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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대화 / 송희경 전 국회의원] “젊은 산업인들이 국회와 정부 이미 뛰어넘어, 정치인들만 그 사실 몰라”

김민하(SD)

2020.06.18 1938

IT 전문가 출신 20대 국회의원이 21대 국회에 하고 싶은 말

20대 국회는 ‘탄핵 국회였다. 반면 이번 21대 국회는 COVID-19 국회다. 그 성격과 과제가 극명하게 다르다. 건널 수 있는 ‘다리’가 필요하다. (재)여시재는 이런 시대적 상황을 감안, 불출마 또는 낙선으로 물러난 20대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정치인 불신이 극심하지만 그들의 경험 또한 소중하다. 정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선들을 주로 만났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로 가기 위한 자료는 될 것이다. 첫 순서는 KT ‘GIGA IoT 사업단’ 단장으로 있다가 2016년 20대 총선 때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들어갔던 IT 전문가 송희경 전 의원이다.

(사진 제공: 송희경 전 국회의원)

“정치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Q. 20대 국회에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부터 말해달라.


A. 비례대표가 되고 싶다, 정치적으로 뭔가 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간 게 아니다. KT에서 전무로 ‘IoT 사업단’을 이끌고 있을 때였다. 테슬라가 한국에 전기차를 들여오기 위해 한국의 이동통신사가 필요했는데 경쟁이 붙었다. KT가 가진 자산을 잘 설명해서 KT가 하기로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에 들어온 직후 전화 한통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였다. 앞으로 ICT 기반 경제로 가야 하는데 그 분야에서 전문적 경험을 쌓은 여성을 찾다가 여러 곳에서 추천을 받았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하냐, 못한다고 했는데 또 연락이 왔다. 한 열흘 고민하다가 하겠다고 했다. 1번인지도 몰랐다. 발표 한 시간 전에 어떤 분이 연락을 주셨는데 1번이라면서 1번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Q. 제일 먼저 했던 일이 무엇이었나?


A. 어리바리 했다. 혼자 뭘 하는 건 교만한 것 같아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보좌진 하고 회의를 했더니 국회가 정식으로 승인해 주는 연구포럼을 만들 수 있는데 거기서는 당을 떠나서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포럼’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각 당의 비례대표 1번들에게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냐 했더니 이분들이 좋다고 즉답을 하시더라. 이 포럼이 꽤 잘 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보편적 인식을 확산시켜 보고자 했다. 4년 동안 열심히 했다. ‘4차 산업혁명 전도사’라는 말은 듣고 나왔다.

국회 본회의장(출처: 위키피디아)

“가두리 양식장에 갇히는 국회의원들”
“정권에 목숨 거는 국회의원들이 최고인 정치”

Q. 가장 힘든 게 무엇이었나?


A. 국회가 가두리 양식장이더라. 나는 어떤 선수(選數) 높은 국회의원이 나를 데려간 게 아니었다. 빚진 사람이 없었다. 이게 너무 감사했다. 어쩌면 그래서 주목을 덜 받았는지도 모른다. 선수 높은 사람이 자기 계파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자기를 통해 온 사람들은 이것도 저것도 시키고 하면서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하더라. 나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편하기는 했는데 중심으로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왜 가두리양식장이냐? 민주당 같은 경우 시민운동하는 사람들과 다 관련이 있더라. 그래서 다음번에는 저 사람이 들어가야지, 이런 게 있더라. 또 우파 쪽에도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프로들 중에 또 그런 라인이 있더라. 그런데 이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자기 목소리는 분명히 있지만 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소신이 있어도 당에서 뭔가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딱 그 가두리양식장에 갇히는 거다. 그게 굉장히 큰 폐해다. 나쁘게 말하면 패거리 정치, 또 아무리 좋게 얘기해도 계파정치 그 이상 갈 수 없는 거 아니냐. 역사를 보면 진보정권이 잡았다가 또 우파정권이 받았다가 그걸 두 번씩 한 거다. 지금은 절대 뺏기지 않으려는 자와 절대 뺏어야 되는 자들의 싸움으로 되어버린 거다. 그러니까 당에서도 그 뺏고 뺏기지 않는 것에 자기 목숨을 다 바치는 의원들이 최고인 거다. 정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팬덤 정치문화에 들어가고 있다”

