작업자들이 모여 일정과 부품 등에 관해 의논한다. 이런 논의를 통해 생산량이 향상되면 담당 노동자들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진다고 한다.13)

이와 같이 인간들이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생산 시스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증강의 목표다. 기계가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이다. 증강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전제로, 인간 노동자가 기계의 도움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나아가 그렇게 함으로써 개인이 훨씬 비약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14)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도구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도구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두뇌를 위한 자전거(바퀴)와 같다.”고 하였다.15) 컴퓨터는 우리의 두뇌 능력을 증강시켜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10년 내 엑셀 쓰듯 AI 쓰게 될 것


10년 이내에 우리는 인공지능을 지금의 엑셀(스프레드시트) 처럼 사용하게 될 것이다. 1970년대 말 미국에는 40만 명의 회계사와 경리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스프레드시트는 그들의 주 업무였던 계산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경리들의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코드화된 스프레드시트에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스프레드시트가 등장하기 전에 열심히 답을 계산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계산업무에 빼앗기던 시간을 분석 업무로 돌리면서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기계가 직무의 일부를 대신하게 되면 직무를 구성하는 과제도 바뀌고, 새로 생겨나는 과제도 생기고, 과제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했던 기술은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게 된다. 이때 단순히 시간과 노동력의 절약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게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협력할 때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사례도 많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병 진단에 있어서 알고리즘의 예측과 병리학자의 예측을 결합하면 적중률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3.4퍼센트였던 인간의 오류율이 0.5퍼센트로 떨어지며 적중률이 99.5퍼센트로 높아졌다. 오류가 85퍼센트 줄어든 것이다. 또한 인간과 기계는 예측을 잘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다. 인간이 암이 있다고 판정했는데 암이 아닌 경우는 드물었다. 반대로 인공지능은 암이 없다고 할 때 훨씬 정확했다. 인간과 기계는 실수하는 유형이 달았다. 이렇게 인간과 기계는 서로 다른 능력을 인정하고 손을 잡음으로써 각자의 약점을 극복했고 그래서 오류율을 크게 줄였다.16)



인공지능은 인간의 도움을 바란다


인공지능은 아직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미지를 판독하거나 어떤 이미지에서 객체를 분리해 식별하는 일은 할 수 있어도, 연속된 장면의 더 넓은 맥락을 이해하는 일은 아직 어렵다. 인공지능은 지도학습의 단계를 넘어 인간이 지도하지 않아도 학습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 배운 지식은 정해진 문제의 범위를 넘는 순간 쓸모가 없어진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여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과거의 데이터가 많지 않은 이례적인 사안에서는 예측 능력이 떨어진다. 인간은 데이터 생성 과정을 알면 인공지능보다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인간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인식적 모델을 갖고 있고 따라서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특정 작업을 모델링할 수 있지만, 그 작업이 일어나는 세계를 모델링하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인간은 여러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강점을 파악해 그 강점들을 하나로 통합해낼 수 있다.17)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력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을 기준으로 인간을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하기 어려운 일을 인간이 보완해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공지능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신 ‘나 없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봐야 한다.18) 토머스 대븐포트는 <AI 시대, 인간과 일>에서 최소한 기계는 다음의 주된 능력을 채우기 위해 인간을 필요로 한다고 보았다. 

     기계의 사고능력 설계와 창조 : 컴퓨터 프로그램과 분석 알고리즘 등을 설계하고 작성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시야 제공 : 특정한 해결책이 전체에도 잘 맞는지 파악하고, 세상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똑같은 문제에 여러 가지 접근법을 적용해보면서 그 결과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시스템과 결과의 집약 및 통합 : 우리는 자료의 정확도를 평가하거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비교해 답을 유추해내는 능력에서도 아주 뛰어나다. 
    ④ 기계의 원활한 업무 수행 감독 : 분석 모델과 인지 시스템은 특정 상황에 맞게 설계된다. 따라서 상황이 달라지면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시스템을 관찰하면서 더 이상 높은 품질의 답을 제공하지 못하면 업데이트를 하거나 교체해줘야 한다. 
     이외에 기계의 약점과 강점 파악,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정보 도출, 자동화된 추천에 따라 행동하도록 인간을 설득하기 등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보았다.19)



