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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무인기 개발 ②] 미국 벨社 보다 뛰어난 성능 國産 ‘틸트로터 무인기’ 개발엔 성공, 사업화엔 9년째 실패 - 기회주의적 평가시스템이 이런 좌절을 불렀다

작성자 : 안오성(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2019.04.26 조회수 : 7899


  


지난 3월 15일 여시재 <주간인사이트>를 통해 한국이 세계적 드론(무인기) 기업인 중국 DJI에 앞서 최첨단 드론을 개발하고도 사업화가 실패 또는 지연되면서 DJI에 세계 시장을 통째로 내준 사례를 분석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번에 거론한 ‘틸트로터형 무인기’ 사업화가 어떻게 실패했으며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벨社는 “그러시든가”라고 코웃음 쳤다
그러나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스마트무인기 기술개발’이고 모델명은 TR-100이다. 헬리콥터와 프로펠러 항공기의 원리를 결합한 비행체를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헬리콥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고고도 비행이 불가능하고 장거리 통신도 곤란하다. 반면 TR-100은 프로펠러 항공기 원리를 결합시켜 이 두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자 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항우연이 970억원의 예산을 갖고 2002년에 시작해 9년만인 2011년에 최종 성공했다. 미국 벨(Bell)社에 이어 세계 두 번째였다.

벨이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들인 시간은 50년이었다. 벨은 10년 안에 개발하겠다는 우리 목표를 듣고는 “그러시든가”라고 코웃음을 쳤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어떤 전문가는 TR-100의 기대 성능이 해외 어떤 모델 보다 뛰어나며 국방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을 듣고는 “우리가 이런 비행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어떻게 사실일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만큼 무모한 일이었다.

그러나 성공했다. 성능은 벨사의 틸트로터형 드론 보다 더 뛰어났다. 헬기가 비행하기 어려운 고고도(5km)에서 500km/h의 비행속도(헬기 대비 3~4배), 5시간의 체공시간, 제자리 비행을 하며 한 사람을 들어 올려 구조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는 전세계에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세기 동안의 투자로 기술을 독점한 벨이 개발한 ‘Eagle Eye’라는 틸트로터 무인기 속도 보다도 무려 30%나 뛰어나다. 울릉도나 독도와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조 사건이 생겼을 때 육지(울진군)에서 30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고, 3~4시간 동안 인명 수색과 구조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현장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다수의 지상 매체와 교신하고 모든 비행을 자동으로 하다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다. 여기에 헬파이어 미사일 2기(확장형 4기)를 장착하면 무인전투기로 개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바람이 세게 불어 사고 위험이 큰 ‘Sea State 레벨 5’ 조건에서도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고, 일정 수준 이하로 흔들리는 배에도 자동 착륙이 가능하다.




TR-100과 TR-60



항우연은 또 정부 수요만 바라보지 않고 자체적으로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사업계획에 없던 축소형-보급형 모델 ‘TR-60(200~300kg급)’까지 추가로 개발해서 원양어선이나 야전부대에서 활용하기 용이하도록 했다. 이 축소형 모델은 대한항공에 기술이전 하였으며 항우연 역사상 최고의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美 시콜스키社는 자기 비용으로 TR-100을 전시했다


이 사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가 투자한 20여개 프론티어 사업들 중 가장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2011년도에는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한국을 빛낸 과학기술 및 산업성과 25’에 선정됐다. 중앙정부 및 정치권을 한동안 떠들썩하게 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 관심을 모으기까지 했다. 아랍에미리트의 므바달라社는 2011년도에 자신들이 투자하여 사업화하겠으니 기술이전과 중동지역 판권을 요구하며 책임자가 직접 전남 고흥까지 방문하였고 2015년도와 올해 초에도 항우연의 틸트로터 무인기 현황을 브리핑 해달라고 정부차원에서 요청해 왔다. 중국은 학계를 통해 우회적으로 정보획득을 위해 접근해 왔다. 수직이착륙 항공기의 세계 최대 강자 미국의 시콜스키사는 2011~2012년도에 항우연의 TR-100을 자신들이 개발한 최신예 전투헬기의 호위기로 활용하겠다며 부사장이 고흥까지 방문하여 기술실사를 하였고, 자신들의 비용으로 항우연이 개발한 틸트로터 무인기를 미국에 전시할 기회를 주었다.  

틸트로터 기술의 이런 혁신성 때문에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일본은 본토에서 센카쿠 열도에 
가장 빠른 시간에 상륙할 수 있는 V-22 오스프리(미국 Bell사가 개발한 틸트로터형 유인 수송기)를 2014년도에 전격적으로 수입했다. V-22는 초기 안정화 과정에서 잦은 사고를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V-22를 고집한 이유는, 바로 틸트로터형 항공기만이 해결할 수 있는 ‘국방전략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청된다. 미국이 다수의 추락 사고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틸트로터 비행기를 개발한 동력도 국가전략차원의 의사결정이었다. 베트남전에서 값싼 핸드캐리 열추적미사일에도 수백대의 헬기가 격추되었던 경험, 1979년 이란대사관 인질 구출작전 실패가 작용했다. 