Q. 그것을 경쟁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A. 그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게 프레임과 팬덤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나 정치인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다 까발려지는 시대다. SNS나 대중들의 관심도가 많고. 그러니까 정치인 스스로도 나쁘게 말하면 관종, 좋은 말로 하면 대중적인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 팬덤 문화에 스스로 녹아들어 가는 거다. 그래서 SNS 정치를 하지 않느냐. 그러니까 정쟁이 극과 극을 달리는 거다. 자기 이미지도 SNS 팬덤에 녹아들어가야 되니까 아무리 가짜뉴스라고 해도 자기 입장에서 좋은 프레임이면 그냥 놔두는 거다. 놔뒀다가 나중에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대중의 정치 프레임과, 권력구조가 가져온 폐혜가 만나서 가짜뉴스라든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을 선이라고 얘기하고, 공정하지 않은데 공정하다고 말하는 게 많아지는 정치라인이 형성되는 것 같다. 낡은 정치 관습이 이런 팬덤 문화를 만나서 더 많은 가짜뉴스와 더 많은 공정하지 않은 행태를 낳는 거다. 대중에 의해 프레임 자체가 달라져버리는, 얕은 정치문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Q. 초선 의원들이 열정은 높을 텐데 그런 가두리 문화에서 탈피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A.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표현하는 건 사실 슬픈 일이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가두리 양식장이 100% 없어야 된다는 건 아니다. 당은 당으로 살아 있어야 정당정치가 가능한 것이니까. 올바른 정당정치를 하려면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가치관, 정책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정당인한테는 어느 정도 있어야 된다. 하지만 초선들은 양심껏 정치를 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100% 아집만 남은 정당이 되고 만다. 사람들이 나한테 그러더라. 너는 IT 전문가인데 왜 SNS를 안 하냐고. 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너무 결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칫하면 온라인만 믿게 되니까. 국회 세미나라든가 공청회 등 국민들이 스스로 와서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야 되고, 거기에 초선 의원들이 얼마든지 나가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오프라인 광장도 국회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SNS는 자칫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오염된 장으로 갈 수 있는데 왜 그렇게 SNS에만 매달리느냐는 게 내 생각이었다.

“너무 큰 정치에만 매몰
특히 남성 국회의원들이 그렇다”

Q. 헌법은 국회의원 300명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동등한 입법기관으로 정하고 있다. 이것이 잘 발휘되기 위한 방안이 없겠나.


A. 언론에는 그 당의 얼굴인 사람만 보이지 소소한 다른 사람은 안 보인다. 국회의원이 제때 역할을 안 하면 국민소환제를 하자고 하는데 고려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은 정말 독립기관이어야 한다. 국민들은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국감을 하려면 한 달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니고 1년 내내 돌아다녀야 된다. 국회의원이 자기 방에 앉아있으면 안 된다. 특히 비례대표는 전국을 다 다녀야 한다. 상시국회는 힘들어도 365일 국감을 준비하는 날로 바꿔야 한다. 그러라고 비서관 주고, 넓은 방 주고 하는 거 아닌가. 아쉬움이 있는 게 국회의원들이 너무 쉽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나도 반성하지만 국회의원은 봉사직이어야 한다. 4년 동안 국가에 봉사하라고 주는 거지 그냥 차 얻어 타고 다니고 차 문 열어주면 내리고 그런 거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너무 큰 정치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남성 국회의원들이나 정치를 오래하신 분의 경우가 그렇다. 생활정치라든지,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정치는 좀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세미나를 많이 하고 어디 또 간다고 하면 선배 남성 의원들은 피식 웃으며 열심히 해라, 근데 그거 하고 공천하고 아무 상관없어, 너 그렇게 열심히 해도 재선이 되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다, 이런 시각을 갖고 있더라. 난 재선할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다. 갭이 너무 컸다. 아마 내가 돌연변이일 거다. 국회의원은 캐주얼해져야 되고 봉사직이어야 되고 생활정치로 가야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ICT 인프라 수준
MS 아마존 페이스북 모두 인정”
“청년 인재들의 수준도 매우 높다”

Q. 포스트 COVID-19, 미중관계 등으로 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어렵다. 국회와 우리 정당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A. 지금 정치를 보면 대부분 빚 갚는 정치, 한풀이 정치를 하고 있다. 당한 것 그대로 갚아줘야지, 이러면서 다들 들어오는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는 언택트 라이프에 있어서 굉장히 선도적이다. 우리나라가 깔아놓은 ICT 인프라를 내가 잘 안다. 네트워크 스피드나 퀄리티가 전 세계 1등이다. 5G는 아직 거기에 못 미치지만. 내가 KT에 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곳과 계약을 직접 했는데 그들이 한국을 택하는 이유가 있다. 나라는 작지만 깔아놓은 인프라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동영상을 라이브로 보고, 산꼭대기에서도 영상이 다 터진다. 전 세계 테스트베드로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또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해저 케이블이 많이 깔려 있다. 내가 저 쪽 말레이시아 어떤 산골 동네 아이한테 디즈니랜드의 동영상 하나를 보내려면 핸드폰으로 여러 홉(Hob)을 건너야 된다. 한국에서 홍콩 건너갔다가 홍콩에서 싱가포르 갔다가 거기서 말레이시아로 들어간다. 그 홉을 누가 잘 설계해서 계약을 하느냐에 따라 네트워크 품질이 결정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봤을 때 한국의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니까 한국을 교두보로 해서 들어오려고 한다. 우리 인력도 너무 좋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영어를 하고 깨어 있다. 팬시하고 합리적이다.

