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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중국의 도시문제

김도경 (한국교원대) / 진신 (성균중국연구소)

2018.01.12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도시 문제 (2) 중국 - 중국의 도시문제
저자: 김도경 (한국교원대), 진신 (성균중국연구소)
No.2018-002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각국의 도시문제 현황 및 대응방향’ 입니다. 이번 주제에서는 국가별 도시들이 당면한 상황과 과제들, 구체적으로 고속성장과 과밀집, 고령화에 따른 공동화 현상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또 각국이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도시 정책을 진행 중인지 살펴볼 것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시기 중국은 경제 성장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 애썼다. 그에 따라 새로운 성장 방식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도시화도 우선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중국 도시 인구가 매년 1,000만 명씩 증가하면 그에 상응하는 소비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서비스 산업은 ‘도시’라는 공간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도시화는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 구조 재편도 가능케 해준다. 농업현대화도 도시화를 통해 촉진될 수 있다. 많은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면 농촌 지역에서 대규모 경작이 가능해진다. 도시로 인구를 집중시키는 것이 중국의 새로운 경제 성장 방식일 수 있다.

이러한 도시화 자체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시장과 자원을 함께 운용할 수 있는 도시화는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개선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 도시화가 인위적으로 추진된다면, 다시 말해 하향식 정책 결정과 통계상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무리하게 추진된다면, 그것은 효율을 높여주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 안정마저 해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 중국의 도시문제는 사실상 ‘급진 도시화’라고 하는 것은 타당한 것 같다. 대략 네 가지 차원에서 ‘급진 도시화’를 살펴볼 수 있다.

도시 빈민굴

첫 번째는 도시 빈민굴의 형성이다. 주택 가격이 소득 수준보다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는 중국의 도시에서 무리하게 농촌 인구를 도시로 끌어들이면, 그들은 도시에 빈민굴을 형성할 확률이 높다. 중국의 농촌 주민들이 도시의 삶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소득을 유지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을 꾸준히 늘려서 그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도시 삶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원이 없다면, 그 공공임대주택이 빈민굴로 변하게 된다. 만약 중국의 도시에 빈민굴이 형성된다면, 이는 치안과 위생, 환경 등의 방면에서 엄청난 관리 비용을 낳게 된다. 기존의 도농 격차가 도시 내로 진입하는 것이기에 사회 불만과 안정도 장담키 어렵다. 도시로 이주한 농민의 소득을 보장하지 못한 채 도시화를 인위적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그 어떤 경우에도 도시 빈민굴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에는 빈민굴이 없다고 해도 된다. 일부에서는 성중촌(城中村)이나 판자촌[棚戶區]을 중국의 빈민굴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는 도시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노동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살기도 한다. 그들이 성중촌과 판자촌을 거주지로 선택한 것은 값싼 주택 비용과 접근성 때문이다. 그들은 그곳에 완전히 정착한 것이 아니라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것이라 봐야 한다. 여타 개발도상국의 빈민굴처럼 범죄와 마약이 들끓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에 빈민굴이 형성되지 않은 것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유동인구가 모두 자기 고향에 주택 부지와 경작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동인구는 도시에서 직장을 잃게 되면 길바닥에 나앉는 것이 아니라 고향 농촌 집으로 돌아간다. 농촌에 거주할 수 있는 공간과 먹고 살 수 있는 방편이 있는 한, 중국의 유동인구가 도시에서 빈민굴을 형성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그런데 만약 도시화가 급진적인 양상을 보인다면, 즉 중국 정부가 통계상의 도시화율을 올리는 데에만 몰두한다면, 중국에 빈민굴이 형성될 수도 있다. 특히 ‘13·5규획’부터 중국 정부는 이전의 상주인구 도시화율 뿐 아니라 호적인구 도시화율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 상주인구의 도시화율에서는 도시와 농촌을 오갈 수 있는 사람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호적인구의 도시화율에서는 농촌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만 측정된다. 바꿔 말하자면, 상주인구가 아니라 호적인구가 중국의 도시화율을 묘사하는 데 더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만약 중국 정부가 이 호적인구의 도시화율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된다면, 도시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진입하는 속도가 더 빠르게 될 것이다. 이는 현재 중국 농민공의 교육수준을 고려할 때 대규모 도시 실업 사태를 낳을 수 있다. 도시 빈민굴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자료1] (출처: 중국국가통계국)

