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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사이트] 정치엘리트 양성과정 ③ 싱가포르 - 고교 때부터 국가엘리트 선발, 40대에 ‘차기 지도자’ 가시화

작성자 : 황세희 2018.09.21 조회수 : 2153

싱가포르는 다음 세대로의 권력이행 진행 중


지난 4월 싱가포르의 리쉔룽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장의 사진을 올렸다. 새 내각 멤버들을 소개하는 사진과 함께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이 향후 싱가포르 정치를 이끌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번 개각에서는 16개 부처 장관 가운데 4세대(fourth-generation, 4G)라 불리우는 젊은 정치인들이 10명이나 임명되었다. 유임된 재무장관 헝 스위 킷(57세)에  더해 이번 개각으로 통상산업부 장관에는 찬 춘 싱(48세)이, 교육부 장관에는 옹 예 쿵(48세)이 임명되는 등 40대 정치인의 입각이 두드러졌다. 리콴유 총리로 대표되는 1세대, 고촉통 총리의 2세대, 리쉔룽 총리의 3세대를 이을 4세대 정치지도자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리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리더십 변화를 위한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에 임명된 젊은 장관들이 싱가포르를 위한 더 많은 책임을 적극적으로 짊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건국 초기부터 확립된 능력주의


싱가포르의 발전과 성공을 논할 때면 늘상 권위주의적 정치제제에 대한 비판이 함께 따른다.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인 리콴유 총리 이후 계속된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 PAP)의 장기집권은 싱가포르 민주주의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PAP의 당원 수는 1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PAP는 정치뿐 아니라 언론, 경제계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리쉔룽 총리의 부인이 국부 펀드인 테마섹의 CEO를 맡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리콴유 총리는 독립 초기부터 가장 유능한 사람(Best and Brightest)을 공공 서비스에 종사시켜야 한다는 사상에 근거해 국가 건설을 도모해 왔다. 마쵸 능력주의 (macho-meritocracy) 라고 불릴 정도로 중앙정부가 통솔하여 싱가포르 특유의 재능을 적재 적소에 분배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능력주의를 추구해 온 것이다.  



ASO제도를 통한 인재 충원과 인사위원회를 통한 공무원 관리


싱가포르의 공무원 양성제도인 Administrative Service Officer, 통칭 ASO 제도는 일찍부터 고등학교 재학 중인 우수한 학생을 국가 대통령 장학생으로 선발하여 관리한다. 이들을 포함한 새로운 인재들을 대학교에서도 엘리트 리더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충원한다. 이들은 승진과 급여에서 특혜가 주어지는 Administrative Officer Pool에 소속된다. 미래의 우수한 관료 후보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대학 장학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수혜자는 졸업 후 정부 기관에 취직하는 것이 의무화 되어 있다. 이렇게 선발된 공무원 중에서도 엘리트 관료로 여겨지는 행정관리직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전체 공무원의 0.3%에 불과하다.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져온 공무원 제도의 4계층 제도는 직능과 학력에 따라 공무원을 4개 그룹으로 구별하고 있다. 우수 학위를 취득한 대학 졸업생을 I종(Division I), 보통 학위의 대학 졸업생을 II종(Division II), 중등교육 수료자를 III종(Division III), 초등 교육수료자를 IV종(DivisionIV)로 구분하였다.  


