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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미래산업’ 2차 토론회 -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문규학 對 ‘게임벤처 신화’ 김병관 - “한국 벤처 이대로는 안된다” “銀産분리 수정할 때 됐다”

정슬기 SD

2019.04.18

김병관 국회의원(좌)과 문규학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매니징파트너(우)

지난 17일 (재) 여시재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M&A를 통한 개방형 혁신’ 토론회에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아시아 지역 투자를 맡고 있는 문규학 매니징파트너와 한국 게임업계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인 김병관 의원(민주당)이 만나 한국 벤처와 디지털 산업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한국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으나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문 파트너는 1996년 손정의 회장 회사에 들어간 뒤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를 거쳐 지금은 100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아시아 지역 투자를 책임지고 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 규모는 주당 평균 1조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2000년 벤처기업인 솔루션홀딩스를 창업했으며 이후 NHN게임스 대표, 웹젠 이사회 의장 등을 거쳐 20대 국회에 진출했다.

김 의원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문 파트너는 세계를 돌며 싹수가 보이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김 의원은 ‘벤처의 입구’를, 문 대표는 ‘벤처의 출구’를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을 입구와 출구로 하고 중간에 성장을 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보통 말하는 ‘벤처 생태계’다.

문규학 “유니콘 기업 중국에선 1주일에 두세개씩 나오는데”
김병관 “우리는 15년 전 만든 꿀만 먹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 벤처와 산업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생각이 일치했다.

문 파트너는 “한국에 글로벌 차원에서 성장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니콘 기업이 있느냐”라며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참 어렵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지난 5년 동안 5~6개의 유니콘 기업이 나온 반면 중국에선 1주일에 두 개씩 나온다”며 “10년 후, 20년 후 과연 누가 세계를 지배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관중(국민)과 심판(정부)만 있고 선수(벤처기업)가 없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한 말이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이 옛날의 달콤한 꿀을 먹어가며 더 진보하지 못한지 15년 정도 되었다”라며 “근본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사회가 바뀌어가는데 우리 사회가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들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며 “특히 정치인과 정부에 계시는 분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문규학 “중국이 은산분리였다면 마윈 감옥 있을 것”
김병관 “기업이 주도하는 M&A로 벤처 숨통 열어야”

두 사람은 금산(금융과 산업)분리, 정확히 말하면 은산(은행과 산업)분리를 재검토,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문 파트너는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이 이 회사에 잠깐 보관해달라고 맡긴 돈이 지금 150조원”이라며 “만약 우리처럼 금산분리였다면 마윈은 4년 형 받고 교도소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금산분리가 한국 재벌과 관련해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만 이제 털어낼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는 “단언컨대 30년 후면 현재 은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금융사들 전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기업 내부의 혁신인 R&D는 한계에 왔고 M&A를 통한 외부 혁신으로 가야 하는데 삼성 정도가 하고 있고 그 밑으로 내려가면 잘 되지 않는다”며 기업 주도 M&A를 활성화 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융이 벤처의 가치를 알아보고 장기 투자를 하는 일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그 역할을 기업이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기업주도벤처캐피탈(CVC) 활성화가 (대책의) 미니멈”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CVC가 벤처캐피탈로 분류되어 있고 벤처캐피탈은 금융회사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상업자본이 금융회사를 갖지 못한다는 금산분리에 막혀 있다”고 했다. 그는 “CVC가 꼭 도입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미국이 비즈니스와 마켓을 만드는 역할을 했고 지금은 중국이 꽤 많이 한다”며 “한국에서도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문규학 “동남아 청년기업가들, 정주영 이병철 마인드 있다”
김병관 “문제는 청년들이 아니라 정치인, 관료들”

두 사람은 다른 대목도 있었다.

문 대표는 “지금 동남아 돌아다니는데 청년 기업가들의 눈빛이 다르다. 그들은 경제와 애국심을 연결시켜 내가 기업을 일으켜 나라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정주영, 이병철 마인드가 있다”며 “우리 청년 기업가들은 어떤가”라고 했다.

반면 김 의원은 “저는 지금도 청년 창업가들을 많이 만나는데 눈빛 초롱초롱 하고 대부분이 나라와 경제를 생각한다”며 “제가 걱정인 부분은 그 친구들이 아니라 정치인들, 공무원들 중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각각 투자자의 눈과 창업가의 눈을 가진 두 사람은 이 날 한국 산업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토론했다.

이번 토론회는 여시재가 기획한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연중 토론회의 두 번째 토론회로 열렸다. 두 사람은 여시재 이광재 원장,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문승욱 경남 경제부지사, 김윤식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등과 함께 토론자로 참석했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토론회 좌장을 맡아 진행했고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이 ‘기술혁신형 M&A 방안’ 주제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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