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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③] 수십 년 걸리는 빈민가 도시재생, 왜 ‘5년 정권’마다 해결하려 하나

정창무(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020.11.23

영국 미국 일본 사례로 본 ‘호흡 긴 도시재생 사업’

여시재는 설립 초기부터 인류의 지속불가능 문제의 핵심 솔루션을 새로운 도시 문명의 창조 속에서 모색해왔다. 자연을 파괴하고 승자독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도시에서 벗어나 호혜적 사고를 기반으로 더불어 사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찾는 작업을 이어왔다.

도시 연구의 일환으로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도시재생 이슈도 들여다봤다. 도시재생은 지난 8-90년대를 전후해 본격화한 신도시 공급과 재개발-재건축 위주의 도시 재편성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그 대안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사업, 박근혜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이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규모가 더 커졌지만, 살만한 도시를 만든다는 처음의 비전에 비해 한계와 모순점을 드러내고 있다.

여시재는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도시재생 문제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가 세미나와 워크숍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논쟁을 살펴봤다. 그 결과를 세 편에 걸쳐 소개한다. 첫 회에는 수익성을 배제한채 공공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현재의 도시재생 접근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건설산업연구원의 이태희 연구원의 글을 실었다. 두 번째로는 일본 롯폰기 힐스의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이끈 모리빌딩의 사례 분석 세미나 내용을 소개했다. 세 번째는 긴 호흡으로 낙후지역의 자생성을 키워나가는 해외 사례를 통해 도시재생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살펴 본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의 글을 공유한다.


'서울형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관악구 난곡동 (출처: 연합뉴스)

최저소득층 전세 임대료
2008년 연 소득의 6.75배서
2020년 17.66배로

국가 중심 도시재생 사업은 역사가 짧지 않다. 1973년 3월 5일 법률 제2581호로 「주택개량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 제정이 시작이었다. 이후 50년 가까운 여정을 살펴보면, 역대 정부와 사회 여러 주체들이 서민들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음에도 서민들의 주거환경개선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최근 들어 서민들의 주거 형편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자료를 통해 서울의 소득분위별 전세가격 비율을 검토해 보자. <표-1. 참조> 2008년 12월 기준으로 1분위 소득계층(최하위 20%)이 1분위 주택을 전세 임대할 경우 지불해야 할 비용이 연 소득의 6.75배였다. 하지만 2020년 1월 현재 17.66배로 262% 증가하였다. 2분위 소득계층이 2분위 주택을 전세하는 경우 2008년 12월에는 연 소득의 5.11배였지만, 2020년 1월에는 14.89배로 1분위 계층과 마찬가지로 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 전체적으로 모든 소득계층에 걸쳐 과거에 비해 더 큰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1] 전세주택가격 및 소득분위별 J-PIR (출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2020.1))

“낙후지역 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

도시재생의 역사를 살펴보면 거의 모든 시민들이 투기 세력이었으며, 그렇다고 대기업 건설사들을 특별한 악당으로 몰만 한 논거도 부족하다는 점을 살필 수 있다. 토지문제에 있어서 물리적인 토지 그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각종 토지이용 규제들이 토지공급을 억제 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견해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위의 표에서 보듯 소득 상승 속도 보다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월등하게 빨랐다는 점이다.


소득이 향상됨에 따라 주거의 질도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상리라면, 주거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주거 비용도 올라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 시대에 지은 집을 불편해도 참고 살라고 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희망 되살리기’는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수십 년 된 정책방향


도시재생의 지향점이 물리적 환경 정비가 아니라, 낙후지역에 살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도와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 살게 하는 정책이라면 해법은 명확하다. 낙후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희망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이런 식의 도시재생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듯 최근에 갑자기 유행한 것이 아니다. 해외 선진국들에서는 아주 오래 전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정책이다. 미국의 예를 보면 1968년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한 린든 존슨 대통령이 철거 위주의 물리적 재개발에서 지역경제 사회 개발로 재개발 정책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¹

일본의 경우 1998년부터 2000년에 걸쳐 ‘마을 만들기 3법’을 제정하면서 물리적 정비 위주의 도시 재개발에서 주민 참여와 지역경제사회 발전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² 영국 역시 1997년 노동당 출신의 토니 블레어가 수상에 취임하면서 대처의 보수당 정부가 추진했던 물리적 정비 위주의 도시 재개발 정책에서 지역공동체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도시재생 정책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³


