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주간 인사이트 / 군대연구 ②] ‘육·해·공 3軍 합동연구소’ 설립 시급하다 - 대학·기업과 직접 연계… 군이 창업 공간 되어야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국방연구팀

2019.04.12

(재)여시재는 이 사회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60만 군대’라고 보고 포스텍 연구팀과 함께 그 방안을 연구해왔다. 지난 3월 8일 공개한 ‘‘완벽한 군인’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에서 사로잡힌 한국군’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연구 결과물은 군 안팎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군 창설 70년이 넘었는데도 외국군대를 모방하는 데 급급하다보니 문제가 누적되어왔다는 점을 지적한 보고서였다.

여시재는 이번에 두 번째 연구 결과물을 공개한다. 육·해·공 각 군 내부에 군사기술 연구센터를 두고 합참에 융합센터를 두자는 내용이다. 그곳에 복무하는 연구인력을 민간 기업이나 대학과 직접 연계토록 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고 나아가 그들에게 전역 후 창업 기회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것은 공식 보고서 작성을 위한 시안 성격의 요약본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작성하여 2026년까지 일자리 17만개를 만들고 富 28조원을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2018년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잠재력이 큰 산업용 드론시장을 22년까지 1조 4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고 드론 연관 분야 新산업과 관련하여 4만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계획에는 군사용 드론과 관련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사진: 중앙일보)

군사용 드론 개발은 단순히 군 전투력 강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군사용 기술과 민간 산업을 연관·결합시킬 수 있다면 국가의 부를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다. 군대 통신용으로 인터넷을 시작한 미국에선 지금도 군 내 연구결과물이 산업의 부가가치로 연결되는 일이 부지기수로 많다. 군과 민간 기술 연계는 우리 내부 특성을 고려할 때 軍 체제와 조직 개편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고, 또 궁극적으로는 民과 軍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좁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공대 ‘밀리테크 4.0’ 개념 제안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서울공대 연구팀이 ‘밀리테크 4.0 개념’을 쓰면서 한국형 DARPA를 설립하자고 제안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DARPA는 많이 알려져 있듯이 미 국방부 산하 연구기구로 민간 연구기관과 협력해 바이오·로봇·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술을 개발한다.DARPA는 위험부담이 큰 대신 성과가 높은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주로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의 연구를 후원하거나 외주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런 만큼 민·군의 전용·연계가 즉각적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한국형 DARPA 설립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로 발표했다. 이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최첨단 군사기술에 특화된 한국형 DARPA와는 다른 차원의 군 내부 연구소 설치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유는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한국형 DARPA는 국방부 산하가 될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은 각 군(육·해·공)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해 각 군이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선호한다. 각 군의 연구 소요가 한 군데에 모여 종합되는 과정에서 제외되거나 스크리닝(screening) 되어 본래 의도하는 바와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 군은 각자의 경쟁적이고 주도적인 분야를 갖고 싶어 한다. 어떻게 보면 예산 낭비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을 강화하여 더욱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당연히 예산 또는 사업의 중복성을 회피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각 군이 필요로 하는 바를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여건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만일 이 점이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라면 각 군종의 경쟁적 기술을 융합하는 기능을 추가시킴으로써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여시재가 생각하는 각 군별 연구소는 보다 수평적이고 스크리닝 없는 아이디어 기반의 연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같은 또래의 연구원(군 입대자원) 구성을 통해 연구의 수직구조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상호 합의 하에 이끌어가는 방식을 추구한다. 여시재가 생각하는 이 연구소는 큰 차이 없는 연구 경력, 사회 경력을 기반으로 하므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심한 통제 또는 장애 없이 제시하고 토의하기 용이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일 각 군이 원하는 연구 분야가 있다면, 어떤 특정인의 아이디어만으로도 구속되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혁신적으로 통합하고 개발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군 연구소가 기업과 대학 찾아다녀야

