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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교수 “뇌공학, 공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다”

작성자 : 관리자 2017.09.26 조회수 : 3739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지난 9월 21일, 여시재 초청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신경건축학(Neuro Architecture)이었다. 신경건축학은 건축이나 도시 같은 공간이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인지, 사고,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 교수는 자신을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로 소개했다. 뇌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그의 연구 주제다. 그는 기능영상(functional MRI)으로 뇌 활동을 모니터링 하던 중 좁은 기능영상기기 안에 누워있는 인간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보고 처음 신경건축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부분 침대는 가장자리에 두고 테이블은 가운데 둔다. 침대 한쪽이 벽에 붙어있으면 공격받을 위험성이 적다고 판단하고 안정감을 느끼고, 식탁은 가운데 있어야 약간 긴장하면서도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사소한 가구 배치도 인간의 인지, 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것도 공간의 영향이다. “재택근무는 일과 휴식의 전환이 쉽지 않다. 구글은 근무지에서 자유로운 활동 요소를 추가했고, 야후는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구글의 시도는 성공이었지만, 야후는 사실상 실패했다. 공간 구성의 실패다.” 그는 구글과 야후의 사례로 공간 구성에 따라 능률이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서재에서 일하거나, 넥타이를 매는 등의 의식적 구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 교수는 훌륭한 공간 구성 사례를 소개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솔크 생물학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이하 솔크)다. 1959년에 설립된 솔크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나 솔크가 세계적인 건축가 루이스 칸에게 의뢰해 만든 건물이다. 조나 솔크는 루이스 칸에게 ‘천장이 높은 건물’을 의뢰했다. 연구실에서 쉬지 않고 일만 할 때는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가 천장이 높은 아씨씨 수도원에서 떠오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 그의 인지적 공간도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지어진 솔크는 높은 천장 때문인지 12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


솔크연구소가 만든 ‘천장이 높으면 창의적 능률이 오른다’는 어번 미스(urban myth)는 이후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과학자들은 천장이 낮은 곳에서는 단순반복 업무 능률이 오르고, 천장이 높은 곳에서는 창의적 업무의 능률이 오르는 것을 밝혀냈다.


MIT의 Building 20도 비슷한 사례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기술 개발을 위해 급히 구성된 Building 20은 벽도 없이 테이블만 쭉 놓인 공간이었다. 분야나 경력이 다른 사람들과도 우연히 마주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 덕에 쉽게 만나기 힘든 세계적인 석학들과 의견을 나누고 함께 실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분야 간 융합을 처음 경험했다. 노암 촘스키는 MIT Building 20에서 생물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언어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MIT Building 20의 개방된 구조가 만든 사회적 상호작용은 창의적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많은 기업이 MIT Building 20과 유사한 개방 구조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처럼 신경건축학 분야는 조금씩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ANFA(Academy of Neuroscience for Architecture; 신경건축학회)가 2003년 설립되고 200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건축물이 사람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정 교수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밝혀진 공간적 요소를 반영한 건물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재승 교수는 다양한 신경건축학 사례를 통해 공간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정 교수는 신경건축학이 나아갈 길에 관해 이야기했다. “인간은 대부분 인공건축물에 살지만 인공건축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지 이제 겨우 10년이다. 다행히도 신경건축학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는 이걸 도시 규모로 확대해가는 일을 하려 한다.” 최근 스마트시티가 화두다. 정 교수는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 건축물, 나아가 도시 전체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이 분야가 하려는 일”이라며 신경건축학적 연구가 미래 도시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유영, 우윤혜)




이하 전체 강연 영상.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약력 : 前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조교수 

        前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저서 :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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