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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한국의 전략은 ③] 천리마에 올라 탄 고슴도치가 되자

발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2020.12.04

한국, ‘BHT+F: 미용(Beauty)·건강(Health)·기술(Technology)+금융(Finance)’에서 최고가 되라
美 압박에 中 첨단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

‘트럼프 4년’으로 미국은 리더십 실추와 내부 분열이라는 큰 상처를 입었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구호로 내세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책상에는 당장 코로나19 종식과 경제 회복의 시급한 과제와 함께 미국 리더십을 회복시키고 분열을 극복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놓이게 됐다. 바이든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바이든 시대 미국 외교안보정책과 북미관계, 미중 대립의 판도와 통상 정책 등 주요 분야에서 예상되는 변화와 한국의 대응 방안을 점검해봤다.

바이든의 미국과 한국의 대미 외교전략에 대한 글 두 편에 이어 세 번째로는 바이든 시대 펼쳐질 미중 갈등의 양상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지난 11월 19일 여시재 대화당에서 열린 월례회에서 ‘바이드노믹스 시대, 미중의 신전략 경쟁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진행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의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글 싣는 순서>
1. 미국 정세 분석
2. 외교 전략
3. 미중 갈등
4. 북미 관계
5. 통상 정책


미국 차기 대통령이 될 조 바이든 취임 이후 미국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 또 우리의 대응 방향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선 용병술에 관심이 쏠립니다. 바이든이 발표한 백악관 핵심 보좌진 9명 가운데 5명이 여성이고, 거기에는 컬러풀하게 히스패닉, 흑인이 다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중국 대응에 있어 인도계 흑인이면서 50대인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발탁한 게 돋보입니다. 이후 보좌진 인선은 아직 봐야겠으나, 미국이라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정상에 올라간 여성들의 능력을 고려할 때 대중 정책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Biden+Economics)가 뭐냐, 저는 ‘파이트노믹스’(Fight+Economics)라 봅니다. 트럼프 때와는 격이 다른 전쟁이 될 것입니다. ‘백 투 아메리카’(Back to America)가 무슨 의미냐면, 말은 부드럽게 하면서 뒤에서 머리를 치는 전통적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연세 드신 어르신이 아니라 쇠몽둥이 든 미국의 본모습을 보여줄 거라 봅니다.

바이든이 친 3중의 덫
‘동맹’-‘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그린(Green)’

바이든이 내세운 세 가지 정책 화두엔 함정이 도사립니다. 첫째, 동맹의 함정입니다. 바이든에게 동맹은 강자가 약자들을 움직여 이해관계를 달성하는 방식입니다. 통신과 반도체 등 기술 분야에서 중국 배제를 추구하는 ‘클린 네트워크’와 경제블록, 외교, 나아가 군사 부문 등 4가지 포위망으로 중국을 압박하려 할 것이며, 한국은 그 포위망 안에서 사각 귀퉁이의 한몫을 담당하도록 추궁 받을 겁니다. 트럼프 때보다 월등히 나쁜 상황이 될 것이라 봅니다.

둘째,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의 덫입니다. 그 본질은 트럼프가 내세운 ‘메이드 인 USA(미국 제품)’와 다를 바 없습니다. 트럼프가 장사꾼이라면, 바이든은 정치꾼입니다. 정치꾼이기에 남에게 뺏기는 걸 싫어하죠. 그 핵심은 보호무역주의입니다. ‘바이 아메리카’는 좀 더 고차원적으로 자국 이해를 추구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셋째, 환경을 강조하는 ‘그린 경제(Green Economy)’의 덫입니다. 미중 간에 기술 패권, 또 에너지를 둘러싼 한판 전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끌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그린 뉴딜’, 또 전략의 핵심을 놓친 채 재생에너지 생산에 얼마를 받네 마네 하는 밥그릇 싸움으로는 죽도 밥도 아닌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美, 4중 포위망으로 중국 압박
금융으로 공격하고 기술로 압박

미국은 잠재적 도전자에 대해 규칙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민주국가 동맹으로 맞서왔으며 앞으로도 중국을 향한 4중 포위망을 더욱 좁혀갈 것입니다. 첫째, 미국은 통신장비와 반도체 등 부문에서 중국을 집중 견제하는 클린 네트워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통신장비와 반도체, 향후엔 플랫폼과 안드로이드 사용에 대한 규제 등으로 이어질 겁니다. 둘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활용한 경제블록입니다. 셋째 외교적으로는 쿼드(Quad) 블록 확대, 그리고 넷째 군사적으로는 중거리 미사일 포위망(INF)으로 압박을 추구할 것입니다. 한국은 이 가운데 어느 포위망에도 빠지기 어려울 수 있으며, 우리 정부 입장에선 그 대응이 쉽지 않을 겁니다.

