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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변화 ③] 미국은 여전히 혁신기술 생산지, 중국은 여전히 종속적 위치 - '중국제조2025'를 둘러싼 미국의 공격과 중국의 방어

작성자 : 성균중국연구소 2019.01.22 조회수 : 3363



‘권력(power)’은 오래전부터 국제정치학의 핵심개념이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후 한동안 주류이론의 패러다임이었던 현실주의는 국제정치의 중심행위자인 국가의 목표를 ‘생존’으로 상정했기 때문에 생존수단인 권력을 중시해왔다. 이 중에서도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군사력, 경제력 등 물질적 권력의 국가별 분포가 세계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척도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공간이 압축되고 근대국가의 변환과 비(非)국가 행위자가 부상하면서 ‘연성 권력(soft power)’과 “네트워크 권력” 개념 등이 등장했다. 따라서 단순히 군함의 톤수를 세고 GDP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종합국력’을 비교하거나 측정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넓게 펴졌다. 조셉 나이(Joseph Nye)도 21세기의 세계정치를 3차원 체스판 게임에 비유하기도 했다. 즉 군사력 중심의 1차원판(단극적 군사게임)과 경제력 중심의 2차원판(다극적 경제게임)을 넘어, 테러·국제범죄·기후변화 등 초국가적 행위자와 이슈들이 만들어내는 제3의 체스판이 중요해지는 새로운 세계정치의 패러다임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정치(inter-national politics)에서 국가 중심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네트워크화된 행위자들 간의 정치(inter-network politics)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중개자로서의 지위 선점을 통한 위치권력과 네트워크 자체를 특정한 선호에 따라 프로그래밍하는 설계권력 등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개념은 다시 ‘퇴행’하고 있다. 즉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물질 중심적, 자원 중심적으로 권력을 이해하는 방식이 주류담론으로 부상하고, 국가 사이의 ‘종합국력’을 비교하는 근대적 관행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에서 ‘지정학의 회귀’, ‘강대국 정치의 부활’ 등과 같은 유행어도 등장했다. 



(출처 : abc)



미국식 ‘강대국 정치’의 귀환

중국의 부상이 ‘중국의 세기’를 열고 있는가. 미중 간 무역전쟁은 중국의 설계 권력이 갖는 취약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중국은 9월 미중무역마찰 백서를 발간하면서, ‘전쟁’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절대로 패권을 추구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 환율 등에서 보다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국력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자’는 새로운 시도도 나타났고 중국이 미국을 잘못 보았다는 자성론도 등장했다.    