드론(무인기)에는 상당히 많은 체급이 있다. 1kg 내외의 무게에 5km 정도의 운용 반경을 갖는 취미용/개인용 드론(DJI 드론), 손안에 들어가는 g(그램)급 무인기도 있다. 7톤 무게와 단 3대 만으로 전세계 감시정찰 비행이 가능한 미국의 글로벌 호크도 있다. 이들 각각은 그 체급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DJI는 취미용/개인용드론(1kg 내외) 시장을 개척하였다. 100kg급 이상의 전술형, 전략형, 공공활용형 중대형 드론은 공공무분과 군용부분의 R&D 정책, 거버넌스, 국가전략 등의 지배를 받는다. 현존하는 전투기를 무인기로 개조한 무인전투기도 있고 아예 시작부터 무인전투기로 개발한 무기도 있다. 우리나라는 무인전투기까지 개발할 수 있는 전방위 기술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TR-100은 1톤 급이며 300km의 운영 반경(목표는 200km였으나 시험결과 유효통신 거리가 연장됨)이 가능하다. 6km 고고도 비행이 가능하고 광대역에서 빠른 임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비행체다. 현재 이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 뿐이다. 이스라엘, 중국,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등에서 기술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적은 예산이 오히려 성공 가져왔다


이러한 놀라운 성공에는 반드시 의심이 따른다. “보나마나 내부 부품과 핵심기술은 해외(미국)에 의존하였을 것”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제한적인 예산과 이례적으로 긴 연구개발 기간 덕분에 해외 기술구매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벨의 어떤 도움도 없이 솔루션을 실제 구현했다. 국방 고위관료들도 이런 결과를 접하고 굉장히 고무되었다고 한다.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세 가지 자율요소 덕분이었다. 도전적 기획의 유효성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목표를 조정할 수 있는 전문성과 윤리성이 있었으며, 그것을 실현하고 구현하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한’ 예산과 시간, 그리고 이 일을 결코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결기로 뭉친 팀웍이 작동했고, 사업에 주어진 비전과 자율성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합류하고 잔류했다. 만약 예산이 더 커졌더라면 외국에서 손쉽게 기술을 들여오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적절한’ 예산규모가 갖는 영향은 중대형 사업에서는 모자란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 차라리 시간을 더 주는 것이 큰 성과를 내는데 더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1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위임’해주는 보장(거버넌스)이 없었으면, 우수한 인력들이 이 팀에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수한 인력의 합류 없이는 주어진 자율공간이 무력화 되었을 것이다. 



‘공정한’ 전문가위원회의 함정에 빠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업화를 못했는가?’ 이 질문은 필자와 함께 개발에 참여한 대부분의 인력들이 지금껏 갖고 있는 커다란 숙제이다. 우리는 사업(2002년-2011년)이 종료단계에 다가갈수록 개발성과에 대한 자부심에 차올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업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사업화가 안되었을까? (정확히는 지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한 원천기술의 수월성이 높아 아직도 사업화 가능성은 다방면으로 열려 있고 국내외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술개발단계에 작용했던 위임 시스템, 신뢰시스템이 사업화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작동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무인기의 사업화 기회는 2010년대 초반에 만들진 A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찾아왔다. 해당 기관은 관련 획득 수요를 해외에서 구매하려다가 국내 기술의 성숙도를 관찰하고는 A사업을 통해 시범 실증함으로써 패스트트랙으로 국방수요에 반영하려고 하였다.

처음에는 기술이전을 받은 대한항공이 TR-60 사업화 대상자로 선정될 것이 자명했다. 이 기종이 아니면 도저히 충족할 수 없는 성능이 특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초를 만났다. 2012년 9월 A사업 1호 대상자 선정에는 대한항공과 국내 방산 대기업인 B사가 참여했다. 절차는 공정했다. B사는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향후 무인전투기로까지 성장이 가능한 해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었다. 국가혁신체제 속에서 경쟁유인이라는 일반론으로 볼 때 매우 좋은 시그널이었다. 하지만 항공기를 개발해본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커다란 실수를 하고 만다. 틸트로터기술을 대신하여 동축반전형 (Co-axial) 헬리콥터 개념을 경쟁모델로 제시한 것이다. 항공공학자라면 해당 개념으로는 고속 비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B사 경영진은 이를 알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에 두 경쟁 기업의 제안을 평가해야 했던 A사업 선정 평가회는 방산 대기업이라는 명함, 동영상까지 동원한 과장된(Over-Promising) 제안을 분별할 수 있는 숙의의 부족, 그리고 해당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경영의지(실제로는 낮은 입찰 가격)를 보고서는 ‘역선택’을 하게 된다.

