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협력 보고서

[이슈브리프 특별판]러시아의 해양 정책: 21세기 해양강국으로 부활?

작성자 : 김정기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2018.02.02 조회수 : 362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해양정책 (2)러시아 - 러시아의 해양 정책: 21세기 해양강국으로 부활?

저자: 김정기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2018-011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판의 주제는 ‘각국의 해양정책’ 입니다. 이번 주제에서는 일본과 러시아 해양정책의 주요 목표 및 해양에 대한 인식을 알아볼 것입니다. 일본과 러시아가 해양정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거버넌스를 집행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러시아의 해양 환경과 전략적 가치 인식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국가의 발전과 미래를 도모하는 데 있어 해양 활동과 적극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것은 해상 교통  증가 등 해양산업 발달, 다양한 원자재 공급처로서의 기능 등 해양이 주는 정치경제안보적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해양국가로서 러시아의 극동과 북극 바다를 통한 물류망 구축과 자원개발의 가능성, 그리고 안보적으로 태평양 함대의 증강 등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지정·지경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러시아의 해양 정책 내용과 정책 추진 향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사실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광대한 면적을 가진 대륙 국가이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긴 4만㎞의 해안선을 가진 거대 해양 국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정학적 측면에서 대양으로의 진출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해양 정책도 서구 국가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국토의 상당 부분이 고위도인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 편중되어 있어 극동 연안 등 일부 항구를 제외하고는 동절기에 어는 등 해양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역사적으로 정치경제적 또는 군사전략상 부동항 확보가 국가 외교안보 전략의 중요 목표로 기능해 왔다. 15세기 제정러시아 시대부터 20세기 소련 시대에 이르기 까지 실제 해양 정책은 해군력 강화를 통해 세력 팽창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지정학적 특성상 해군의 전력 증강과 활동 강화가 해양 정책의 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해양활동 보다는 출루를 확보하고 대양으로 나아가는 그 자체가 해양 정책의 목적이 되었다. 


21세기 러시아연방 시대에 들어서는, 러시아 지도자들이 해양 정책을 경제 이익 확보와 안보수호 중심으로 다양화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부상시키는 전략적 요소로서 기능하도록 조율하고 있다. 특히, 푸틴 3기 집권이후 해양 활동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자국 해양이 지닌 전략적 가치를 유용하게 활용하여 부국강병을 구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추어 최근 국내외의 정세변화를 고려하여 해양활동 관련 규정과 지침을 새롭게 작성하거나 수정하는 등 정책과 제도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해군력 증강과 함께 조선 산업 발전과 항로·항만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해양활동 활성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 즉 러시아는 자국의 해양 잠재력을 강대국 부활에 필요한 국부 증대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해양 정책도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바로 21세기 해양강국으로의 부활이다.  

 


새로운 해양 독트린 채택 등 해양 관련 법·제도 정비


푸틴 대통령은 2012년 5월 3기 집권이후 러시아를 ‘강한 경제/강한 군사력이 받쳐주는 강력한 대국’으로 변모시키려는 구상 하에 2000년대 만들어진 여러 국가 전략 문서들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신군사독트린(2014년 12월), 국가안보전략(2015년12월), 대외정책개념(2016년 11월) 등이다. 


국가 차원의 해양 정책 전반과 해양 활동을 규정한 ‘해양 독트린’도 그중의 하나다. 2001년 작성된 ‘2020-해양 독트린’을 국내외 정세 변화를 반영하고 해양 국익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였고, 마침내 2015년 7월 새로운 ‘러시아연방 해양 독트린’으로 채택하였다. 세계 해양에서의 국가 활동과 전략 방향을 필요에 맞게 종합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해양 독트린의 법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러시아연방의 해양활동 국가 관리에 관한 연방법’이 하원에 제출되어 심의 중에 있다. 또한, ‘2012-2030년간 조선 산업 국가발전 계획’(2012년 12월)과 ‘2020년까지의 북극개발 전략’(2013년), ‘2030년까지의 러시아연방 해군 활동 분야 국가 기본정책’(2017년 7월) 등 해양 활동과 연관된 문서들도 채택하였다. 최근까지 해양 강국으로 부활하는 데 뒷받침할 일련의 해양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온 것이다.  