“한국을 전 세계 테스트베드의 보루로
언택트 코리아로 만들어야”

A. 원격의료를 하게 해달라고 박근혜 정부 때부터 입법을 하려 했지만 다 폐기됐다. 20대 와서 다시 올렸지만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원격의료는 의사들 다 죽인다고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중증 환자, 노인들, 이런 사람들에 한해서는 열어야 된다고 해도 안 열어주고 있다가 코로나가 터지자 한시적으로 열었다. 우리 입법기관은 좋은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규제를 풀고 거기서 산업을 일으켜서 선도국가가 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빨리 찾아서 테스트베드로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가 이 테스트베드를 부러워하게끔 만들고 인바운드 아웃바운드로 수출입을 해서 한국을 전 세계 테스트베드의 보루로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할 수 있는 언택트 코리아를 만들어야 된다. 입법기관에 들어가 있는 국회의원들이 그게 뭘 뜻하는지를 알아야 되는데 깊은 고뇌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나라가 후퇴하는 거다. 나는 테슬라와 계약하면서 실리콘밸리에 자율주행차를 두 번 타고 왔다. 그 사람들은 실제 도로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를 열어준다. 그런데 한국은 6개 부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걸 정부가 컨트롤 안 해주고 있다. 부처에 가면 국회 가라 하고, 국회 가면 국토부 가보라고 하고, 아직도 그러고 있다. 언택트 라이프 사이클을 잘 만들어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우리가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ICT 덕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이런 좋은 플랫폼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입법기관은 너무 후진적이다. 정부는 더 후진적이고.

2016년 송희경 전 국회의원의 초청으로 국회를 찾은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 (출처: 송희경 전 국회의원 블로그)

“다보스 슈밥 회장이 재능기부로
한국 국회에서 왜 강연했겠는가?”

Q. 결국 이해관계 충돌 때문일 텐데.

A. 내가 2016년에 4차 산업혁명 포럼을 만들고 나서 퓨처스 아카데미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때만 해도 국민들이 알파고만 알던 시절이다. 알파고가 로봇이었어? 그러면 앞으로 로봇들이 바둑도 두는 거야? 그게 4차 산업혁명이고 디지털 전환이래,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10주 과정 퓨처스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5만 원씩 받고. 그럼 한 과목에 5천 원이다. 아침 7시 반에 국회 오면 샌드위치랑 물 한 병 드리고 내가 강사를 재능기부로 받아서 매주 강좌를 열었다. 로봇도 가르치고 AI도 가르치고. 10주를 했는데 매번 300~400명이 꽉꽉 찼다. 그래서 2주를 더 연장했다. 중간에 다보스포럼 카를로스 슈밥 회장을 초청했더니 온다고 하더라. 그런 분도 재능기부로 강의를 하고 갔다. 국회의원들도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개근을 한 사람이 많고 해서 개근상도 주고 그랬다. 기자들도 많이 오고. 그때 많이 알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작 국회는 아무 일도 안했다. 정부도 아무것도 안했다. 그 때 정부는 탄핵으로 거의 힘이 없을 때니까.

“한국은 드론 하나 띄우는데 6개월
중국은 리커창 총리가 직접 독려”

