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협력 보고서

[이슈브리프]EU의 개발·협력의 추세와 과제: 이익을 위한 특혜에서 책임감 공유를 위한 인도주의 원조까지

작성자 :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2018.01.19 조회수 : 1462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ODA 정책 (4)유럽 - EU의 개발·협력의 추세와 과제:  이익을 위한 특혜에서 책임감 공유를 위한 인도주의 원조까지  

저자: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2018-009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각국의ODA(정부 개발원조) 정책’ 입니다. 이번 주제에서는 국가별ODA 정책의 주된 특징은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그 가운데 국가전략 혹은 대외정책과 연계된ODA의 중점 과제는 무엇인지도 살펴봅니다. 또 만약 각국이 특정지역에 중심을 둔 ODA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도 분석해볼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들의 공적 개발 공여액은 1천 4백 2십 6억 US 달러에 이르렀다. 역대 최대 수치다. 이는 환율과 인플레이션을 보정하더라도 전년도 보다 8.9% 늘어난 것이며 GNI 대비로는 0.32%에 이른다( OECD 2017) 그러나 전체 공여액 중에서 G7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74%에 이르러 일부 국가들에 대한 ODA 의존도는 여전히 높았다. 주목할 것은 개발원조위원회의 EU국가군(20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57%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최대 공여국은 3백 3십 6억 US달러를 지출한 미국이었지만, EU 회원국들이 지출한 금액은 8백 1십 3억 US달러에 이르러 미국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는 EU가 전 세계 ODA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ODA에서 EU의 선도적 지위는 각국의 GNI에서 ODA가 차지하는 비율에서 더 잘 드러난다. 1970년대에 국제 사회는 GNI 대비 ODA 목표를 0.7%로 제안한 바 있지만 당시 불어닥친 에너지 위기와 냉전의 고조로 실효성을 갖지 못하였다. 냉전이 종식되고 새천년에 들어선 2004년, EU회원국들이 중심이 되어 이를 공식 목표로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국가들에게 이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처럼 어려운 목표를 달성한 국가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노르웨이(1.11%), 룩셈부르크(1.00%), 스웨덴(0.94%), 덴마크(0.75%), 독일(0.70%), 영국(0.75) 등이 이러한 목표를 넘어섰다( European Commission 2017). 이들 몇몇 국가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의 평균 GNI 대비 ODA는 0.51%에 이르고 있어서 지역(regions) 평균으로 봐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총액에서 가장 큰 공역국인 미국이 0.17%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도 매우 높은 수치이다. 또한 유럽은 개별 회원국 뿐 아니라, EU제도(institution) 차원에서도 ODA 공여에 나서고 있다. EU는 같은 기간 동안 1백 5십 7억 US달러를 ODA 분야에 지출하였다. 이처럼 유럽은 단일 국가 단위를 넘어 지역단위로 보았을 때도 비율에서나 금액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위치에 서 있다고 평가된다.    

 

