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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사이트] ‘북 철도 보다 항만 개발이 먼저’라고? 숟가락이냐 젓가락이냐는 질문과 같다

작성자 :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02.15 조회수 : 2584

여시재는 지난 2월 8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물류연구본부장이 쓴 ‘남북 물류협력, 철도 보다 항만이 더 중요하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대에 우리 내부의 논의가 철도 연결에 과도하게 쏠려 있으며 북 항만 개발을 통한 해운 물류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본부장은 북 항만이 경제적·전략적으로 더 가치가 높다며 만약 북 항만 운영권이 중·러 등 3국으로 넘어간다면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철도 연결도 중요하지만 남포 해주 원산 청진 단천 나진 등 북 주요 항만에 대한 개발과 운영권 문제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을 둘러싸고는 남북 경협 전문가들 사이에 상당한 주목과 함께 논란이 일었습니다. 여시재는 이런 상황에서 이 본부장의 주장에 대한 반론 성격의 내용을 담은 글을 다시 게재합니다. 북한 철도나 항만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는 주장이라는 반론입니다. 여시재는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다양하고, 더 심도 있는 내용을 담은 글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자 합니다.


‘북 철도 보다 항만 개발이 먼저’라고? 숟가락이냐 젓가락이냐는 질문과 같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교통 인프라 실태에 대한 논란은 남북정상회담에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불편, 불비, 민망이라는 세 단어였다. 하지만 북한 교통 인프라 협력에서 해묵은 논란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육상운송인가, 해상운송인가 하는 문제이다. 과연 정답은 있는 것일까? 

숟가락과 젓가락이 있다. 숟가락이 중요한가, 젓가락이 중요한가? 라고 물어볼 경우 어떤 대답이 가능할까?  또한 밥상에 숟가락이나 젓가락 가운데 하나만 놓아야 한다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라는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이야기하지 않고, 도구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리석은 질문의 전형이 될 것이 뻔하다. 밥과 국은 숟가락, 면과 반찬은 젓가락이라는 간단, 명쾌한 답이 있기 때문이다. 철도인가, 항만인가의 질문도 이와 비슷하다.  




작년 12월 18일 북 철도 조사 마친 열차가 도라산역으로 복귀하는 모습


 


북은 지나칠 정도로 철도에 집중된 국가


북한은 화물의 90%, 여객의 60%를 철도가 분담하는 주철종도(主鐵從道)의 철도중심국가이다. 지나칠 정도로 철도로 집중된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북한 자료에 따르면 철도는 대량운송, 규칙적인 수송이 가능하며, 운송 시간이 짧고 수송 원가가 싼 교통수단이라는 것이다. 즉, 평균 견인중량이 약 1300톤으로 북한 연안해운에 비해 1.3배 높고, 수송원가가 자동차의 34%, 해상운송의 5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철도의 평균 수송거리는 약 160km로서 자동차 평균 운송거리의 15배, 연안해운의 1.7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북한 입장에서 최적, 최고의 운송수단이라는 평가인 것이다.
 

북한은 해상운송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북한은 해상운송에 대해 항만에서의 화물작업시간이 길고 배의 운항 속도가 느리지만 중간 지점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화물운송속도가 철도와 비슷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대외무역화물의 경우에는 대량화물의 먼거리 수송, 국내화물의 경우에는 철도가 미치지 못하지는 지역의 화물 수송과 긴장한 철도구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련대수송(복합운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광명백과사전). 북한의 항만개발은 대량화물의 먼거리 수송과 철도가 운행하지 않는 지역으로의 운송, 철도정체구간의 우회수송을 개선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철도 없인 항만도 없다


북한의 대량화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혹자들은 지하자원을 거론한다. 북한의 주요 지하자원들은 대부분 항만에서 100km-200km 떨어진 내륙에 위치하고 있다. 무산 철광, 혜산 동광, 단천 마그네사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대량화물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항만 개발 이외에 광산, 전력, 철도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병행되어야만 가능하다. 컨테이너로 수송할 만한 상품을 생산할 경쟁력있는 산업단지가 없기 때문에 대량의 컨테이너화물도 단기간 내에는 기대할 수 없다.   



나진항



북한 항만의 접근 교통망은 매우 열악하다. 나진항의 사례를 살펴보자.  나진항으로 화물이 이동할 경우 철도 혹은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철도의 경우, 나진역에서 나진항으로 가는 철도지선이 분기를 한다. 이 지선철도는 나진항에서 1, 2, 3호 부두로 10개로 나누어진다. 10개 지선의 화물이 나진항 내에서 1개 노선로 모아지고 이 화물들은 나진역에서 본선과 통합되는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도로의 경우에는 중국과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가 있으며, 선봉 및 러시아 방향으로는 2차선 비포장도로가 있다. 대량의 물동을 항만까지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북한 항만과 주변 항만과의 경쟁력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의 나선시에는 나진. 선봉, 웅상이라는 3개의 항만이 있다. 나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극동 연해주에만 포세트, 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톡, 나홋카, 보스토치니 등 5개의 주요 항만이 있다. 보스토치니항은 2017년에 연간 7000만 톤, 나홋카항은 2430만 톤, 블라디보스톡항은 1694만 톤을 처리하였다. 향후 북한 항만들이 이러한 러시아 극동항만들과 경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동북3성의 화물들이 북한 항만을 이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중국 길림성 최대 도시인 창춘에서 항만을 이용하여 물품을 운송한다고 가정해보자. 거리상 인접한 항만으로는 중국 내 단동 동항과 대련항, 북한의 나진항, 러시아 자루비노항 등이 있다. 접근 거리를 살펴보면 중국 대련항까지 700여km, 단동 동항까지 570km인 반면, 러시아 자루비노항까지 거리는 680km이다. 한편 북한 나진항까지의 거리는 695km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항만은 국경을 통과하여야 하며, 언어나 서류 제출 등이 이질적인 단점이 있다. 중국 화물주의 입장에서 볼 때 거리, 운임, 국경통과 용이성, 항만 내 시설 등의 측면에서 북한 나진항을 선택하여야 할 유인요인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철도 한계는 도로와 해운에 의해 보완되어야


북한은 왜 철도 현대화를 원하는 것일까? 1843년 독일의 시인 하이네는 <철도가 공간을 살해하였다> 라고 말했다. 철도가 공간적 격리를 해결하면서 엄청난 생활 형태의 변화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네는 철도를 화약과 인쇄술 이래 인류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였다.

북한은 북한 인민의 삶과 경제의 지각 변동이 가능한 수단으로 철도를 선택하였다. 북한은 이러한 의지를 남측에 제안한 것이고, 우리는 이를 수용한 것이다. 철도는 기점과 종점이 종결되는 운송수단이 아니다. 북한 연계 철도의 많은 단점들은 도로와 해운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철도는 숟가락과 젓가락이라는 도구의 하나일 뿐, 그 도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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