도시 내 빈민굴이 형성되면 다양한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약과 매춘 등 이른바 강력 범죄의 온상이 될 확률이 높다. 환경과 보건의 차원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빈부 격차가 지역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회 갈등과 반목이 심화될 수도 있다. 자칫 사회구성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고정되어 사회 활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주기적인 경제 불황이 겹칠 경우 대규모 시위나 폭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아래 그림 참조). 이는 중국 사회의 안정을 심각하게 해칠 뿐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지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자료2] 1980년 이후 중국 실질경제성장률 추이 (출처: IMF)

시진핑(習近平) 시기 들어서 중국은 도시화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세 부류 1억 명의 도시화”에서 농촌 인구도 그 한 부류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중공중앙은 그와 함께 “준비된 농촌 인구”를 강조하고 있으며 그 방식에서도 “질서 있는” 도시화를 부각시키고 있다. 게다가 농촌 인구를 도시로 이동시키려면 농촌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급격하게 바꿔야하는데, 이는 중공중앙이 가장 꺼리는 상황에 가깝다. 최근 시진핑은 중국의 “소농 경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령 도시

중국 유령 도시를 언급할 필요도 있다. 이는 사실 이미 중국의 많은 지방 도시에서 흔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도시 주변을 새로 개발하는 경우에는 심심찮게 이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 유령화가 맹목적인 경제 성장률의 추구와 ‘토지 재정’ 확보에 의해 나타나기 때문에 급진적인 경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령화가 일단 급진적이게 되면, 많은 농촌 인구가 그 공간을 채우게 될 것이다. 그러면 유령 도시가 빈민굴로 변하게 된다. 지금은 도시의 빈 공간이 도심 재개발의 보상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화가 급진적으로 흐르면 도시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이들은 농촌 주민들뿐이다. 도시 이주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도시화의 장점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중국 도시의 ‘유령화’ 현상은 국내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소개된 바 있다. 특히 네이멍구(内蒙古)의 경우처럼 지방정부가 무리하게 신도시를 개발하면 어김없이 ‘유령화’ 현상이 나타난다. 중국 도시의 ‘유령화’ 수준을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헤아릴 수 있는 방식이 바로 미처분 주택의 면적 규모이다. 위 도표는 최근 5년 동안 해당시기 미처분 주택의 면적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빠르게 그 면적이 늘어나다가, 최근 1-2년 사이 그 규모가 살짝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감소세는 중공중앙이 공급측 개혁의 차원에서 이 ‘미처분 주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도시의 유령화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주 새로 개발하는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중국 지방정부의 독특한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중국의 지방정부는 재정 수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른바 ‘토지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즉 도시 근교의 농촌 토지를 낮은 보상금으로 수용한 다음, 높은 가격으로 도시에 공급해 그 차액을 재정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이 재정이 절실하다보니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생략한 채 도시 근교 개발에 나서곤 한다.

둘째, 도시 주변을 새로 개발하게 되면 지역 경제가 쉽게 성장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간부 평가에서 해당 지역의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중요한 지표이다. 중국의 간부 승진에서는 상급의 하급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지방 간부들이 이 경제 성장의 방식을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자료3] 2006-2016 중국 도시 건설용지 규모 추이 (출처: 중국도시통계연감)

이에 따라 경제적으로 보면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개발 업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파산하게 되면, 이는 연쇄적으로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유령화 현상은 상당한 리스크이다. 가령 유령화 지역의 관리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그럼 해당 지역에 기초 시설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큰 불편을 가져다준다. 치안이나 환경 등의 공공 문제를 처리할 때에도 비용이 늘어난다. 막대한 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유령 도시’의 등장은 기본적으로 지방정부가 ‘토지 재정’을 추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지방정부의 재정’ 리스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지역 경제성장률을 맹목적으로 추구한 것도 ‘유령 도시’ 등장의 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방 이기주의’나 ‘엘리트 충원’도 여기에 관여되어 있다. 그리고 ‘유령 도시’는 결국 새로운 유형의 지역 사회이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사회 관리 방식이 필요해진다. 이는 ‘낯선 사회의 편재’와 유사한 리스크를 보일 수 있다. 자치 도시화가 급진적인 경향을 띠게 되면, 안정적인 소득원을 갖추지 못한 농촌 인구가 ‘유령 도시’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빈민굴’과도 관련되어 있다.

