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매경] ⑤ 테스트 플랫폼부터 만들자-드론·자율주행車 맘껏 실험할 ‘테스트베드 도시’ 절실

손동우

2017.04.17

여시재는 매일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차세대 디지털혁명 시대 도시의 경제적 미래와 이것의 기반이 될 新문명의 가능성을 조망한 <신문명 도시가 미래다>시리즈를 기획,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신문명 도시가 미래다> 시리즈 순서
①도시가 미래다
②신문명 융합공간
③아시아 시장이 열린다
④준비안된 한국
⑤테스트 플랫폼부터 만들자
⑥‘시市·산産·학學’복합체

2015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할리우드 지역이 오후 한때 갑자기 전기가 끊겼다. 정전의 주범은 무인항공기(드론)였다. 이 지역 라라비 스트리트와 선셋 불러바드 교차로 근처 하늘을 날던 드론이 전깃줄에 걸리면서 줄이 끊어졌던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시티’에 대한 개념은 명확하지 않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201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의는 116개나 됐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시티를 ‘플랫폼으로서의 도시’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같은 PC 운영체계가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을 가능하도록 해 인터넷 혁명을 가져왔듯이, 스마트도시가 하나의 운영체계가 돼 데이터를 공유하고 새 서비스가 나오도록 유도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완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으로서 도시를 실험하려면 ‘테스트베드 시티(Testbed City)’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스마트시티가 기존 도시 시스템을 수정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도시에서 실험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리서치는 “스마트시티 개념이 대부분 도시에 적용되는 보편적 발전 전략이 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라며 “객관적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모델부터 먼저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시티에 적용될 새로운 기술을 기존 도시에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드론만 해도 실험 과정에서 사고가 자주 나고 있다. 일본 효고현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의 한 전각에 드론이 충돌해 문화재 일부를 훼손했고, 드론이 미국 백악관 건물을 들이받아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자율주행차도 실험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주장이 거론된다. 작년 7월 미국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던 테슬라 모터스의 모델S가 대형 화물차와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했을 때도 자동차 기술뿐만 아니라 도로 인프라 측면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밖에 기존 전력망에 스마트그리드(전력망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시스템) 기술을 도입하는 일도 관련 업계에선 기술적 걸림돌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최근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를 추진 중인 곳이 많고 구체적으로 사업에 돌입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부산 대구 인천 고양 나주 정도다.

부산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지역을 스마트 클러스터로 묶어 로봇 바이오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은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를 중심으로 교통 방범 방재 환경 시설물관리 융복합서비스 등 6개 분야 스마트시티 기반시설을 만들고 있다. 대구는 자율주행차와 의료서비스, 고양시는 스마트 교통망, 전남 나주는 신재생에너지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스마트시티를 구체화하기 부족하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신기술을 개별적으로 실험하는 상황인데 우리가 실제 살아가는 환경은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시티를 ‘플랫폼’으로 실험하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도시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조 중앙대 교수는 “유시티(U-city)가 기존 도시의 리모델링 차원이라면 스마트시티는 새로운 실증단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각종 신기술을 통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중소 시범도시 등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새만금지구나 민간기업이 개발 중인 전남 영암 솔라시도 기업도시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도시 발전 단계를 적용해봐도 ‘신도시형 테스트베드’ 필요성은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스마트시티 발전 단계를 기존 도시 발전 이론과 접목해 ‘기반 구축-수직적 구축-수평적 구축-도시 플랫폼-미래도시’로 나눴다. 현재 스마트시티는 수직적 구축에서 수평적 구축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분야 사이의 경계를 넘고 통합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도시보다는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과의 신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도 테스트베드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 업체들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데다 글로벌 기술 선도 업체를 유치해 그들의 노하우에 접근 가능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기술부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구성한 ‘과학기술예측위원회’에 따르면 드론 가상현실 스마트팩토리 등 24개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중에서 한국이 가장 앞선 것은 롤러블 디스플레이(휘어지는 액정)밖에 없었다.


< 저작권자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콘텐츠 연재물:

연관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