미국은 1970년대 옛 소련이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에 이른 시점부터 견제에 나섰고, 1985년 일본의 GDP가 자국 대비 32%에 이르자 이후 10년간 ‘일본 죽이기’를 결행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09년 미국 GDP의 40%를 넘게 되지만, 미국은 당시 이를 묵과했습니다. 금융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자기 집의 불끄기에 9년을 보낸 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들어 행동에 나서게 된 겁니다.

cf. 일본 죽이기
미국은 대일 무역적자 완화를 위해 1985년 G5 재무장관들과 달러 강세를 완화하는 플라자 합의를 도출하였다. 이후 1주 만에 달러화 대비 엔화는 8.3% 절상되었고, 이후 2년간 미국 제조업체들은 달러 가치 약화 기조 속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였다. 반면 일본은 버블 붕괴의 큰 경제적 타격을 입으며 그 경제적 영향은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미국대비 중국의 실력(2019) (출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현재 미국이 무역만으로 중국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기반, 무역을 수단으로 중국과 전쟁을 벌였지만 실패했습니다. 이미 중국의 무역 규모가 미국 대비 110%이며 수출 또한 151%인 상황이 이를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중국을 압박하게 될까요? 중국의 군사력과 금융력은 각각 미국의 36%, 3% 수준에 그칩니다. 그리하여 미국은 아마도 금융으로 먼저 공격하고 기술로 목을 조르는 전략을 취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바이든의 배경은 테크기업의 기반인 실리콘밸리,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이고, 트럼프는 농업과 방산, 에너지, 러스트벨트(북동부 5대호 주변 제조업 중심지)입니다. 미국 정치는 철저히 자신을 지원해준 이해관계자를 대변해왔습니다.

바이든은 미국 최고의 중국통입니다. 그는 상원의원 시절부터 중국의 역대 지도자인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을 다 만났기에 시진핑의 수준을 비교해 평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진핑 장기 집권으로 맞서는 중국
변수는 시간

중국과 일본의 미국 GDP대비 비중 추이 (출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이에 맞서는 중국은 포스트 바이든을 생각합니다. 앞으로 5년 뒤인 2025년에 중국 GDP는 미국의 90%에 육박하게 될 것입니다. 제 생각에 2029년~2035년 사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을 제치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국의 권위가 흐트러지는 순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GDP의 90%를 넘어가는 순간, 그간 미국 패권을 인정하던 국가들이 양다리를 걸치거나 중국에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리더십의 지속 기간을 살펴야 합니다. 1985년 미국이 ‘일본 죽이기’에 나서 굴복시키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은 공화당 집권기 12년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경제 규모는 현재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었지만, 미국이 그러한 일본을 굴복시키기까지 일관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도 10년이 걸린 겁니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좌초시키진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 쓴 기간은 2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첫 2년은 코로나 대응에 나서야 할 것 같고, 중국 때리기는 그 이후 2년간 이뤄지게 될 것 같습니다. 즉 또 다른 2년짜리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바이든이 고령임을 감안하면 연임은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그 2년간 중국을 굴복시킬 수 있느냐가 미국 패권의 갈림길을 결정하게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에 맞서는 시진핑은 지난 10월 마지막 주, 2035년까지의 14차 5개년 계획 발표 과정에서 1인 독재를 합법화하는 업무 조례를 끼워 통과시켰습니다. 시 주석은 2030년에 77세, 2035년이 되면 82세가 됩니다. 그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다방면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갖는 힘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중의 전쟁 (출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中,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 줄이기 전력

중국의 이후 전략을 네 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현재엔 세게 붙는 척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발을 빼는 전략을 취할 것입니다. 싸우지만 판을 깨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둘째, 부쩍 비중을 높인 내수를 앞세워 미국과의 결별(divorcing)을 추구할 것입니다. 셋째 미국 기술 의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중국 지도자 그룹이 한 자리에 모여 첨단 기술을 배우는 집체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일입니다. 넷째 사회주의 체제의 강점을 살려 국가 자본주의적인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설 것입니다. 과거 옛 소련의 지원 없이 원자폭탄, 수소폭탄을 개발하였듯이 반도체 개발에 나서리라 봅니다. 중국은 이미 첨단 수준보다 한발 뒤진 반도체 생산 기업에도 10년간 법인세 면제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박쥐· 고슴도치 · 천리마 올라타기

한국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지 않고 경시하는 건 넌센스입니다. 2029년부터 2035년 사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가정 하에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짤 필요가 있습니다.

