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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농촌 同時 위기 극복 위한 ‘파일럿 시티’ 만들자” - 보아오 포럼서 韓-中 리더들, ‘디지털 기반 新문명도시’ 건설 방안 논의

김윤진

2019.04.02

대도시는 현대 산업문명의 산물이다. 대량생산 필요성이 사람과 물자와 서비스를 한 곳에 모이게 했다. 200여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문명 기반 도시화는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가로지르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다. 농촌의 도시화, 도시의 대도시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현재 54%인 도시화율은 2050년에 70%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인간은 도시를 통해 산업문명의 수혜를 입었다. 통신과 교통, 유통혁명 중심지 도시에서 물질과 생활의 편의를 얻었다. 그러나 인간은 그 이면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세계 CO2 배출의 82%가 대도시에서 나온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직간접 사망자가 2025년에만 700만명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도시는 점점 거대화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환경재앙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대도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다른 한편에선 농촌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 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그 자체로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소멸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10~20년 후 없어지는 농촌 행정단위가 속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도시는 비대화 위기, 농촌은 디지털 혁명에서 소외된 소멸 위기인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난 28~30일 중국 하이난섬(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선 한국과 중국의 리더와 전문가들이 모여 이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대안을 모색했다. 결론은 ‘이대로는 안된다’ ‘새로운 파일럿 시티가 필요하다’였다. (재)여시재 주관으로 29일 열린 ‘아시아 농촌과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A Sustainable Future for Rural Asia & Citie)’ 세션에서였다.

보아오포럼 이사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도시와 농촌은 둘 다 지속불가능하다”면서 ‘새로운 도시의 창조’를 제안했다. 그는 “산업문명의 결과물인 대도시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도시가 필요하다”며 “동서양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고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고 인간과 자연이 모두 지속가능한 도시가 신문명도시“라고 했다. 단순히 기존 도시에 디지털 기술을 입히는 정도가 아니라 기술과 가치가 결합된 신도시를 선도 모델로 삼아 미래 인간의 삶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반 이사장은 산업문명의 모순이 집중되어 있는 아시아에서 먼저 3개의 시범도시(파일럿시티)를 만들자고 했다. 전세계의 지성과 기술이 총결집한, 인간이 살아갈만한 ‘인간 중심 미래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과 제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5G와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시티 건설 실험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종과 부산에서 모델 도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구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체 신도시 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은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신문명도시는 ‘스마트시티+α’다. ‘α’는 인간다운 삶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말한다. 이것은 아직도 찾아나가는 단계다. 디지털 도시와 생태적 도시의 결합, 여기에 ‘공감’ ‘배려’ ‘소통’ 역량이 극대화된 도시다. 일자리, 오피스, 교통시설, 병원, 학교, 주민센터, 쇼핑센터 등 생활을 이루는 기초 요소들이 ‘디지털’과 ‘α’에 따라 전면적으로 설계, 재배치 되는 도시다.

이번 ‘아시아 도농’ 세션에서는 한국에서 최태원 SK 회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이광재 여시재 원장 등이, 중국에서는 장 사오친 자연자원부 총괄계획책임, 안면인식 분야 세계적 유니콘 기업인 센스타임의 탕샤오오우 회장,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의 왕루 부사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도시와 농촌의 미래’를 토론했다.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패널로 참석했다.

중국 국토 계획을 총괄하는 장 사오친 책임은 중국 정부의 도시와 농촌 균형발전의 원칙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도시는 한계가 명백하다”며 ‘생태중심 녹색발전’ ‘디지털 혁신발전’ ‘사람 중심 발전’ 등 5가지 원칙에 따라 새로운 도시, 새로운 농촌 건설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도시에서 천인(자연과 인간)합일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으며 자연, 인문, 지혜(스마트) 생태가 합쳐질 때 천지인 조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탕샤오오우 회장은 ‘AI+’를 주장했다. 그는 “AI, 사물인터넷으로 국가간 장벽, 산업간 경계를 허물 수 있다”며 “전세계 지성과 기업들이 힘을 합쳐 신문명도시 건설을 시도해볼 만 하다”고 했다.

바이두 왕루 부사장은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감이 다르다”며 “바이두는 다 같이 느끼는 ‘불행복’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도시를 만들 때 다양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체 오너로서는 보기 드문 주장을 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도시와 농촌 간 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보호크레딧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의 경제 발전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환경 파괴, 도농 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람과 조직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인센티브는 돈일 수도 있고 명예일 수도 있다고 했다.

여시재 이광재 원장은 “신문명 미래 도시 1개부터 성공시키자”며 “일단 한번에 1인치씩 나아가는 운동, 다시 말해 작은 것이라도 당장 실천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시재와 이 원장은 신문명도시 건설을 위한 기초 연구작업을 수년째 계속 해오고 있다.

반 이사장은 내년 가을 베이징에서 열리는 여시재 포럼에서 구체적인 행동계획(블루프린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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