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협력 보고서

[이슈브리프]미국 농업 3대 쟁점: 무역, 원조, 환경

작성자 : 나지원(동아시아연구원) 2017.12.28 조회수 : 2486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농업 정책 (1)미국 - 미국 농업 3대 쟁점: 무역, 원조, 환경

저자: 나지원(동아시아연구원)

No.2017-068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각국의 농업 정책’입니다. 각국이 중시하는 농업정책의 우선 수위와 주요 현안에 대해 살펴봅니다. 빈곤, 식량 수급, 식품안전, 고부가가치 농업 개발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한 각국의 입장 중 주목할 만한 정책 및 논의를 알아볼 것입니다. 또한 신성장동력으로써 농업 육성을 둘러싼 각국의 정책들을 비교하고자 합니다.



미국은 영토와 인구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농업 생산물의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시에 세계 최대의 해외원조 공여국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농업 관련 정책은 비단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농업 시장과 식량 안보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산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해가 엇갈리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얽히게 된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기에 수립된 ‘미래 먹거리’(Feed the Future) 원조 구상 등 저개발, 빈곤 국가의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 발전 촉진 사업은 세계 차원에서 식량 안보와 삶의 질을 제고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미국 정부가 국내 농업에 제공하는 막대한 정책적, 금전적 지원으로 세계 농산물 시장이 지속적으로 왜곡되면서 이러한 해외 원조의 효과가 상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국은 농업 문제에서 국제적으로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농업 정책에 대한 연구기관들의 관심사와 연구 방향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는 몇 가지 분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우선 무역 이슈로서의 농업 문제로 대개 보수적 싱크탱크와 경제 전문 연구소가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농업 관련 과학 기술 이슈에 집중하는 관점이 있다. 특히 유전자변형 작물(GMO)를 위시하여 농업 생산성과 효율을 제고하는 기술과 함께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농업 기술이 이 분야의 관심사다. 하지만 최대의 해외 원조 공여국이자 여러 작물의 세계 최대 생산자로서 이 문제는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농업 이슈는 역시 세계적 차원의 식량안보와 환경안보 문제이다. 특히 국내 농업뿐만 아니라 저개발 빈곤국,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에서 농업생산력 제고와 안정적 농업 기반 마련과도 연계되어 있고 무역과 농업과학기술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가장 포괄적으로 농업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법들이 반드시 상호보완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즉,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의 농업 보조금을 지속하면 자유무역이 저해되는 동시에 아프리카의 빈곤층 농민을 포함한 외국 농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모든 농업 보조금이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나온 것은 아니며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생물연료(biofuel) 생산을 늘리기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이 그러한 경우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생물연료 규정이 기후 변화 완화에는 별 실익이 없는 반면 농산물 시장의 변동성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또한 생산량 증대를 위해 가축과 작물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와 농약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이에 대한 내성을 띤 초강력 병균의 세계적 전파를 촉진한다는 비판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기술의 혜택을 고르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빈국 농업과 농민 지원의 효과가 이처럼 예상하기 힘든 부분을 포함해 다방면에서 상쇄되는 것이다.



농업도 자유가 우선: 자유무역과 규제철폐 옹호론


이른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으로 호명되는 미국 특유의 극단적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자유로운 시장 경쟁에 맞기고 농업 교역의 장벽을 완전히 철폐해 모두의 효용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선봉에 서 있는 싱크탱크가 바로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전통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연구소답게 이곳은 “연방정부 축소(Downsizing the Federal Government)”라는 프로젝트와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당연히 농업부(Department of Agriculture)에 관한 내용도 포함된다. 


