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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인공지능 전문가 7000명 부족, ETRI같은 AI연구소 설립하자” - 여시재 전문가 간담회서 ‘ICT 특수부대’ 창설도 제기

민경태 (한반도미래 PM)

2018.12.07

고도성장기 한국경제는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형 수입대체 산업을 거쳐 자동차, 기계, 화학, 조선, 중공업 등 대규모 설비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한국은 독일, 일본, 중국 등과 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 속하지만 최근 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 자체 수치는 아직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몇몇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언제든지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복지수요 증가는 우리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 상황은 첨단 기술분야 글로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국면이다. 70년대 말 중공업 전환기 그 이상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 분야는 아직 우리의 주력산업이 되기에는 멀게만 느껴진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제조업 우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일본은 전통적으로 강한 로봇기술에 경쟁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선두를 놓고 경쟁하며 이를 기존 산업에 적용하는 ‘산업의 지능화’를 준비하고 있다. 즉, ICT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산업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관리하게 해 주는 System Integration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시재는 전현직 차관들을 비롯한 전문가, 현장 경영인들을 중심으로 ‘미래산업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방문규 전 복지부차관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결국 우리가 이미 경험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는 데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주력 산업에 ‘디지털’이라는 비타민 융합해야

4차 산업은 어느 특정 분야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회 활동과 산업 분야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우리의 생활과 산업 활동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에서 얻어진 정보가 취합되면 ‘빅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시 실제 생활과 산업의 운영에 활용하는 것이 4차 산업의 핵심적 프로세스이다.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을 담는 ‘공간적 그릇’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생활과 산업의 전 분야가 ‘지능화’되어 가는 것이 스마트산업의 미래상이다. 공장은 스마트팩토리가 되고, 항구는 스마트항만으로, 농장은 스마트팜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기존 산업의 지능화를 통해 제조업의 혁신을 모색하는 것이 한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와 같은 제조업의 방향 전환은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서비스화되는 과정에도 해당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에서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유경제 모델과 접목하여 자율주행 공유차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조선 산업에서는 원격제어 선박이나 자율주행 선박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박에 대한 원격 제어 및 관리와 원격 모니터링 및 유지보수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다. 또한 섬유산업은 스마트 의류, 웨어러블 패션 제품을 생산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가상 피팅 및 의상 추천 서비스, 디지털 의류디자인 서비스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미래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희미해질 수 있다. 4차 산업의 시대는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한 플랫폼 경제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ICT 라는 ‘비타민’ 처방이다. 기존 산업에 ICT를 접목하여 전 산업 분야를 지능화함으로써 한국의 제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술 분야 규제완화 절실

그렇다면 이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산업 간담회’에선 세 가지 정책제안이 나왔다.

첫째 제조업 ‘지능화’를 위한 협업 시스템 구축이다. 현재 국내의 SW 및 AI 인력의 부족 상황을 감안하면 개별 기업 자체적으로 ICT를 접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조선, 기계,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별로 국책·민간 연구소의 SW 및 AI 연구 인력과 산업현장 엔지니어 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인공지능 도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역부족이다. 정부가 진행 중인 ‘스마트 공장화’ 추진 대상 기업에 우선적으로 지능화 지원 정책을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AI 및 SW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혁신적 정책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인 인력확보 경쟁이 진행되고 있고 특히 한국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캐나다 AI 스타트업 ‘엘리먼트 AI'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인재 약 2만2천 명 중 한국은 168명에 불과하다. 또한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인력은 2022년까지 7천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전기/전자 분야의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같이 인공지능 분야를 위한 전문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 이 연구소의 조직은 산업 분야별로 구분하여 산업 특성에 따른 System 통합을 추진하고, 기존 산업 현장의 엔지니어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맡아야 한다. 또한 더 나아가서, 군 복무 대체 또는 특수부대를 활용한 인력양성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의 ‘탈피오트’와 같이 ICT 분야 특수부대 창설을 통해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향후 인공지능 분야 전문연구소에 근무하게 하거나 관련 산업분야 진출을 유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셋째, 데이터 확보를 위한 규제개선이 시급하다. 4차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의 확보에 있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와 맞물려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산업별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의 종류와 확보 방안에 대해 연구하여,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거나 기존 규제를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의료기술 분야에서 개인의 건강정보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여시재는 앞으로도 ‘미래산업’ 간담회를 열어 한국 제조업의 활로를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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