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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북리뷰] ‘미군은 어떻게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었나?’ - 토머스 G. 맨켄 「궁극의 군대」

문병철 (8대요소 PM)

2018.11.01

‘미군은 어떻게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었나’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토머스 G. 맨켄의 ‘궁극의 군대(원제: Technology and the American way of war since 1945)’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전의 전략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해온 미군의 기술적 혁신과 전쟁방식의 변화를 다룬다. 특히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미사일방어시스템(MD), 스텔스 기술, 정밀유도무기, 무인항공기 등 최첨단 무기들의 탄생과정과 작전효능을 비교적 시시콜콜하게 소개한다.

미군이 수행한 전쟁에서 어떤 살상무기들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이 미군의 군사기술이 어떤 전략적 환경 속에서 진화했는지 그리고 특정 군사기술이 육·해·공군 각 군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군종별 정체성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제법 흥미롭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다보면 북한 핵개발 문제로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미국 조야에서 거론되던 북한 핵시설을 정밀폭격해서 해결하자는 ‘외과수술적 공격(surgical strike)’이 어떠한 군사기술적 자신감을 배경으로 비롯된 것인지도 유추해볼 수 있다.

군사기술 발전 6단계

맨켄은 1945년 촉발된 핵 혁명의 시기부터 2001년 9·11 직후 테러와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군 무기체계의 발전 양상을 6개의 범주로 나누어 분석한다. 제1장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도입으로 미군이 겪게 된 혁명적 변화를 보여준다. 공군은 핵투발을 위한 B-52 전폭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아틀라스를 개발했고, 해군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을, 그리고 육군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획득했다. 냉전 시기를 관통했던 ‘상호확증파괴전략’을 담보하기 위해 육·해·공군 모두가 핵무기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핵 혁명 시기에 대한 묘사다.

제2장은 케네디 대통령의 ‘신축적 대응’(flexible response)이라는 전략 기조로 인해 핵전력 중심에서 재래식 전쟁을 강조하는 변화를 다룬다. ‘신축적 대응’은 대량 보복 전략이 군사적 위협에 핵무기로 대응함으로써 자동적으로 확전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 상대방의 위협 수준에 대칭적으로 대응하는 교리로 제시된 것이다. 동서 양 진영 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적어도 초기에는 ‘바르샤바조약 동맹국’의 공격을 재래식전력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 골자다. 전쟁 교리의 변화는 각 군의 재래식 전력 강화로 이어졌다. 육군은 M-60 전차를 도입해서 전차의 현대화를, 공군은 F-4 팬텀을 개발해서 전술공군력의 극대화를, 해군은 음향감시체계 네트워크를 통해 대잠수함 전투력을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맨캔은 이를 ‘과거로의 회귀’라고 평한다.

제3장은 베트남전쟁을 치르면서 미군이 구현했던 기술적 혁신을 소개한다. 베트남전쟁은 무인 항공기의 초기 세대에 해당하는 무인정찰기, 레이저 유도폭탄 같은 정밀유도무기가 최초로 등장한 무대였다. 공군은 수송기에 기관포를 장착한 기관포 무장 항공기를 개발했다. 전술적으로는 육군이 헬리콥터를 광범위하게 활용한 공중기동부대를 운용했던 점, 해군이 남베트남의 하천들을 따라 연안 정찰을 수행하기 위해 ‘하천 전투’(riverine warfare)라는 틈새 전력을 개척한 점 등이 두드러진다.

제4장은 냉전기 기술전쟁에 할애하고 있다. 이 시기 미군의 기술적 우위는 빅 파이브, 이지스 체제,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으로 대변된다. M1 에이브럼스 전차와 M2/M3 브래들리 전투 차량, 고등 공격 헬리콥터, 병력 수송 헬리콥터 그리고 방공 체계 등 ‘빅 파이브’로 일컬어지는 무기체계를 구축했다. 해군은 소련의 폭격기로부터 항모전단을 보호할 수 있는 ‘이지스 체계’를 갖추었다.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SDI)은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소련을 압박하는 데 성공한 완벽한 사례라 할 만하다.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추적해서 공중에서 요격한다는 이 구상은 기술적으로는 사실상 기만에 가까운 시도였으나 소련 지도부에 심리적 충격을 안겨주고 탄도미사일 개발 경쟁을 포기하게끔 유도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게 맨켄의 평가다.

제5장은 새로운 군사기술들의 시연장으로 1991년 걸프전을 다룬다. 걸프전에서는 베트남전쟁 때부터 사용되었던 레이저 유도폭탄에 더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스텔스 등 비전통적인 무기 체계가 선을 보였다. GPS 자체는 무기도 센서도 아니었지만 3차원적 위치 확인을 통해 개별 군사력의 네트워크 전력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라크는 지대공미사일, 대공포, 레이더, 전투기들을 결합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방공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국은 F-117 스텔스기를 사용해 이라크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었다. F-117의 비행회수는 전체 비행회수의 2%에 불과했으나 이라크의 지휘 통제시설 같은 전략 목표물의 40% 가량을 타격했다.

