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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COVID-19 시대 / 新산업 ② 로봇] PC→모바일→로봇, 누가 OS를 쥘 것인가? - 산업과 사회적 대비 아우르는 ‘로드맵’ 시급히 만들어야

여시재 로봇산업연구팀 (책임 연구원: 송보희 SD), 대표저자: 박현섭 (티로보틱스 R&D 센터장·전 KAIST 교수)

2020.05.13

COVID-19는 세계를 넓고 깊게 바꿀 것이다. 한계에 봉착했던 한국의 산업에는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재)여시재는 지난 1년여간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산업’의 길을 찾기 위해 7차례의 공개 토론회와 수없이 많은 내부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 내용을 토대로 하되 COVID-19 사태로 바뀌고 있는 새로운 질서를 감안, 우리 산업이 집중해야 할 네 가지 신산업 분야를 선정해 혁신의 길을 찾는다. 이번 두 번째는 ‘바이오헬스’에 이어 ‘로봇산업’이다. ‘로봇산업’은 ‘로봇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요약문과 함께 전문을 첨부한다.

게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바이오헬스(링크)
2. 로봇
3. 드론
4. 스마트시티

[2. 로봇 summary]

디지털전환+COVID-19
무인화시스템 가속화 불가피

지금 세계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첫째다. 여기에 COVID-19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태가 결합됐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가리키는 지점이 있다. 非접촉, 더 나아가 로봇사회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광범위하게 빼앗아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있지만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로봇은 인간과 시장논리, 즉 인건비와 로봇 투자비용의 경쟁관계를 통해 성장해왔다. 그러나 COVID-19는 로봇산업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인화 시스템이 확산을 가속화할 것이고 이것이 뉴노멀이 될 수도 있다. 그 중심에 다양한 로봇이 있다.

보스턴컨설팅 그룹,
“제조업 로봇化
5년 후 2.5배 수준으로 올라갈 것”

로봇은 현재는 자동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산업과, 로봇청소기를 떠올리면 되는 생활 기술로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이 추세는 점점 가팔라질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용접 공정의 로봇 비용(시급 환산 시)은 8달러대, 인건비는 23달러대다. 자동차 공장에서 많은 로봇이 사용되고 있는 이유다. 전자 산업의 경우 고기능 로봇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재는 가격이 높으나 이것 역시 곧 역전되는 상황이다. BCG(Boston Consulting Group)에 의하면 제조용 로봇은 현재 전체 제조업 공정의 10% 수준이지만 2025년까지 2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조인력의 주 공급원인 동남아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한편 로봇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동시에 기술은 발전하고 있어 점차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 맥도널드의 경우 최저 시급이 15불 수준에 이르면 주문 키오스크는 물론, 감자튀김을 담기만 하는 로봇, 팬케익을 굽기만 하는 로봇 등이 머지않아 도입될 전망이다.

로봇은 인식(Sense, 오감)하고, 상황을 판단(Think, 두뇌)하고, 자율적으로 동작(Act, 팔/다리/손)하는 지능기계 시스템이다. 로봇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의 기술을 결합한,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기계공학+전자공학의 복합 기술)의 세계다. 로봇은 원래 공장에서 가장 먼저 활용되기 시작해, 점차 인간과 ‘협력’하는 단계로 변화했다. 앞으로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 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훨씬 다양한 잠재력을 갖게 되었다. AI와 로봇의 관계는 흡사 인간의 두뇌와 신체와의 관계와도 같다. 예컨대 인공지능 스피커 기술은 공항, 쇼핑몰, 공공기관 등에서 안내 로봇에 탑재되어 사용된다. AI 기술의 발전은 모든 로봇 동작과 작업 분야로 확산 중이다.

로봇 기술 미국이 압도적 1위
부품은 스위스와 일본이 선두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는 산업 경쟁력, 국가 경쟁력이다. 두 번째는 이것이 사회에 미칠 영향이다.