세 번째 이유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사회와 군대를 보다 밀접하게 접목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국가 최고 전문가를 모을 DARPA와 달리 각 군의 연구소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에서 특정 분야 우수자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단지 연구소 내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군 연구소에 적을 두되 외부 대학, 국가 연구소, 대기업 및 중소기업 연구소, 정부 기관으로 파견되어 그 곳에서 견학, 실습 및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과거의 시스템은 주로 민간에서 자신의 기술을 제안하고 군이 받아주기를 기다리는 구조였다면, 여시재가 제안하는 구조는 군에서 사회 기관, 연구소, 학교, 기업으로 직접 찾아가 현장을 확인하고 미래성 있는 기술을 획득하며, 각 군종 스스로가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다리는” 시스템이 아닌 “찾아가서 발굴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중국이 국가제도 2025를 통해 구현하려 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각 군 연구소에서 연구한 인원들 중 장래가 밝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창업 자금을 군이 지원해줌으로써 보다 빠르고 직접적인 산물을 얻어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드론을 개발할 때 군 내 개인 연구원에게 단 3만불을 지급하였다. 성과는 대단했다. 수개월 만에 시제품이 나왔고, 이를 불과 1∼2년 만에 실무부대에 지급하여 운용하였다. 다른 나라의 경우 10년 이상 걸리는 것을 1-2년 만에 조달한 것은 비용 대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매년 수백명의 군 전역자들에게 창업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곧 사회와 군의 결속, 병행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넷째, 여시재가 생각하는 각 군별 연구소는 인문학 분야를 통합하는 구조이다. 2019년 3월 12일 매경미디어센터에 모인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문·이과를 구분하는 지금의 사회적 통념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통합형 인재를 키울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문·이과 칸막이를 당장 허물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문과 학생도 AI 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자신의 지식을 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형 DARPA는 전략 차원 핵심 기술 개발
합동연구소는 군 내부 수요에 즉각 대응해야

이것은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 구 소련 군의 틀을 만든 투하체프스키 원수의 사상은 인문학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전쟁의 변모와 구조를 이끈 풀러, 리델하트, 후쿠야마, 더글러스 맥그리거 등도 인문학과 철학의 기반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시재의 생각은 미래 한국형 DARPA가 주로 과학과 기술에 주안을 둔다면, 미래 각 군의 연구소들은 인문, 사회, 경제, 문화, 과학기술, 지리 등 모두를 통합하는 구조로 가야만 미래 AI 기반 속에서 인간 중심의 연구와 능력 개발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도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될 때, 한국의 과학기술 능력 기반이 보다 공고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전략적 추세와 드론 기술과 연관했을 때 각 군이 각기 특화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전통적인 지정학을 벗어나는 영역을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사이버, 해저, 그리고 우주로 보고 있다. 중국이 5G(드론 무인체 운용을 위해서 5G는 결정적인 기술임) 기술을 선도하려는 것, 미국이 에코 레인저(Echo Ranger) 수중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 러시아가 저궤도 위성을 타격하기 위해 대 위성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군은 수십개의 내부 연구소 두고 있어

이러한 모든 노력은 드론과 관련하여 새로운 미래 영역과 연관되어 있다. 이것은 드론 관련 공통적인 경쟁 분야에서 도전하고 선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방부 중심의 DARPA에서 이러한 연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특수화, 전문화, 세분화, 경쟁력 제고를 추구한다면 각 군별 연구소를 둠으로써 그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중첩되는 부분을 최소화하여 각 군의 연구가 전체적으로 DARPA와 함께 전체 국방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는 DARPA와 별개로 수십 개의 군별 연구소가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우연이라고 볼 수 없지만, 사이버, 해저, 우주 공간은 육군과 해군 그리고 공군에게 각기 한 가지 친밀한 영역으로서 연구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점 역시 커다란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분야는 미래 드론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위치를 갖는 데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분야 될 것이다.

여시재가 생각하는 3군 합동연구소의 구조는 크게 봐서 이렇게 설계됐다. 육군센터, 해군센터, 공군센터를 각 70~80명 단위로 두고 그 위에 중복을 방지하기 위한 20명 규모의 융합협조센터를 둔다(그림 참조). 각군 연구센터는 지역별로 대학 및 기업과의 협력시스템을 구축한다. 국방부 산하에 들어간 한국형 DARPA가 국가 전략 단위 최고급 기술에 치중한다면 각군 연구소는 군 단위별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기술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군 연구소 자체가 창업공간 되어야

이스라엘은 소위 『어투다 계획』이라고 하여 이와 유사한 정책을 오래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과학기술고 이상 기술 인력을 통합 운용하는 육·해·공군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들간의 융합을 담당하는 합동연구소를 합참에 설치한다면 중복을 피하면서도 기술 우수자에 대해 미래 기술기획과 창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소 자체가 창업 공간이 될 수 있다. 우리 군에는 현역으로 입대하는 사병 중에 우수한 과학 인력이 굉장히 많다. 이런 인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이런 계획은 우리 군대의 재편성 문제와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 저작권자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콘텐츠 연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