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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버넌스 ② / 중국] 黨 초기대응 실패가 중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

안치영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원장)

2020.04.05

黨 초기대응 실패가 중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
‘둑 무너뜨려 많은 사람 살리는 방법’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


베이징 천안문 광장 모습

필자 안치영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학사), 정치학과(석-박사)에서 공부했다. 중국 공산당사와 중국 현대정치사가 주 전공 분야다. 「 덩샤오핑 시대의 탄생(2013)」 등 여러 저서가 있다.

초기 실패
중-후기 통제 성공은
동전의 양면

코로나19로 미증유의 경제적 영향이 예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적 질서 변화와 현대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하는 대사변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영향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월 말까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실책에 대해 중국 내외의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 지도체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개연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예측이 있었다. 이 초기 대응 과정에 드러난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금도 중국의 통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통제가 해제된 이후 재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중국 상황에서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한 통제가 방역의 유효한 방법이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의 저변에는 모두 당 중앙과 시진핑 권력집중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초기의 실패와 중-후기 성공이 한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 동전의 양면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시진핑 권력 집중은 개혁·개방 시기에 대한 역전과 후퇴 포함

시진핑 시기 권력 집중은 직접적으로는 강력한 반부패 투쟁을 통한 반대세력 제어와 관련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백 년에 없는 대변동의 국면”이라고 하는 국제질서의 세계사적 전환에 직면하고 있으며 ▲중국의 개혁이 모두가 동의하는 쉬운 문제의 해결은 완료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만 남아있는 상황에 봉착하였으며 ▲개혁개방 이후 형성된 집단지도체제로 인한 권력 분립의 부작용으로 최고지도부 내부의 갈등이 발생하는 등 기회와 위기가 중첩되는 복잡한 상황의 출현과 관련된다. 시진핑 체제는 권력 집중을 통한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의 구성을 통하여 그러한 상황을 돌파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거버넌스 체계의 변화는 개혁·개방 시기에 이루어진 정치체제 개혁의 방향에 대한 일정한 역전과 후퇴를 포함한다. 개혁 시기 정치체제 개혁의 핵심은 종신제 폐지와 집단지도체제의 형성 및 당정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분권화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한 권력 분산과 제도화, 법제화와 더불어 부분적이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선거를 비롯한 민주적 기제의 도입을 점진적으로 확대시켰다. 그렇지만 시진핑은 개혁 시기 정치개혁의 일정한 역전을 통하여 당과 최고지도자에게로 권력을 집중하고 당-국가체제를 강화하는 재집권화를 단행하였다. 왕치산은 “당과 정부의 분업은 있지만 당정분리는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당정분리를 명시적으로 부정하였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핵심’으로 호칭되는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과 시진핑 개인 권위의 강화를 통하여 집단지도체제가 취약해졌다. 게다가 누구도 종신제를 하자고 명언하지는 못하지만 국가 주석 임기 제한 폐지 개헌을 통해 이미 폐지된 종신제 관련 제도적 기제를 약화시켰다.

지난 3월 10일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신화통신)

“당이 모든 것을 영도”
문화혁명期 표현 黨章에 명문화

그러한 역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당과 정부, 군대, 민간조직, 학교와 동서남북과 중앙에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政軍民學 東西南北中 黨是領導一切的)”는 표현이 당장(黨章)에 명문화된 것이다.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것은 1940년대 등장한 중공 거버넌스 체계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당과 정부, 군대, 민간조직, 학교와 동서남북과 중앙에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표현은 문혁 후기인 1974년 7월 1일 ‘인민일보’ 사설에서 그 완전한 형태가 처음 등장한 것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개혁은 문혁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혁의 언어를 당장에 명문화하는 것의 의미는 분명하다. 그것이 문혁에 대한 재평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문혁시기의 어떤 요소에 대한 긍정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 중앙에 하나의 존엄 있어야”
시진핑 발언, 北 수령론과 닮아

말 그대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하는” 당-국가체제에 대한 긍정과 더불어 문혁시기와 같은 집중된 권력구조에 대한 긍정이 그것이다. 19차 당 대회에서 개정된 당장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영도를 견결하게 수호한다”고 명문화한 것이 그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2018년 조직공작회의에서 시진핑에 의하여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당 중앙은 대뇌이고 중추다. 당 중앙에는 반드시 하나의 존엄에 의하여 정해지고 최종적 결정을 하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여기서 ‘당 중앙’을 수령으로 바꾸고, 하나의 존엄이 최고 존엄을 의미한다면, 시진핑의 발언은 북한의 수령론과 닮아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존엄에 의하여 정해진다(定于一尊)”는 것은 ‘사기’의 「진시황본기」에 등장한 황제의 권위에 대한 표현이다. 문혁뿐만 아니라 전통 황제의 권위에 대한 표현을 차용한 것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것은 권력구조와 거버넌스 체계 변화의 목적이 “최종적 결정권을 갖는 인적 권위체의 형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위한 기초가 시진핑 시기 최종적으로 체계화된 ‘네 개의 자신감(四個自信)’이다. ‘네 개의 자신감’은 중국의 발전 노선, 이론, 제도,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의 발전 노선, 이론, 제도, 문화는 사회주의와 개혁개방의 그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것과 혁명 전통은 물론 중국 장구한 역사 전통을 통하여 형성된 것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네 개의 자신감’은 중국의 혁명과 사회주의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전반에 대한 긍정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중국적 발전 노선과 이론과 제도를 재구성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혁명은 중국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기 부정의 결과
시진핑은 그것을 다시 세우겠다는 것