일본의 도시재생정책을 살펴보면 물리적 환경개선 보다 더 강조되고 있는 사항은 낙후지역의 경제적 자족성 제고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지원하는 중심 시가지 활성화 사업의 정책지원 내용을 보면, 중소 소매-상업 고도화 용도로 제공하는 토지를 양도했을 경우 양도소득 특별 공제제도와 중심 시가지 상업 활성화 어드바이저 파견 사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마을 만들기 사업 지원내용을 봐도 식품 소매업 비용 감축 및 기능 강화를 위한 구조 개선 사업, 식품 소매업 비용 감축 모델 검토·실증 사업 등 지역의 경제적 자족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포함하고 있다. 주택이 밀집된 시가지 정비촉진 사업을 진행할 경우에도 원거주자의 생활지원을 위해 가설주택 및 가설점포 등 임시 대체시설을 공급하도록 되어 있으며, 사업 완료 후에도 원거주자들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임대 점포나 임대 작업소를 공급하고 있다. 일례로 밀집주택 시가지 정비촉진 사업에 수반하는 생활 재건 지원책으로써 도쿄 스미다구 쿄지마지구의 임대점포공급, 아타치구 세키하라 1초메지구의 임대작업소 공급 사례를 들 수 있다.

일촌일품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일본 오이타현 마을 별 특산품 (출처: 오이타현 관광정보 홈페이지)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에 놀러 가자’
오야마의 一村一品 운동, 전국으로 확대

‘낙후지역에 살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도와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 살게 하는 정책’의 모습을 일본 오이타현의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을 통해 살펴보자. 일본 오이타현은 규슈 동부에 위치한 현으로 현청 소재지인 오이타시를 비롯하여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시와 유후인시가 현내에 소재하고 있다. 현의 면적은 약 6340㎢이며, 2019년 현재 인구는 대략 112만 7000여명이다. 1촌1품 운동은 1966년 오이타현 내 오야마(大山) 마을의 한 농협 조합장이 동네 사람들에게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에 놀러 가자」라면서 시작된 운동이었다. 당시 오야마 마을은 쌀농사를 주로 짓던 가난한 농촌이었고, 농민들의 꿈 중 하나는 부유한 도시민처럼 여름 휴가를 하와이에 가서 즐기는 것이었다. 조합장은 쌀농사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매실과 밤을 재배해 팔아 우리도 하와이에 여름휴가를 가자고 주민을 설득한 것이었다. 이 운동이 성공하자 당시 오이타현 지사가 이 사업을 현 전체로 확산시켰으며, 그 결과 현내 58개 시(市)·정(町)·촌(村)은 표고버섯, 보리소주, 고등어 등 한 가지씩 대표 브랜드 특산물을 갖게 된 것이 일촌일품 운동이다.⁴ 마을 하나에 특산품 하나를 재배해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이 운동은 대단한 성공을 거둬, 일본의 간판 국제원조사업으로 발전하였다.⁵

늙은 도시 보스턴
빈민들 실태조사에서부터 시작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낙후지역에 살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늙은 도시 보스턴시의 낙후지역 재생사업은 낙후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실태조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소득은 얼마이며, 학력과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집에 살고 있는지 지역주민에 대한 섬세한 조사 결과에 근거해 낙후지역 재생을 위한 경제사회발전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에는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직업훈련교육, 서민 창업지원, 직업알선, 일자리를 가져올 수 있는 기업유치, 그리고 필요하다면 물리적 주택재개발도 포함되어 있다.⁶ 미국 뉴욕시의 경우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EDC)가 뉴욕시의 경제사회발전계획을 집행하고 있다.⁷ 뉴욕시경제개발공사는 모든 뉴욕 시민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홍보하고 성장시키며 5 개 구 전역에서 역동적이고 탄력적인 지역 사회를 육성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성장과 연계를 지원하기 위해 5개 구 전역에 걸쳐 중요한 인프라에 투자), 인적 자원의 확보(고급 일자리에 대한 기술 숙련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적 자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함), 도시 자산 활용(시소유 자산을 활용하여 고용 성장 및 혁신 촉진을 동시에 달성), 창업과 기업의 성장을 지원(뉴욕시에서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도와 시의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성장 유도), 글로벌 혁신 수도 육성(신규 사업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전통 산업을 세계적 경쟁에 적응하도록 지원함으로서 뉴욕을 혁신의 글로벌 수도로 육성)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⁸ 뉴욕시경제개발공사가 지역개발을 위해 수행하는 업무를 보면, 공간개발계획과 경제사회발전계획이 일체화되어 있다는 것을 살필 수 있다. “낙후지역에 살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개선만이 아니라 낙후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말이다. 낙후지역 주민들의 희망이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에 가자」라는 희망일 수도 있고, 새로운 직업이나 사업융자금 대출일 수도 있으며, 조그만 가게를 여는 것일 수도,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미국 보스턴시의 사례에서 보듯 도시재생사업과 지역의 경제사회발전계획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적 기업들
경비 청소 반찬 만들기 세탁 주력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과 경쟁관계로