이 역선택을 반추하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었다. “TR-60의 시범실증 사업을 통해 국방 획득으로 이어질 기회가 주어졌는데 선정평가 위원들의 비전문성이 발목을 잡았다”, “항우연 성과의 혁신성에 대해 의구심을 퍼뜨리는 반대진영의 험담이 작용한 것 같다.”, “왜 항우연이 개발한 TR모델 (TR-100, TR-60)에만 기회를 주느냐, 우리에게도 기회를 달라는 여러 기관의 주장도...”, “(속도, 체공시간, 고고도 성능은 뛰어날지 몰라도) 헬기처럼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지는 못한다는 단점을 누군가 부각시켰다.”

어이없는 결정 소식에 대해 A사업을 기획한 국방 전문 관료들도 당황했다. 하지만 거대한 ‘절차적 공정성’의 문턱 앞에서 모두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기계적 공정성’과 ‘무기력한 침묵’은 더 큰 재앙을 불렀다. B사는 엄청난 손실을 보면서 투자했지만 결국 이륙도 못한 채 중도 중단과 페널티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해당 조직은 해체되었다. 민간의 빠른 기술 진화를 군 획득 체계에 도입하고자 했던 A사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고, 그 1호 사업으로 꽃피울 수 있었던 TR-60은 시장진입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TR-100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



대통령 관심이 사라지자 사업도 사라졌다


2013년도 한 언론의 스마트무인기 사업에 대한 심층기획기사는 TR-100, TR-60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이에 부응한 군 장성들의 적극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국방 획득 역사상 국방계획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이 자생적으로 개발한 첨단장비가 전력화 되는 최초 사례가 기대되는 지점까지 나아갔다. 국방장기획득계획에도 반영되었고 이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최고위층 보고까지 있었다 한다. 산업부와 국토부에서도 틸트로터 무인기가 가진 미래잠재성을 평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화 지원을 기획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장성들의 관심으로 상당히 적극적이었던 군의 실무진들의 관심은 동일한 이유로 사라졌다. 행정 보고 뒤에 대통령의 관심은 종료되었고 장성이 바뀌자 모두들 소극적이 되었다. 이처럼 결정권자의 관심도에 따라 커다란 맥락과 전략이 우왕좌왕 하는 것은 개인이 아닌 시스템 차원의 문제이다. 위임형 거버넌스가 취약해서 일어나는 전형적 현상이다. 이렇듯 신개념 비행체를 수용하여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국방수요를 확정한다는 무거운 의사결정을 일개 사무관들이나 항우연과 같은 민간연구기관이 국방관련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받아오라고 맡기는 국가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감사가 두려워 결정을 하지 못하는 逆說


국방획득체계의 경직성을 제고하고자 A사업이라는 별도로 구획된 사업체제를 만들었지만, 결국 감사를 피하기 위해 절차적 공정성에 의지해 운영해야 하는 기존의 강고한 시스템에 모든 것이 흡수되어 결국 모두가 불행해졌다. 이런 ‘개혁의 역설’은 국방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업에서 발견되지만 아무런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사례를 통해 ‘위임을 대체한 전문가 동원의 한계’ 즉 ‘위원회의 함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진 위원회는 질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위험 회피형 의사결정을 하는 특성을 갖는다.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민간 전문인들로 구성된 기획선정 위원회가 운영되지만, 대부분 위험회피형 의사결정에 빠진다. 대기업 또는 시장지배기업(기술지배기업이 아닌), 성숙기술의 개조, 또는 두텁고 그럴듯한 계획서(유명 대학과 출연연이 유리한)에 의존한다. ‘상피제 완화’와 같은 제도로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문제다(상피제는 관련자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전문가를 구성하는 제도. 첨단 분야의 경우 오히려 대표적 전문가가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의 연구개발 투자, 전략적 기술획득 전략의 반복적인 오작동에는 바로 이러한 위임형 거버넌스의 문제, 즉 공정성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고도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체제 설계자의 부재가 원인이다.



OECD 지적했던 ‘위원회의 함정’,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OECD는 2014년 한국의 연구개발 시스템과 관련한 심층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연구사업의 기획-선정과정에서 가장 특이한 점(해외의 사례와 차이나는 점)을 ‘위원회의 함정’, ‘지나친 정부 주도성’이라고 했다. 경쟁에 의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보다는 과제 제시가 아닌 전문적인 톱다운의 방향제시, 기획 단계에 소통할 수 있는 충분한 숙의의 시간과 기회의 제공, 그리고 ‘버텀 업 아이디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위임적 환경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전문가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는 신뢰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뢰시스템을 작동하게 하는 문제는 정밀한 제도적 보호 장치와 역량 있는 전문인 육성이 선결되지 않으면 이 또한 기존의 강력한 ‘감사회피 기제’, ‘단기성과 기제’ 혹은 ‘무난한 선택 기제’에 의해 무력화 된다. 과학기술에 있어서 신뢰시스템의 작동은 기술개발단계만 아니라 사업화 단계에서 더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공정성과 감사 프레임’에 갇혀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구호만 무성하다.

