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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20 ① / 경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올해 경제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 - “문 정부 깜깜절벽, 야당은 더 답답”

정리·이윤서 SD

2019.12.24

“중·일 경제 보복은 너무 늦게 오지 않은 축복”
“격차가 특권 만들고 특권이 기득권 강화하는 상황 깨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019년 한국 경제는 연초 전망했던 것보다 더 나빴던 것 같다”며 “2020년에도 더 어렵거나 최소한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연말 진행된 ‘여시재 전망 2020’ 인터뷰를 통해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한 채 2019년이 지나가버렸다”며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게 뼈아프다”고 했다. 이 전 부총리는 2020년에 대해서는 “경제를 턴어라운드(재구조화)하지 못하면서 시간과 재원만 낭비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칫 중구난방의 해가 될까 두렵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2022년 대선 때까지 2년여 동안 미래를 향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과 기업들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사드로 인한 중국의 압박,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해서는 “너무 늦게 오지 않은 축복”이라며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하게 대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IMF 극복의 주역 이 전 부총리는 1944년생으로 벌써 7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지만 얼마 전 ‘분산 ID’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조직인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자문위원장을 맡는 등 여전히 시대의 선두에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재)여시재 이사장으로서도 젊은 연구원들과 함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연구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여시재 연구원들이 이 전 부총리를 만나 2020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정부 정책대응 적절치 못했다”

Q. 이 전 부총리는 작년 이맘때 2019년을 전망하면서 “2018년에 시작된 위기가 2019년엔 엄혹한 고통을 몰고 올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고통이 5년 갈지, 10년 갈지 알 수 없다”고 했었다.

A. 2019년은 전망했던 것보다 더 나빴던 것 같다. 변화 흐름에 대한 준비도 눈에 띄는 게 별로 없었고, 정부 정책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고 본다. 오늘날 GDP에 의미를 두는 나라는 드물지만 상징성 정도는 있다. 그 GDP 성장률이 흔히 선진국이라 부르는 국가들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치를 보였다. 잠재성장률 또한 내려가고 있는데 그만큼도 실현하지 못했다는 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Q. 또 작년 이맘때 “비상 배낭을 메고 모험 여행을 떠나야 하는 ‘각자도생의 해’”라고 했었다. 아직 비상 배낭을 내려놓을 때가 아닌가?

A. 아니다. 일반 기업이나 국민 입장에선 뭔가 명확한 방향 설정이 되어야 고통을 감내하든지, 극복하든지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방향 설정조차되지 않았다. 계속 나빠지는 상황 속에서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한 채 2019년이 끝나버렸다.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뼈아프다.

Q. 2020년 경제를 전망해달라.

A. 올해도 어려울 것이라 본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본다. 비상 배낭을 정부가 채워줘야 할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엄혹한 현실을 생각할 때 올해도 비상배낭을 준비해두라고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다.

Q. 왜 그렇다고 보는가.

A. 재정 지출이 고용과 소비, 투자 증대를 보장하지 않고 있고 더구나 그 추세선이 내려가고 있다. 개별 기업은 구조적 대전환기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거나 아예 해외로 이전 중이다. 수출 시장도 어려울 것이다. 반듯한 일자리는 여전히 생기지 않고 마찰적 실업과 중장년층의 실업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다. 연말부터 실물 지표가 몇가지 호전되는 조짐이 있기는 하지만 주요한 것은 경제의 토대다.

Q. 대외 환경이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A. 미·중 무역관계가 일부 개선되거나 소강상태에 들어간다고 해도 미국을 제외하면 대외환경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로서는 불확실성이 더 높아져간다. 올해보다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Q. 중국 경제는 어떤가?

