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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사회적기업 토크 관찰기

관리자

2017.09.19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가장 앞장서서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나간다는 것. 이 멋지고 고단한 일을 하는 분들을 첫 번째 그룹 인터뷰 주인공들로 초대했습니다. 소셜 앙터프리너 혹은 사회적 기업가로 불리는 이들이 웃음과 한숨 사이에서 수년간 치뤄 온 전투의 경험이 가득했던 인터뷰 자리였습니다. 이 만남이 알려준 ‘우리 사회의 혁신에 필요한 조건’에 대해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잘 먹어야 잘 큰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해

이제 10살이 된 아이가 사춘기를 거쳐서 어른으로 잘 자라기 위해서는 성장을 하기 위한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어린이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영양분이어야 하죠.

사회적 경제 역시도 10년이 되었습니다. 유아기를 벗어나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죠. 따라서 현장에도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진짜 성장을 해나가기엔 투자가 턱없이 모자랍니다. 사회적 경제가 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도록 하게 위해서는 좀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사회적경제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금융시스템이 작동해야해요. 호혜, 연대, 협동 같은 원리에 기초한 금융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 이런 금융을 제도권 안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일정 단계를 지나면 오랜 기간 동안 S자 곡선의 길고 긴 정체구간에 빠져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들에 걸맞은 금융을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투자는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해야 한다”: 기부금의 규제를 풀자

사회적경제에 투자가 더 필요하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요? 일단 작은 것부터 바꿔야 한다면 그 첫 째는 기부금과 관련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부는 개인도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 행위입니다. 문제는 기부금을 주고받는 방식이 2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허가한 곳, 정해진 방식으로만 가능하죠. 단체 지정 형식에 따라 혜택이 다르고, 심지어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서류상 주식회사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기부금 처리를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부를 받는 모든 NGO에게 동일한 지위를 부여해줄 것을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세제혜택이 법정기부금 단체 쪽에 훨씬 많다 보니 기부금이 한쪽으로 몰려서 특정 단체가 일종의 특혜를 받는 상황이 됩니다.

한편,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일하며 느끼는 점은 규모나 조직에 따라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만약 검토를 통해 소셜벤처나 스타트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이 선다면 해당 분야에 어떠한 형태로든 지원이 가능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이의헌, 점프

요즘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누구나 쉽고 투명하게 후원을 받고, 스마트폰에서 버튼 몇 번만 누르면 기부가 되는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사회적 의미에 기부를 하는 것이지 법인 형식에 따라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여전히 제도는 형식에 얽매여 있습니다. 개인, 소액 기부부터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서 사회를 위한 작은 시도들이 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때 사회가치를 위한 혁신이 더 잘 자라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양분이 잘 전달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가치와 협력에 중심을 둔 성장 시스템을 만들자

물론 투자가 잘 이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예산과 자원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투자는 제대로 돌아간 그 영역의 성장 시스템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세 시간의 인터뷰에서 ‘사회적경제 영역의 성장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에 기여한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혁신가들이 노력해 공공의 이익을 가져왔다면 그 가치를 평가해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보상을 통해 다시 선한 가치를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보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가치를 단순한 양적 성과로만 평가하다 보니 엉뚱한 곳에 자원이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사회적가치를 경제 관점에서 계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가와 비교가 제대로 안되니 더 많은 공익을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 시도에 대해서도 투자가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큰 그림을 공유하는 협력 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정부, 사회적기업, 대기업 CSR이 같은 분야에서도 각자 자원을 쓰며 저마다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는 한 덩어리인데 큰 조직과 작은 조직이 방향을 잃고 경쟁을 하기도 하지요. 사회적경제의 혁신에 필요한 것은 어설픈 경쟁이 아니라 협력입니다. 큰 그림에서 역할을 나누어 서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이런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말뿐인 제도보다는 실제 움직일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합니다. 퍼실리테이터를 통해 협력의 장이 한층 더 활기를 띠게 될 것입니다.

마치며

인터뷰에서는 이 외에도 많은 의견과 문제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투자와 성장 시스템에 집중을 한 것은 우리가 가져야 할 맥락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책은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정리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가와 협력이 제대로 지원되는 성장 시스템 위에서 자유로운 투자가 이어질 때 우리는 사회적경제를 혁신의 편으로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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