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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여름은 미세먼지를 이성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절 - 7월 미세먼지 3월 비해 7분의 1, 지금이야말로 ‘정치 논리’ 걷어낼 適期다

작성자 : 차상민(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2019.07.15 조회수 : 2284

[주간 인사이트] 여름은 미세먼지를 이성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절

7월 미세먼지 3월 비해 7분의 1, 지금이야말로 ‘정치 논리’ 걷어낼 適期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여름이라고 해서 미세먼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겨울에 비해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은 훨씬 덜하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던 3월 5일 미세먼지 지수(PM10)는 186이었던데 비해 넉달 후인 7월 5일엔 24였다. 같은 날 초미세먼지(PM 2.5)도 137과 22였다. 7~8분의 1에 불과했다. 3월과 7월은 대체로 이랬다.  

여름에 미세먼지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난방을 안 하게 돼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연료 사용이 줄어들었다. 여름에 기온이 오르면 하늘 높은 곳까지 원활한 대기 순환이 이뤄진다. 여름비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을 씻어낸다. 이 외에도 겨울 계절풍인 북서풍이 여름에 남동풍으로 그 방향이 바뀌면서 중국에서 유입되던 미세먼지가 다시 대륙으로 밀려난다. 이런 것들이 요즘 우리가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들이다. 



마천루가 즐비한 인천 송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와 낮을 때를 비교했다.  사진 연합뉴스


모든 문제는 결국 정부로

정부는 국민 눈치 보는 대책만  

미세먼지는 주로 겨울에 나타나 온 국민을 분노케 하는 계절성 주제가 되었다. 겨울철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아질 때마다 국민의 격분도 함께 치솟았고 누구나 쉽게 분풀이 대상이 되었다. 죄 없는 고등어가 비난을 받았고, 고등어를 잘못 꺼내든 연구자들이 또 뭇매를 맞았다. 경유차 운전자는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렸고,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에 돌리지 않으면 중국 눈치를 살피는 사대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모든 비난은 결국 정부로 향했다. 정부는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인공강우나 야외 공기청정기 같은 임기응변식 대책을 내놓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대책이라도 내놓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가. 인공 강우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비의 세정효과에 착안하여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해서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술수준으로서는 국민에게 ‘희망고문’만 줄 뿐이다. 야외에 대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하여 미세먼지를 없애겠다는 발상은 ‘언 발에 오줌누기’ 보다 더 효과가 없는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고식책이다. 국민 눈치보기식 대책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폭염 와중에 미세먼지 얘기를 꺼내는 것은 생뚱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장마가 미세먼지를 씻어 버리고 폭염의 괴로움이 미세먼지에 대한 분노를 잠시 누그러뜨린 요즘이야말로 미세먼지를 이성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적절한 계절이다. 미세먼지를 여름에 논하는 것은 마치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를 뜻하는 ‘하로동선(夏爐冬扇)’ 만큼이나 철에 맞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여름에 보일러를 수리하고 겨울에 에어컨을 정비하는 것이 오랜 생활의 지혜이듯이 미세먼지 문제를 겨울이 오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겨울과 봄엔 이성도 과학도 사라진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논의는 설자리를 잃고 그 대응도 체계적일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미세먼지를 차분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계절이 되었으니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이성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겨울 또다시 미세먼지가 몰아닥쳐도 흔들림 없이 대처해나갈 수 있다. 그렇게 10년, 20년은 끈질기게 노력해도 될까 말까한 게 미세먼지 문제다.

미세먼지의 특징 중 하나는 국경을 넘나드는 ‘월경성(transboundary)’이다. 과거에는 ‘스모그’나 ‘산성비’ 등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국가 간의 갈등을 일으켰던 대기오염 문제는 요즘의 미세먼지 문제와 유사한 원인과 전개 양상을 보였다. 1970년대 서유럽의 급속한 산업발전의 여파로 대기오염이 확산되어 그 피해가 서유럽의 공업지대가 아닌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의 숲과 호수를 오염시켰다. 공업지대가 밀집된 영국과 서독은 그 책임을 부인했지만 스웨덴의 과학자 오덴(Svante Oden)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의 결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호수를 오염시킨 원인이 영국과 독일에서 날아온 오염물질이 축적된 결과임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오염이 결국 영국과 독일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과학적 사실로 이들 국가를 설득하였다. 결국 1979년 말 유럽 국가들은 ‘월경성 장거리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을 체결하여 유럽의 환경을 되살리는 노력을 유럽 국가들이 힘을 모아 협력해 갈 수 있게 되었다. 한국과 중국 간의 미세먼지 문제도 비난과 책임공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미세먼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유럽에서의 사례와 마찬 가지로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인 방식에 기반을 두고 이성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컨테이너 화물선 한척

경유차 50만대 미세먼지 내뿜어

미세먼지의 원인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기여도는 공장(44%), 선박・장비(16%), 발전소(14%), 자동차(12%) 등으로 산업시설이 오히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대책과 예산의 70% 이상이 경유차나 친환경자동차에 치중되어 있는 비대칭적 정책의 실효성을 검토해봐야 한다. 또한 석탄・석유 등 화석연로의 연소 과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2차 생성물로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미세먼지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축산농가의 암모니아가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촉매제 역할을 하므로 축산농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깨끗한 바닷바람을 기대하겠지만 사실 항만의 공기는 미세먼지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컨테이너 화물선 한 척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경유차 오십만 대가 뿜어내는 미세먼지와 맞먹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이 원자력발전을 충분히 대체할 수준에 이르러서야 미세먼지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므로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Energy Mix) 스케줄은 매우 신중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위한 입지가 부족해 친환경 발전을 위해 환경을 훼손하게 되는 모순에 빠지기 쉽다. 원자력이 제공하지 못하는 발전량 부족분을 매우기 위해서는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에너지가 비집고 들어오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미세먼지 발생은 피할 수 없다. 결국, 우리 각자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서는 미세먼지의 탓을 어느 누구에게도 돌릴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우리 스스로가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하지만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고 나면 누구나 정부를 바라보게 된다. 사실 미세먼지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본원적인 고유 업무임이 분명하다. 미세먼지와 직결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인데  이는 산업부의 중심 업무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의 문제는 물가와 재원을 다루는 기재부의 업무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미세먼지는 외교부의 업무이고,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은 보건복지부, 경유차를 비롯한 자동차 문제는 국토교통부, 미세먼지 저감 기술은 과기부 등등 도대체 미세먼지와 관련 없는 정부 부처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과학의 문제에 뾰족수라는 것은 원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특별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가 발족하여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국민에게 큰 기대를 준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세계적 지도자와 유능한 공무원, 그리고 최고급 전문가로 구성되었다. 정부 각 부처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조정자, 촉진자 역할을 훌륭히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노파심은 여기서도 발동된다. 환경회의는 앞으로 자체 일정에 따라 겨울이 오기 전에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지금 심포지엄 등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과학의 문제에 뾰족수라는 것은 원래 없다. 겨울이 와서 또다시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덮을 때 과연 국민들이 인내해줄 것인가? 


국민이 치열해야 할 시기는 바로 지금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이러한 논의들이 차분하지만 치열하게 이루어져서 국민이 합의하고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미세먼지는 우리 사회 최대의 생활 정치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현대 대중 사회에서 이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본질적으로는 과학과 산업의 문제다. 지금이야말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합리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논의할 수 있는 적기다. 국민들이 정말 관심을 기울이고 논의에 참여해야 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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