TR-100 기술개발과 대한항공으로 기술 이전한 TR-60의 성공과 실패에는 동일하게 위임과 신뢰시스템의 작동이 관련되어 있다. 기술개발단계에서 전문가 집단에 위임한 힘이 반세기의 기술격차를 추격하게 했을 뿐 아니라 일부 특성에서는 추월까지 했다. 항공우주 기술의 메카 미국의 선도 기업이 자신들의 비용으로 한국이 개발한 틸트로터형 무인기를 전시해 주었고 공동 세일즈도 제안해오는 성과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 사업의 혁신적 성과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혁신체제의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는데 ‘더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기회주의자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기회주의자를 양산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필자와의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대형과제가 성공한 것은 방임적인 위임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 방임적 시스템에서 ‘영웅’이 등장했다. 물론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도덕적 해이)도 나타났다. 이후 ‘기회주의자’를 통제하기 위한 체계화, 제도정비라는 명목으로 행해진 촘촘한 관리가 현장의 권한(자율과 책임)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99% 연구개발 성공이라는 화려한 휘장’의 뒤에 숨어 모두를 ‘위험과 도전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자에 머무르게 한 것이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거버넌스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영웅을 위한 위임’에서 오히려 ‘기회주의를 양산하는 평가’로 시스템 전환이 잘못 일어난데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출연연구소의 자율공간을 확대하는 정책은 매번 피상성에 갇혀 있다. 위임형 거버넌스로의 전환 실패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거대한 전환의 중간거점이 되는 토대의 준비와 투자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 조직으로 미국의 DARPA, 이스라엘의 혁신청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도적 기반마련이라는 시스템 전환은 시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도전적 연구 장려’, ‘혁신도약형 연구’, ‘X-프로젝트’, ‘글로벌 프론티어’, ‘19대 미래성장동력’, ‘산업엔진’, ‘융합연구’, ‘사회문제해결형 연구’,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처럼 무의미한 구호만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부실사업으로 일몰된 후에 이름만 바꾸어 재추진되기도 한다. 절망스런 지점은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고 미래만 논하고 그 미래조차 장기전략보다는 정책과제 발표행사로 가름하는 것이 이제는 관례가 되었다는 부분이다. 일부 정책연구자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아무 반향이 일어나지 않는 현실이다.

왜 그럴까? 위임형-분권형 거버넌스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명제가 강고한 경로의존성으로 배제되고 있고, 그만큼 개혁의 의지는 무력해 졌으며, 국가의 리더십은 눈이 어두워졌다는 시그널로서 이해한다. 견제의 힘은 와해 수준이다. 개혁을 위해 ‘백마 타고 오는 초인’만을 고대하든지, 의미 없는 정책포럼만 반복하는 학계와 연구계 리더십들의 초상을 무의미하게 내부비판하든지, 논문·특허·기술이전이라는 평가지표에 갇혀 성과주의에 종속된, 국가적 미션에 관한 전략적 수월성과 꿈은 사라진 생활형 연구자로서 살아가는 일만 남은 듯하다.



국가 차원 성찰 유인하는 전환기형 리더십 절실


나는 항우연의 ‘반도의 실수’가 왜 사업화로 꽃피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국가 기술혁신체제를 근원적으로 개혁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물음까지 나아가 보았다. ‘축적의 시간’, ‘무한 반복하며 스케일-업 할 수 있는 기회’ 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소수의 선도국이 민-관 협력전략(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 PPI: Public Procurement for Innovation 등)으로 지속적으로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국방 및 첨단복합기계시스템 육성에 관해 장기적 국가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혁신의 역설’에 그칠 피상적 개혁안의 백화점식 나열, 현장의 분발만 강조하는 경우가 다분하다. 이전의 정책실패, 시험적 개혁사례에 대한 체계적-논쟁적 진단과 공개를 통한 이론화 과정이 부재하다.

‘소는 누가 키우나?’ 시스템 진화는 과연 누가 해결할 것인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도록 성찰의 깊이와 대안적 미래를 형상화-소통하고, 국가차원에서 새롭게 문제를 인식하도록 유인하는 ‘전환기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주간 인사이트/무인기 개발 ① ] 창업 13년만에 100억달러 가치 중국 드론기업 DJI, 기술 먼저 개발하고도 완전히 밀린 한국 드론 산업 -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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