그렇다면, EU의 ODA는 어떤 정책 목표를 가지고 변천되어 왔을까? 1969년 개발원조위원회가 정의한 ODA의 기준은, “첫째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혹은 기타 집행기관에 관계없이 공식적인 기관(agencies)에 의하여 개발원조위원회가 정한 ODA 수원자 목록에 제공되는 금액 및 생산물(flows)이어야 하고, 둘째, 이때 거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및 복지의 증진을 위한 것을 목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증허율(a grant element)이 적어도 25% 이상으로 양허 될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과거의 기술적 기준과는 별개로 EU 집행위원회의 국제개발협력 지도총국(DG DEVCO)이 최근에 제시한 그들의 목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세계의 빈곤 축소, 둘째, 지속가능한 개발 확보, 셋째, 민주주의, 평화 그리고 안보의 증진 등이 그것이다(DG DEVCO 2016) 그러나 당초 유럽 각국의 ODA는 과거 식민지 혹은 개도국들에 대해 무역 특혜를 줌으로서 이 지역에서 기존의 이익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는 1957년, 유럽개발기금(EDF)를 창설하여 아프리카(Africa), 캐러비안(Caribean)), 그리고 태평양(Pacific) 연안의 구(舊) 식민지 국가들(ACP 그룹)의 개발을 위한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는 유럽경제공동체 창설회원국인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해외 식민지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이들의 요구가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의 경우 이 식민지 경영을 했던 지역에서 이익과 영향력은 그대로 누리되 비용부담은 다른 국가들과 공유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Anne-Sophie Claeys 2004).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유럽의 공여가 크게 두 가지 형태적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원조(assistance) 방식의 접근보다는 개발·협력(development and cooperation)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주체에 대한 공여보다는 지역(regions) 단위의 묶음 식 전략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일찌기 유럽통합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로마조약 제4장에서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해외 역외 지역 및 국가와의 연합(L’association des pays et territoires d’outre-mer)‘라고 표현한 바 있고, 같은 조약 131조에서는 이들과 관계 맺음의 목표를 “경제· 사회 개발의 촉진 및 양측 간의 경제 관계를 긴밀히 하는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서 잘 드러난다. 또한 유럽이 ACP국가들에 대한 접근이 일방적 지원이 아닌 개발과 협력이 동시적 형태라는 것은 양측이 협정, 협약, 또는 파트너십 등을 통해 구체화 되고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1963년의 야운데 협정(Yaoundé Convention), 1975년의 로메 협정(Lomé Convention), 그리고 2000년 로메 협정을 개정한 코토누 협약(Cotonou Agreement) 등은 어느 일방의 일시적 접근이 아닌 양측이 협의한 개발협력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회원국들의 목표와 범위를 제도적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한편, 1970년대 이후 유럽은 기존의 ACP 국가들을 넘어서 지중해, 남아메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들로 개발‧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1974-77년에 걸쳐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협력 협정을 체결하였고 1976년에는 ACP에 속하지 않는 아시아 일부 국가 및 남미 국가들과 기술 원조 및 금융원조 프로그램을 체결 맺었다. 협정은 각 지역별, 협정별로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로메협정은 EEC 국가에 대한 시장접근 특혜와 무역증진을 촉진하는 제도의 구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를 위해 협정은 농산물에 대한 관세 제거 혹은 축소 그리고 공산품에 대하여는 자유로운 시장 접근을 보장하였는데, 이는 농산물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는 ACP 국가들의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것이었다. 반면, 남미에 대해서는 재정적·기술적 보조, 인도주의 원조, 경제협력 등이 주된 협력 방식이었는데 이는 이 지역의 잠재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상공업 진흥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남미가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인권보호 등이 관심 주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개발‧협력의 전제로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맺어진 지중해 연한 국가들과의 개발협력은 1995년에 이르러 이른바 ‘바르셀로나 프로세스(혹은 유로-지중해 동반자관계)’로 대체 되었다. 이것의 의미는 개발‧협력의 범위와 목표가 무역 뿐 아니라 평화와 안정까지 포함시켰다는 것이었다. 개발‧협력이 이처럼 지리적 범위는 물론 기능적 범위를 동시에 확장하게 되는 과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EU는 1991년부터 2006년 구 소련 국가들을 위해 ‘CIS 기술원조 프로그램(Technical Aid to the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TACIS)’을 수립하였는데 이는 시장경제로 이행하고 있는 구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한 맞춤형 개발‧협력 정책이었다. 이처럼 EU의 개발‧협력은 지리적 범위의 확장뿐 아닐 구 식민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특혜무역,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여 사회적 건전성을 촉진하기 위한 개발과 금융연계 프로그램, 그리고 시장경제로의 이행기 국가들을 위한 기술원조 프로그램 등 정책의 목표를 역내의 요구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환경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탈 냉전기 이후 이른바 유럽화(Europeanization)이라고 부르는 EU의 가치 강조는 그들의 글로벌 위상 강화와 더불어 책임감 측면에서 끊임없이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시키며 변화되고 있다. 말하자면 개발‧협력의 지리적 범위가 확대되고 내용이 보다 정치적, 사회적 요인을 포함하게 됨으로써 당초 프랑스가 추구했던 구 식민지 국가에서 영향력 유지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한편, 지리적 범위 확대와 정책 목표의 다양화에 따라 개별적 요구들이 커지자, 이를 하나로 응집하기 위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대두되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제도적 요구가 바로 2001년 설립된 ‘유럽대외원조사무처(EuropeAid external cooperation office)’였다. 이어서 2005년에는 정책 전략으로 ‘개발협력에 관한 유럽의 총의(European Consensus on Development)’를, 2017년 6월에는 EU 이사회, 집행위원회, 의회 등이 공동으로 ‘개발협력에 관한 새로운 총의: 우리의 세계, 우리의 존엄, 우리의 미래 (The New European Consensus on Development: Our World, Our Dignity, Our Future)’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후자는 2015년 UN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 개발 2030 아젠다(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해 응답하는 형식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2030 아젠다’는 빈곤을 뿌리 뽑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정치적 틀의 변화가 시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는데, EU의 ‘개발협력에 관한 새로운 총의’는 이에 공감하여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행동 전략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 전략은 또한 EU는 기관과 제도 측면 뿐 아니라 전 회원국들이 나서 응집력 있고 일관된 간여로 (Coherent and consistent engagement)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이 의미의 무역 및 경제적 접근을 통한 개발‧협력 뿐 아니라 인권, 민주주의, 법치, 성(性) 평등의 원칙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 대화를 중요한 방법으로 채택하였고 시민사회의(covil society organization)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최근 EU의 개발‧협력 추세는 일부 관계 국가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의 경제 원조 및  무역 특혜를 넘어, 민주주의의 정착, 인권보호 등 정치와 사회 저변의 기반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공적 개발 원조(ODA), 개발협력 그리고 인도주의 구호(Humanitarian Aids) 등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구분하려는 시도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목되고 있는 것은 난민위기와 개발‧협력 그리고 인도주의적 구호를 동시에 연계시키는 것이다. 2014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 이후 급격히 증가한 난민들은 도피처로 많은 이들이 유럽을 택하였다. 유럽은 2004-2014년 사이 아프가니스탄에 1백 4십 5억 US달러, 이라크에 1백 9십 8억 US달러를 지원한바 있으며, 내전 이후의 시리아 및 근린국가(요르단, 레바논, 터키 이라크 등)에 EU와 회원국이 모두 9십 5억 US달러 이상을 지원하였다. 또한 2015년 EU는 ‘시리아 위기에 대응한 지역신탁펀드 사업(EU Regional Trust Fund in Response to the Syrian Crisis Projects)’을 추진하였다. 취지는 시리아 난민이 정착한 지역의 취약 어린이 및 청소년들을 위해 재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건, 식품 안전, 취수(取水), 생활 안정은 물론 이들이 미래에 건전한 일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기술 및 직업 교육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이 난민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이 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겪은 아프리카나 중동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발‧협력 및 원조가 불법이민자들이 유럽 유입을 중단시켰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개발협력이 우선적인 해법으로 제시될 것이 아니라, 국경 통제, 망명자 공동 관리 시스템, 그리고 회원국들 간의 보다 긴밀한 협력 정책의 채택을 통해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을 비롯한 개발협력, 이민자 대책, 안보 정책 등이 유기적 관계에 있으며 이들 간의 정책 연계도 보다 일관성 있게 응집되어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불어 개발‧협력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하여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유럽의 책임이 어디까지여야 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도 시급하다(Patryk Kugie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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