2015년에 개최된 중공중앙의 재경영도소조 회의는 미처분 주택의 해소를 주요 업무로 부각시켰다. 특히 네 가지 방식을 주로 거론했다. 첫째, 농촌 주민의 도시 정착을 서둘러 도시의 주택 구매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부동산 기업이 미처분 주택을 소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책 완화, 가령 주택 구매 한도 제한이나 대출 제한 등을 풀어서 미처분 주택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정부가 미처분 주택을 직접 소화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실제 사례에서는 네 번째 방식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즉 지방 정부가 미처분 주택을 구매한 후, 수요가 많은 중심지를 개발할 때 그 보상 주택으로 그 미처분 주택을 활용하거나, 혹은 임대 주택 등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네이멍구의 어얼둬쓰(鄂尔多斯)는 본래 ‘유령 도시’로 유명하였는데, 최근 이 네 번째 방식을 통해 상당한 분량의 미처분 주택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자촌 개발의 낭비

시진핑 시기 중국 정부는 “세 부류 1억 명의 도시화”를 말한 적이 있다. 그 중 한 부류가 바로 도시 내 판자촌 개발에 해당한다. 중국 도시의 판자촌은 오랜 역사의 과정 속에서 형성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주 도심의 한복판에 자리하곤 한다. 즉 판자촌 개발은 막대한 개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중국의 판자촌 개발이 급진적인 경향을 띨 수 있다. 판자촌 개발이 급진적인 양상을 띠게 되면, 곳곳에서 보상을 둘러싼 다툼과 분쟁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이는 사회 혼란과 함께 중국 사회내 무임승차의 풍조를 유행시켜 사회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게다가 판자촌을 임시 거주지로 삼고 있는 많은 농민공들에게는 불이익을 가져다준다. 지방 정부의 토지 재정을 잠식해 부의 재분배 효과가 떨어지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막대한 자원이 낭비되는 것 또한 피하기 어렵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정부는 도시 내 노후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판자촌[棚戶區]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도시화가 시진핑(習近平) 시기의 핵심적인 경제 성장 전략으로 부각되면서, 이 판자촌의 개발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도시화를 “세 가지 1억 명”으로 요약한 적 있는데, 도시 내 판자촌 개발도 그 중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판자촌 개발 수준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아래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2013년에 그 개발 규모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2015년부터는 거의 매년 600만 채가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주택 및 도시 건설부는 2018-2020년 동안 1,500만 채의 판자촌을 추가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4] 2012-2017 중국 판자촌 개발 시공 규모 (출처: 중국 주택 및 도시건설부)

일반적으로 판자촌은 그 도시 내 입지 조건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개발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즉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이 비교적 쉽게 조달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판자촌 주택의 소유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거주 환경이 개선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 개발 사업 자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철거와 보상을 둘러싼 마찰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2015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판자촌 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가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래 <그림> 참조) 시진핑 정부의 판자촌 개발 사업은 2020년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자료 5] 판자촌 개발 지역 주민들의 사업 만족도 (출처: 2015 국가통계국여론조사센터)

그런데 이 개발 사업은 다른 한 편으로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우선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개발 사업은 재정 수입보다 재정 지출이 더 많은 사안이다. 일반적인 중국 도시의 개발 사업은 토지 수용 절차를 따르고, 따라서 ‘토지 재정’이 확보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이 개발 사업에서는 수용 절차가 불필요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기초 인프라 건설에 소요되는 지출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철거와 보상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나아가 이 개발 사업으로 인해 해당 도시의 지방정부가 추가적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토지 재정’을 마련하기가 힘들어지고,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만약 지방정부의 ‘토지 재정’이 줄어들게 된다면, 지방정부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 등을 신설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는 중국 사회 구성원의 정치적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신설될 세수 항목은 대부분이 이전과 다른 직접세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기존 판자촌에 거주하던 사람들 중에는 유동인구가 적지 않았다. 그들이 더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이는 그들의 체감 소득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유동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해당 지역의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도시화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 판자촌 개발 사업은 2020년이 정확하게 종료 시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전까지는 이 판자촌 개발 사업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만약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판자촌 개발’이 리스크로 나타난다면,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와 세재 개편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뜻하기에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토지 사유화

토지가 공유제인 상황에서는 거래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소유권이 명확할 때 거래가 촉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도시화가 급진적인 양상으로 흐르게 되면, 중국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유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게다가 농촌 주민이 도시에 사는 것 자체를 단순하게 도시화로 이해하면, 이러한 사유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다.