A. 중국은 아마 경상수지가 실질적으로는 적자로 전환되지 않았을까 본다. 이것이 단기적 현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중국 경제는 부실기업 증가, 제조업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외국 대기업의 철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기업과의 중첩 또는 대체 부문이 확대되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의 대국주의적 일방주의를 감안할 때 사드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을 제외하며 국제경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일 대응, 조용히 해나가야”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의 수월성
한·미관계도 기본은 같아”

Q. 작년 한 해 일본의 경제 보복이라는, 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아직도 여진이 크다.

A. 역설적으로 우리에겐 다행스런 일이다. 너무 늦지 않게 온 축복이라고 할까.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25%가 넘는다. 어느 한 국가에 20% 이상 의존한다면 그것이 중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여도 큰 문제다. 만약 편중이 더 커진 상태에서 사드 사태가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우리 기업들이 ‘아 중국에 대해서는 회사가 흔들릴 정도로 의존해선 안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또 일본이 으레 우리에게 필요한 부품을 계속 대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라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됐다. 이번 사태가 없었더라면 기초 원자재 개발에 들어가기라도 했겠나.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너무 늦게 오지 않은 게 중요하다. 더 늦었다면 손쓸 수 없었을지 모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그 각오를 한 번 더 가다듬고 또한 국민 모두가 견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각오와 준비가 있는지 걱정이다.

삼성, 현대차 등을 비롯한 몇몇 대기업은 이미 국제관계, 국제정세를 고려해서 대응 플랜을 짜고 있었다. 이번에 더 정교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늦게나마 글로벌 밸류체인이라는 것의 불확실성을 제대로 알게 됐다. 1차적 대응은 기업이 해야 한다. 나아가 만약 기업 차원에서 하는 개별적 노력을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할 때, 기업이 요청할 때 그때 정부가 나서면 된다. 정부는 항상 ‘Ready to Support’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게 중요하다. 떠들썩하게 할 필요 없다. 한국의 부품 개발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부품 기업들이 미리 빠져나가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용히 준비해나가면 된다.

내가 정부에 있다면 중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기업들을 찾고 육성하겠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을 통해 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겠다. 수월성을 기반으로 중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 때 나머지 분야에서도 우리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들의 수월성이다. 한-미관계도 근본적으로는 같다.

“중에 우리의 전략적 위상 분명히 해야”
“미·중 간 등거리 바람직하지 않아”

Q. 미·중 무역전쟁이 1차 봉합됐다고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

A. 당분간은 미국 중심 세계 질서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등거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의 압박을 어느 정도 감내하겠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도 잘 지내야 한다고 하는데 물론 잘 지내야지. 하지만 잘 지내려 한다고 잘 지내지는가?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기도 한다. 끝이 없다. 우리의 전략적 위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요구의 한계가 정해질 것이다. 아직도 미국이 큰 시장이고 중국은 미국 시장으로 가는 브릿지다. 시장으로 봐도 그렇지만 힘의 균형 체계로 봐도 아직 미국이다. 중국과는 윈-윈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기업의 수월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고 그것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순히 소비재나 관광만으로는 안된다. 고급 브랜드의 질 높은 소비재와 관광상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이 중국의 AI 기업과 손잡고 중국 자율차에 들어간다든지 하는 식의 얽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전제는 수월성이다. 어느 정도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기업들 간의 특화된 개별관계를 만들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에너지 자립
게임 자체가 바뀔 것”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상대가 생겼다는 의미”

Q. 과거에는 강대국들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틀은 유지했는데 지금은 먼저 깨는 것 같다. 과거에는 틀을 지키는 것이, 지금은 깨는 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일 텐데.

A. 제일 큰 변화의 동력은 기술과 함께 에너지 변환에서 나온다. 미국이 에너지 자립국으로 들어섰다는 것은 우리가 굉장히 주의깊게 봐야 하는 요소다. 미국의 과잉 에너지가 어디로 갈 것 같은가. 우리가 구매를 강요당할 수도 있다. 또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한다는 것은 해상 운송이나 보안 등의 게임 자체가 바뀔 정도의 의미가 있다. 알래스카 에너지가 이제 쓸모 없어진다든가.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것은 미국에 드디어 상대가 생겼다는 의미다. 중국이 상대로 등장했고 러시아가 혼미 상태에서 벗어났다. 러시아는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동해로 나오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리아 전쟁이 일어나고, 이란 협상이 깨지는 거다. 동북아라고 평온할 수가 없다. 미국은 최강 국가로서의 자리를 내놓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완력을 쓸 것이다. 이것은 바깥에는 막무가내로 보일 수 있지만 전략적 선택이다. 우리에게는 매우 힘든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1970년대 미국, 1990년대 일본
역사 속 실패에서 배울 수 있어야”

