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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 콘퍼런스 참관기 - 고령화 시대, 우리는 어떤 비전을 가질 것인가

작성자 : 맹지연 2017.11.10 조회수 : 2476

제목 : 제2차 ASEM 노인인권 컨퍼런스 (2nd ASEM Conference on Global Aging and Human Rights of Older Persons)

주최: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일시 : 2017년 9월 19일 – 2017년 9월 21일

장소 : 서울 조선웨스틴 호텔 

참석자 : 김현아 연구원, 맹지연 인턴 연구원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는 뜨거운 이슈다. 의학과 보건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길어졌고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1]했으며 65세 인구가 유소년(0~14세) 인구를 추월했다는 통계조사[2] 결과도 나왔다. 이 추세라면 우리 사회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국제사회는 고령화 정책의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이행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1982년, 고령화 사회 대책을 위한 ‘비엔나 국제 고령화 행동계획’이 발표됐다. 노인들의 잠재력과 욕구를 올바로 인식하고 노인 권리를 강화하자는 목표가 세워졌다. 이후 1991년 UN총회에서는 ‘노인을 위한 UN원칙’을 채택했다. 이는 비엔나 국제 고령화 행동계획을 바탕으로 했으며, ‘독립, 참여, 보호, 자아실현, 존엄’을 노인 정책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최근의 국제적 기준은 마드리드 국제 고령화 행동계획(The Madrid International Plan of Action on Ageing, 이하 MIPAA)이다. MIPAA는 비엔나행동계획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2002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 2차 세계고령화회의에서 발표됐다. 이후 MIPAA는 노인이 건강과 독립을 유지하고 사회에 참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동, 교육, 소득보장, 건강, 주거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의 행동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9월 19일부터 9월 21일까지 서울에서 제 2차 ASEM 콘퍼런스가 열렸다. 세계 각지에서 노인 인권을 위해 각국 정상, NGO 활동가, 고령화 정책 전문가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험을 나누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콘퍼런스의 둘째 날, 노인 인권의 국제적 동향과 국가별 고령화 대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제 갓 2회를 맞은 콘퍼런스임을 보여주는 듯 군데군데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빈 자리가 무색할 만큼 열띤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의 국제 동향 및 주요 활동

첫 세션에서는 노인인권의 국제 동향 및 활동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무타르아마드 타라 파키스탄 인권부 장관의 발표를 시작으로, 시타숨리트 ASEAN 사무처 빈곤철폐 및 젠더 부서장, 조엘 이보네 주한EU대표부 공사참사관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고령화에 따른 불평등 문제 심각, 나이듦이 유쾌한 변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패트릭 러브(Patrick Love) OECD 수석편집자는 고령화를 불평등의 시각에서 접근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의 여러 현상들은 노인 연령층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러브 편집자는 “고령화 문제는 교육,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고 말하며 노인 불평등과 관련된 여러 지표들을 제시했다. 학력, 성별, 소득과 같은 것들이다.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에 비해 빈곤율이 훨씬 높다. 평생 일해왔음에도 여성의 노동이 사회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브 수석편집자의 말이다. 여성 빈곤 문제는 1970년대 미국 학자 피어슨이 제시한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Poverty)” 개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노인 여성’의 빈곤 문제는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여성 빈곤 문제가 노년기에 극단적으로 두드러진 것이다. 한국 여성 노인은 남성 노인보다 빈곤율이 약 10%p가량 높다.[3] 한 조사에서도 여성 노인 빈곤율이 45.9%로 남성 노인 빈곤율인 40.1%보다 5%p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이 이전에 비해 늘었음에도, 여성이 지급받는 연금수급액은 남성이 지급받는 연금수급액의 60%를 밑돈다는 통계[4]도 있다.