카토 연구소가 주장하는 농업부의 감축 대상은 크게 다섯 가지다. 농민들에게 제공되는 막대한 농업 보조금이 당연히 제1순위다. 매년 옥수수, 면화, 쌀, 대두, 밀 등 주요 작물 재배농가에 최대 3000억 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되며 연구개발 자금, 대출, 보험 지원은 별개다. 둘째는 농업 관련 규제와 무역 장벽 철폐다. 특히 보건과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설탕, 유제품 등 농축산물에 부과하고 있는 각종 규제와 무역 장벽은 불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셋째로는 농업 지역 보조금과 식품 보조금이다. 자유지상주의의 관점에서는 특정한 지역에 거주하거나 소득 수준이 낮다고 해도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 후생을 악화시킨다고 보는 것이다. 학교 급식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끝으로 이들은 임야 관리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억 9,300만 에이커에 달하는 미국 전역의 숲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업체와 주 정부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무려 57억 달러(2017년 기준)에 이른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유전자조작식품(GMO)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여기에서도 당연히 자유방임의 원칙이 적용된다. 즉, 기술이 있으면 당연히 활용해야 하고 그것을 먹을지 말지는 각자의 자유에 맡겨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9월 5일 선임정책분석가(senior policy analyst)인 매리언 터피(Marian L. Tupy)의 기고문을 보면 이러한 입장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GMO 원조 및 수입 기피 현상이 GMO를 ‘독’으로 여기는 아프리카인들의 그릇된 인식에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현실적으로는 아프리카 농산물의 주요 수출 지역인 유럽 국가들의 GMO 식품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제품 성분 중 0.9퍼센트 이상 GMO가 포함되어 있는 제품은 함유 사실을 표기해야 한다는 규정과 GMO에 대한 유럽인들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혹여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산 농축산물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오염’시킬까봐 수입과 원조를 모두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굳이 GMO 식품이 아니더라도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풍족한 유럽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아직도 안정적인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과 국가가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인간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이 달린 심각한 문제다. 온라인 공개형 과학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병충해에 내성이 있는 바나나와 콩류, 옥수수 등을 도입하지 않음으로써 케냐의 경우 지난 10년간 440~4,000명, 우간다는 500~5,500명이 추가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베냉, 니제르, 나이지리아에서 당초 도입하기로 했던 병충해 내성 동부콩(cowpea)의 재배가 지연되면서 나이지리아의 경우 연간 3,600만~4,600만 달러의 금전적 손실과 함께 100~3,000명의 인명이 손실될 것으로 이 연구보고서는 예측하고 있다. 식량 문제가 국가와 지역 안보에까지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농업, 빈곤, 기후변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다각도에서 노력을 해왔지만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원조 대상국가의 국내 정치, 경제, 문화적 장애물로 인해 단순한 해결책은 통하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는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이에 몇몇 연구소에서는 농업과 식량 문제를 (유전자 조작과는 다른)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5년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에서 발간된 무인항공체계(UAS) 농업에 관한 보고서이다. 식량안보와 개도국 기술도입 문제 전문가인 쉬라 에프론(Shira Efron) 박사는 이 보고서에서 농업에 무인항공기를 활용함으로써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식량 수요를 단기간에 (일부분) 충족시키면서도 농업생산량 증가에 따른 환경 영향과 각종 오염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무인항공기 농업기술의 채택을 촉진하는 요인과 장애요인을 선별하여 아프리카 36개국에서 이 기술이 채택될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에프론 박사는 결론에서 무인항공기를 사용한 농업이 아프리카가 처한 다양한 농업 관련 문제들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현장에서의 효과는 기술적 제약 이외의 여러 변수들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술도입에 필요한 비용 마련, 기반시설 부족, 각종 규제의 미비, 그리고 GMO를 두고 나타난 것과 유사한 대중의 저항심리 등이 기술도입에 주요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아프리카 농업 문제에 관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 지원과 무인기 활용을 통해 농업에 대한 아프리카 청년층의 관심 증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측면이다.


사실 농업 분야에서 이처럼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생산성 증대의 가능성이 아프리카의 식량과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며 미국 내의 농업 생산성 향상에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무인기 활용 농업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면 더 효율적이고 집약적인 영농을 통해 환경에 보다 친화적이고 자원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특히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4G(LTE)와 와이파이가 결합된 이른바 5G 이동통신이다.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컴퓨터와 감지기(센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물 사용가능량, 대기질, 에너지 효율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며 이에 따라 비용과 자원 낭비를 줄이고 위생 상태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농업의 가능성과 한계


도시농업과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초대형 도시(mega-city)가 늘어나고 도시화가 지속되면서 도시 주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부양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이고 효율적인 도시 식량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도시농업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실험이 나오기 시작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특히 거대한 고층빌딩, 공터, 심지어 컨테이너 박스 등 도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과 시설에서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생산자(농민)와 구매자(도시 거주자)의 거리를 최소화함으로써 운송거리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운송에서 발생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농업 기술의 한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도시 농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 환경 분야 3대 싱크탱크인 월드워치 연구소(Worldwatch Institute)에서는 도시 농업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컨테이너형 농장이다. 컨테이너라는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제초제와 살충제 필요성이 급감하고 계절에 무관하게 식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보다 대규모로 만든 것이 이른바 수직 농장(vertical farm)으로서 문자 그대로 높이를 활용해 재배면적을 늘리는 아파트형 농장이다. 다만 토양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수경재배를 실시하며 동시에 이 물에 생선을 양식함으로써 수질 유지와 부산물 처리도 함께 하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마지막 유형인 개인 농장은 말 그대로 과거의 자급자족 형태의 농업과 유사하지만 미국의 경우 (특히 중산층 가정의 경우) 가족과 주택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몇몇 작물을 1년 내내 텃밭에서 키울 수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넓은 농토를 활용할 수 있는 미국은 높은 인구밀도와 도시화 비율, 좁은 국토면적으로 고심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도시농업에 대한 수요나 필요성을 긴박하지 않으며 농업에 관한 전반적 논의에서 도시 농업의 우선순위는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도시 인구는 유례없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세계 인구 약 70억 명 중 50퍼센트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25년에는 이 비율이 65퍼센트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도시 인구를 위한 식량 공급 방안 마련은 세계 차원의 경제, 사회, 안보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미 세계 식량의 15~20%가 도시 농업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농업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동반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시화 수준은 낮지만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만성적 식량 부족과 낙후된 기술과 시설로 인해 발생하는 도시 공해와 농작물 재배 과정의 환경오염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도시 농업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와 권리 증진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농업이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환경적 이득에 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도시 농업은 실내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태양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가 막대하고 대규모 산업으로 운영하기에는 여전히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다른 여러 환경친화적인 기술과 마찬가지로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여전히 상용화, 대중화, 양산을 위해서 도시농업 관련 기술 전반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이러한 기술적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무수한 시행착오가 필연적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동체 전체의 지원, 특히 국가와 정부 차원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결국 국제원조, 과학기술, 경제와 무역을 주도하는 미국의 역할이 다시 요청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하지만 환경보호국(EPA) 및 환경, 에너지 정책에 관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년간 보였던 행보는 이러한 부름에 대한 응답이 얼마나 확고하고 적극적일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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