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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인사이트 / 미중 환율전쟁과 한국 경제] 국내 콜거래 60%를 중국계 은행이 차지 - 미중 환율전쟁 속 한국의 대중 금융의존도 낮출 대책 필요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리스크분석본부 신흥경제부장)

2019.09.25

Citi(시티은행)

“포치(破七)는 대미 무역 합의 기대를
중국이 상당 부분 버렸다는 의미”

2019년 하반기 들어 미중 분쟁이 무역과 기술에 이어 환율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전면전 양상을 보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그동안 흐름의 윤곽만 살펴보자. 지난 7월 말 개최된 미·중간 고위급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자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 3,0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에 중국은 8월 5일 위안화의 대미 달러 환율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오던 7위안을 상회(포치·破七) 하도록 허용했다. 절하 폭도 2015년 8월 자본유출 압력이 고조되었던 시기 이후 가장 큰 1.44%를 기록했다<그림 1,2>. 미국은 다음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그 이후 한 달여 동안 위안화 환율은 0.6% 추가 절하되었다. 일각에서는 8위안도 깨질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위안화 포치 당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공포지수, 높을수록 불안심리가 높다는 의미)도 20.9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에 15%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 20.6을 상회하여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위안화의 포치(破七)는 인민은행이 美 관세 부과에 대응하여 절하를 허용한 정책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7위안 돌파 당일 이례적으로 신속한 성명을 통해 그 원인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관세 부과 두 가지를 언급하였다. Citi 등은 7위안 돌파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버렸음을 의미하고 향후 미중 무역협상 전개가 더욱 복잡해질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하였다.

중국의 경상수지
올해 적자 전환 가능성 있어

이 같은 위안화 절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측면이 크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의 외화 수급이 공급 부족으로 전환된 점도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외화 유입이 정체된 반면 지출이 확대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먼저 소득 증가에 따른 해외여행 급증, 일대일로 추진 등으로 대외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여행수지 적자가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의 약 80%를 차지했는데 이는 상품흑자 규모의 60% 수준이다. 이에 따라 IMF는 중국의 경상흑자가 2022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였다<그림 4>. 실제로 2018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490.9억 달러로 전년대비 74.8% 감소하였고 특히 1분기에는 16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341억$)를 기록하였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수출이 1,000~1,500억 달러 감소하고 경상 흑자는 700억 달러 내외가 감소되어 올해나 내년에 소폭의 적자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 더욱이 최근 3년간 국제수지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인 ‘오차 및 누락’의 유출 규모가 연평균 2,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경상수지 흑자보다 큰 규모로 자금 흐름의 관리가 쉽지 않음을 반영한다. 또한 앞으로 미국의 관세 인상 및 중국의 비관세장벽 강화 등으로 성장 원동력인 외자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脫 중국도 가속화하면서 외환 수급 악화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HSBC

“위안화 최대 8% 추가 절하 가능성”

이 같은 중국의 외화 수요 초과 현상에 따른 위안화 절하 압력의 구조는 미국이 희망하는 환율 절상과 반대 방향임에 따라 향후 미중 분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은 환율 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자유변동환율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를 상회하여 규모가 커 보이지만 GDP 대비로 환산할 경우 22%인데, 이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여타 신흥국 수준에 그치고 있다<그림 3>. 소시에테제네널(SG)은 자유변동환율제도가 관리환율제도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40~50% 정도 적게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참고로 HSBC의 경우 현재의 적정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25이나 3,000억 달러 10% 관세를 부과를 반영할 경우 7.7 내외로 평가하여 2.5~8%의 추가 절하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미국의 대중국 대항조치는 매우 제한적

美 재무부가 지난 8월 5일 종합무역법(1988) 에 근거하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적 동기에 의해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양상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보다 글로벌 위험회피 경향(risk-off)만 심화할 것으로 평가하였다. Economic Policy Institute는 환율 조작국 지정의 가장 큰 제재 조치인 관세 부과가 이미 시행되고 있음에 따라 실질적 대중국 압박 효과는 크게 제한되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 밖의 제재 조치인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 국가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감시 등도 이미 작년부터 국방수권법, 행정조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어 실제 효과는 미지수이다. 또한 미국이 대중 관세를 지속하더라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 무역적자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1980년대 일본 독일에 대한
미국의 환율 압박도 큰 소득 없었다

과거 1980~90년대 일본, 독일, 대만, 중국의 사례를 볼 때에도 환율 조정을 통한 국제수지 불균형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플라자 합의(’85년)를 통한 일본과 독일의 환율 조정 이후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완만하게 감소하다가 3~4년 후 다시 증가하였고 대만(’88·’92년)·중국(’92년)도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처음에는 감소하다가 재차 증가하는 현상을 되풀이 하였다<그림 5,6>. 당시 미국의 조치와 각국의 대응 및 효과 등의 상세 내용은 아래 <표 1>에 국가별로 기술하였다.

한국의 위안화 예금은 거의 전액 소멸

미중 환율 갈등은 위안화의 약세를 초래하는데 이는 위안화의 역외 보유 유인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위안화는 중국의 시장 개방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투자처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위안화의 국제화는 금리(투자수익률)보다는 위안화의 절상 기대에 따른 환산익에 의존하여 진행되었다. 실제로 대만, 홍콩 등 역외 지역의 위안화 예금 규모는 위안화 절상 기대가 컸을 때 크게 증가하다가 2014년 자본유출 및 위안화 절하 압력이 커지면서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우리나라는 잔액이 거의 소멸되었다<그림 7>.

중국은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외화공급 및 자국 금융시장 투자 수요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자본시장 개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외환관리국(SAFE)은 금년 9월 10일 외국인적격기관투자자(QFII) 및 위안화 외국인적격투자자(RQFII)의 한도를 철폐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같은 자본시장 개방 조치는 역외 위안화의 본토 회귀 경로를 확대시키면서 위안화의 국제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진행된 중국 증시의 글로벌 지수(MSCI) 편입 등으로 전체 주식과 채권의 시자 총액에서 외국인 비중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그림 8>. 여기에 아시아 주변국을 중심으로 무역과 직접투자 등 실물경제에서의 활용이 커져 지역 결제통화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앞으로 중국정부가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자체 필요성이 더해지면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하여 절하 폭이 크게 확대될 경우 신흥국 통화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동반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위안화와 신흥국 통화 가치가 동조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특히 외채가 크게 증가하고, 자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경제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지난 6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출처: 연합뉴스)

IMF

“선진국이 환율전쟁 참전할 경우
1930년대 대공황 반복될 수 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환율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할 경우 환율전쟁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IMF는 국제사회에서 자국 이기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다수 국가가 환율전쟁에 동참함으로써 1930년대 대공황 당시의 실수가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도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는 환율뿐만 아니라 외화 수급 등 금융 전반에 있어 중국과의 연관성이 뚜렷해졌음에 유의해야 한다. 참고로 위안화-원화의 對美 달러 환율 간 상관 계수가 2014~2016년 0.65에서 2017~2019년 0.78로 상승하였다<그림 9>. 더욱이 우리나라의 외화 콜거래 시장에서 중국계 은행의 거래 비중이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외환 수급 시장에 있어도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금융마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자연스러운 걱정이다. 하지만 길고 큰 시각으로 봐야 한다. 당분간 당국은 물론 여러 금융 주체들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의존도를 낮춘다고 중국 쪽 금융시장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내와 다른 지역의 시장을 키워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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