A.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4차 산업혁명위원회 공약을 했다. 그런데 그냥 자문기구로 만들었다. 대통령을 자문하는 기구지, 거기서 예산이나 부처를 컨트롤할 수 없었던 거다. 드론 하나 띄우려면 여기저기 가서 허가를 받아야 되니 6개월씩 걸리게 됐다. 중국은 그때 유인 드론까지 띄웠다. 그러니까 자꾸 (대박이) 터지는 거다. 우리 드론 특허가 세계 3위다. 산업은 20위 안에도 못 든다. 지금 중국이 1위다. 리커창 총리는 뭐든지 다 해봐, 내가 다 해줄게 그렇게 하고 있다. 나중에 평가를 해봐야 되겠지만 최소한 그렇게 컨트롤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공약만 해놓고 안하고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꾸 까먹는 것 같다. 입법기관도 다른 데 정신 팔려 있다. 그런 것들을 전략적으로 이슈화하는 데 내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2030년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A. 산업은 이미 정부와 입법기관을 뛰어넘었다. 산업이 정책을 리드하고 있다. 핀테크만 해도 금융감독위는 하지 말라고 했다. 아직까지도 불법인 게 많다. 하지만 토스 통장은 다 갖고 있지 않나. 젊은 산업인들이 입법기관과 정부를 뛰어넘어서 산업을 리드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클라우드 퍼스트’라고 해서 자국 기업을 엄청 띄워주고 있다. 우리는 브랜드 하나 만들지 못했다. 2030년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그것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육성에
너무 소홀하다”
“대기업 ICT 자회사들
자생력 없다”

Q. ICT가 워낙 방대한데 중점을 뒀으면 하는 분야가 있는가?

A.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를 생각하는데 그건 다 응용시스템이다. 그 응용시스템은 다 소프트웨어로 만든다. 하드웨어는 점점 싸지고 기능은 더 좋아지고 있다. 하드웨어 반도체칩이나 인베디드 칩에 뭐가 들어가느냐, 컨트롤은 다 소프트웨어가 한다. 음성인식,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든 것이 다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너무 안 키워놓았다. 왜 그랬을까? 대기업들에 모두 IT 자회사가 있다. 삼성SDS, LG CNS, 포스코 ICT 같은. 그런데 이게 자생력이 없다. 모회사 열심히 도우면 되기 때문에 창조가 없다. 그냥 업로드를 자동으로 해주는 자동화에만 신경 썼다. 아마존이나 테슬라를 보라. 제프 베이조스나 앨런 머스크, 이 사람들은 완전히 지니어스다. 그 사람들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기술의 기반이 소프트웨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공장인 기가팩토리 투어를 하고 밖에 나오면 수백 명의 젊은 엔지니어들이 노트북을 들고 일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테슬라 자동차의 퀄리티 체크를 하는 거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모든 것이 AI이고 AI를 만드는 게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힘이 어디서 나오냐면 어렸을 때부터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힘, 생각하는 힘, 수학과 과학 등 융합과학을 끌어내는 데서 나온다. 이런 힘을 기르도록 가르쳐야 되는 시대가 오고도 남았는데 그걸 너무 멀리 해온 거다. 내가 2016년도에 달라스에서 한미 과학자 대회가 있어서 갔는데 그때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신 분이 와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사람이 화면에 자기가 만든 소프트에어 프로그램을 띄우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의 모든 역할은 이 소프트웨어가 다 했다고 하더라. 자기는 소프트웨어를 몰랐는데 누가 코딩을 하면 빨리 계산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줘서 그걸 배우고 난 다음에 노벨상까지 갔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20~30대들 머리는 기가 막히다. 우리 청년들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저는 더 많은 산업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소프트웨어 뭐 있나 떠올려보라. 마이크로소프트, IBM은 미국이고. SAP는 독일 거고. 우리는 아래아한글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 중소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보석들이 있다. 핀테크 기업 중에 토스나 싸니자로(대출 간편이동 서비스) 같은 것도 되게 재미있는 거다. 그런 거 많다. 소프트웨어를 근간으로 둔 산업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될 때다.

“정치가 미래를 훔치고 있다”

Q. 이번 21대 국회에도 과학기술인재들이 별로 못 들어간 것 같다.

A. 과학기술인들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좋은 정책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되는 순간 자기 전문분야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5000만 넘는 인구에 국회의원이 300명이다. 굳이 과학기술 전문가가 많이 안 들어가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 정치에서 과학기술이 제일 밑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드론? 자율주행차? 지금 이 당이 사냐 죽냐 하는데 그런 거는 조금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 이런 식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젊은 세대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그런 인식이 이번에 코로나를 기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꼭 숨겨놓아야 할 데이터센터에
수백 평 주차장 지으라는 게
지금의 건축법”

