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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재생에너지 천적 아니다, 함께 가는 길 모색해야”

정리: 김중배 (여시재 정책위원)

2020.11.10

탈원전을 둘러싼 오해들, 찬-반 전문가들 모여 치열한 토론

신고리 3호기

김대경 전 아시아개발은행 선임에너지전문가가 기고한 여시재 인사이트 <탈원전 논쟁, 제대로 이해하면 필요 없다(9월15일)>가 여시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김 전문가 글의 요지는 1. 원전은 탈탄소 기술은 맞지만 분산화에는 적합하지 않고 2. 녹색기술이나 지속가능한 기술이 아니며 3. 우리나라 원전이 경쟁국에 비해 싸거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식도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여시재는 이 글의 내용이 한 쪽에 치우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음에도 논리의 자기완결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이견이 있는 분들의 반론도 환영한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여시재는 이후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름에 따라 입장이 다른 전문가들을 초빙, 토론회를 열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김찬기 한전 전력연구원 처장,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성창경 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당초 논쟁에 불을 댕긴 김대경 전문가도 동석했다.

이 자리에선 주 교수가 발제하고 이후 다른 참석자들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날 토론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인한 전력계통의 안정성 문제를 놓고 집중적인 토론이 벌어졌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놓인 가림막을 치우고 서로의 입장차와 다른 견해에 대해 폭넓은 숙의를 거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화상회의로 진행된 토론회 모습

이번엔 주 교수의 설명을 중심으로 토론회 내용을 공개한다. 월성원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여시재는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추가적 논쟁이나 토론 내용을 꾸준히 전달할 계획이다.


<주한규 교수 발제>

1. 원전 안전성 및 비용에 대한 오인

“원전은 생명안전성 면에서 최고”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과장돼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진짜 원인은 지진이 아닌 쓰나미였다. 후쿠시마 사고가 지진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당시 진앙에서 더 가까운 곳에 있던 오나가와 발전소다. 이곳은 지진 후에 침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가동을 중단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원전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는 체르노빌뿐이다. 원전은 여러 발전원 가운데 생명 안전성 면에서 최고다.

“사용후 핵연료 충분히 관리 가능”

사용후 핵연료의 문제는 첫째 열이 발생한다는 점, 둘째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열은 사용 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져 5년 후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방사성 물질인데, 가벼운 핵분열생성물과 플루토늄과 같은 초우라늄으로 나뉜다. 가벼운 것들은 방사성 반감기가 짧아서 300년 정도 지나면 독성이 떨어진다. 플루토늄 같은 경우 10만 년 지속한다고 하는데 화학적 친화성이 낮아 이동을 잘 못한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생산되는 전력에 비해 폐연료 양이 적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사후 처리 비용, 발전 원가에 반영되어 있다”

발전 후 처리 비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원전 값이 싸다는 일부 지적은 오해에 기인한다. 원자력 발전원가 구성을 보면 100만 kw 원전의 사후 처리 비용은 전체 발전 원가의 15%인 8원/kWh로, 매년 591억 원, 40년 간 2조 4000억 원을 적립하도록 돼있다. 사후 처리에 충분한 재원이라고 본다.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는 아니다”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31개 원전 보유국 가운데 독일과 스위스, 벨기에 대만만 탈원전을 추구하고 있다. 영국은 원전 증설을 추구하고 있으며 일본도 2030년까지 최소 20%의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보하려 한다. 프랑스와 스웨덴도 원전 설비 유지(One-In-One-Out)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2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며, 2013년 이후 증가 추세다.

2. 탈원전, 경제-환경 분야에 악영향

“이념 불문하고 국민 다수가 원전 지지”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갤럽에 의뢰해 지난 5월 12~14일 전국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 총 응답자의 66%가 원전 이용에 찬성하였으며 반대는 21%였다. 자신을 보수라 응답한 이들 가운데 찬성은 79%였으며, 진보라 응답한 이들의 찬성 비율도 63%였다. (표본오차 ±3.1% P, 신뢰수준 95%)

“두산중공업과 한전 등 경영 악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원전 건설 업체인 두산중공업의 작년 공장가동률은 그 전년도의 50%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10%로 떨어졌다. 2400명의 직원이 순환 휴직을 거쳐 1000명의 명예퇴직을 추진하게 됐으며, 3조 6000억 원의 공적자금 투입 결정이 내려졌다. 경남과 창원의 원전 협력업체들도 작년에 2016년 대비 35%와 38%씩 매출이 감소하였고, 고용 인원도 14%, 15% 줄었다.

원자력 발전량은 2016년 기준으로 지난해까지 계속 감소하였으며, 특히 2018년의 경우 원자력 발전량이 연간 3.3기가와트-년(GWy) 감소한 반면, 석탄과 가스는 각각 2.9기가와트-년, 3.6기가와트-년 증가했다. 단가가 비싼 전기를 구입하다 보니 한국전력의 적자 폭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1조 2765억 원과 2조 2635억 원에 달했다.

