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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1차 산업혁명 ‘영국 패권국’ 부상, 2차 산업혁명 ‘독-미의 도전과 두 번의 세계대전’, 3차 산업혁명 ‘소련의 몰락과 미 단일 패권’ 개막 - 長주기 이론으로 본 미-중 분쟁

작성자 : 성균중국연구소 2019.08.16 조회수 : 3792

1차 산업혁명 ‘영국 패권국’ 부상,

2차 산업혁명 ‘독-미의 도전과 두 번의 세계대전’,

3차 산업혁명 ‘소련의 몰락과 미 단일 패권’ 개막

- 長주기 이론으로 본 미-중 분쟁


성균중국연구소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일정 중 양자회담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 tellerchina 


지난해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이 지루한 일련의 줄다리기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듯했으나, 또다시 회담 결렬의 위기를 맞으며 상황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와 유세 연설 등을 통해 중국이 이미 합의된 사항을 깨고 미국의 주요한 요구 -특히 중국의 산업정책 전환 요구- 를 무시해버렸다면서 추가적 관세 인상을 명령하였다. 지난 8월 15일에는 “분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현재 분쟁은 무역에서 시작해 기술표준을 거쳐 환율에까지 이르렀고, 그 다른 면에선 미국의 INF(중거리핵전력조약) 탈퇴와 동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중 분쟁의 근본적 원인에 관한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탈냉전기에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갈등이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 발발한 것일까? 분쟁의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이고, 그것이 갖는 국제 정치경제적 함의는 무엇인가?


先導산업의 향배가 패권질서 규정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일지 형태로 단순히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현 사태의 구조적 배경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론’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표층적인 사건의 영역보다 더 밑에 존재하는 국제정치의 장기(長期) 동학을 이해해야만 현재의 세계사적 국면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조지 모델스키(George Modelski)와 윌리엄 톰슨(William Thompson) 등이 발전시킨 ‘리더십 장주기 이론(Theory of Leadership Long Cycle)’은 오늘날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왜 무역 분쟁, 그중에서도 첨단 기술을 둘러싼 갈등의 형태로 두드러지게 표현되는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장주기 이론은 근대 세계사에서 패권국의 교체와 기술혁신의 관계에 주목하는 거시적 국제정치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콘트라티에프 주기(K-Wave)라 불리는 장기적 경제 사이클이 국제질서에서의 리더십 주기와 긴밀히 연관되는데, 이 경제순환은 근본적으로 선도 부문(leading sector)에서의 기술혁신에 연동되어 움직이게 된다. 즉, 세계사의 특정 시기에 혁신적인 기술혁명이 일어났을 때, 해당 기술에 기반한 선도산업을 주도한 강대국이 그 시대의 지도 국가로서 부상하여 국제정치경제의 질서를 주도한다는 것이 장주기 이론의 골자이다. 

가령, 면직물과 증기기관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으로 발생한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의 패권국 부상과 긴밀히 연관되며, 중화학공업에 기초한 2차 산업혁명은 기성 팍스 브리태니카에 대한 독일과 미국의 도전, 그리고 양차 대전을 통한 ‘미국의 세기’ 건설로 귀결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20세기 후반의 정보화 혁명은 냉전에서 소련이 몰락하고 미국이 결정적 승기를 잡는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이론적,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오늘날의 미중 관세분쟁의 본질이 단순한 무역수지의 문제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갈수록 밝혀지고 있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G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표준을 장악하는 국가가 21세기의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 예측이 오늘날 패권 경쟁이 테크놀로지 영역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주된 이유인 것이다. 

사태의 촉발 지점은 대테러전쟁의 실패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 패권의 하강이 뚜렷하게 감지되는 상황에서, 신창타이(新常态)의 돌파구이자 중국몽 실현의 수단으로서 시진핑 정권이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사업’을 발표한 2015년 시점으로 여겨진다. 이는 베이징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총체적 국력을 기울여 기술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명시적 선언이었고, 이에 대한 우려 혹은 두려움을 키워오던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을 통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주지하다시피 대선 캠페인 기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중국의 경제정책을 거친 언어로 비판해왔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여러 주요 정책 텍스트들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중대한 국가적 사무임을 지적해왔다. 가령, 현 행정부 안보전략의 대강을 담은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17)’, ‘냉전 2.0 선언문’이라고까지 불리는 2018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 연구소 연설문 등에서는, ‘수정주의’ 강대국인 중국이 각종 사기와 불법행위를 통해 미국 패권의 근간인 첨단기술영역의 토대를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특히 트럼프 백악관 내의 보호주의 세력을 이끌고 있는 피터 나바로의 ‘무역제조정책국(Office of Trade and Manufacturing Policy)’이 2018년 6월 발간한 ‘중국의 경제적 공격이 미국과 세계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위협하는가(How China’s Economic Aggression Threatens the Technologies and Intellectual Property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World)’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는 대중 정책의 핵심 목표가 단순히 무역적자 축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에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 연구소 연설 요지 / 2018>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출처 조선일보


-중국은 전세계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중국이 저항한다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자유로운 질서 수립을 위해 끝까지 간다.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핵심은 중국의 기술굴기 무너뜨리기 위한 것

