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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말하는 디지털 국가 혁신

황세희

2018.10.12

IMF의 권고 대신 디지털을 선택한 에스토니아
“결혼 - 부동산 외 모든 행정서비스 온라인으로 가능”
“시민들 1년에 4~5일 절감, GDP의 2%에 해당”

재단법인 <여시재>는 10월 10일 국회에서 국회연구모임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및 국회 미래연구원과 함께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 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에스토니아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불과 20여 년 만에 디지털 강소국으로 떠오른 나라다. 그 힘은 출입국(전자여권)과 조세를 포함한 행정의 99%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전 국가, 전 국민의 디지털화다. 2000년에 이미 전자서명을 모든 결재 수단으로 인정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2001년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정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구 131만 명에 매년 스타트업만 1만 개 이상일 정도로 유럽의 대표적 디지털 혁신 국가다. 1인당 GDP도 15년간 20배가 성장해 지금은 2만 달러에 이르렀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에스토니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최연소(49) 대통령으로 이 디지털혁명을 이끌고 있다.

이날 강연에는 주승용 국회부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현역 의원이 다수 참석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한국 블록체인협회 회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여시재에서는 이헌재 이사장과 이광재 원장이 참석했다.

IMF의 권고 대신 디지털을 선택한 에스토니아

독립 초기, IMF는 에스토니아의 경제 성장을 이끌 권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에스토니아는 권고안을 채택하지 않았다. 서구의 많은 국가들이 거쳐가 기존 성장 모델을 따라가서는 후발국가 에스토니아의 미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에스토니아만의 길을 찾고자 노력한 결과 디지털 기술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대의 정부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강연에서 에스토니아 디지털 혁명의 경과를 설명하고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이라며 혁신의 주체는 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기업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며 이러한 분야에서 정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대통령은 에스토니아에서는 결혼과 부동산 구매를 제외한 모든 행정서비스가 온라인 상에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매년 절감하는 시간은 4-5일 정도이고 이는 에스토니아 GDP의 2%에 해당한다. 이러한 행정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리하는데에는 각각 GDP의 1%가 소요되어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혁신은 소규모 기업인, 주부, 장애인들이 24시간 사용가능한 시스템 속에서 동일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글로벌 시민들의 헌법적 권리 확장이 정부의 과제”

그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영토를 벗어나 활동하는 글로벌 시민들의 조세와 헌법적 권리를 어떻게 확장할지가 정부의 과제라고 했다. EU회원국인 에스토니아는 이동의 자유가 있다. 에스토니아 국민들은EU내에서 어디든지 정착하고 일을 할 수 있다. 이 환경에서 어떻게 국민들이 헌법적 권리인 투표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온라인 투표가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이동의 시대에 있어서 정부의 의무는 시민들에게 민주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이는 디지털 ID가 있어 가능해 졌다.

“일자리는 더 이상 물리적 장소가 아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일자리는 더 이상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기술 변화 속에 사람들은 10개국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해 졌다. 반년은 한 국가에서 일하고 반년은 다른 국가에서 일하는 시민을 위해 공공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가? 세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에스토니아는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의 변화에 맞춰서 사회보장 시스템 및 조세 제도도 바꿔야 된다. 다른 국가들도 이 고민에 동참한다면 기업들도 디지털화 서비스를 누리는 한편 보안도 보장될 것이라고 했다.

공정 경쟁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

자유토론에서는 대표적인 블록체인 기술기업인 아이콘루프의 김종협 대표,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 김지한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 운영위원장이 참석하여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업계의 자율적인 역할에 대해 질문과 토론을 이어갔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기득권이 존재하는 산업에 새로운 혁신기업들이 진입하며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한국의 웬만한 도시 규모여서 전자여권을 포함한 디지털제도가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이 현대 국가의 행정과 시스템을 어디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테스터베드 같은 나라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의 강연은 디지털혁명의 과정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기회였다.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말하는 디지털 국가 혁신

영상 이한상 (커뮤니케이션팀 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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