Q. 내부로 돌아와보자.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논란이 많다.

A. 기본적으로 큰 방향에 잘못이 있다고 본다. 재정 확대의 타겟팅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 미국은 장기적 경제 후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 확대 처방을 썼다. 하지만 경기 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내부의 구조적 전환에 눈 감고 단순히 경기 변동적 현상으로 인식한 데 따른 실패였다. 우리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금 상황은 작년에도 지적했듯이 경기변동 상의 위기, 구조적 위기, 3차 산업에서 4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혁명적 패러다임 전환의 위기가 중첩되어 있는 복합 위기 상황이다. 지금의 재정 확장 정책은 일자리를 늘리지도 못했고, 소득과 소비를 늘리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를 자극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복합적이다. 정부가 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책을 체계화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체계화 없이 재정지출을 늘리다 보니 각종 공적 부담이 확대됐다. 공적 부담과 비용이 늘어나면서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이 늘지 않으니 국내 부문에서 경제가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올해 예산 내용도 들여다보면 그동안 해왔던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짜인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Q. 확장 재정 자체가 문제라는 의미인가.

A. 그렇다기보다는 규모가 늘어나 봤자 쓸모가 없다는 거다. 원래 케인즈 이론에서는 ‘재정 지출은 일단 늘기만 하면 나쁜 지출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했었다. 그게 1970년대 미국에서 깨졌다. 우리도 미스타겟팅(mistargeting)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추진한 재정 확장 정책이 정부 부채 확대만 가져오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런 역사적 사례들을 두려움을 갖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기조에 현재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2020년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산층이 빠르게 줄고 있다”

Q. 만약 그렇다면 작년이나 올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도 되는 것인가.

A. 당연히 그렇다. 과거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구조 전환이 오면서 산업화 시대에 있었던 중산층이라는 개념이 빠르게 사라졌다. 우리는 후발 주자지만 중산층이 없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우리 산업의 해외 이전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복합도와 고도화도가 높아질수록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런 효과가 더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2019년에 최소한 서비스업과 지식산업 부분에서라도 변화를 유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서비스업과 지식산업 생산성이 미국이나 일본 대비 60%가 채 되지 않는다. 적어도 재정을 확대 지출할 때 두 가지 방향에서 나갔어야 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사회 안전망 구축, 두 번째는 서비스업이나 지식산업과 같이 미래 먹거리와 연결된 분야에 대한 지출이 과감하게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재정 확대 방향이 체계화되지 못한 데다가 미시적으로는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해 주거비가 올라가고 가처분 소득은 줄어드는 상황이 됐다. 결론적으로 한쪽으로는 투기 기제만 커지고, 다른 한쪽으로는 소비 수요를 압박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문화 예술 지식 투자가 미래
1만 명에 1억 원씩 줘도 1조면 된다”

Q. 미래로 가기 위해 어디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가.

A. 첫째 현재 낙후된 분야, 예컨대 농·수·축산업의 전환에 돈을 써야 한다. 농·수·축산업은 낙후 노인 산업화 되어 있다. 스마트 농기업 육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남아의 고급 소비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 농·수·축산업을 전환하기 위한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둘째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내가 몇 년 전부터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말을 해왔는데 대통령이 가져다 써버리긴 했는데 그 길로 가야 한다. 그 길로 가되 우리만의 강점 분야, 수월성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가 산업이 아니라 이런 수월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 규제 환경을 개선하고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

셋째 미래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지식인을 육성해야 한다. 문화 예술 지식은 모두 미래와 관련되어 있다. 미래의 리딩 플레이어들을 양성하고 그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쪽 분야 소셜 캐피탈과 프로젝트를 늘려야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 그쪽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백화제방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분야에서 말과 지식이 꽃이 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K-팝을 필두로 문화 예술 전문가를 육성하기로 하면 생각 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1만 명에 1억 원씩 줘도 1조다. 10여 년 전 스크린쿼터 문제로 시끄러웠을 때 크게 부담되지 않는 종잣돈이 영화계에 들어간 게 지금의 한국 영화산업을 만들었다. 물꼬만 트면 펀드가 따르게 되어 있다.

