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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e핸드북 / 질병과 의료에 대한 쉬운 지식 ③] 질병도 문명 변화에 동행한다 - 1차 대전 후 콜레라 장티푸스, 2차 대전 후 홍역 볼거리 획기적 극복, 이제 만성질환 거쳐 알츠하이머와 우울증 사회로

여시재 미래의료 연구팀, 대표 저자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서울대 공공의료사업단장)

2020.03.01

(재)여시재가 2019년 한해 진행했던 연구 결과물 발신을 시작합니다. ‘미래의료’ ‘중국의 변화’ ‘도시순환과 황해오염’ ‘디지털이 바꾸는 세상’ 등 다양한 분야입니다. 그 첫 번째로 ‘미래의료’ 7편을 순차적으로 내보냅니다.

여시재는 그동안 서울대 의대 홍윤철(예방의학과) 교수 연구실과 함께 1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인류 문명의 진화 속에서 질병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질병이 인류의 고통이 될 것인지, 디지털 기술은 의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지,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미래 도시의 모델은 무엇인지, 1년 동안 많은 질문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여시재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질병과 의료에 대한 쉬운 지식’이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연구서를 제작했습니다. 의학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습니다. 인간의 몸과 자연, 인간의 몸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디지털 의료 기술의 혁신과 미래 의료에 관해 간편하면서도 일관된 시각을 갖기 원하신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전체 7편 중 1~4편은 역사 속의 질병과 의료, 5~7편은 우리가 본격적으로 맞이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와 의료로 편성했습니다.

여시재는 앞으로 다른 과제에 대한 연구결과물도 순차적으로 내보낼 예정입니다. 모든 연구결과물은 ‘e-핸드북’ 형태로 발신됩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연재물을 모두 묶으면 특정 분야에 대한 종합적 지식을 담은 한 권의 책이 될 것입니다.

‘질병과 의료에 대한 쉬운 지식’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문명의 탄생과 질병의 시작(링크)
2. 도시, 질병의 극복과 새로운 문제(링크)
3. 새로운 질병의 탄생

4. 새로운 패러다임과 미래의 질병
5. 의료기술의 혁명적 진화
6. 미래의 새로운 의료 기준
7.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의료

<대표 저자 홍윤철>
1960년생.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및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간과 사회의 상호관계, 특히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이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국제저널에 30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하였으며 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 그리고 세계보건기구의 정책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질병의 탄생』과 『질병의 종식』이 있다.

<3편 요약문>
※ 3편 전문은 하단 첨부파일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감염성 질환 줄자
만성질환이 심각한 위협으로

질병은 문명의 변화와 동행한다.

전근대 시대, 인류를 위협한 질병은 대부분 감염병이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한번 휩쓸면 수천만 명이 죽기까지 했다(1·2편 참조). 영국과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생활환경, 도시위생을 개선함으로써 전염병을 줄이는 데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전염병을 사실상 다스릴 수 있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1차·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였다. 20세기 초반 항생제의 개발로 콜레라, 장티푸스, 결핵과 같은 세균성 전염병 질환을 감소시켰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홍역, 볼거리,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면서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유행을 상당히 감소시켰다. 1948년 설립된 세계보건기구(WHO) 역할도 컸다. 물론 지금도 항바이러스제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아 사스, 에볼라, 이번의 신종 코로나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유행하곤 한다. 하지만 에이즈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바이러스성 전염병도 약제의 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질병으로 변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항상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염성 질환의 위세가 줄어드는 이면에서 만성질환이 인류의 건강질환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떠올랐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암 등 만성질환이 크게 늘어났다. 선진국일수록 암과 심혈관 질환이 사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현대 문명 200~300년의 변화
인류 유전자가 적응 못해

만성질환은 인간 유전자가 생활환경 변화에 대한 부적응에서 비롯된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유전자는 대부분 수렵·채집 시기의 생활환경에 적응된 유전자다. 이것이 특히 2차 대전 후 급격하게 변화된 식생활, 신체 활동량, 화학물질 사용 증가와 충돌하게 되었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만성질환이다. 이런 질환들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다. 사회적 환경, 문명의 변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20세기 후반만 해도 산업화된 선진국에 국한되어 있던 만성질환이 지금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유행병처럼 증가하고 있다. 2030년이면 아프리카 저개발국까지도 만성질환이 중요 사망원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6년엔 전 세계에서 5700만 명이 사명하였는데 그 중 4100만 명이 만성질환에 의한 사망이었다.

현대 문명은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다. 불과 200~30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유전자가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농업혁명 이후 곡물 위주 식생활을 해온 데다 산업혁명 이후 동물성 지방 섭취가 크게 증가했다. 술은 문명이 시작되면서 등장했지만 담배는 15세기 이후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거기에다 신체활동이 크게 부족해졌다.

2차대전 후
분자생물학과 제약산업 발전
암도 머지않아 극복

하지만 의과학도 동시에 발전하고 있다. 2차 대선 후 분자생물학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제약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 결과 만성질환도 조금씩 잡아나가는 상황이 되었다. 암도 머지않아 극복될 것이라고 말해도 크게 무리 없다.

치매 환자 28년 만에
2.5배로 증가

그러나 그 자리를 알츠하이머와 치매, 그리고 우울증이 서서히 차지해나가고 있다. 사회구조의 변화, 노인인구의 급증과 연관되어 있다. 알츠하이머를 개념적으로 정의한 사람은 1906년 독일 알루아 알츠하이머였다. 알츠하이머는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베타 같은 단백질이 엉겨 붙으면서 초래된다.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60~70%를 차지한다. 단백질 엉김은 한번 진행되면 원래로 돌리기 어렵다. 1990년 2020만 명이던 세계의 치매 환자는 28년 후인 2018년에 2.5배인 5000만 명으로 늘었다. 2050년엔 1억50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현재 8000억 달러 이상이다. 현재로서는 치매는 진행속도를 다소 늦출 수는 없어도 치료할 방법은 없다. 미래에 치매 환자를 돌보는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다. 삶의 여러 단계에서 생활습관 개선으로 대비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WHO, 2030년 되면
우울증이 부담 순위
1위 될 것으로 전망

더 무서운 것은 우울증이다. 일평생에 걸쳐 여성은 15~20%, 남성은 8~10% 정도 우울증을 겪는다. 경미한 우울증까지 합하면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될 것이다. 매년 80만 명이 우울증으로 자살한다. WHO는 2030년이 되면 우울증이 인류가 겪는 질병의 부담 순위에서 심장질환이나 암을 제치고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래 초연결사회
인간이 네트워크에 압도당하면
우울증 대유행 가능성

우울증은 일상적 감정 변화와는 다르다. 여러 사회적 요인과 함께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관계있다. 미래사회는 초연결사회라 한다. 독립적 인간이 아니라 거대한 네트워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가 되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위협이나 불안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정신질환의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존감을 상실하고 심각한 존재 불안감을 겪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개별 존재가 시스템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우울증 사회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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