먼저 경쟁력 측면이다. 현재 로봇이 산업에 가장 광범위하게 도입되어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한국도 제조업 단위 종사자 기준으로 치면 세계 1위다. 그러나 로봇 기술 측면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유럽과 일본이 그 뒤를 따른다. 특히 일본과 스위스가 로봇 부품에서 세계 강자다. 글로벌 로봇 산업과 기술을 이끄는 국가는 미국이다. 제조용 로봇은 원래 미국에서 개발되었으나 제조 공장 해외 이전 등 자국 내 제조업의 축소로 인해 일본, 유럽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그러나 수술로봇, 국방로봇, 가정용 청소로봇, 외골격 로봇, 자율주행차 등 서비스 로봇에서는 미국이 다시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어 최고 수준의 로봇기술을 보유한 국가라 할 수 있다.

아마존 구글 같은 글로벌 IT기업들
로봇 시장마저 장악

최근의 로봇 관련 뉴스와 관련된 기업은 KUKA, ABB, Yaskawa, Fanuc 등과 같은 전통적인 로봇 기업들이 아니다. 아마존, 구글, 소프트뱅크, 도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과 같은 글로벌 IT 거대 기업들이다. 아마존은 주문받은 물품을 창고에서 포장하는 곳까지 찾아오는 작업에 Kiva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작업자가 해오던, 10시간 근무시간 내에 1000개 이상의 물품을 처리해야 하며 20km 이상을 걸어 다녀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이러한 힘든 작업을 로봇으로 성공적으로 대체하였고, 부수적으로 작업자 실수로 발생하는 물품 배송 오류도 크게 낮추었다. 거의 모든 IT 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로봇 OS 상용화 본격화되면
제2의 윈도우 될 것

기술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였으며 다음은 로봇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로봇 OS를 누가 어떻게 주도하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PC와 모바일에 이은 로봇 운영체제(OS)는 현재는 공개 솔루션에 기반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된다면 제2의 윈도우, MAC과 같은 SW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로봇은 인간과의 대화, 감정 교감 등을 통해 인간에 관한 Data를 수집할 수 있는 최적의 디바이스다. 사람의 구매 결정, 행동 패턴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면 상품기획,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로봇기술은 산업 전반에 파급되는 기술로 한 국가의 로봇기술과 국가 경쟁력은 점차 밀접해질 것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무인기, 무인차, 심지어는 로봇 병사에 이르기까지 로봇기술이 파급되고 있다. 제조 경쟁력은 스마트한 로봇 일꾼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스마트 농업, 정밀농업 등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필요하며, 고령화 사회에 있어 간병 보조 로봇, 무인 배송을 통한 인터넷 상거래 경쟁력 강화 등도 사례가 될 수 있겠다.

현재 세계는 로봇기술, 이것이 불러올 사회적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국가·사회 문제 해결책으로 로봇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유럽과 일찍이 로봇과 공생하는 사회 Co-Robot을 예견하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제조 로봇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 로봇 산업을 주도하려는 일본과 세계 공장의 경쟁력과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중국의 로봇에 대한 전폭적인 정부 지원 등 우리는 로봇기술 세계 경쟁에 직면해 있다.

우리 로봇 기업들 매출 규모
세계적 기업들의 10분의 1 수준

우리의 로봇기술 발전 전략은 아직 로봇 산업의 관점에서 머물러 있다. 면밀한 국가 차원의 비전과 정책 수립 또한 미흡하다. 이것이 10여 년 넘게 로봇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육성했지만, 그에 대한 성과는 미흡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미국은 2011년부터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Co-Robot 시대를 예상하고 로봇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유럽도 로봇을 하나의 산업 차원이 아니라 고용, 인구변화 등 국가·사회 문제의 해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는 로봇기술 면의 역량은 충분하다. 그러나 총체적인 역량을 살펴볼 수 있는 기업, 연구인력, 부품 등에서는 밝지 않다. 제조용 로봇 분야의 세계 선두기업에 비해 우리나라의 제조용 로봇 기업은 3~4개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나마 해외 선두기업의 로봇 분야 매출이 1~3조원 규모이지만 우리나라는 1000~2000억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재료비의 60~70%를 차지하는 주요 부품(모터, 감속기, 제어기, 센서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인력을 살펴보면 정부출연연구소를 포함한 6개 로봇전문연구기관의 전체 정규 연구인력이 100여 명 수준이다. 선두기업 1개의 연구 인력과 예산에도 못 미친다.