AI는 어느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현재 자동화를 둘러싼 논쟁은 두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자동화로 인하여 영원한 고실업률을 향해 가고 있다고 전망하는 입장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나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하는 입장이다.20) 두 입장이 모두 맞는 부분이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기계의 등장은 기존 일자리와 산업의 축소를 가져오고 새로운 산업을 확대시켰다. 산업화가 되면서 농민은 줄고 노동자가 되었으며, 제조업 중심 사회가 되었다. 농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고, 농민의 업무도 농기계를 다루는 노동자와 같은 성격의 직업으로 바뀌었다. 자동 방직기는 직조공, 방적공의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기계공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계속해서 자동화로 인하여 제조업의 생산직 일자리는 줄고 사무직과 서비스직, 전문직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로 사무직과 서비스직, 전문직에서 줄어든 일자리가 어느 분야에서 생길 것인가의 문제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축적된 자본이 사람들의 어떤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투자될 것이지만, 그 분야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노동시간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우리 손주들을 위한 경제 전망>이라는 1930년 논문에서 “우리가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속도보다 더 빨리 노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에” 세계는 계속해서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는 생산성과 과학기술의 진보가 후손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문제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남아도는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그는 “창조 이후 처음으로 인간은 실질적이면서 영원한 문제, 즉 시급한 경제적 근심에서 벗어나 얻은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지, 과학과 자본의 복리가 가져온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하는 문제들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2030년까지 인간의 주당 노동시간은 15시간으로 줄어들고, 나머지 시간은 ‘현명하고, 기분 좋게, 잘’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21) 케인스가 예측했던 시간까지 10년밖에 안 남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 40시간 노동에 자동화와 인공지능에 의한 실업을 걱정하고 있다. 

그럼 앞에서 언급한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로 사무직과 서비스직, 전문직에서 줄어든 일자리가 어느 분야에서 생길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 답은 케인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축적된 자본이 사람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투자할 미지의 영역은 케인스가 예측한 줄어든 노동시간으로 인해 사람들이 새롭게 누리고자 하는 욕구의 영역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영역은 아직 미지의 영역일 수 있으며, 이미 우리에게 와 있는 충분히 퍼지지 않은 영역일 수 있다. 인간은 진정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이 속에서 인간들은 새로운 욕구를 드러내고, 이를 공급하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AI 시대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


미래는 기계와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인간은 남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유토피아가 우리 앞에 놓여 있을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앞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자동화의 속성은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디지털은 사회의 변화(다른 말로 불확실성)를 가속시키기 때문에 자동화 보다는 ‘증강’이 더 경쟁력이 있는 전략이 될 것으로 본다. 그 속에서 인간의 가치는 높아지고, 노동시간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력으로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설계돼야 한다.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사람들의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높이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새로운 영역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전직 훈련과 사회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자신만의 업무가 남기를 바라며 저항하면 사회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전체 업무의 조정을 통해 기존의 일을 새로운 일로 바꾸어야 한다. 전직과 전환에 따른 비용은 기업체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노동자들도 앞장서서 새로운 직무를 습득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 기업은 ‘자동화’가 단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증강’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공동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노동의 변화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틀을 재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뉴딜 정책은 미국을 농업위주 경제에서 공업 경제로 전환하도록 이끈 일련의 개혁 프로그램, 프로젝트였다. 단체협상권을 확립하고, 사회보장제도와 실업보험을 신설하고, 최저임금과 노동기준을 수립하여 노동 공급을 안정화 시켰고, 훈련받은 양질의 노동자는 미국 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 이제는 산업 경제에서 인공지능으로 ‘증강’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

