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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사이트] 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학, 해체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

작성자 : 이명호 2018.10.19 조회수 : 3045




# 대학의 위기인가, 교육의 위기인가?

 4차 산업혁명과 같이 붙어 다니는 단어는 ‘위기’일 것이다. 제조업 위기, 유통 위기, 서비스업 위기, 경영 위기, 혁신 위기 등 경제와 산업 분야의 위기에서부터 의사의 위기, 변호사의 위기 등 전문성을 요하는 안정적인 고소득 직업에 이르기까지 위기는 전 분야에 걸쳐있다. 필자는 대학이야말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 대학은 사회로 진입하는 긴 과정의 마지막 단계다. 파열은 접점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다. 대학은 바로 그 지점에 위치해 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이 사회에 나가 별 도움이 안된다는 비판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래도 대학을 졸업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직장,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서 높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진학하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이제 많은 나라들에서 대학 등록금은 계속 오르는데 대학 졸업자라고 해서 더 이상 높은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높은 등록금을 요구하며 건물을 올리는 외적-양적 성장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은 단지 직업인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상아탑 안에서 지성인과 지식인을 길러내는 곳이며 진리 탐구의 전당이라는 엘리트주의도 더 이상 대학 옹호자를 끌어들이지 못한다. 이런 역할은 지식대중의 증가와 함께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고 본다. 누구나 쉽게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실적 이해를 떠나 순구하게 학문을 지향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 대학이라는 이상도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 대학은 높은 임금과 사회적 지위를 미끼로 대학 진학률을 높여왔고, 높은 등록금을 당연시 하면서 성장을 추구하는 집단이 된지 오래다. 대학 교수도 임금을 받는 직업인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대학의 연구 기금은 정부와 기업에서 나온다. 




<스탠포드대학 MOOC 수강 홈페이지>



# 대학의 고비용 구조 이미 균열 

 디지털 기술이 교육 분야에 접목되면서 고비용의 대학 구조에 균열을 내고 있다. 하버드, 스탠포드, MIT 등 세계 최고의 대학 강의를 MOOC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등록금보다 저렴한 비용을 내면 학점도 준다. 여전히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 주는 프리미엄이 남아 있지만, 지식 습득과 최고 강의를 듣는데 비싼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많은 대학들이 유수의 글로벌 대학들의 하청 대학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대학 위기의 핵심은 주로 다가오는 미래 사회,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교육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된다. AI 등 자동화, 지능화 기술의 발달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기술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사라져가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것은 대학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 새로운 무언가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말하자면 디지털 리터러시를 넘어 개념 디자인, 데이터 리터러시와 휴먼 리터러시 같은 것들이다. 

 이런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해 대학에 요구되는 교육 방식은 강당에서 진행되는 일방적 강의 방식과 그에 따른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니다. MOOC와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 맞춤형(adaptive learning) 학습 같은 첨단 학습법이 대안이다. 테스트 받기 위한 학습에서 배우는 법을 배우는 학습으로, 많은 정보를 얕게 배우는 것에서 핵심적인 것들을 체험 등을 통해 깊이 배우는 학습으로, 자기 분야만 배우는 방식에서 연관 분야의 융합적 학습으로 학습 방식이 변하고 있다. 교수의 역할도 가르치는 역할에서 배움의 환경을 디자인해주는 역할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가 대학에 어떤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지, 대학은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적합한 기구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MOOC와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 맞춤형 학습은 교육의 표준화를 의미한다. 시스템을 갖추면 누구나 일정 정도 수준의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차별적인 요소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명문대 강의실에 앉아있든지, 시골집 컴퓨터 앞에 앉아 있든지 누구나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지식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의 교육 기능은 중요성이 감소하게 된다.



# 시대마다 지식 기관의 변천은 권력의 변천이었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기본 기능은 지식의 개척(생산)과 전수(유통)로 사회에서 활용(소비)되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은 여러 번의 변천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등의 학자들은 아카데미아를 개설하여 지식의 전달과 교육의 기능을 담당했다. 중국에서는 제자백가 시대의 공자 등이 학파를 이끌었다. 당시의 교육은 주로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말(강연이나 대화)을 통해 이루어졌다. 필사본의 책이 등장하였지만 텍스트(필사본)는 귀했고 교육에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당시 웅변과 수사학으로 이루어진 교육은 관료와 지도자를 육성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율법이 지배하는 중세 신정시대가 되면서 지식을 담당하던 기관은 수도원으로 바뀌게 된다. 로마는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였다. 900년 동안 유지돼온 플라톤이 창설한 아테네의 아카데미아를 폐쇄하였고 같은 해에 한 수도원이 설립되었다. 수도원은 신정을 위한 지식, 이데올로기의 생산과 전달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교육 방법도 변하여 말(로고스, 로직)을 중시하던 고대에서 텍스트(성경, 믿음, 진리, 권위)를 중시하는 교육으로 변하게 된다. 지식은 텍스트를 쓸 수 있는 권위를 독점한 신학자의 손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도사들은 필사를 통하여 지식을 축적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렇더라도 중세 초기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큰 수도원 도서관이 소유했던 장서가 겨우 4백 권 남짓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도서관 중 하나였던 바티칸 도서관의 장서 수도 2천 5백 권 정도였다. 



