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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85세 청년들의 사회’, 집이 병원이 된다.

이명호

2018.08.16

문명의 변화가 환경을 바꾸고 변화하는 환경이 인체를 바꾸고 인체의 변화가 질병을 바꾼다. 질병은 1000년 단위로 축적되는 인체 DNA 변화와 환경요인 간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지금 인류는 문명사적 변화의 시대, 질병도 변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의료기술 혁명의 초입에 들어서 있다. 곧 다가올 미래에 인간은 삶의 조건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그 삶의 조건엔 일, 집, 도시, 환경, 건강 모든 것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의료를 지배하고 있는 기본 개념은 특정 원인에 의하여 질병이 발생하고 이 원인을 제거하거나 관리하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이나 전염성 질병이 이런 종류의 질병으로 예방 접종, 항생제 투여 등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식생활의 변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즉 전등을 밝게 밝히고 밤에도 생활이 가능하게 되면서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새로 생겼다. 이런 만성질환은 주로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되기 때문에 개인 생활 개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 발병률도 감소하고 있고 사망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통념과 다른 이런 흐름은 전세계적인 것이다.

그러나 개인 생활 개선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새로운 만성질환’이 등장하고 있다. 노화 관련 질환, 자가면역 질환, 정신질환 등 새로운 만성질환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교통, 산업, 도시 등에서 기인하는 굉장히 많은 요인들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만성질환의 원인을 특정하기가 어렵다. 개인이 노력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명, 사회적인 구조, 생산과 관련된 것이다. 이제 질병은 유전자, 환경, 시간(몸의 변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스템 의학(Systems Medicine)으로 전환해야 정밀 의료가 가능하다.

정밀 의료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라이프스타일 뿐만 아니라, 미세 먼지와 같은 환경적 요인, 계속해서 변하는 신체 내 메커니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간단한 칩 같은 것으로 혈구 지표나 염증 반응을 알 수 있다. 수시로 혈압 체온 심장박동 산소 포화도 등 ‘생체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 대기 오염 정도, 기온, 교통량과 같은 ‘환경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이 모든 방대한 정보들을 모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밀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 지는 것이 정밀 의료의 미래이다. 이것은 현재 진행형인 미래다.

따라서 미래에는 병원이 집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인체와 의복, 침대, 주방기구, 변기에 장착된 칩이 인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으고 AI가 그것을 분석해서 처방까지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모니터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집, 거주지가 미래 의료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그 집은 현재와 같은 집이 아니라 업무를 보고 회의(화상 또는 가상)를 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고 생체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공간, 즉 집단 거주지를 의미한다. 한편, 병원은 통상적인 케어를 넘어서 수술을 하거나 줄기세포로 새로운 장기를 만들어서 이식을 하거나 유전자를 조작해서 치료를 하는 등 생명 연장과 신체 강화의 새로운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2060년이면 이 모든 것이 현실이 되고 기술 발달 속도에 따라서는 훨씬 당겨질 수도 있다.

그 2060년이 되면 의료기술 발달이 사회적 위기를 부르는 모순적 상황이 온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41%, 85세 이상이 10%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지금 사회 시스템으로는 감당 불가능, 지속 불가능한 사회다. 의료 기술의 발달이 축복이지만 반대로 시스템의 위기를 부르는 것이다.

이 위기를 넘어서려면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에 65세부터 85세까지의 인구가 들어가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거주 커뮤니티를 만들어 의료와 직업, 일, 교통, 돌봄, 복지 등이 통합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여시재가 추구하는 신문명 도시의 방향이다. 지금 바로 준비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 글은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가 여시재에서 진행한 “미래의료와 도시” 강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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