Q. ICT 관련 입법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있나?

A. 이해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다. 지금은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누구나 안다. 지금은 클라우드에 다 올리고 있지 않나. 그런데 데이터센터 관련 법을 바꾸려고 하다 보니 센터를 규율하는 법이 옛날 건축법이었다. 데이터센터 하나 폭발하면 국민 생활에 미치는 타격이 어마어마하다. 지난번 아현동 KT 지사 화재 났을 때 데이터센터가 망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냥 순간적으로 네트워크가 안 됐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파급이 엄청났다. 그런데 예를 들어 정부통합전산센터가 불에 탔다 생각해보라. 그런 일은 물론 없어야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다. 그런데 민간 데이터센터 건물 관련 법을 살펴보니 그냥 일반 시설이더라. 사무시설이 100평이 되면 주차장을 얼마큼 지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사람이 들어가지 말아야 되는 시설이다.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숨겨놓아야 하는 시설이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빌딩 안에 숨어 있어서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차도 들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는 어서옵쇼 하고 주차장 넓게 지으라고 되어 있는 거다. 그러다 보니 소방점검도 더 세게 해야 되는데 안 하는 거다. 일반 사무시설이니까. 그래서 건축물 용도법을 변경해서 특별 관리하기 위해 법안을 냈다. 과기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국토부에서 거부하더라. 알아봤더니 용도변경 하나 올라오면 이 용도 밑에 해야 되는 규범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이걸 못하겠다는 거다. 공청회를 했더니 데이터센터 하는 분들이 제발 좀 해달라, 주차 한 대 하지 말아야 하는 주차장을 왜 수백 평씩 만들라고 하느냐고 했다. 어렵사리 국토위 법안소위에 올라갔다. 법안소위 들어가서 설명했는데 공무원들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보류가 됐다. 우리나라가 이렇다. 그래도 포기 안 하고 그 뒤로도 계속 그 얘기를 해서 지금은 법 개정까지는 못 가고 시행령으로 일부 바뀌기는 했다. 특정 분야 전문가가 들어가서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악화는 충분히 구축됐다
그것밖에 믿을 게 없다”

Q. 재선에 도전해보지 그랬는가?


A. 어떤 분이 그러니까 재선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러더라. 그렇지만 그러려면 지역구로 가야 하지 않은가. 그러면 내 원래 생각과 앞뒤가 안 맞게 된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Q. 21대 국회에 무엇을 바라는가?


A. 파도는 오라고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밀려오고, 겨울이 깊으면 오라고 하지 않아도 봄이 온다. 그렇듯이 지금 코로나가 촉발시킨 비대면의 시대, 언택트 시대가 오지 말라고 해도 왔다.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이산화탄소를 20% 줄여버렸다. 그렇게 원격강의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해도 안 하고 있다가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듯이 어쩌면 혁명은 그 혁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 파도 밀려오듯이 올 것 같다. 지금 21대 국회는 맞이해야 될 파도가 되게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걱정된다. 곧 대선이 오지 않나. 죽기 살기로 싸울 거다. 피를 철철 흘릴지도 모른다. 그런 야멸찬 시간이 왔기 때문에 나는 21대 국회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겸손하지 않으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다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혁명의 파도가 이미 와있기 때문에 그걸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사명이 21대 국회에 있다. 이제 악화가 충분히 구축됐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고 믿고 싶다. 그것밖에 믿을 게 없는 것 같다. 국회의원을 믿는다? 정치를 믿는다?

(사진 제공: 송희경 전 국회의원)

“프레임에 사로잡힌 정치와
권력화된 언론이 만났을 때
가짜 뉴스도 나온다”

Q. 많이 안타까운 것 같다.


A. 프레임에 사로잡힌 정치와 권력화된 언론이 만났을 때 가짜 뉴스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가 아무리 활성화되고 아무리 세다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의 시민의식을 짓밟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걸 믿고 싶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살려 줄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배달의민족이 얼마나 위대한지 이미 알아버렸다. 우리 시아버님도 앱 열어서 배달하는 거 가르쳐달라고 하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짜장면 시키려면 표딱지 같은 거 냉장고에 붙여서 전화했는데 앱 통하면 다 된다는 거 봤잖은가. 그게 다 그렇게 돼버렸는데 이제 어떻게 하겠느냐. 국민들이 현명하게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A. 기업에서 30년 일했고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해봤다. 사회 전반적으로 미래 혁신을 향한 목소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조금 더 거시적인 지평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 선진국 청년들의 모습을 봤다. 지금 우리 청년들의 탁월한 점과 부족한 점도 대체로 안다고 생각한다. 창업하는 분들에게 자문이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4년간 산업 인프라와 국가 정책을 연결하는 부분이 약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각자가 서로 자기 얘기만 한다. 적절한 이슈를 만들고, 또 목소리를 내고, 솔루션을 만들고자 한다. 기업은 기업 얘기를 하고, 시민단체는 고용을 얘기한다.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자 한다. 전통산업과 미래 기간산업 간 이해 상충. 남녀·세대 갈등과 정파 충돌을 4년간 봤다.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긍정적 해석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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