# 대학, 근대 학문과 지식의 중심으로 등장하다 

 1450년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등장되면서 이 모든 것이 바뀐다. 책의 제작이 쉬워지면서 저술가가 늘어났다. 동시에 독자도 증가하면서 18세기 독서 혁명으로 이어졌다. 저술가는 학자이자 지식층으로 지식의 생산 기능을 수도사에게서 넘겨받게 된다. 수도사와 수도원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지식의 중심 기능은 상실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를 통해 근대적인 학문이 수립되고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어지고 산업혁명의 지적 기반을 형성하였다. 

 17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들면서 신학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과 직업인을 위한 대학이 유럽 곳곳에서 설립된다. 세분화된 학문을 중심으로 한 근대적인 대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종교, 법률, 의료, 군인 등 과거의 직업군에 공학, 건축, 회계, 측량, 교육 등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게 된다. 현대적인 대학의 등장에는 독일과 미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독일은 현장의 이슈를 강의실로 가져와 토론하는 세미나 방식의 교육법을 도입하고,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모델을 만들면서 영국에 뒤쳐졌던 산업화를 따라잡으면서 화학 등 새로운 산업을 이끌었다. 미국은 모릴 토지공여대학법을 제정하여 농업과 공업 중심의 대학 설립에 필요한 토지를 주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하였다. 이는 새로 독립한 미국이 근대적인 학문과 산업에 필요한 전문가를 양산하고, 연구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되었다. 21세기를 주도하는 반도체와 IT 산업이 스탠포드라는 연구중심대학이 중심이 되어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컴퓨터와 인터넷, 대중의 지식 참여 확대로 대학의 위기 초래  

 19세기 말에 대학이 지식 개척의 최일선에 섰었다면, 20세기에는 대학이 주춤하면서 정부 지원의 공공 및 기업 연구기관이나 지식 집단인 싱크탱크가 점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으론 컴퓨터와 인터넷 등의 등장으로 인하여 지식의 생산과 유통, 활용의 매체가 책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일반 대중의 지식 생태계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의 첨단 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연구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편에선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고 활용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지식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생산되는 지식의 양이 지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특정 지식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무용성이 증가하는 반감기 또한 짧아지고 있다. 공학 분야의 지식 반감기는 1930년대 35년이었으나, 1960년대에는 10년으로 단축되었다. 지금은 비교도 되지 않게 단축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축적되고 정립된 지식을 체계화하여 전달하는 순간부터 지식의 효용성은 감소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점점 더 지식이 생산되는 곳으로 지식의 유통 기능이 흡수되고, 전달된 지식이 바로 활용되는 지식 생태계가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지식 개척의 선두에 나서고 있는 기업과 대학이 혼재하는 모델, 대학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바로 실험되는 모델, 지식 개척의 기능이 더 현실과 산업현장으로 옮겨가는 모델이 중요해지고 있다. 즉 지식의 생산-유통-활용의 사이클에서 지식의 유통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대학은 상아탑 캠퍼스에서 나와 市産學 혁신 생태계로 들어가야  

 교수와 학생, 강의실과 연구실, 대학과 기업으로 분리되어 있는 현재의 대학이 지식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지식의 반감기가 길었을 때에는 현재와 같은 대학의 구조가 유효성이 있었으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지식의 반감기도 빨라지면서 현재의 대학 구조는 도전을 받고 있다.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대학의 강의를 비롯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지식의 전달,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대학 강의실은 유용한 공간이 아니다. 새로운 지식의 개척 또한 캠퍼스 안의 연구실로는 적응할 수 없다. 산업 현장, 생활 현장과의 긴밀한 관계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개척하고 세상과 호흡하는 연구와 실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 방식으로서 대학은 현재의 공간을 해체하고 지식 생태계의 일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기업들의 지식 연구소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도시 속의 새로운 캠퍼스에 대학이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업들도 독자적인 연구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폰 하나에만 25만개의 특허가 관련되어 있다. 관련 분야의 협력을 통하여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지식 생태계, 산업 생태계 속에서 대학은 기업-연구소와 협력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개척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네델란드 브라이트랜드의 새 캠퍼스 모델

 네덜란드의 림버그(Limburg) 주가 주도하는 브라이트랜드(Brightlands)는 열린 혁신 커뮤니티(Open Innovation Community)로 지식이 교차하는 곳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는 새로운 캠퍼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산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하여 과학, 비즈니스와 교육을 결합한 4개의 캠퍼스로 구성되어 있다. 캠퍼스는 대학의 캠퍼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연구소가 시설을 조성할 수 있고, 이들이 참여하여 협력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면 어디드 캠퍼스다. 브라이트랜드 캠퍼스는 과학자, 기업가, 학생들에게 연구와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최첨단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시정부의 주도로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기 위한 시산학의 혁신생태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대학들은 학생 공급 과잉시대에 편안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덧 교수법을 혁신하거나 시대에 맞는 인재상을 배출하는 데도 뒤쳐졌다. 우리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이 제기하는 새로운 도전과 저출산에 따른 학생수의 감소라는 가중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의 새로운 모델은 뒷전이고 대학 입시만이 쟁점이 되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연명하면서 이대로 가면 대학은 미래에 요구되는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외면당할 수 있다. 대학은 지역혁신의 일원으로, 지역혁신을 위한 새로운 지식 개척자로 참여해야 한다. 강의실에서 교육하는 것에서 뛰쳐 나와 지역의 기업과 같이 연구하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의 대학들이 새로운 산업 혁신을 목표로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전문화도 해야 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대학의 교육 기능이면서 지식개척과 지역 혁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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