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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싱크탱크의 나라 미국, ‘워싱턴 컨센서스’는 어떻게 구축되는가

작성자 : 문병철 2018.10.26 조회수 : 1755

 미국은 싱크탱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전략에서부터 군사-안보 전략, 개별 산업전략까지 분야별 싱크탱크가 촘촘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에서 내놓은 정책제안이 국가정책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고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트럼프 정권 들어서도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장이 국무부 통아태차관보로, 외교협회 부회장이 핵비확산 총괄책임자로 들어갔다. 한때 세계경제의 표준으로 대접받던 ‘워싱턴 컨센서스’도 국제경제연구소(IIE)라는 민간싱크탱크에서 비롯된 아이디어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정책의제로 발전한 사례다. 


 그 배경에는 300여 개의 싱크탱크가 밀집해있는 워싱턴의 정책생태계가 있다. 워싱턴 D.C. 매사추세츠 애버뉴 인근에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토론회가 열리는 싱크탱크 거리가 펼쳐져 있다. 이 거리에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대사관이 밀집해 있어 ‘대사관 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발표자로, 토론자로, 그리고 청중으로 어울리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검증하고 확산시킨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아직 허락되지 않은 정책생태계다. 경제개발 시대에는 정부 주도 관변연구소들이 역할을 했지만 이젠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만큼 사회가 다변화되었고 그에 따른 사회적 정책 수요도 폭발하고 있다. 더욱이 시대는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 발 대변혁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누군가는 반발짝 앞서 시대를 내다보고 길을 안내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다양한 NGO가 그 일정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인적-재정적 토대가 취약하다.


 정책생태계가 생산적으로 자리잡으려면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파로부터 독립된 다수의 싱크탱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균형이 유지된다. 이들이 내놓는 연구결과가 정부와 시민사회 속에서 취사선택, 변형되면서 선순환되는 구조가 구축되어야 한다. 어느 싱크탱크 집단이 내놓은 결과물이라면 바로 그곳에서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회적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싱크탱크가 서 너 개는 있어야 한다. 한국 현실은 아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한국의 정책생태계가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담론의 형성과 정책의제 설정에 기여하는 민간싱크탱크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존립기반부터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우선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싱크탱크도 대중 향한 ‘정책 통역사’ 역할 해야

 첫째, 재정적 독립성의 확보다. 정부나 기업의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고 정책담론을 생산하려면 재정 구조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시민들의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확대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특정 연구프로젝트, 예를 들어 한반도 미래, 동북아 평화협력, 지속가능성한 성장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연구 과제를 제시하고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등을 통해 재정 확보를 시도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의해리티지재단이나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우도 처음 시작은 기업/기업가의 지원이었지만 이후 개인 기부금이 총 운영수입의 50%를 상회할 정도가 됐다. 이는 두 재단이 그만큼 성가를 올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괜찮은 싱크탱크에 대한 사회적 가치판단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 현실에서 가능할까. 국내에 존재하는 싱크탱크들도 결국은 이 길을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정책생산과 정책실행이 선순환되는 구조의 창출이다. 행정부나 의회 경력이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민간싱크탱크로 흘러들어오는 한편, 싱크탱크에서 성장한 고급두뇌들이 행정부나 의회로 진출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정책생산자와 정책결정자 간의 네트워크 형성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많은 그리고 훌륭한 정책생산이 이루어져도 정책결정체계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와 미국 정부/의회 사이에 고급인력이 오고가는 회전문 현상은 연구시스템 선순환구조의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셋째, 검증을 통한 평판의 형성이다. 싱크탱크에서 생산되는 정책은 개방된 토론을 통한 검증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하고 전파된다. 앞서 말했듯이 워싱턴에 자리 잡은 싱크탱크 거리에서는 정책생산자들이 발표자로, 토론자로, 그리고 청중으로 어울리면서 정책을 검증하고 동시에 정책생산자 및 정책생산물에 대한 평판을 만들어 낸다. 보다 글로벌하고 대중적인 검증 방식은 미디어를 통한 노출이다. 신문·방송 등 올드미디어를 비롯해서 SNS 등 뉴미디어를 통해 정책생산물을 발신하게 되면 정책생산자 네트워크를 넘어서서 대중적인 검증과 평판의 형성으로 귀결될 것이고, 이러한 검증과 평판은 민간싱크탱크를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독자적인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몸집이 비대한 코끼리 같은 규모와 조직을 갖춘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코끼리형 싱크탱크가 능사는 아니다. 인터넷에 기반한 온라인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하는 싱크넷(Think Network)으로 진화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민간싱크탱크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수많은 정책생산자 가운데 하나(one of them)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비슷한 주제의 연구를 통폐합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추동하는 정책연구의 편집자/중재자로 역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적·물적 연구 자원을 물리적으로 통합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늘날의 IT기술은 이러한 요구들이 온라인 기반에서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어 있다. 정책의제 설정 및 생산과 유통을 위한 버추얼 플랫폼(Virtual Platform)으로 진화함으로써 정책결정체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관심사에 대한 정책솔루션을 제공하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마치 뉴스 검색하듯이 매일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민간싱크탱크는 이슈별 정책연구결과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요약, 제시함으로써 정책생산자와 대중을 연결하는 통역사 역할을 적극적으로 자임해야 한다. 전문용어로 가득한 두터운 정책보고서가 아니라 SNS 카드뉴스 등 뉴미디어에 걸맞은 형식과 분량으로 정책생산물을 편집해서 발신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재원조달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솔루션 펀딩(Solution Funding)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어놓는 재원이 기부라 아니라 투자라고 느껴지도록 예측 가능한 결과물(가설적 목표 또는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기대되는 솔루션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다. 민간싱크탱크가 버추얼 정책 플랫폼, SNS 스토리텔러, 솔루션 펀딩 등을 아우를 수 있다면 ‘클라우드 솔루션 탱크’(Cloud Solution Tank)라 불러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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