도시재생사업은 공간개발사업이 지역사회의 경제사회발전계획과 함께 수행되어야 하며, 이 경우 당장 부딪히는 문제가 인재 부족이다. 골목 가꾸기, 커뮤니티 회관 건립, 주거환경개선 사업의 경우 기존의 인력 체계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경제사회발전계획을 진행시켜야 한다면 지역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한정된 인적 자원으로 대응한 결과 현재 우리의 수많은 마을기업이나 사회적 기업들의 주력 업종이 경비나 청소, 반찬 만들기, 집 수리, 간병도우미, 세탁 서비스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도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더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해법은 NPO(특정비영리법인)이고, 영국의 해법은 ‘지역 기업 파트너십(Local Enterprise Partnerhip, LEP)’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영국 리버풀

영국의 지역기업파트너십
지역 내 기업체 회장이 이끌어

도시재생을 위한 전문지원기관으로 영국의 지역기업파트너십은 지역 경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을 수행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영국 내에는 38개의 지역기업파트너십이 운영되고 있다. 이 파트너십은 지역의 기업체 회장이 이끄는 이사회가 총괄하며, 이사회는 산업(중소기업 포함), 교육기관 및 공공 부문 출신의 지역 지도자로 구성된 반관반민 조직이다.⁹ 지역기업파트너십의 시작은 도시재생공사(Urban Regeneration Companies)¹⁰ 였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도시재생공사의 후신인 지역기업파트너십이 수행하는 사업내용을 보면, 물리적 재개발을 비롯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커뮤니티를 재건하며 지역의 교통과 주거 환경을 개선시키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지원조직으로 지역 기업의 참여가 거의 없지만, 영국의 경우 일자리를 직접 창출할 수 있는 지역기업의 참여가 활발하다는 점이 우리와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낙후지역의 경제사회발전계획 추진을 위한 전문가 확보의 방편으로 일본이 채택한 방법은 NPO(특정비영리법인)이다. 특정비영리법인은 1998년 시행된 ‘특정비영리 법인활동촉진법’에 근거한 단체이다. 이 법은 특정비영리 활동을 벌이는 단체에 법인격을 부여함으로써, 봉사 활동을 비롯한 시민의 자유로운 사회공헌 활동인 특정 비영리 활동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2020년 현재 이 법에 의해 인증받은 법인은 일본 전국적으로 5만 1047개이며, 관할청의 인증을 받아 세금감면을 포함한 특혜를 받은 법인수는 1137개이다.¹¹ 관할청 인증법인은 설립 후 5년 이내의 인증법인 중 운영 조직 및 사업 활동이 적당하고 공익 증진에 이바지한다고 전망되는 법인을 대상으로 선정된다.¹² 5만여 개가 넘는 NPO 중 도시재생 활동을 전개하는 NPO는 2만 2660개이며, 보건 의료 복지증진 활동을 전개하는 NPO는 3만 13개이다. 직업능력개발 또는 고용기회 확충을 지원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NPO는 1만 2881개이다.¹³

