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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좌담 / 미중 갈등] “지금은 신냉전 아니라 1∙2차 대전 중간과 비슷” “한국이 서둘러 선택할 필요는 없다”

황세희(여시재 미래디자인실장)

2020.06.12 3302

(출처: 왼-AFP / 오-연합뉴스)

COVID-19의 지구적 확산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글로벌 리더십 공백 상황은 빠른 시간 내에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 미국과 중국은 여기에 더해 국내 거버넌스에서도 결정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중국은 홍콩에 대해 2047년까지 ‘일국양제’를 보장한다는 국제적 약속을 깨고 홍콩보안법 제정 절차 개시를 강행했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기반한 인권 문제가 폭발했다.


미∙중은 무역-기술-제조로 이어진 충돌의 전선 과정에서 자국 중심의 GVC(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줄 세우기에 나섰다. 협박과 보복은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금융과 화폐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이제 먼 얘기가 아니게 됐다. 미-중 충돌과 COVID-19 사태의 결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재)여시재는 국제정치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미중 대립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전망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용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보영 문화일보 국제부장, 오광진 조선비즈 정보과학부장이 참석했다. 이용욱 교수는 국제 정치 경제 전문가로 여시재의 글로벌 경제질서와 미중 경쟁 연구에 참가해 오고 있다. 신보영 부장은 워싱턴 특파원을 역임했고, 오광진 부장은 중국 특파원을 두차례 지냈다.

<좌담회 참석자>

이용욱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보영 문화일보 국제부장
오광진 조선비즈 정보과학부장
황세희 여시재 미래디자인실장(사회)

“미중 강대강 국면은 장기화될 것”

참석자들은 우선 미중의 강경 대치가 적어도 올 11월 미 대선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일치했다.

오광진 부장은 중국이 ‘가치 투쟁’에 주목하고 있다고 봤다. 시진핑 집권 이후 계속되어온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 강화가 조지 플루이드 사건 과정에서 자신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조지 플루이드 사건은 중국이 알고 있는 서방, 벤치마킹해야 하는 미국의 혼란을 보여주고 있고 중국은 이 부분을 자신들의 체제를 선전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라는 극단적 인물이 주도
그러나 反中 미국 내 컨센서스”

신보영 부장은 미국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미중 패권 경쟁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강력한 컨센서스가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라는 극단적인 인물이 과격하고 거친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이사장이 포린 어페어즈지에 기고했던 것처럼 자국우선주의와 포퓰리즘 같은 기존의 흐름들이 COVID-19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용욱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용욱 교수는 국제질서가 불안정해질 수 있는 3가지 리스크가 현재 동시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세 가지 리스크란 1) 강력한 도전자의 등장, 2) 강대국 국내 정치의 불안정, 3) 국내 불평등의 심화인데, 현재의 미중관계에서는 세 가지 리스크가 함께 작용하고 있는 만큼 불안정한 국제질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더해 미국의 반중 조치가 상호의존이 심화된 국제사회에서 뚜렷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측면에도 주목했다. 이 교수는 홍콩 내 존재하는 미국 기업이 법인 1300개, 일하는 사람이 8만 5000명, 미국의 대 홍콩 연간 수출 흑자가 3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홍콩 사태에 강압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줄 세우기 강요하는 미중

세 사람은 리쇼어링, 중국 중심 밸류체인에서의 이탈과 재편성, G7 확대 논의로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세력 경쟁이 전 세계 국가들에게 다양한 줄 서기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신보영 문화일보 국제부장

신보영 부장은 트럼프가 지금까지 보여온 동맹 줄 세우기의 대표적인 방법이 위협과 강압이었다고 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로 국내적 위상이 악화되고 있고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가 강압과 위협의 동맹국 줄 세우기를 지속하리라고 보았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직접 취재했던 신 부장은 트럼프의 게임을 이렇게 분석했다. 일단 적을 다 만들어놓고 상황에 따라 특정 한 명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다가 계속 타깃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이러한 전략은 유지되고 있는데 다양한 대립 국면과 다양한 충돌 이슈를 만들어가며 끊임없이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극단적 줄 세우기
EU 이탈 현상 초래”