사실 러시아에는 해양 전반을 다루는 기본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1990년대에 제정한 대륙붕(1995년)·배타적 경제수역(1998년)에 관한 연방법과 영해·내수·접속수역에 관한 연방법(1998년) 등이 해양과 관련된 법률이다. 2000년대 들어서서야 러시아의 해양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율하는 문서로 ‘2020-해양 독트린’(2001년 7월)이 채택되었고, 2010년에 ‘2030 년까지의 러시아 연방의 해양 활동 발전 전략’과 ‘2030년까지의 러시아 항만 인프라 개발 전략’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1년에 ‘연방 정부 산하 해양위원회’(위원장 : 로고진 부총리, 위원 80명)가 구성되어 해양 정책과 해양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해양 독트린(2015년 7월)의 특성과 의미 


새로운 해양 독트린은 이전 구 독트린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첫째, 대륙붕에서 채굴한 탄화수소를 운반할 해저 파이프라인 구축과 운용, 조선 산업 육성, 남극 지역 등 3개 항목을 추가하였다. 둘째, 지역별 정책 순위에서 흑해를 포함하는 대서양 지역을 마지막에서 첫 번째로 바꾸고, 크림 반도와 러시아 해군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할 국가로 중국(태평양)과 인도(인도양)를 거론하고 있다. 넷째, 북극에서 러시아연방 대륙붕의 바깥 쪽 경계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규정하고, 해양 독트린의 법적 근거에서 유엔해양법 협약을 제외하고 있다. 다섯째, 러시아를 ‘주도적 해양 강국’(ведущая морская держава)에서 ‘위대한 해양 강국’(великая морская держава)으로 표현하고, 해양 활동에 대한 대통령 보고를 명시하고 있다. 여섯째, 신독트린 작성에 해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안보 측면이 보다 강화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 정책의 목표로 ① 해양강국으로서의 지위 유지 및 국제적 권위 제고 ② 세계 해양에서 러시아의 국익 보호 및 실현 ③ 국가의 확고한 경제사회 발전 확보 ④ 러시아의 해양주권 보호 등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자원 탐사·개발·보호, 러시아 대륙붕에 대한 자원 조사 및 개발, 해상을 통한 침입 방어, 공해의 자유 등을 실현하는 데 두고 있다. 이와 함께 해운, 세계 해양 천연자원 개발과 보호, 해양과학 조사, 해양 군사 활동 등의 관점에서 해양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바로 해양활동 영역 확대, 국가 해양 이익 개발과 보장, 해군 활동 강화 등 공세적으로 해양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이고 이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 해양 질서 주도를 견제해 나가겠다는 의미이다. 대서양 지역, 특히 흑해와 지중해 등에서 결코 미국 등 서방에 밀리지 않겠다는 대결적 자세를 확실히 하고, 북극 대륙붕 연장 문제에서도 자국의 입지를 보다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사태, 서방의 대러 제재와 압박, 국제에너지 가격 하락, 북극해의 전략적 가치 증대 및 한중일의 북극 항로 개발 참여 추진, 중국의 G2로의 부상, 중동사태와 러시아의 시리아 지원 등 러시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현실적인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해양 정책 추진 내용과 방향 


러시아의 해양 정책은 해양 독트린 등 해양 관련 제반 문서들에 맞추어 추진되고 있다. 해군력 증강, 해역별 특성을 고려한 해양활동 전개, 조선 산업 육성, 해상운송 인프라 개선, 대륙붕 확장 및 자원 개발, 어족자원 확충, 해양조사 활동 적극화 등 당면 현안이 중심이 되고 있다. 