중국에서 토지가 사유화되면, 현재 중국 사회에서 농촌이 일종의 사회보험으로 기능하고 있는 사회 안정의 기제가 사라지고 만다. 농민들은 자신의 토지를 팔아 일확천금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농민은 도시 근교에 살고 있는 농민으로 한정된다. 게다가 그들조차 도시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여전히 그들은 도시에서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토지 시장에 공급이 급격하게 많아진다면 그들이 ‘일확천금’을 손에 쥘 확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토지 사유화는 중국 사회의 혼란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중국의 토지는 공유제의 원칙을 따르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형식은 전민소유제와 집체소유제이다. 그리고 전민소유제는 국가, 곧 지방정부의 소유로 구현되고, 집체소유제는 특정 지역 주민의 공동 소유로 실천된다. 따라서 토지의 위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그 토지가 전민소유제의 대상인지, 아니면 집체소유제의 대상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 한 가지 더 중요한 부분은 국가가 엄격하게 토지의 용도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토지인지, 아니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토지인지가 중국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기준으로 중국의 토지를 구분하면 크게 세 종류이다. 하나는 도시에 위치한 건설용 토지이고, 다른 하나는 농촌에 위치한 경작지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농촌에 위치한 건설용 토지이다. 도시에 위치한 건설용 토지는 전민소유제에 속하기 때문에 국가(지방정부)의 소유이다. 이 토지를 누군가 사용하고 싶다면 일정 비용을 국가(지방정부)에 지불해야 한다. 농촌에 위치한 경작지와 건설용 토지는 집체소유제에 속하기 때문에 그 지역 집체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집체 구성원은 무상으로 그 토지를 사용한다.

만약 중국의 한 도시가 새로운 토지를 필요로 하게 되면 정해진 절차와 보상 기준에 맞춰 집체소유제의 농촌 토지를 전민소유제의 도시 토지로 그 성격을 바꿔야 한다. 따라서 중국 도시에 새로운 토지를 공급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지방정부) 뿐이며, 그런 점에서 중국의 토지 시장은 국가(지방정부)의 독점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토지 제도가 공유제에서 사유제로 바뀔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만약 중국 도시의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도 높아진다면, 중국 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토지 사유화의 목소리가 강해질 수 있다. 중국 도시의 비교적 높은 주택 가격 형성은 주로 토지 공유제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료6] 중국 주요도시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의 연도별 지수와 세계 순위 변화 (출처: NUMBEO)

위 그림은 중국 주요 도시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수준과 그 연도별 순위 변화를 보여준다. 물론 이 그림은 NUMBEO의 자료에 기초했기 때문에 중국과 다른 국가의 상황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선쩐(深圳), 그리고 광저우(廣州) 등이 최근 5년 간 거의 항상 비슷한 순위를 기록한다는 점은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세계 10위 안에 2개 이상의 도시를 올리고 있는 국가는 중국 밖에 없다. 비슷한 성격의 인도도 세계 10위 안에 뭄바이 하나만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가 가장 보편적인 한국도 서울만 30위권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정부의 ‘토지재정’과 관련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에서는 토지 시장이 국가(지방정부)의 독점 시장이므로, 지방정부는 새로운 토지를 공급할 때 가능한 싸게 구매(수용)하고 가능한 비싸게 팔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자신의 재정을 보충할 수 있지만, 토지 사용권을 구매한 개발업자는 자기가 지불한 비용을 주택의 최종 구매자에게 떠넘긴다. 요컨대 중국 도시의 주택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지방정부)가 시장을 교란한다고 볼 수 있다. 도시 주민의 소득 수준보다 주택 가격이 항상 높게 형성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중국의 토지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국가(지방정부)가 토지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토지 시장에 공급이 쏟아져 나온다면, 그 가격이 지금처럼 높게 형성될 수가 없다. 물론 도시 주변의 일부 농촌 주민들은 어느 정도의 토지 매각 대금을 쥘 수도 있겠지만, 그 대금은 생각보다 높지 않을 것이다. 반면 대다수 농촌 주민들의 토지는 거래조차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득을 보는 것은 자본이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고, 대도시에는 집과 경작지를 잃은 농민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부동산 거품에 대한 최근 중국 정부의 대응 방식은 토지 수용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이다. 대략 세 가지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나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금리를 인상하거나 혹은 대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주택자의 주택 판매 자체를 제한하기도 한다. 예컨대 최소한의 주택 보유 기간을 설정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 방식은 도시의 저소득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주로 판자촌 개발과 함께 추진되고 있다. 마지막 방식은 세재 개편이다. 특히 일부 지방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가 전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부동산 보유세는 기본적으로 특정 조건 하에서만 부과되기 때문에, 한국으로 치면 종합부동산세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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