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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일본은 어떻게 ‘미세먼지 청정국가’가 되었나 - 10~20년 단위 ‘4단계 대책’, 오염물질 저감으로 바로 연결되었다

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 본부장)

2019.04.18

서울(좌)과 도쿄(우)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이는 것은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산업화에 앞서간 일본도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수십 년 정책적 노력이 주효, 지금은 ‘미세먼지 청정국’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도 문제는 있다. 일본은 한국 보다 중국의 영향도 덜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사례를 보면 특정 정책이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이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 한국이 일본의 정책을 따라가다 보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다. 이해관계 집단의 저항을 뚫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세계적 대도시 중에서 런던 및 LA도 대기오염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온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들 도시의 미세먼지 발생조건은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다. 이들 도시에 비해 일본과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 지역은 여러 조건이 비슷해 우리가 직접적으로 참고할만하다.

일본도 고통을 겪었다.

일본은 1950~70년대 급격히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대기오염 문제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산업구조 변화 외에 환경규제 강화로 대기오염물질 발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현재는 대기오염이 더 이상 큰 사회적 이슈가 아니다.

일본의 대기환경이 개선되어온 상황은 자료로도 확인 가능하다. <그림 1>은 1975년부터 2012년도까지 일본 동경지역에서 측정된 연평균 부유먼지 (SPM, Suspended Particulate Matter) 및 크기가 2.5 μm 이하인 입자(PM2.5)의 농도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1]. 그림에서 보듯이 동경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2012 년도에 이르러서는 자국 내 규제치를 대체로 만족시키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림 1> 일본 동경의 연평균 부유먼지 (PM10) 및 PM2.5 농도변화 (*위 그림 SPM은 10 μm 이하의 크기를 갖는 입자 즉, PM10 입자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PM10 및 PM2.5을 모두 미세먼지로 부르고 있다)

<1단계 1985년 이전>
발전소·대형공장 연료 LNG로 교체하고
전기집진기 등 환경설비 활용

도쿄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감소 추세는 1985년도 이전, 1985~1998년, 그리고 그 이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1985년도 이전에 빠르게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은 발전소나 대형 공장과 같은 대규모 대기오염 발생원에서 첫째 연료를 LNG와 같은 청정연료로 대체하고, 둘째 전기집진기 및 탈황설비와 같은 환경설비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큰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2단계 1985~1998년>
경유차 시내 진입 금지 등 차량 규제로 전환

이후 1998년까지는 미세먼지 저감 추세가 느려진다. 이 기간 동안 주된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은 차량에서 배출되는 PM(Particulate Matter)과 질소산화물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동안 일본정부가 집중적으로 동원했던 정책은 경유의 황(S) 성분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규제, 가스 및 가솔린 엔진 규제, 디젤차 배기규제 등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차량 관련 규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2000년대 이후의 저유황 경유 규제는 80~90년대의 연료 내 황 성분 규제와는 다르게 아황산가스 배출을 줄이는 목적보다는 경유차 배기 정화 장치 내에 있는 귀금속 촉매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로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단계적으로 강화된 자동차 배기가스 관련 규제를 통해 동경은 1999년도 이후 또다시 미세먼지의 배출농도를 빠르게 줄일 수 있었다. 동경의 경우 2003년도 이후 매연저감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경유차는 시내 진입이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해 다양하고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림 2> 도쿄지역의 PM10 감소를 위한 규제 및 그에 따른 효과. 표에서는 연평균 상위 2% 고농도 PM10 값을 제시