중공과 중국혁명은 근대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중국의 근대는 아편전쟁이 상징하는 서세동점(西勢東漸)과 5·4운동이 상징하는 중국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기 부정의 결과였다. 그런 점에서 중공과 중국혁명은 그것을 아무리 “중국적”이라고 수식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부정과 서구적 원류에서 기원하는 것이었다. 문혁시기 “구사상, 구문화, 구풍속, 구습관에 대한 파괴”의 기치 아래 곡부(曲阜)의 공자 사당 대성전을 불태운 것이 그 정점이었으며, 개혁개방도 근본적으로는 서구 지향적 전략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하여 고속 발전을 하여 2010년에는 G2로 부상한데 비하여, 20세기 말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가 몰락했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에 봉착하고 서구에서 극우세력이 등장하는 등 서구의 퇴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한 상황 전개는 점진적으로 근대 이후 형성된 중국의 인식 변화를 불러왔다. 1990년 이후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긍정이 나타났으며, 심지어는 천안문 광장에 공자상이 세워지기도 했었다. 그 결과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민족주의적 목표를 “중국몽”으로 제기하였으며,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는 2050년에는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강국몽”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내부 정치적 구상이 권력구조와 거버넌스 체계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하여 개혁개방과 사회주의와 혁명은 물론 역사와 전통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홍콩 시위 당시의 모습 (출처: AP 뉴시스)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사태는 필연적 사건

중국의 부상은 그 자체가 미국 중심의 현존 세계 질서에 대한 교란 요인이라는 점에서 미중 충돌은 시간 문제였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제기하는 목표와 “인류운명공동체”와 같은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적 담론의 제기는, 그것이 어떤 의도에서 출발했든,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 점에서 2018년 이후 본격화된 미중 무역 분쟁은 필연적 사건의 계기적 발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9년 발생한 홍콩 시위와 위기도 중국의 거버넌스 체계 재구성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를 선언한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는 홍콩에 대하여 일국양제를 통한 고도자치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전면적인 관치권(管治權)를 강조한다. 그것은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며, 작년 홍콩 시위와 위기는 바로 그러한 배경과 관련된다.

홍콩의 부분적 불안정이 중국 지도부에겐 유리

그렇게 보면 미중 무역 분쟁과 홍콩 위기는 중국의 부상 과정에서 발생한 필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뿐만 아니라 홍콩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홍콩 위기의 지속은 중국 체제의 한계와 시진핑 시기 경직화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중국의 지도부로서는 홍콩의 안정화가 필요하지만 양보를 통한 안정화에는 크게 유인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홍콩 민주화의 확대가 대륙의 민주화 요구를 촉발시키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홍콩의 시위가 대륙 인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홍콩 시위대의 외세 의존적 태도로 인하여 오히려 대륙 인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국면이다. 홍콩 시위가 대륙 인민들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홍콩의 안정을 위하여 중국 정부가 양보함으로써 대륙의 인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홍콩의 부분적인 불안정의 지속이, 중국의 지도부에게는 훨씬 유리하다. 미중 무역분쟁 상황에서 외세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홍콩의 위기는 중국 인민들의 내부 단결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으로
중국식 통제의 유효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

이에 비하여 코로나19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였다. 시진핑 체제는 거버넌스 체계의 변화를 통하여 효율성 제고를 추구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대응의 실패는 집중된 권력의 비효율성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집중된 권력을 통한 동원과 통제가 역병에 대한 대응과 확산 방지에는 유효함을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중국이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확산이 통제 불능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것은 코로나19가 중국의 거버넌스 변화의 한계와 유효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지만, 외부적 상황에 의하여 유효성이 점점 더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통제가 해제되고 사회적 생산이 정상화된다면, 코로나19의 중국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은 아주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제한적인 수정 이상의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신천지 대응’을 이해 못 해

그것은 중공과 중국인들의 중국 상황과 민주에 대한 인식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중공과 중국인들의 인식의 근저에는 14억 중국인들의 안정과 민생이 근본적인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는 바로 그러한 문제였으며 중국인들의 초기 불만은 중공과 중국정부가 그것을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강제력을 동원한 부분적인 희생은 중국인들에게는 14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자원이 제한된 14억 대국에서 모두를 위해서는 그러한 희생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홍수로 인한 많은 희생을 줄이기 위해 둑을 터트려 일부를 희생시키는 것을 결정해야 했던 전통 중국 관료들의 운명을 현대 중국의 지도자들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방법은 중국 사람들이 국정(國情)이라고 하는 상황의 문제이며, 그러한 상황에서 유효한 결과를 만들어내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러한 중국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신천지가 문제가 되었을 때 우리가 신천지를 왜 금지시키지 못하는지를 중국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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