또한 패트릭 러브는 연금 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층일수록 일생에 걸쳐 받는 총연금수령액이 낮다”고 주장하며 “저소득층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 고된 육체노동이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되면, 질병에 걸리거나 건강이 악화될 확률이 높아지고 기대 수명은 낮아진다. 결국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기대 수명의 차이는 연금수급기간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장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얽혀 있기에 정확한 인과관계 규명이 어렵지만,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OASDI[5]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한 연구[6]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연구진은 근로 시 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소득을 10분위로 분류한 뒤 구간별 연금수령기간을 추적했다. 그 결과 1940년 생(남성 기준) 최상위 연금수령자의 연금수급기간이 26년으로 나타난 반면 최하위 연금수령자의 연금수급기간은 17.8년에 불과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연금 수급기간에 약 8년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연금 문제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불평등은 고령화 이슈에서 필수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주제다. 연설 말미, 러브 수석편집자는 “더 이상 이런 불평등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나이드는 것이 삶에서 유쾌한 변화가 되도록 만들자”고 당부했다.




마드리드 고령화 국제행동계획(MIPAA) 이행점검 및 우수사례


2부에서는 MIPAA 이행에 관한 각국 정책 대표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프랑스 사회보건부 과장인 알렉시스 린켄바흐가 2부 세션의 좌장을 맡았다. 먼저 바네사 스테인메이어 UN-ESCAP 과장이 MIPAA에 대해 설명한 뒤, 독일과 핀란드, 캄보디아, 룩셈부르크, 한국의 MIPAA 이행에 대한 발표 및 검토가 이루어졌다. 


스테인메이어 UN-ESCAP 과장은 MIPAA(마드리드 국제 행동 계획)를 소개하며 ‘모든 세대를 위한 사회(Societies for all)’라는 슬로건을 설명했다. 이어 스테인메이어 과장은 “이번 MIPAA 이행 검토를 위해 조사를 실시했고 그로부터 유의미한 시사점들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노인 의료 서비스 전문인력 부족, 노인의 저조한 사회참여, 정책을 위한 실질적 데이터의 부재 등이다. 그녀는 “노인 인권을 위한 유의미한 노인 규약은 현재 MIPAA가 유일하다. 그렇기에 보다 강력한 협약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 틀은 마련했지만… 한국 고령화 대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


한국의 고령화 대책은 어떨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가원 박사는 “한국은 법적, 제도적 개선을 통해 MIPAA를 이행하고자 노력했다”며 한국의 상황을 평가했다. 정 박사는 한국의 주요 성과로 ▲제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 ▲연금법 개정 ▲보험 적용범위 확대(틀니, 임플란트 등) ▲공공실버주택 공급 등을 언급했다.


한국은 고령화 대책을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었고, 2012년에는 치매관리법이 제정되었다. 이후에도 60세 정년 법제화(2013), 기초연금 도입(2014) 등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체계를 확립하고 노인돌봄 및 요양 지원을 강화했다. 2015년 12월 10일에는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5~2020)'이 발표됐다. 정부는 우선 공적연금 사각지대를 줄이고, 1인 1국민연금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높은 노인빈곤율 극복을 위해서다. 의료 및 돌봄 체계 확립도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만성질환 관리 모형을 개발해 질병예방 시스템 강화에 나선다. 신체건강뿐 아니라 치매, 우울증 등 노인정신건강 관리도 확대한다.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예산총액 197조 원을 넘는 큰 프로젝트다. 이 중 89조원 가량이 고령사회 대책을 위해 투입된다. 


하지만 국제적 시각에서 한국의 고령화 대책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오늘날 국제 사회는 ‘활동적 노후(Active Ageing)’ 보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활동적 노후 보장이란 노인을 돌봄의 대상,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하나의 사회적 주체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노인의 사회참여 확대, 세대간 이해증진 등의 과제를 포함하고 있지만 활동적 노후를 보장한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정가원 박사도 “정책제안 프로세스에서 노인의 참여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정 박사는 MIPAA의 개선을 위한 제안들을 내놓았다. 정 박사는 “MIPAA Review Process 참여에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며 “가능한 많은 국가가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각 국가들의 MIPAA 이행 사항 점검(Review Process) 참여는 의무가 아니다. 덧붙여 MIPAA의 핵심 영역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정 박사는 “다양한 정책들 사이에서 노인 인권 확립을 위한 ‘최소한’의 핵심 요건은 무엇인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ASEM 회원국의 노인인권 증진 사례