넷째 신도시를 지을 생각하지 말고 사회 공동체 개념을 집어넣어 도심을 개발해야 한다. 노-장-청-소-유와 상-중-하가 어울려 살 수 있는 미래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디지털 개념을 넣어 한 곳이라도 모델 도시를 만들었으면 한다. 지금처럼 베드타운 신도시는 안된다. 기왕 있는 구도심, 서울로 예를 들면 은평이나 중구 용산 서부이촌동 화곡동 미아삼거리 같은 곳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지역은 고급에서 저소득자용까지 망라한 임대 타운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 곳의 경우는 위원회를 만들어 임대료를 정할 수도 있다. 주거의 개념을 바꾸는 투자, 영어로 하면 ‘New Common Society’ 모델케이스를 만들어보자는 거다.

Q.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 실제 그와 관련된 적신호들이 많다.

A.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산업 및 기업의 연장선상에서 미래의 혁신을 생각해야 한다. 반도체는 기업들이 잘 해왔고 미래 투자 계획도 괜찮다고 본다.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차, 뉴모빌리티 등 자동차 시장이 세계적 재편기에 들어갔는데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신약과 바이오 분야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펴야 한다. 대체의료 확대에 따라 건강식품 및 면역증강 식품에 우리가 들어갈 분야가 많을 것이다. 이 외에 환경 개선 시설과 제품, 스마트시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기반 IoT, 인공위성 분야 등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

“플랫폼 기업 독과점 문제
성장을 먼저 묶어서는 안되지만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 필요”

Q. 대통령은 2017년 정권 출범 때 3개였던 유니콘 기업이 지금 12개로 늘었다고 했다. 독일의 13개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런 흐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나.

A. 물론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과거에 붙잡혀 미래로 가지 못하는 분위기가 문제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무지하게 컸는데 운이 좋게 규제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독일과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독일은 이미 체계화된 성숙사회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

Q. 미국이나 EU에선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 플랫폼 기업 생태계도 그런 길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A. 현재 우리의 단계는 독과점 문제라기보다는 선점의 문제라고 본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머지않아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세금 문제를 포함해 손볼 것이 많다. EU도 구글 등에 세금을 매기는데 이것은 그들이 (후발 기업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진입장벽을 쌓고 있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라는 의미다. 우리는 아직 크지도 않았는데 먼저 묶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다만 EU와 구글 사례 등을 참조해가면서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세계에선 이미
환경펀드, 사회적기업 펀드 나와
우리 기업들도
ESG에 더 관심 기울여야”

Q. 지난 9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리셋 캐피탈리즘’이라는 특집을 시작해서 화제를 모았다. 세계적으로도 자본주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여러 논의가 있다. 이 흐름에 대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A. 세계적으로 지금 두 가지가 진행 중이다. 하나는 ESG(Environment, Social Responsibility, Governance-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 구조)에 대한 관심 증가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는 이윤만이 아니라 ESG를 경영의 주요 요소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회적기업 펀드, 지배 구조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거버넌스 펀드는 꽤 나왔고 환경펀드도 나왔다. 유럽에선 확산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시작됐다. 우리 기업들에서도 움직임은 있지만 부족하다.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이 사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 또 하나는 탈산업화 시대를 준비하는 흐름이다. 기초소득이나 기초 자본 같은 것이 거기에 해당한다. 사람이 사는 데 핵심적인 요소를 과거에는 의식주라 했지만 지금은 의·식·주·행·교로 확대되고 있다. 행은 문화나 사회적 활동과 서비스, 교는 교육을 말한다. 국가도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이 미래다. 여기에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 여야는 각기 입장에 따라 입장을 제시하고 경쟁해야 한다.

지난 2년여간 우리 내부 이슈가 최저임금, 52시간, 비정규직 제로 같은 것들이었는데 이 논의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산업화 시대의 이슈다. 이제 거기에만 매달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서는 안된다.

“대기업들, 규제 불평만 해선 안돼
국가 보호 안에서 성장해 온 점 성찰해야”

Q. 기업들의 전근대적 경영 같은 문제들이 수년간 많이 드러났다.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나는 그것도 기득권 구조라 보는데 법적으로 문제 있는 것이야 당연히 법에 따라 하면 될 일이다. 그 이외에는 기득권 문제를 놓고 싸울 필요가 없다고 본다. 만약 우리가 몇 년이라도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왔다면 이미 풍토가 반 이상 바뀌어있을 것이다. 지금 시대가 기득권을 지키려 해도 지켜지지 않는다. 미래로 간다면 기득권이 저절로 소멸해가는 시대로 우리는 들어섰다. 새로운 기업 환경, 제도에 의한 게임 체인지, 다시 말해 정책에서의 게임 체인지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기업들 문제도 여전히 많다. 대기업들은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 규제 불평만 하는데 그래서는 안된다. 국가의 보호와 육성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해 온 점을 성찰해서 ESG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형제 가족간 경영권 싸움을 할 여유가 없다.