일본의 도시재생 NPO는
자생력 있는 컨설팅 조직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지원조직이 일본 NPO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일본 NPO는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묶인 지원조직이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계약에 의해 도시재생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지원인력과는 달리 경제개발, 사회복지, 공간개발 등 각각의 특기 적성에 근거해 지방자치단체와 도시재생, 지방창생업무를 지원하는 컨설팅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은 제고되고 종사자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지원센터의 경우 물리적 재생이나 사회복지지원업무에 한정된 지방자치단체 보조인력 또는 계약직 임시 직원으로 신분이 불안하여, 종사자들에게 전문성 제고나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유인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본질은 허름한 주택이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이 낮다는 것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달동네 문제의 본질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달동네의 허름한 주택이나 좁고 지저분한 골목 자체가 아니라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이 낮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첩경은 달동네를 철거하고 새집을 짓거나, 커뮤니티 회관이나 마을 공용주차장을 만들어 생활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소득을 높여주는 일이다. 소득 제고를 위해서는 사회경제개발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간정책은 반드시 사회경제개발정책과 일체화되어야 한다. 집 따로 사람 따로 식의 정책 집행은 빈곤의 공간 이전(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거나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예산낭비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공간정책과 사회경제정책을 결합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이스라엘의 키부츠와 모샤브를 들 수 있다.¹⁴ 집단노동, 공동소유라는 생활방식에 기반한 이스라엘의 집단농장인 키부츠와 협동농장이면서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모샤브는 거주와 생산이 일체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간정책과 사회경제개발정책이 결합되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시장경제 체제하의 도시지역에서 직장과 주거가 한 마을단위로 존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재생사업지구를 넘어서는 직주일체는 영국이나 일본, 미국의 도시재생 사례에서 보듯 가능한 일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소득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이라도
허름한 달동네 건드리지 말아야

가난한 사람들이 소득수준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허름하고 쇠락한 달동네를 건드리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일이다. 부동산 투기로 배 아파하는 서민들이 많아서,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방해하고 거래를 억제하는 온갖 기괴한 정책을 쏟아내는 수많은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박수를 보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재건축이나 재개발,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막으면 막을수록 우리는 더 비싼 집세를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배워야 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절실하지만, 더 절박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좋은 주거환경을 내다볼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서둘러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허름한 주택이 가난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도약대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낡고 허름한 주택이 정말 못마땅해서 없애야겠다면, 세금을 더 낼 각오를 하자. 더 많은 세금을 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그들이 부담할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도 대신 내 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부디 부동산 투자로 돈 많이 번 사람들을 보면서 배 아파하지 말고 나 대신 세금 많이 내달라고 부탁하자.


미국 뉴욕시 뉴욕시경제개발공사의 사례를 보면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을 모아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가르치거나 IT나 바이오 전문가 교육을 시키는 반면,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 집수리 과정이나 반찬 배달 사업을 가르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레시피, IT나 바이오 전문가 과정을 지도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지만, 아예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껍데기 재개발 도시재생에
더 이상 열정 보이지 말아야


이제 더 이상 껍데기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사업에 열정을 보이지 말자. 그 열정을 가난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그들의 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편을 찾는데 활용하자. 달동네의 문제는 더 이상 집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고 소득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에 합의하자. 그 점에 대해 합의할 수 있다면, 도시재생사업의 흩어진 첫 단추를 어디에서 다시 끼워야 하는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참고>

1) http://en.wikipedia.org/wiki/Urban_renewal

2) http://www.mlit.go.jp/crd/index/outline/index.html

3) http://ko.wikipedia.org/wiki/%ED%86%A0%EB%8B%88_%EB%B8%94%EB%A0%88%EC%96%B4

4) https://ja.wikipedia.org/wiki/一村一品運動

5) 위의글.

6) http://www.bostonplans.org/about-us/planning-boston-s-future

7) https://edc.nyc/meet-nycedc

8) https://www.nycedc.com/about-nycedc

9) https://d2n2lep.org/what-are-local-enterprise-partnerships/

10) https://webarchive.nationalarchives.gov.uk/20140805140852/https://www.homesandcommunities.co.uk/ourwork/urban-regeneration-companies

11) https://www.npo-homepage.go.jp/about/toukei-info/kenbetsu-ninshou

12) https://www.npo-homepage.go.jp/about/npo-kisochishiki/ninteiseido

13) https://www.npo-homepage.go.jp/about/toukei-info/ninshou-bunyabetsu

14) https://www.britannica.com/place/Israel/Settlement-patterns#ref317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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