‘로봇 사회’에서 짚어보아야 할 점은 1) 로봇에게 일자리를 내어주는 근로자, 2) 로봇 시대에 생겨나는 새로운 일자리와 이에 대한 교육, 그리고 3) 로봇기술 발전 방안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 같다. 범부처 차원의 큰 그림이 만들어져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로봇 전문가 R&D 조직 만들어야

□ EU에서 배우자
정부의 R&D 과제 운영에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개발 대상과 개발 목표 항목이 이미 결정되어 지원 과제가 공고되고 있는데, 2등 제품을 국산화 차원에서 개발할 때에는 이렇게 해도 된다. 그러나 로봇은 대부분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R&D이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도 개발제품이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EU는 로봇 전문가 조직을 통해 전체 과정을 관리한다. 우리나라 보다 10배 이상의 자원(인력, 예산 등)을 투입한다. 우리는 주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연구과제를 도출하는데, 위원회에서 발굴되었다면 이미 누구나 다 아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의 독창성을 키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로봇전문연구소 설립
로봇 연구 조직들을 통합해 키우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그 조직을 통해 연구 인력 풀을 확보하고 기술 전수와 확산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 DARPA에서 배우자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성공 요인 분석이 필요하다. DARPA는 2~3페이지로 정리된 과제제안서에 근거해 과제 발굴을 진행한다. 전설적 과제관리자 하일마이어가 만든 9항 ‘교리문답’이다. 우리 과제계획서와 일견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놀라운 점은 수백 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우리나라의 과제계획서 안에 DARPA의 간단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과제 개요’와 DARPA의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의 ‘개발목표’와 DARPA의 ‘당신의 방법에 새로운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는가?’에도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단순히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같이 결과 위주로 기술하게 되어 있는 반면 DARPA에서는 과정, 연구전략을 묻는다. 국내 과제계획서를 봐도 과제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과 우리 상황은 달라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큰 그림 그려야

□ 대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국내 대기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국내 로봇기술 및 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산업 및 큰 규모의 기업들이 필요하다. 민간기업의 활발한 아이디어와 벤처자금의 원활한 공급 생태계를 갖춘 미국은 정부 R&D가 원천기술만 지원해도 충분하나, 우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미래사회에 다가올 인공지능과 로봇 사회에 대해 선견지명을 갖춘 기업이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이끌어 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기본소득은
과격한 혁명적 구호가 아니다

□ 로봇사회 통합로드맵 구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도 로드맵이란 이름으로 많은 보고서가 작성되어 왔다. 하지만 기업의 현황과 기술 수요 반영이 어렵고, 또한 로봇이 활용되는 분야별 정확한 수요 파악이 되지 않아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보다 다양한 현장의 상황을 담고 또한 일과성이 아닌 매년 성과 반영과 업데이트를 통한 실질적인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로봇 사회로 가는 로드맵’이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근로자의 재교육 및 취업, 로봇 사회를 대비하는 신규 일자리의 창출 및 교육 등 범부처 차원의 종합적인 로드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업은 직종 불문, 전방위로 일어나고 있다. 육체노동과 지적 노동의 구분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증권거래인, 기자, 심지어 정신분석가도 대체 가능한 직업군에 해당한다. 로봇 의사는 이미 임플란트 수술에 성공했고, AI는 변호사처럼 소송장을 찍어내고 있다. 로봇으로 인한 대량 실업은 영구적일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소득 양극화의 심화다. 빌 게이츠 등이 로봇을 사용하는 회사가 ‘로봇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산업혁명과 달리 기술혁명은 인간이 재교육과 훈련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다. 기본소득은 인도, 캐나다, 핀란드에서 정책 실험이 진행 중이고, 미국에서도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과격한 혁명적 구호가 이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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