추후 전략을 세 마리 동물에 비유해보려 합니다. 첫째는 박쥐의 전략입니다. 밥은 중국이, 집은 미국이 준다고 하면, 둘 중 하나라도 버릴 수 있을까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박쥐는 양쪽으로부터 모두 공격을 받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죽지는 않습니다. 일본과 필리핀이 최근 4년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절묘하게 이익을 극대화해온 점을 잘 살펴야 합니다. 우리 정치와 외교가 담당할 몫이기도 하며, 이걸 못한다면 (정치와 외교는) 숟가락을 놓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또 다른 40년을 꿈꿔야 합니다. 할아버지의 혜안이 아들을 웃게 했고 손자를 행복하게 했지요. 또 대한민국을 당당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1983년에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만든 반도체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입니다. 호랑이도 가시 돋친 고슴도치는 잡아먹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 같은 고슴도치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를 배치할 때 중국의 보복성 경제 제재로 난리가 났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을 막는 제재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있었습니까?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반도체입니다. 중국이 아무리 한국을 압박하려 해도 우리가 결정적 카드를 쥐고 있기에 당당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다음 40년을 주도할 ‘가시’를 준비하지 못하면 헛일입니다.

셋째, 천리마 올라타기입니다. 파리도 천리마에 올라타면 하루 천 리를 갈 수 있습니다. 한국이 2%, 1%, 일본은 0% 성장률 얘기할 때, 여전히 중국은 명목 성장률 10% 대인 천리마입니다. 그 천리마에 제대로 붙어 있으려면 천리마와 그 생리를 잘 알아야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천리마에 올라탈 수 있을까. 빠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또 안 떨어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절체절명인 시대입니다. 위기라고만 생각하지 맙시다. 미국이 중국을 누르면 우리 전통 제조업이 대박 나는 것이고, 중국이 세게 튀어 주도하게 된다면, 우리는 소비재에서 대박 날 수 있는 양면의 기회를 갖게 된 겁니다. 긍정적 시각을 갖고, 팔 물건, 또 전략을 짜는 게 우리 답이지, 어설픈 중국 위기론, 망국론에 갖다 붙이는 건 넌센스입니다.

한국의 무기 ‘BHT+F’
미용(Beauty)·건강(Health)·기술(Technology)+금융(Finance)

그럼 우리의 무기는 뭐가 되어야 하나? 답은 ‘BHT+F’라 봅니다. 중국이 절절히 원하는 미용(Beauty)과 건강(Health), 기술(Technology), 하나 더 한다면 금융(Finance)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가 먹던 것, 입던 것, 부르던 것들을 그냥 팔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났습니다. 중국의 해외 관광객 1억 6천만 명 시대이며, 이들이 세계 면세점을 다 돌아보며 눈높이를 높였습니다. 면세점에 설화수, 후, 초코파이, 바나나우유가 있습니까? 호시절은 갔습니다.

향후 중국과의 비즈니스는 무조건 ‘최 씨’여야 합니다. ‘최초’, ‘최고’, ‘최신’ 아니면 안 된다는 겁니다. 중국의 수요가 높은 BHT+F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플랫폼과 브랜드를 키워야 합니다. 중국 시장에선 오프라인 매출이 줄고 온라인에서 30~40% 성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공략해야 합니다. 또한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3류가 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향후 미국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압박해 대거 돈을 털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MSCI EM(신흥국) 지수에서 중국 편입 비율이 현재엔 20%이지만 더 늘어나게 되면 전 세계 자금의 한국 주식 투자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대표주도 별 수 없지요. 우리가 중국 자본시장을 지금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지 않으면 벌어들인 돈을 주가 하락으로 다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6%입니다. 삼성이 10조 원 이익을 내면 5조 6천억 원은 미국과 일본 투자자들은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가져갑니다. 연애하다 헤어졌을 때 최대 복수는 더 잘난 사람과 연애하는 것이죠. 중국에서 망했다고 울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장 팔아서 나온 돈 절반만 한국에 가져들어오고, 절반은 중국에서 자기 업종에서 가장 1등 하는 업체 주식을 사야 합니다.




필자 전병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여의도 금융가에서 애널리스트와 IB뱅커로 일했으며 대우증권 상무와 한화증권 전무를 지냈다. 증권가 근무 시절 IB업계 최초로 차이나 리서치와 중국기업의 한국 상장업무를 시작했고, 이후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푸단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 중국경제금융센터의 초빙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 김중배 여시재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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