먼저 해군력 증강과 함께 해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해군이 해양에서 발생하는 국익과 관련 군사력 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등 해군 활동에 전략적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해상을 통한 외국의 침략 방지, 해양 경제활동 안전 보장 및 관리, 해적 단속과 국제 평화유지·인도주의 활동 참여, 세계 해양에서 러시아 및 동맹국의 이익 보호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승인된 ‘2030년까지의 러시아연방 해군 활동 분야 국가 기본정책’에서는 해군의 순수한 군사적 역할 강화를 규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북해함대, 태평양 함대, 발트 함대, 흑해 함대, 카스피 해 소함대 등은 각 해역의 국가 해양 정책을 수행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2012년 7월 해군력 건설을 위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1,400억불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하였다. 핵탄두 및 투발수단의 현대화, 원양작전 능력 강화, 해군 인프라 재건 등을 통해 해군력을 증강하고, 신형 핵추진 항모와 신형 대형 상륙함도 건조할 계획이다. 2010년 말 작성된 ‘국가 무장계획-2020’에 따르면 해군력 강화를 위해 2020년까지 초대형 핵추진 구축함, 전략핵잠수함 등 다양한 수상함과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둘째, 러시아 정부는 대서양, 북극, 태평양, 카스피 해, 인도양, 남극 등 6개 해역의 전략적 특성에 맞춰 해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익 확대와 안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현재 각 해역에서는 기본적으로 항만 시설 개보수, 상선 및 여객선 건조, 에너지 자원 탐사 및 수송능력 확보, 대륙붕 개발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외 각 해역 함대 발전 등 해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다음과 같이 추진하고 있다.  


대서양 지역에서는 NATO의 활동 방향과 연계시켜 해군력을 전개하고 존재를 확신시키는 등 국가안보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과의 우호 관계 발전을 비롯하여 극동 연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양 지역에서는 인도와의 우호 관계 발전과 러시아 해군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카스피 해에서는 지질 조사 및 탐사를 통해 해저 석유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수송할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 등 자원 생산·수출 인프라 개선, 철갑상어 등 수산 자원 보호, 러시아에 유리한 국제법 제도 확립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북극지역에서는 해양 정책의 중점을 국가 안보 위협 차단과 전략적 안정성 확보, 자원 개발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해 함대 전력 증강 등 해군력 강화, 자국 대륙붕의 바깥 쪽 경계 법적 권리 강화,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의 자원 탐사·개발, 북극항로의 석유·가스 수송 여건 조성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남극에서는 남극의 막대한 자원 잠재력을 겨냥하여 남극의 종합적 과학연구 발전에 러시아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조선 산업을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 독트린에서 ‘국가가 군함과 상선 건조, 해양 설비 제작 등을 보장하고, 현대화된 국산설비를 가진 국내 조선소에 우선 발주하도록 하며, 각 조선소들은 러시아 선사들이 필요로 하는 해양 설비와 선박을 최대한 공급해야한다’고 규정한 것도 조선 산업 육성을 위한 의지의 표현이다. 조선 산업 발전 없이는 사실상 독립적인 해양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우며, 이는 러시아가 해양 강국으로 부활할 수 없다는 러시아 지도부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러시아의 조선 산업은 2004-2014년간 외항선 168척, 내항선 171척을 발주하였는데 외항선의 경우 90%이상을 외국 조선소(한국 76%, 중국 8%, 크로아티아 5% 등)에 발주할 정도로 소련 붕괴 이후 쇠퇴를 거듭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조선업 육성을 위해 ‘2013-2030년까지의 조선 산업 국가 발전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총 3,379억 루블(2012년 환율 기준 약 110억불)을 투자하여 조선 산업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상선건조 비중을 톤수 기준으로 세계의 0.5%(2012년)에서 2%(2030년)로 확대하는 등 국내 건조를 늘리고 해외 발주를 축소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극동에 ‘조선 산업 컨소시엄’을 설립하고 상선 건조 및 대륙붕개발용 해양기술기기 제조에 나서고 있으며, 또한 2019년을 목표로 극동 즈베즈다 조선소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선박을 해외 발주할 경우에는 최신 기술 도입 조건’ 방식으로 외국기업과 기술제휴를 도모하고 있다. 


