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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AI가 온다

이명호, 임선우

2018.09.13

우리는 매일 매일 판단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산다. 흐린 날씨에 우산을 갖고 나갈 것인 가에서부터 지금 내 기분을 달래줄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하면서 집을 나온다. 현실 세계는 복잡한 판단과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하고, 결정이 가져올 효과와 부수적 영향까지 고려하다 보면 의사결정이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나의 심리상태, 상대의 심리상태까지 고려하면 우리는 결정장애와 결단이라는 경계선에서 왔다 갔다 한다.

바둑 천재 이세돌을 4대 1로 이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수많은 과거 데이터 또는 규칙에서 나올 수 있는 경험을 통해 패턴을 익히는 딥러닝(Deep Learning·심층학습)으로 솔루션을 도출한다. 하지만 알파고와 같은 AI는 데이터를 누적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기존 패턴과 다른 새로운 데이터를 접하거나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알파고가 수백만 개의 기보를 통해 딥러닝을 했더라도 이세돌의 한 수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면 처음으로 돌아가 연산을 다시 해야 한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데는 뛰어나지만,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1판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다. 알파고는 이 알고리즘으로도 인간을 뛰어넘었지만 다른 분야로 가면 한계가 있다.

영국 AI 스타트업인 프라울러(Prowler.io)는 이 같은 AI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확률적 인공지능(Bayesian, 베이지안) 방법론을 접목하는 방법으로 솔루션을 찾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확률적으로 좋은지 AI가 판단할 수 있으며 인간도 AI가 왜 그런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1일 프라울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동호 박사는 여시재를 방문해 ‘의사결정의 미래(The future of the decision making)’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프라울러 AI 알고리즘의 기반은 확률이다. 어떤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경우의 수를 고려해 최적 결정을 내린다. 김 박사는 합리적인 AI가 때때로 인간처럼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도록 그 확률을 AI 알고리즘에 적용할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면 기존 방식에서 AI는 미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GPS를 포함한 주행 데이터를 모아 운전 패턴, 교통사고 패턴 등을 익힌다. 하지만 미국에서만 주행하다가 갑자기 한국에 보내면 아무리 한국 주행 데이터를 입력시킨다 해도 사고가 날 수 있다. 동일한 패턴이어도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확률까지 계산해 아직 일어난 적이 없는 상황까지는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울러의 AI 시스템은 기존의 데이터만이 아니라 현재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AI이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프라울러는 이러한 솔루션을 우선 금융 부분에서 시스템 트레이딩에 적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교통, 배송 분야로 확대해 택배 등 최종 배송 루트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변화하는 상황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교통, 공정관리, 스마트시티 운영 및 유지 관리 등 예측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한다.

프라울러는 애플에 인수된 AI 스타트업 보컬IQ 출신인 비샬 차트라트 최고경영자(CEO)와 김동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16년에 함께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3명의 직원이 현재는 90명으로 늘었다. 김 CTO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며 스타트업을 창업한 AI 전문가다.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 인재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회사 이름 프라울러(Prowler.io)는 ‘먹이를 찾아 살금살금 돌아다니다’라는 뜻의 Prowl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능을 가진 모든 동물은 특정 시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고 다음 행동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여주는 능력을 가진 AI가 빨리 현실에 등장하여 인간의 결정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합리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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