사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쇠퇴론’이 광범위하게 유포되었고 미중 간 종합국력을 비교하는 연구들도 다수 쏟아져 나왔다. 대개는 급성장한 중국의 GDP, 군사비 지출 등의 총량적 지표들을 기반으로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거나, 혹은 중국이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등의 시나리오 예측이 많았다. 예컨대 2008년 발표된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 <글로벌 트렌드 2025>의 경우, GDP, 국방비지출, 인구, 기술발전수준의 지표 등을 근거로 2025년에 이르면 미국이 다극체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인식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부상론 또는 중국위협론에 기반한 강경책을 불러왔고, 근대적 권력론에 기초한 미중간 국력 비교연구의 추세가 학문적 유행을 넘어 실제로 국제정치 동학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무역전쟁을 주도하는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과 2018년 10월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의 ‘신냉전’ 독트린 연설에 담론 자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필즈버리(Michael Pillsbury) 등도 현실주의적 권력론에 기초해 공세적 대중국 정책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의 미중간 국력을 비교하는 연구들은 여러 가지 분석적 오류를 범하고 있고, 중국의 국력이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수정주의적 입장의 주요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군사력을 측정하는 데 있어 ‘유량(flow)’과 ‘저량(stock)’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Stephen Brooks & William Wohlforth). 즉, 최근 급속히 증가한 중국의 군비지출은 일종의 ‘흐름’이지만, 실제적 군사력의 증대는 수년 혹은 수십 년의 군비축적이 있어야만 패권을 뒷받침할 군사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군사패권의 핵심인 지구공역통제력(command of the commons)을 보여주는 핵 항공모함, 4-5세대 전술항공기, 조기경보기 등에서는 미중 간 연도별 군비지출 추이가 보여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둘째 최근 급증한 중국의 기술개발 ‘투입(input)’ (연간 R&D 투자비용, 이공계 박사학위자 수 등)에도 불구하고 기술로열티 수입, 노벨상 수상자 등으로 표현되는 핵심 ‘산출(output)’에서의 미중간 격차는 현격하다. 즉 혁신기술의 생산지는 여전히 미국이며, 중국은 아직도 그 원천기술을 수입하는 종속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국력을 측정하는 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총량 지표(GDP, CINC 등)는 빈곤한 인구 대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과장해 평가하고 있다.(Michael Beckley). 소위 ‘총량지표(gross indicator)’가 국민을 부양하고 자국안보 등에 소비되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한 국가 내에 자원총량만을 계산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국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막대한 사회관리, 사회복지, 치안비용 때문에 대규모 군대가 있어도 패권국의 핵심기능인 해외전력투사 비용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 실제로 중국의 사회관리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서기도 한다. 따라서 1인당 GDP 등을 고려하는 ‘순량 지표(net indicator)’ 또는 ‘잉여국력(surplus power)’과 같은 방식으로 강대국들의 자원을 새롭게 비교하고 측정해야만 제대로 된 미중 관계를 포착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은 여전히 미국보다 뒤처진 종합국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돌고래 꿈’, 다시 새우로 가는가

문제는 중국이 기존의 군사력과 경제력과는 달리 안보의 외부효과가 큰 과학기술에 기반한 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자 한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미국의 질서에 순응하거나 적응하는 형태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꿈’을 실현시킬 수 없다고 보고 중국 정부는 총동원체제를 가동해 5G,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시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있고 이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제조 2025’를 집중적인 공격목표로 삼은 것도 중국 과학기술의 상용화를 늦추거나 주저앉히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간 세력경쟁의 구도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미중 간 비교 종합국력연구 생태계 내의 치열한 논쟁인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중 어느 쪽이 가까운 미래에 더 우세해질 것인가’‘패권이행이 과연 이루어지는가’ 등과는 별도로, 이러한 근대적 권력담론과 강대국 강력정치의 귀환은 한국외교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많은 도전을 가져다주고 있다. 무엇보다 동아시아에서 미중 간 고전적 권력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학계와 정책집단의 논쟁이 가열될수록 지정학적 차원의 갈등예언이 자기실현적으로 충족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이 이야기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도 이러한 서사(敍事)가 확대될수록 스스로 비극적 미래를 구성해가는 마법의 주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2000년대의 한국외교는 연성권력론과 네트워크 권력론 등에 의지해, 물질적 힘은 그리 크지 않지만, 매력의 발산과 아키텍처로서의 능력을 고양해 새로운 중견국 외교를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의 각축전에 휘말려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강제로 퇴장당하거나, 처참한 동족상잔의 내전에 휘말렸던 20세기 근대권력정치의 공간과는 달리 정보화와 세계화가 가져다 준 네트워크 공간은 물리적으로는 작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훨씬 큰 ‘스마트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소망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커다란 고래들 사이를 영리하게 돌아다니는 소위 ‘돌고래 외교’의 희망이 다시 고래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의 절망으로 변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미중경쟁과 ‘종합국력비교’라는 문제설정의 부상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시대적 숙제가 되어가고 있다. 한반도 문제가 미중간 종속변수로 작동하기 전에 부단한 노력을 통해 독립변수를 만들 때, 지정학의 저주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중국의 변화 ①] 미중 에너지 패권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변화 ②] 시진핑의 올해 키워드는 ‘臥薪嘗膽’ - 미국 의식 '애국심' 강조한 중국 주석 신년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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