이용욱 교수는 이러한 트럼프의 극단적인 줄 세우기 전략이 유럽 이탈 현상을 초래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지난 5월 27일 EU는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7천500억 유로 규모의 기금 조성을 제안하였다. EU가 추진하는 기금의 상당액은 COVID-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남부 유럽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독일과 같은 재정 건전국가가 당초 반대에서 찬성으로 결국 선회하여 구상이 가능해진 것은 유럽이 미국에 줄 서기 전에 유럽 전체가 단합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정치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최종 대결은 금융에서 벌어질 것”

강대강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중의 최종 경쟁은 금융부문에서 벌어질 것이라는 데 세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용욱 교수는 미중 비대칭의 핵심이 달러 중심 체제에 있으며 달러 트랩을 통해 미국이 무제한적인 금융 파워를 행사할 수 있음에 주목했다. 달러 트랩이란 달러 결제 시스템 자체가 어려워지면 달러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종속되고 마는 상황을 의미한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이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신보영 부장 역시 화웨이 보이콧이나 탈중국 글로벌 공급망 구축 보다도 강력한 카드가 금융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미국이 행사하는 대표적인 제재 카드가 미국 중심 금융망에 대한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인데 중국 물품이나 화웨이를 썼을 경우에 그 나라 국가나 기업, 개인이 금융 거래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믿을 수 없는 국가라는 논리를 내서워 아시아 태평양의 각국에 인도태평양 전략과 EPN(경제번영네트워크) 참가를 강요하고 금융 카드로 위협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금융 관리 이미 시작”

오광진 조선비즈 정보과학부장

오광진 부장은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금융거래를 이미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미 미국 정부에서 미국 연기금의 중국 투자 금지, 중국 소유 미국 국채에 대한 디폴트 경고 등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대중국 달러 결제 시스템 차단을 실시하는 카드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부터 중국은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대일로 참여 국가를 위안화 결제 시스템 확장의 축으로 삼고, 동시에 오일 결제에도 위안화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cf. 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경제번영네트워크)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는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형성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별도의 글로벌 공급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 反中 경제 블록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이 표현이 나온 것은 지난 5월이지만 검토는 꽤 오래전부터 이뤄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든 선택 병행하면서 한국의 공간 넓혀야”

세 전문가는 미중 경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선택을 동시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오광진 부장은 G7 확대 참여, RCEP, 한중일 FTA 등 다양한 선택지를 병행 추진하는 것이 한국의 가치를 높이고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cf. RCEP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여기에 호주 뉴질랜드 인도 3개국 등 아태지역 16개국이 참여하는 일종의 FTA. 2019년 11월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간 협정이 타결되었고 올해 최종 타결 및 서명 예정이다.

“미국 구상에 서둘러 선택할 필요는 없다”

이용욱 교수는 EPN처럼 미국 자신도 구체화하지 못한 다양한 구상에 대해 한국이 서둘러 입장을 취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을 하였다. 신보영 부장은 11월 대선까지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나 한국에게 주어진 공간에는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향후 국제질서의 지분을 점유하는 데에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왼 - 지난해 홍콩 시위 모습(출처: AP) / 오 - 미국에서 벌어진 조지 플루이드 사망 사건 관련 시위 모습(출처: AFP)

미중관계는 신냉전이 아니라
戰間期 질서와 유사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향후 미중관계를 이해하는 시각을 공유했다.

이용욱 교수는 현재의 미중관계가 ‘신냉전’이라기보다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戦間期)’에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전간기에는 국제경제질서를 무너뜨린 3대 사건이 있었는데, 첫째 통화시스템으로서의 금본위제 붕괴, 둘째 자유무역의 몰락과 보호무역의 부상, 그리고 자본자유화의 종식이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과도한 자유주의로 국내 계층 간 불평등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여러 국가들의 극단적인 포퓰리즘 정치가 발호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아무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미중 간의 극단적인 강대강 대결이 전간기 질서와 부합하는 상황을 우려하였다. 어떤 상황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신냉전은 드러나는 양상에 불과
실제는 패권과 사회 패러다임 이동에 부합”

신보영 부장은 신냉전은 일종의 양상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패권과 사회 패러다임의 이동에 부합한다고 지적하며 이 교수의 시각에 동의를 표했다. 미중 갈등과 충돌이 향후 20~30년 지속되리라고 보고 이 과정에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한국의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핵 리스크와 함께 정권 교체에 따른 급격한 정책 변화가 한국을 바라보는 큰 리스크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정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합의를 도모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했다.


오광진 부장은 이에 더해 미중 대립과 경쟁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성찰하는 태도와 자세를 통해 현재의 불안정한 위기 국면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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