<3단계 1998년 이후>
소규모 배출원에 집중
중국 오염물질 이동 모니터링 대폭 강화

<그림 2>는 PM2.5의 도쿄 시내 연평균 농도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도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미세먼지 농도는 줄었지만 작은 미세먼지 농도는 2009년도 이후 감소추세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차량에 대한 규제만으로는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줄이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일반적으로 2.5 μm 크기 이하의 미세먼지는 자동차 이외에도 여러 소규모 배출원에서 발생된 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 휘발성 유기화합물), 암모니아가스, 질소산화물 등의 영향이 크다. 또한 이들 대기오염물질은 국경을 넘어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는 물질이므로 현재 일본에서는 소규모 배출원에 대한 관리 강화와 더불어 다른 국가로부터 넘어온 대기오염물질에 대해 관심을 두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점→선→면→국경으로 확대하며 배출원을 관리한 것이 일본의 성공 비결

일본이 미세먼지를 줄여온 방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초창기에는 대규모 배출원인 발전소 및 공장에서 환경설비나 청정연료로의 전환을 통해 대기오염을 개선하고 (점 관리), 2) 이후 자동차, 건설기계, 선박과 같이 이동하는 배출원을 관리하고 (선 관리), 3)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중소규모 배출원에서 배출되는 VOCs 등 다양한 종류의 오염원을 관리한다 (면 관리), 그리고 4) 국외에서 넘어온 오염원을 모니터링한다. 이처럼 점, 선, 면 그리고 국경을 넘어온 오염원으로 확대하여 관리한 결과 현재 일본의 대기환경은 환경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기가 끝나면서 산업구조도 함께 변했기 때문에 대기오염 문제가 완화된 원인을 단순히 환경규제 정책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도쿄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드는 시점은 보다 강력한 대기오염규제가 새로 시행되는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있어서 1) 오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2)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및 대응기술의 보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대책이 실제로 대기환경을 개선시키는 데에 단기적으로 뚜렷한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쿄의 경유차 규제가 강화되는 동안
서울 경유차는 오히려 늘었다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유사한 면과 그렇지 못한 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림 3>은 서울의 연평균 PM10 농도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이다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최근 들어 미세먼지가 심해졌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그림에서 보듯이 1995 년 이후 2012년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가 줄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2012년도 이후에는 농도변화가 약간 증가하거나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 시기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도쿄의 2 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

서울에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미세먼지농도가 비교적 빠르게 감소된 이유는 1980년대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당시 대규모 배출원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좀처럼 미세먼지 농도가 줄지 않은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도쿄는 경유차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반면, 우리나라는 경유차 등록대수가 오히려 증가할 정도로 경유차에 대한 대책이 소홀했다 (우리나라 경유차 등록대수 비중: 2000년도 29.8%, 2010년도 36.1%, 2018년도 42.8%, 국토교통부 자료). 둘째 과거 대형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분진 및 아황산가스를 저감한 이후, 중소규모 사업장과 비도로 오염원(건설기계, 선박 등)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그중에서도 특히 질소산화물에 대한 관리가 소극적이었다. 셋째 중국에서 유입된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을 우리가 일본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

<그림 3> 서울시 연평균 미세먼지 (PM10) 농도변화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경유차 및 질소산화물에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그림 4>와 같은 정부의 자료를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그림에서 보듯이 수도권에서는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경유차의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유차 등록 대수의 31%에 달하는 노후경유차가 전체 경유차 미세먼지 배출량의 57%를 차지하고 있어 노후경유차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한편, <그림 4>를 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1차 배출 미세먼지보다는 2차로 생성된 미세먼지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즉, 입자 형태로 배출원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 양보다 기체상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적으로 생성된 미세먼지의 양이 월등히 많다. 우리나라는 현재 아황산가스 배출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생성된 미세먼지의 상당수는 질소산화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질소산화물의 저감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림 4> 수도권 및 전국 PM2.5 배출 기여도

중국의 미세먼지 관리가 우선인가, 우리의 의지가 우선인가?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국외에서 넘어온 대기오염물질 특히 중국에서 넘어온 대기오염물질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심지어 우리보다 중국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일본조차 중국 영향을 여러 과학적 방법을 통해 입증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발 대기오염물질로부터 우리나라 대기환경이 영향을 받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러나 주의 깊게 살펴볼 사항은 앞서 동경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변화 자료에서 보듯이 일본은 자국 내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과 거리가 가까운 일본의 서부지역 특히 규슈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만, 그 지역마저도 미세먼지는 우리만큼 이슈화되고 있지 않다.