이들은 다양한 행정 기관을 횡단하며 경험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인사를 관리한다. 영국의 공무원 인사위원회 (Civil Service Commision : 1855 년 설립)를 모델로 1951 년에 설립되었던 인사 관리위원회는 1994년의 헌법 개정으로 31개의 분야별 인사위원회로 재편되었다. 31개의 인사위원회는 행정관리직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인사위원회,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인사위원회(Special Personnel Board) 외에, 정부 부처를6개 그룹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상급인사위원회(Senior Personnel Boards), 그리고 적어도 각 정부부처 1개당 설치하는 24개의 인사위원회(Personnel Boards)로 구성된다. 이들 인사위원회는 자격임용제 원칙에 따른 승진, 공정성과 일관성, 공평, 고수준, 자격성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무원 인사의 또다른 양대축인 공무원국(총리부 산하)은 공무원제도 전체의 인사 전략 및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행정관료 충원과 능력주의에 기반한 인재 관리에 있어 싱가포르의 특이점은 이러한 인재 선발과 양성에 국적을 불문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1990 년대 후반부터 지식 기반 산업을 지탱하는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외국인 인재를 수용 하기 위한 ‘아시아의 교육 허브’ 전략을 추진해 왔다. 1998 년에는 World Class University Program 을 설치하여 해외의 일류 유명 대학과 협력하여 교육 프로그램 및 교수진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3 년에는 Global Schoolhouse 구상을 발표하여  10 년간 10 만명의 유학생과 10 만 명의 기업 임원 수준의 연수생을 유치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한 유학생 장학금 제도를 정비하기도 했다. 대학 또는 고등전문학교에서 공부하는 모든 유학생을 대상으로 유학 종료 후 3 년간 싱가포르에서 취업하는 것을 조건으로 학비의 75 %까지 보조하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엘리트주의에 대한 사회적 신뢰


여시재가 개최한 각국의 정치지도자 양성 시스템 비교 세미나에서 싱가포르 사례를 발제한 고길곤 서울대 교수는 싱가포르의 철저한 능력주의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상위 집단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엘리트주의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선거에 당선된 84명의 의원 중에 31명이 대통령 장학생 및 각종 국가 장학생 출신 의원이며, 이중 30명이 전직관료 출신, 20명이 행정부 각료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엘리트 집단의 공고화된 권력은 다수의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책 보다는 엘리트 가치를 반영하는 정치를 가능하게 했다. 이로 인해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어렵다는 점은 싱가포르 민주주의 한계로 자주 지적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길곤 교수는 이러한 싱가포르 사회가 철저한 성적 관리와 성취에 대한 인정을 신뢰하기 때문에 능력 중심의 등용과 그들의 높은 연봉 수준이 용인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력한 소수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하지만, 충분한 금전적 보상과 명예가 보장되고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권력이 부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행정관료가  정치지도자가 배출되는 과정에서는 때로 파격적인 발탁이 존재하기도 하나 모두 성적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시험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상당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분위기라고 고 교수는 설명했다.


철저한 성과와 능력 중심의 엘리트주의는 싱가포르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싱가포르의 빠른 성장과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는 과거 중국이 개혁개방의 모델로 삼은 바 있다. 지난 6월의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싱가포르는 다시 한번 한국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향후 개혁개방에 나설 북한의 발전 모델로서 싱가포르를 벤치 마킹할 가능성이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체제 유지를 통한 성공 신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신화는 인재 선발 절차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 유능한 정치 엘리트는 고액 연봉과 철저한 경쟁 시스템으로 저절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투명한 절차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참고자료>

- 고길곤(2017). 싱가포르 다시 읽기, 문우사.

- 神足恭子(2013). 人材国家」シンガポールが日本より豊かな理由 ― 徹底したエリート教育と高度人材受け入れに学べ. ダイアモンド. 2013. 8(https://diamond.jp/articles/-/40621)

- 岩崎 薫里(2015).  シンガポールの外国人高度人材誘致戦略 ― この国はいかにして高度人材を集めているか. 環太平洋ビジネス情報 RIM. Vol.15 No.57.

- 西村美香(2014).資格任用制の再考 : シンガポール公務員制度の事例から(前編). 成蹊法学80号.

- LEE, E. W. and HAQUE, M. S. (2006). The New Public Management Reform and Governance in Asian NICs: A Comparison of Hong Kong and Singapore. Governance.Vol.19.

- David Seth Jones(2002). Recent Reforms in Singapore’s Administrative Elite : Responding to the Challenges of a Rapid Changing Economy and Society.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Vol.10 No.2.


관련 자료

- 여시재 연구 세미나 (2차) 결과보고서 : 각국의 정치지도자 양성 시스템 비교 – 독일, 싱가포르 사례 분석(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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