3부 세션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아셈 회원국의 노인인권 증진 사례 순서로 진행되었다. UN 담당관들이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설명한 후, ASEM의 각 회원국이 자국의 노인인권 증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앞 순서는 리오 하다 UN OHCHR 담당관과 샨느 린드스트롬 UN ESCAP 담당관이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와 2030 아젠다를 소개했다. 하다 담당관은 “2050년까지 전반적으로 인구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며 “고령화 대책과 관련, 인권 기반 접근법을 지속가능개발목표의 실현과 관련해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MIPAA의 틀만으로 규범적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MIPAA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MIPAA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린드스트롬 담당관은 ‘모든 사람이 소외받지 않아야 한다(Leaving no one behind)’는 2030 아젠다의 비전을 소개했다. 그녀는 “2030 아젠다를 통해 노인의 니즈를 파악하고 웰빙을 보장하는 것은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라며 “아태지역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데, 이것을 하나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제발전과 고령화,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는 중국의 고민”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렇다면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그 또한 중국이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내 60세 이상 인구는 2억명을 넘어섰다. 2억 명 이상의 노인 인구를 가진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쯔홍 리 중국 고령화위원회 부국장은 현재 경제발전과 고령화가 동시에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중국의 상황을 언급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리 부국장은 중국의 상황을 “고령화와 경제개발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실제로 중국이 놓인 상황은 여타 선진국들과는 상이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인 선진국들이 1인당 소득 5,000~10,000 달러 이상인 시기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것과 달리, 중국은 1인당 소득이 924달러에 불과한 상태에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고령화에 대처할 만한 사회적 인프라나 사회보장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이다. 리 부국장 역시 그러한 문제를 인식한 듯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경제개발을 국가적 여건 속에서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현재 중국 정부가 직면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노인을 위한 중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재택 기반, 그리고 지역사회 기반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리 부국장은 “자세한 상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본노인보험이 확충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노인돌봄서비스 관련해 약 300개의 정책을 도입했으며, 여기에는 장기돌봄제도 뿐 아니라 돌봄제공자를 위한 제도도 포함되어 있다. 리 부국장은 “계속해서 중국은 여러 지역시설들과 제도들을 확충해 나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노인의 문화생활 및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리 부국장은 “2016년 말 기준으로 54개 대학에서 노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 교육과정은 노인을 위한 피트니스 프로그램과 같은 특별 문화활동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교육 프로그램은 무료”다. 중국은 대학뿐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노인을 위한 다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에 대한 노인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지역 단위의 자체운영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754만 개 가량 실시되고 있다. 대학 프로그램 학생 수는 약 712만 명 정도다. 지역 프로그램 참여율도 80%가 넘는다. 결과적으로 노인의 사회적 참여가 활발해졌고, 노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리 부국장의 설명이다. 노인참여프로그램을 통한 중국의 활동적 노후 지원은 한국 사회에 참고가 될 만하다. 쯔홍 리 부국장은 “중국은 앞으로도 MIPAA 이행에 꾸준히 힘쓸 것”이라는 약속을 전했다. 경제발전과 고령화라는 두 가지 난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중국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맺으며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여러 나라들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앞으로 고령화 대책 마련과 노인 인권 향상을 위한 움직임은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아셈 글로벌 에이징센터(ASEM Global Ageing Center)’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장성명서가 채택됐다. 이 센터는 2018년 서울에 세워지며, 노인인권 및 고령화 대책을 위한 연구와 교류의 중심이 될 예정이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노인 인권을 위한 UN협약이 채택되어 나이드는 것이 사람들에게 유쾌한 변화가 되기를 기대한다. 



(맹지연)


참고
  1. 행정안전부, 2017년 08월 기준
  2. 통계청, 2016 인구주택총조사-등록센서스방식 집계 결과
  3. 석재은임정기, 2007. '여성노인과 남성노인의 소득수준 격차 및 소득원 차이와 결정요인'
  4. 국민연금통계, 2014
  5. Old Age, Survivors and Disability Insurance, 미국공적연금제도
  6. BosworthBurtless, 2016. ‘The Grwoing Longevity Gap between Rich and Poor and Its Impact on Redistribution through Social Secu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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