넷째, 현대화된 해상 통합 물류 시스템 구축 등 해상운송 인프라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총 64개의 항만(극동 연안 22개, 북극해 연안 20개, 발트 해 7개, 카스피 해 3개, 흑해 12개)을 가지고 있으나 기존의 항만시설로는 늘어나는 상업 활동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항만 건설 및 기존 항만 현대화 등 전문적인 항만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항만 화물 처리 능력(2015년 11억 360만 톤 → 2020년 13억 3,640만 톤 → 2030년 16억 140만 톤) 대폭 확대 및 러시아 해운사의 수송 비중 증대 등 국제적인 수준으로 해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LNG프로젝트의 하나인 야말반도 동북부 사베타에 새로운 항만을 건설하였고, 2018년에는 연간 1,500만 톤의 화물을 수출할 계획으로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연방법’(2015.12)에 따라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여 극동 남부 주요지역 항만의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다섯째, 자국 대륙붕의 유용광물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는 대륙붕 획득과 대륙붕의 자원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이와 연계시켜 수중 간선 파이프라인 망 발전을 도모해 나감으로써 해양자원 개발상의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대륙붕의 지질 구조 연구를 통해 탄화수소 자원의 탐사·개발을 적극화하고, 최신 로봇 설비 및 설계 기술을 적용한 해저 파이프라인 망을 구축하여 대륙붕에서 채취한 탄화수소를 안정적으로 운반하고 수출용 에너지 원료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이다. 러시아가 2015년 8월 UN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북극 대륙붕경계연장 신청을 한 것도, 그리고 새로운 해양 독트린에 북극지역 러시아 대륙붕 바깥 쪽 경계의 법적 강화를 명시한 것도 모두 대륙붕 확보 노력의 일환이다. 

 

여섯째, 수산물의 양식·가공 및 외국과의 합작 추진으로 어족 자원을 확충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의회가 2015년 6월 ‘어업 및 수산자원 보전 법’을 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푸틴 대통령은 2015년 10월 수산물을 국내에서 가공해 수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수산업 분야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체 조업 쿼터의 20%를 어업용 선박 조선소, 수산물 가공 공장, 냉동 창고 등 수산업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는 내국 및 외국 업자들에게 배분하는 등 투자를 조업 쿼터 배정과 연계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체 어획량이 세계에서 8위를 점유함에도 국내 상점에는 러시아에서 잡힌 수산물은 거의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비싼 수입 제품들이 놓여있다. 더군다나 현재 수출 수산물의 7%만이 가공된 뒤 수출되고, 87%는 가공 없이 냉동 상태로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외국기업들과 합작으로 현지 수산 콤플렉스를 설립하여 ‘원료 + 가공’ 방식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양 잠재력을 발굴하기 위한 해양과학조사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해양 조사는 해도 작성은 물론 해저 등의 재해 요인을 미리 예측하여 재난 방지 등 국가 안전을 강화하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특히, 대륙붕·배타적 경제수역·영해 등의 해저 구조, 북극과 남극의 자연 환경 및 기후 변화, 세계 해양 생태계의 안정성 유지, 재생 자원 잠재력 최적 이용 방안 강구, 세계 해양자원 및 해양 공간 이용에 따른 군사·정치·경제·법적 문제의 과학적 증거 확보 등은 러시아의 해양 주권을 확립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해양강국으로의 부활 → 한국의 신 북방정책과의 접합


이미 러시아는 자국에 존재하고 있는 해양 그 자체만으로도 해양 강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자국 해양이 지닌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며, 시간이 필요하다. 21세기 러시아연방의 해양 정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명실상부한 해양 강국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다. 이에 맞추어 지정학적·전략적 차원에서 대응력을 높이면서 국익을 확대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는 해군력 강화, 대륙붕 영토 확장과 자원 개발, 조선·항만 분야 발전, 북극 항로 활성화, 이를 통해 러시아의 경제·안보 역량 확충 등 국력 배양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구소련 당시와 같은 ‘위대한 해양 강국’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러시아 엘리트들이 구상하고 있는 그대로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소 차질이 생기더라도 국력 강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고 막대한 투자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해양의 국익 보호를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해군력 증강이 세력팽창과 군비경쟁의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해양 정책은 극동과 북극 지역을 중시하고 있다. 해양 정책 자체가 모두 러시아의 동방중시 정책 및 북극 개발 전략과 연계되어 있으며, 우리에게 가스, 조선, 항만, 수산업 등 극동지역 진출과 북극 항로 활용 등에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한국은 지난 9월 동방경제포럼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신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9개 분야의 협력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협력분야로 가스, 조선, 항만, 북극 항로, 수산, 전력, 철도, 일자리, 농업 등을 제시했다. 한국의 신 북방 정책과 러시아의 해양 정책이 접합 점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해양이 지닌 막대한 전략적 가치를 북방협력 정책과 접목시켜 우리 경제의 활로로, 러시아 경제발전의 터전으로 연계시켜 나가는 ‘전략적 상호협력 투자’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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