기업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하여 ‘자동화’를 선택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증강’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틀과 사회적인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산업의 경쟁력을 위한 자동화와 노동의 재구조화(증강)에 대한 다양한 업종과 산업에서의 실험과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체의 요구와 상황에 맞게 충분한 사례를 통하여 ‘증강’의 프로세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컨설팅 등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재훈련(전직) 비용을 기업체와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체는 자동화로 단순화된 업무의 통합과 새롭게 ‘증강’해야 할 노동의 재구성을 노동자와 협력하여 결정해야 한다. 경쟁력은 고용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구성원이 공동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계속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기업체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의 강화이다. 여기에는 재취업만이 아니라 창업, 재교육(진학) 등 다양한 경로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네 번째는 플랫폼 노동이라는 사회보장의 혜택을 거의 못 받고 있는 독립 노동자에 대한 보호이다. 특히 공유경제, 플랫폼 경제라는 자동화되는 경제 시스템에서 외부화되는 독립 노동자들은 노동의 약한 고리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증강’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독립 노동자들의 단결권,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기업체들도 자동화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증강’으로 갈 수 있다. 



[참고 문헌]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기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는가(Machines that Think), 한빛미디어, 2018
독일연방노동사회부, 노동 4.0 백서, 2017
어제이 애그러월(Ajay Agrawal) 외, 예측 기계 – 인공지능의 간단한 경제학(Prediction Machines – The Simpl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생각의힘, 2019
이대열, 지능의 탄생(The Birth of Intelligence), 바다출판사, 2017
토머스 대븐포트 외(Thomas H. Davenport), AI 시대, 인간과 일 (Only Humans Need Apply: Winners and Losers in the Age of Smart Machine), 김영사, 2017
토비 월시(Toby Walsh), 생각하는 기계 - AI의 미래(Machines That Think: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프리뷰, 2018
뉴스위크 한국판, 일자리의 미래는 사회 하기 나름, 2019.04.01
매일경제, 독일 4차산업혁명 현장 가다- 독일 인더스트리4.0 전략, 2018.5.18 


1) 토비 월시(Toby Walsh), 생각하는 기계 - AI의 미래(Machines That Think: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프리뷰, 2018, pp. 10.

2) 토비 월시(2018), pp. 12.

3) 이대열, 지능의 탄생(The Birth of Intelligence), 바다출판사, 2017

4) 이대열(2017)

5) 토비 월시(2018), pp. 10.

6)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기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는가(Machines that Think), 한빛미디어, 2018, pp. 237.

7) 뉴 사이언티스트(2018), pp. 110

8) 토머스 대븐포트 외(Thomas H. Davenport), AI 시대, 인간과 일 (Only Humans Need Apply: Winners and Losers in the Age of Smart Machine), 김영사, 2017, pp. 380

9) 독일연방노동사회부, 노동 4.0 백서, 2017

10) 어제이 애그러월(Ajay Agrawal) 외, 예측 기계 – 인공지능의 간단한 경제학(Prediction Machines – The Simpl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생각의힘, 2019, pp. 25

11) 뉴스위크 한국판, 일자리의 미래는 사회 하기 나름, 2019.04.01

12) 토머스 대븐포트(2017), pp. 102

13) 매일경제, 독일 4차산업혁명 현장 가다- 독일 인더스트리4.0 전략, 2018.5.18

14) 토머스 대븐포트(2017), pp. 104

15) 토머스 대븐포트(2017), pp. 103

16) 어제이 애그러월(2019), pp. 97

17) 뉴 사이언티스트 (2018), pp. 18

18) 토머스 대븐포트(2017), pp. 171

19) 토머스 대븐포트(2017), pp. 113-116

20) 토머스 대븐포트(2017), pp. 17

21) 토머스 대븐포트(2017), pp. 111, pp. 363; 뉴 사이언티스트(2018), pp.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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