“모든 기업이 서바이벌 게임 중”

Q. 지금 기업들은 대전환의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다고 보나.

A. 기업들은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개별 기업은 3개의 30% 스트레스, 다시 말해 매출이 30% 떨어지거나 고객이 30% 줄거나 현금흐름이 30% 나빠질 경우에 큰 고비에 처하는데 그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이걸 돌파하는 것이 게임 체인저다. 기업들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으려면 스스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거기에 따르는 여러 비용을 사회가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쌓인 게 상대적으로 적고 아직 엉성하기 때문에 미래 산업으로 가는 데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중국이 자율 자동차나 알리페이 등에서 확 점프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것을 기업 기반 재구축(Regrounding) 이라고 하고 싶다.

“블록체인이
미래로 가는 고리될
가능성 있다”

Q. 최근 블록체인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다.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인가.

A. 그쪽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 EU가 아직 방향을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돌파구를 찾아나가면 미래 산업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기술적으로도 앞서 있고 무엇보다 관심과 열정이 앞서 있다. 거기서 희망을 본다. 미래 도시는 블록체인 기반이 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이슈가 됐을 때 투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니까 활용 가능성이 요모조모 있고 신뢰 사회로 가는 데 도움이 된다 싶었다. 나는 블록체인이 미래로 가는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가상화폐=투기’라는 인식은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여시재 주최로 열린 ‘미래산업 토론회’에서 축사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작년은 ‘각자도생의 해’
올해는 뭐라 표현하기도 힘들다”

Q. 올 4월 총선이 있다. 선거가 있을 때 지출 구조가 더 왜곡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A. 단기적 수자 위주의 경제 운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면 올해 보다 상황이 좋아질 리가 없다. 그나마 남은 제조업에 대해서도 (경쟁국 대비) 수월성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공적 자금이 세금 지원과 (실업) 특구 지원이라는 형태로 나가게 되어 있고 그렇게 하는 만큼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경제를 턴어라운드 시키지 못하면서 낭비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현상이 선거 때까지 지속될 테니 선거 후를 긍정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 앞으로도 구조조정은 미루고 노인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비용 지출 정도, 나머지는 모두 사회적 보전 비용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보면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내가 ‘각자도생의 해’라고 했는데 올해는 뭐라 표현할 수가 없겠더라.

“자칫 중구난방의 해가 될까 걱정”
“한 가지만 보고 일방적 주장에 그쳐서야”

Q. 정권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A. 두 가지 다다. 정책적으로는 ‘마이동풍’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 상황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정권의 문제, 사회의 문제 두 가지 모두 결합되었다고 본다.

Q. 과거에도 그랬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 목표와 결과 사이에 괴리가 심해지는 것 같다. 왜 그런가.

A. 과거에 문제를 적시하고 개혁하자고 주장하던 이들로 정권 운영 세력이 형성됐다. 그러나 솔루션 제시에는 익숙하지 못한 것 같다. 정권 수립 후 2년 반이 지났으니 학습 효과에 의해서라도 전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고양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또 각 분야에서 문제 제기를 하던 사람들이 모여 일하다 보니 개별적으론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종합적으론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구조적 모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책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해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조기에 수정하려는 노력이 모자라는 것 같다.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각 단계에서 광범위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상승 작용을 일으킬 때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는 게 문제다. 말하자면 정책의 밸류체인이 너무 짧다. 한 가지만 보는 측면이 있다.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지면 현실과의 괴리가 생긴다. 조심스럽긴 한데 자칫하면 중구난방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서로 갈팡질팡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그렇게 갈까봐 걱정스럽다.