제6장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수행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 체계들에 주목한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산개된 소규모 특전대 전력과 정밀 항공력의 네트워킹이 그 효율성을 증명한 사례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 겸 지시기(AN/PEQ-1)를 휴대한 특수전 부대는 목표물을 식별하고 공중폭격을 지시하는 지각 센서 역할을 담당했고, GPS로 유도되는 합동직격탄과 프레데터 같은 무인 공격 항공기가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식이었다. GPS 합동직격탄은 2003년 이라크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게다가 GPS 정보는 ‘우군전력추적체계’를 통해 부대의 좌표와 방향, 속도를 각 본부와 펜타곤에 전송함으로써 지휘관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전선에 위치한 자신의 부대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

해-공군은 태생적으로 진보적, 육군은 보수적

미군이 전쟁터에서 사용한 무기 체계를 시시콜콜하게 다루는 와중에 맨켄이 정작 주목하는 이슈는 ‘군사기술의 발전이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의 방식(American Way of War)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가?’ 라는 질문이다.

첫 번째 도전은 핵 혁명의 시기에 비롯되었다. 핵무기의 등장은 ‘핵전쟁’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고 미국의 육·해·공군은 ‘대량보복전략’에 입각한 핵무장에 나섰다. 이 시기에 각 군은 ‘핵전쟁’에 대비해서 자신들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했고 이는 각 군의 정체성에 중대한 질문을 던졌다. 핵 혁명은 전통적인 내륙 작전과 대규모 상륙작전의 유용성, 나아가서는 육군과 해병대의 존립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한편, 공군을 유인 폭격기 중심으로 편성할 것인가? 아니면 미사일 중심으로 편성할 것인가? 탄도미사일 잠수함이 항공모함을 대신하여 해군의 중심 전력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숙제로 떠올랐다.

두 번째 도전은 정보혁명의 도래다. 1991년 걸프전쟁부터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쟁을 거쳐 2003년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정밀유도무기, GPS 체계, 무인 항공기 등은 정보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롭게 등장한 무기들이다. 걸프전 당시 공군력과 정밀유도무기에 의존한 대대적 승리는 베트남전쟁과는 양상이 다른 ‘새로운 미국식 전쟁 방법’을 논하게 만들었다. 미국식 전쟁법의 고전적 사례로 일컬어지는 베트남전쟁은 적의 섬멸을 목표로 하는 공격작전을 실시하기 위해 기술과 화력을 대규모로 이용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반면에 걸프전쟁은 압도적인 공군력을 배경으로 제한된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수행된 전쟁이었고 이는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는 방식이 현저하게 달라진 ‘군대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은 다시 전통적인 전쟁 방식으로 회귀했다는 게 맨켄의 분석이다.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소규모 특전대와 정밀 항공력의 네트워킹,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GPS 합동직격탄 등은 과거의 전쟁에서 사용했던 것과 다른 수단들이기는 하지만 적을 전복시키기 위해 압도적인 전력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맨켄은 군사기술의 발전이 미군과 미국의 전쟁 방식에 미친 영향은 전략 환경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첨단 정보 기술이 미국의 전쟁 방식을 변화시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단순히 ‘그렇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 결론내리지 않는다. 다만 아프가니스탄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쟁이 여러 군사전문가들의 예견과는 달리 미군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되었다는 분석에 근거해서 정보혁명이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맨켄의 논지 가운데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미국 육·해·공군의 군종별 문화가 군사기술을 수용하는 각 군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해군과 공군은 지상군에 비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태생부터 기술(조선과 항공)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육군과 해병대는 리더십, 개인전투기술 등 전쟁에서 인적 요소를 강조하는 편이다. 반면에 미 육군이 헬리콥터 기동부대를 운용하기까지는 기병부대의 전통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논리가 필요했다. ‘공군과 해군은 사람이 장비를 다루는 것을, 육군과 해병대는 장비를 사람한테 장착하는 것을 논한다’는 미국 군대의 속담이 군종별 문화의 차이를 웅변한다.

서지컬 스트라이크는 GPS와 유도기술, 정밀타격 등 현대 군사기술의 총화다. 드론은 정찰만이 아니라 적진에 침투해 특정 목표물을 타격하고 귀환까지 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기술만이 아니다. 단계적으로 공개되는 미 정보 문서들을 보면 미국이 심리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도 알 수 있다. 번역 출판사는 그래서 ‘궁극의 군대’라는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강군 없는 부자 나라는 있어도 강군 없는 강국은 없다.

*토머스 G. 맨켄(Thomas G. Mahnken)
미 해군전쟁대학 전략학 교수로 20년 가까이 일했으며, 현재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예산평가센터의 회장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미 국방부 정책기획실 부차관보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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