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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국가 지능망 정비할 ‘데이터廳’ 신설이 필요하다 - 영국은 2011년 설치, 호주 싱가포르 등 주요국 속속 뒤따라가

이광재 (여시재 원장)

2019.04.12

우리나라가 자타 공인 정보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말의 인터넷망 구축 때문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향상된 정보 접근성은 ICT 기술발전의 촉매가 되어 전자정부 및 ICT 발전지수 세계 1위(’16년, 국제전기통신연합) 국가가 되었고,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여는 미래는 여기서 더 나아가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회다. 더 많은 데이터가 끊임없이 수집·축적되고,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활용하여 더 빠른 실행과 올바른 의사결정 그리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데이터가 주도하는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사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는 그동안 데이터의 볼륨과 이동속도의 한계로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을 현실화하고 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융합된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등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차세대 지능망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인식하여 모든 사람과 사물을 신경망과 같이 연결하는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인프라와 데이터 정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 역시 지난해 말 5G 무선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개통하는 등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24 홈페이지

정부 대표 포털 ‘정부 24’ “근본적 고민 부족”

그렇다면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라는 인프라가 완성되었을 때 그 인프라를 타고 달릴 쓸 만한 양질의 데이터는 얼마나 잘 주고받을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을까? 하지만 현실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산되고 있는 국가 데이터, 공공 데이터, 중요 지식자산들이 통합 관리되지 않음으로써 유무형의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2017년 7월 대한민국 정부 대표 포털 ‘정부 24’를 개통했지만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한 단선적 기능개선”이라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까다로운 인증체계와 로그인 체계가 개선되지 않아 정보 접근이 여전히 불편하고 정책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3년 개통한 공공데이터포털의 경우도 이를 이용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 얘기를 들어보면 “양은 많지만 쓸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서울대 곽재원 교수는 “우리는 데이터를 많이 쌓고 많이 모으는 쪽으로 전략이 짜여져 있는데 과학적으로 모으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시장화시킬 수 있는 방향성이 중요하다”(2017.8 한국경제TV)고 했다.

캐나다 국립과학도서관(NSL)은 국립연구위원회(NRC) 및 전세계의 연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포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방과학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서도 가입 절차 없이 검색창에 키워드만 입력하는 것으로 검색이 가능하다.

파편화된 데이터는 무용지물

앞으로 데이터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전으로 ‘직접입력’이라는 인위적 개입 없이 ‘Sensing’으로 생산·구축되며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고 유통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아날로그 데이터나 표준 없이 파편화된 수많은 지식들은 새로운 네트워크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물론이고 모든 부분의 데이터와 지식이 연결체계를 넘나들며 융합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다.

영국은 몇 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1년 ‘디지털서비스청’을 신설했다. 2017년부터는 25개 정부 부처와 376개 정부 기관의 웹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해 모든 정책, 공지사항, 간행물, 통계정보 등을 단일 창구를 통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2016년에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호주, 싱가포르 등도 영국을 벤치마킹 해 디지털 전담 조직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면, 어떤 데이터여야 끊임없이(seamless)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초연결을 이루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 철도산업의 예를 보면, UN에서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완전한 철도망을 만들기 위해 1960년대에 아시아횡단철도(Trans-Asian Railway, TAR)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하지만 각 나라별로 통일되지 못한 궤도 폭으로 인하여 아직도 답보상태에 있다. 이러한 문제는 데이터 세계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통합된 관점의 표준 없이 서로 제각각의 형식으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융합하려면 추가적인 비용과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비표준화된 데이터의 범람은 데이터 간 연결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왜곡된 분석을 낳아 그릇된 결론으로 인도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고민해야할 것은 R&D 패러다임의 변화(1세대 실험 중심 → 2세대 이론 중심 → 3세대 컴퓨팅 중심 → 4세대 데이터 중심)에 따른 연구 데이터 관리다. 주요선진국은 연구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알고 자유로운 접근을 통해 경제적 이득은 물론 새로운 가치창출로 이어가고 있다. 우리도 모든 종류의 과학적 지식과 연구 데이터를 디지털 자산화하고 개방·공유하여 연구자부터 일반 국민까지 쉬운 접근 및 활용이 가능하도록 해 공동연구를 촉진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데이터들이 생산되고 구축되어 왔지만 디지털화되지 않은 데이터도 있을 것이며 디지털화 되었다고 하여도 분야별로 파편화되고 제각각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학습 및 고도화를 위해서도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에 맞는 데이터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한국은 1990년대 초 금융실명제를 통해 사회투명성과 선진화의 기반을 구축했고 1990년대 말에는 인터넷망 구축을 통해 미래로 가는 길을 열었다. 지금 이 시점은 거기에 준하는 각성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에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기존 데이터를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에서 자유롭게 공유되고 유통될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산업과 데이터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재탄생된 데이터들이 새로운 기술과 영역에서 활용되고 융합될 때 우리가 기대하지 못했던 값진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데이터의 힘이다.

시행착오를 할 기회조차 없다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에 적합한 데이터 체계 마련을 위해 국가차원의 데이터거버넌스의 수립과 운영을 담당할 ‘데이터청’과 같은 컨트롤 타워의 신설이 필요하다. 이제 세상의 변화에 맞게 우리의 운영체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ICT표준의 일부로 데이터를 다루거나 혹은 단순히 ‘Sensing’을 하는 기계 간 연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물, 공간 등 모든 것들이 데이터로 서로 연결되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상호 유기적인 소통이 가능한 미래사회를 고려한 거버넌스가 수립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상존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의 산업화 과정처럼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하고 발전해서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판단과 차질 없는 수행이 필요하다.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아래 원활하게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국가 지능망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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