보다 구체적으로 작년부터 진행된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에게 미국 상품의 추가 구매, 중국 시장의 추가 개방, 중국의 산업정책 변화 등을 요구해 왔는데 이중 핵심은 단연 세 번째 사항으로 중국의 기술굴기를 무너뜨리기 위한 기술보호주의적 책략에 근거한다. 또한 협상장 바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골간이자 ‘중국제조 2025’의 핵심인 5G 기술과 관계된 화웨이, ZTE 등의 중국기업을 각종 법적 조치 등을 통해 타격해 왔다. 그런데 그간 양자협상에서 중국은 첫 번째, 두 번째 사항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세 번째 산업정책 부분에서는 끝까지 저항하며 버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8년 8월 리커창 총리가 직접 담당하는 국가과학기술영도소조의 신설은 중국이 미국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제조 2025’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 기술 영역이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를 이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 출처 중앙일보


13.4% 증액된 중국의 올해 과학기술 예산

물론 최근 들어 워싱턴의 예봉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베이징 정부가 ‘제조 2025’ 전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보고에서도 처음으로 그 명칭이 빠지기는 했다. 하지만 ‘2025’ 계획과 관련된 과학기술 예산이 올해 3500억 위안(약 59조원)으로 책정되었다는 점도 함께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2018년 대비 13.4% 증가한 금액으로 4차 산업혁명의 선도기술과 표준을 장악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중국의 궁극적 의도가 여전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현실주의적 시선에서 보면, 기술 패권 경쟁이 결국 군사 분야의 패권 경쟁과 직결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1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과 독일의 2차 산업혁명 경쟁이 결국 거함 거포 경쟁, 혹은 건함 경쟁으로 이어졌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오늘날 미군은 이른바 ‘3차 상쇄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중국과 군사력 부분에서 다시 한 번 격차를 현격히 벌이려는 시도로서 이해된다. 애초에 3차 상쇄 전략을 2014년에 처음 천명할 때부터 미 국방부는 중국군이 미군과의 기술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를 지속해 왔고, 이로 인해 미군의 절대적 우위가 더 이상 주어진 사실이 아닌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위기감을 신전략추구의 근거로 삼았다. 9.11 이후 전 지구적 대테러 전쟁에 미국이 몰두한 사이에 다른 강대국들, 특히 수정주의 국가로서 중국이 빠른 속도로 군사기술 영역에서 미국의 우월성을 잠식해왔다는 것이 기본적 문제의식이었던 셈이다. 특히 중국의 ‘반 접근/지역 거부(A2/AD)’ 능력의 신장이 미군의 군사적 우위에 매우 심각한 위협을 가져왔다고 판단하였다. 


미 패권의 확립은 1980년대 군사혁신에 기초

본래 과거 소련과의 냉전시절에 두 차례 시도되었던 것이 상쇄 전략의 기원을 이루는데, 두 번 모두 소련이 미국의 기술 및 전략적 우위를 위협하던 상황에서 실행되었다. 그중에서도 1980년대 실행된 두 번째 상쇄 전략은 3차 산업혁명에 기초, 이른바 군사혁신(RMA)을 수행하여 오늘날 미군의 핵심 전력인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과 네트워크 기반 전쟁 수행 개념(NCW)을 실현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 시기 달성된 군사적 능력이 미국이 탈냉전기 이후 20여 년간 전 지구적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는 토대가 되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다시 세 번째 상쇄 전략을 실행한다는 것은 미국이 냉전기 만큼이나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였고, 총체적 국력을 투여하여 중국의 군사굴기에 광범위하게 대응하여야 한다는 절박성이 묻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환언하면, 4차 산업혁명의 와중에 새로운 선도산업에서의 기술적 혁신이 또 다른 군사혁명으로 이어져 세력전이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 3차 상쇄 전략 추진에 담긴 펜타곤의 속내인 셈이다. 즉, 미국이 먼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을 군사력 변환에 적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전장(戰場) 환경을 조성해 압도적으로 중국을 누르려는 시도이다.


미중 갈등 완화 가능성 거의 없어

결론적으로 해를 넘겨 2019년 현재까지 치열하게 신경전이 진행되고 있는 미중 관세 무역 분쟁이 요행히 단기적으로 합의를 통해 휴전에 이르더라도 이는 항구적인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구조적 조건(혹은 ‘투키디데스 함정’의 지속 존재)이 사라지지 않는 한 패권의 핵심요소로서 선도기술을 둘러싼 두 초강대국 간의 대결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미중 무역 분쟁은 장주기 이론이 역사적 사례를 통해 실증해주었듯 혁명적 기술혁신과 선도산업의 변화가 세계 정치의 근본적 변동, 즉 패권 이행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상황의 징후적 표현이기에 두 국가 간의 몇 차례 외교적 협상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 다시 말해, 무역 갈등의 근저에는 선도기술 경쟁이 깔려 있고 이는 곧 미중간의 새로운 냉전의 전초전이 개시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내에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피터 나바로 국장 등의 대중 강경파가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며 정책 서클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민주당조차도 방법론 상의 이견을 제외하면 중국 견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에, 근 시일 내에 미중간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G2 패권경쟁은 한반도의 숙명적 환경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대외정책의 큰 그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를 막론하고, G2 초강대국들 간의 패권 경쟁이 우리에게 주어진 구조적 조건이라는 점을 전제한 채 그려나가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21세기 중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한반도의 숙명적 환경이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고난의 길임을 자각할 때, 그나마 우리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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