<그림 5> aqicn.org의 한중일 대기질 지도(붉은 색은 위험, 노랑은 보통, 녹색은 좋음)

따라서 우리도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데 있어 중국 탓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이 옳다. 중국도 최근 과거 일본이나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대규모 발생원을 중심으로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중국에서 발생된 먼지는 1990년대 말 이후, 아황산가스는 2005년도 이후, 그리고 질소산화물은 2015년도를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고, 대기오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석탄 사용량도 2020년도를 기점으로 감소세에 들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우리의 해결 의지 여부에 따라 상당히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일본의 예를 보아도 2003년에 도쿄시가 매연저감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경유차의 시내 진입을 불허하는 규제를 갑자기 발표하자 여러 반발과 반대가 나왔다. 관련 기술이 성숙되지 않았고, 일본 업체들의 생산능력만으로는 매연저감장치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시는 한국으로부터 저감장치 1만여 대를 긴급 수입하여 경유차 규제를 강하게 시행하였다. 이에 반해 당시 우리나라는 관련 기술이 일본 보다 앞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사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노후 경유차 매연저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즉, 환경문제는 기술이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지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전북과 경북 미세먼지 농도 높은 이유 분석해야

이처럼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끔 하는 자료가 여럿 있으나,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는 변수로 우리나라의 지리 및 기후 조건을 들 수 있다. 즉, 1)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봄·겨울철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고, 2) 편서풍의 영향에 우리나라가 놓여 있음에도 상당수의 우리나라 대기오염 배출원이 서해안 지역에 있으며, 3) 최근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는 기후변화마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로 지난 몇 년간의 기후조건도 부정적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는 시기는 봄·겨울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특정 시기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시기에는 국내 발생 대기오염보다는 중국발 대기오염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기환경규제 강화를 통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노력과 더불어 1) 특정 시기 및 특정 지역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 분석과 대책을 밝혀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자료에 나와 있듯이 공장 및 차량 등록 대수가 적은 전북 및 경북 지역에서 봄·겨울철 미세먼지 나쁜 날의 수가 서울보다 많고, 강원도 원주 지역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시도지역에 비해 높은 사례에 대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2) 중국과의 공동연구 및 협력을 통한 중국발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국경을 넘어온 대기오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국가들로부터 날아온 대기오염 문제를 겪고 있으며, 미국-캐나다 간의 대기오염 분쟁도 환경 분야에서는 유명한 사건 중의 하나이다. 이들 국가들은 결국 공동연구, 기술지원 및 환경협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여론에 떠밀리면 성공하지 못한다

일본은 교과서적인 대책에 집중했다. 대규모 배출원인 점 오염원을 관리하고, 이후 이동 배출원인 선 오염원을 관리한 후, 마지막으로 넓게 퍼져있는 중소규모 배출원인 면 오염원을 단계적으로 관리하여 마침내 자국 내의 환경기준을 만족시켰다. 이와 같은 체계화된 대기오염 저감대책은 비단 일본만 시행해온 것은 아니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도 지금까지 시행되어 성공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검증되어온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검증된 대기오염 저감대책을 바탕으로 대기오염을 줄여간다면 미세먼지 문제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불행히도 우리는 봄·겨울철 특정 시기에 중국발 대기오염으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 정교한 원인분석 및 대책수립, 2) 중국과의 공동연구 및 환경협정을 통해 중국발 대기오염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얼마 전 미세먼지에 대해 악화된 국민적 여론에 떠밀려 정부에서는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야외 공기청정기나 인공강우 같은 대책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으나, 이러한 성급한 일은 우리 사회에 미세먼지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이해와 비전이 있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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