“진영 싸움 더 이상 안돼

Q. 문재인 정부 출범 때 국민들이 가졌던 희망이 2년 반 동안 많이 희석이 된 듯하다. 뭔가 정치의 복원, 경제의 복원, 희망의 복원 이런 것들이 필요한 듯한데 어떻게 해야 하나.

A.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후 미래에 대한 지도층의 성찰이 필요하다. 혁신적 합리적 미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신 차려야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진영 싸움은 이제 더 이상 안된다.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어느 방향으로 가려 하는지 헷갈려 한다. 좀 더 투명하게 좀 더 당당해져야 한다. 국민과 시장은 애매모호함과 불확실함을 싫어한다.

야당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 아닌가. 문 정부는 그런 점에서 깜깜절벽이고 야당은 더 답답하다. 여든 야든 시대정신이 무엇인가, 국민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열망하는가에 맞춰 대안 제시의 길로 가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선택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총선 후 2년 동안 이것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미래가 과거와 대립해서는 안 된다는 점 잊어서는 안된다.

“혁신은 자기부정서 시작하는 것
집권세력도 스스로의 기득권 돌아봐야”

Q. 작년에 “적폐 청산 과정에서 또 다른 적폐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A. 혁신이나 적폐 청산은 현실 부정, 자기 부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라는 표현을 썼는데 왜 그랬겠나.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현 정부 주도세력에도 이미 기득권이 많다. 스스로의 기득권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말하자면 민노총이나 참여연대도 현 정부가 가진 기득권이다. 현실을 넘어서려면 자기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서 막혀있는 상태인 것 같다. 정부가 혁신을 하려면 기업 혁신, 사회 혁신을 막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하고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이 내부의 자기 기득권이다.

‘촛불 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말은 자칫 똑같은 명분으로 반대 움직임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당위성만 강조하고 현실과 거리가 있는 정책을 쓰게 될 경우 결국 자가당착에 빠져들고 억지를 쓰게 될 우려가 있다. 반대자와 대화를 해야 한다.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감 결여의 결과다.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면 민심 이탈을 초래할 것이다. 시장의 흐름과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정책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 민족주의에 대한 과다 의존이 폐쇄적이고 퇴행적인 사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보수 정치세력은
기득권에 기생해 온 과거를
넘어서는 자세 보여야”

Q. 야당은 어떤가?

A. 무엇이 보수의 가치인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친박·반박, 탄핵 지지여부 등을 놓고 당권싸음 하는 것 아닌가. 권력과 기득권에 기생해 온 과거를 넘어서려는 자세와 각오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2030세대에 희망과 기대를 주는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Q. 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특히 청년들 중에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A. 양육과 교육 격차가 특권을 만들고 그 특권이 기득권 세력을 강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계층 사회, 닫힌 사회로 가게 되면 의심과 갈등이 증폭되고 사회 불안도 커진다. 이런 대물림을 거부하려는 정서가 결혼 거부, 출산 저하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이걸 깨부숴야 한다. 낳고 기르고 교육할 수 있도록 혁명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혁명적이라는 말이 세기는 한데 그런 정도의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구차하게 미봉이나 하려 해선 안돼”
“암중모색 끝에 바닥을 치기를”

Q. 그래도 희망은 있을까?

A. 연암이 쓰고 다산이 좋아했던 말이 있다. ‘인순고식(因循姑息) 구차미봉(苟且彌縫)’, ‘세상이 바뀌었는데 생각은 바뀌지 않는 것(인순고식), 문제가 생기면 정면돌파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얼버무려 넘어가려는 것(구차미봉)’이라는 뜻이다. 세상만사가 이지러지는 이유가 이 여덟 글자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머물러 있으면 결국 구차하게 애원하게 되고 미봉에 그치게 된다. 머리와 마음을 열고 끊임없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해는 저문데 갈 길은 멀다는 말이 있잖나. 올 한해 암중모색 해야 한다. 결국 거기서 길이 열릴 것이다. 나부터 그런 다짐을 한다.

나는 그래도 우리 국민들의 역동성을 믿는다. 우리 국민은 나 혼자 손해 보는 게 아닌가 하는 피해 의식이 강하고 따라서 공정과 합리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잘 참지 못하고 올바름을 추구한다. 때로 감성적이라고도 하지만 어려울 때 견디는 힘도 강하다. 올해까지는 우왕좌왕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선택지가 국민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가능성이 나올 것이다. 올해 바닥을 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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