“탈원전 이후 우리나라 CO₂ 배출 오히려 늘어”

원전 발전량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은 정확히 역동조 관계를 보여 원전에 의한 발전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LNG 수입량이 늘었다. 탈원전을 하지 않았다면 절감할 수 있는 수입량은, 2016년 원전과 LNG 비중을 2017~2019년 3개년 간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총 31억 달러, 3조 490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탈원전 후 석탄 사용도 늘면서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도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3년간 2200만 톤 감축 목표 달성은커녕 오히려 5100만 톤이 늘어 목표 감축량과 비교하면 7300만 톤을 더 배출한 셈이다.

“그린 뉴딜 과도한 설비 확충으로
운용 안정성에 위협”

지난 3년간 태양광 설비는 연평균 38%씩 성장해 지난해 총용량 11.7기가와트에 이르러 목표량을 50%를 초과 달성했다. 반면 풍력 발전설비는 지난해까지 총 1.5기가와트로, 목표에 25% 미달했다. 이는 풍력발전에 대한 환경 저항뿐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의 경제성이 태양광에 비해 많이 낮은 데도 그 이유가 있다.


정부는 그린 뉴딜 계획을 통해 2022년에 현재 대비 2.1배, 2025년에는 3.3배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현재 평균전력 대비 각각 40%, 66%에 이르는 규모다. 계획대로 될 경우 기존 발전소 가동을 축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력망 운용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제기된다.

3. 원자력+신재생이 답이다

에너지믹스, 실정에 맞게 가야

각국의 에너지믹스는 천차만별이다. 영국과 일본은 가스에 많이 의존하며, 일본은 수력 활용도도 높다. 또 풍력은 독일과 영국, 태양광은 일본과 독일이 강하다. 원자력은 프랑스와 한국이 강국이다. 중요한 건 각 국가마다 자연환경과 기술 여건이 달라 저마다의 실정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cf. 에너지믹스(Energy Mix)
신재생에너지 사용량 증대에 따라 등장한 개념으로 전력 발생원의 구성비를 뜻한다. 전력을 활용함에 있어 효율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발전원을 적절히 혼배합할 필요가 있어 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각국의 에너지믹스 비교 (출처: 주한규 교수 발제 자료)

“여전히 비싼 재생에너지
신한울 3-4호기로 보조금 지급도 가능”

우리 실정에서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매우 비싼 발전원이다. 태양광은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건설비가 4분의 1로 떨어지며 분명한 발전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풍력은 그렇지 못하다. 해상풍력의 경우 정부는 두산중공업을 원자력에서 풍력발전 설비 기업으로 바꿔서 공급하도록 하는데 kWh 당 280원가량의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이에 비해 전기 가격은 kWh 당 110원이니 2.4GWy 용량의 서남 해상 풍력의 경우 매년 1조 원을 보조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와 새만금 수상태양광발전소를 비교해보자. 발전용량은 각각 280만 kW, 30만 kW이고 건설비는 각각 9조 원과 5000억 원씩이다. 이용률을 고려하면 이 두 원전과 동일한 발전량을 내기 위해서는 이런 태양광 발전소 56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동일 발전량에 필요한 건설비는 각각 9조 원과 28조 원이 된다. 가동 연한을 보면 원전은 60년에 이르는 반면 태양광발전소는 25년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의 감가상각비용이 원전의 7.5배나 되는 것이다.

만약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이뤄진다면 매년 1GWy 발전 당 한전이 연 4000억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연간 발전량을 85% 이용률인 2.4GWy로 본다면 9600억 원, 작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총 보조금인 2조 2400억 원의 45%에 이르는 규모다. 원자력의 싼 발전 비용은 재생에너지 보조금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태양광, 농지 활용을 적극 고려해야”

태양광은 점점 단가가 내려가고 있으며 일조량이 적지 않은 우리 현실에도 맞으니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산을 깎는다든지, 저수지에 한다든지 하는 방식은 맞지 않다. 가장 좋은 방식은 논에다 설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쌀 소비 추세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8년 1인당 연간 75.8kg에 이르던 쌀 소비량이 2024년 연간 51kg으로 감소할 전망(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다. 쌀이 남는다는 건 논이 남는다는 것이다. 남는 논 10%를 태양광 발전 부지로 활용하게 되면 발전에 도움이 되고 농민의 소득 보전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수소 생산도 원자력이 경제적”

수소 생산에도 원자력이 경제적이다. 2025년 원전과 태양광 전기분해 기반 수소 생산단가 전망치는 각각 kg당 3350원과 7222원이다. 원자력을 통하면 태양광 보다 절반 이하 가격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 필수적인 것이 안정적인 대용량 전력의 공급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재생에너지 여건도 아주 우수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여건에서 기술집약적이며 저비용 고밀도 청정 에너지원인 원자력이 최적의 전력원이라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보조금 확보 차원에서도 원자력 유지 및 확대는 필요하다. 또한 수소를 매개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간 상생을 추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상 주 교수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원전은 생명 손실이 매우 적었던 그동안의 가동이력으로 볼 때, 지진 등 위험 요인으로부터 안전을 입증한 청정에너지원이며 폐기물 관리도 충분히 안전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비교할 때 여전히 경제적으로 탁월하다.

셋째, 재생에너지 비율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이 기저 전력원(브릿지)으로서 석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며 탈탄소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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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 (전 아시아개발은행 선임에너지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