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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05] 양현봉(산업연구원) -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생태계 만들어져야”

정서은

2017.09.21

<혁신을 키우기 위한 정책제안 프로젝트> 연구팀은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의제를 구체화 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 마지막 인터뷰이는 산업연구원의 양현봉 선임연구위원입니다.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양현봉 연구위원께 물었습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업의 혁신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혁신하고 생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 창업 생태계를 보면, 기업의 혁신역량을 높여주기 보다는 정부 주도로 창업정책이 공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한 창업정책은 정부 재원 공급량·창업기업 수 증가 등 양적 차원에서는 긍정적 결과를 낳은 것처럼 보여요. 그러나 실상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는, 보여주기식 창업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적 차원에서, 혁신 원동력이 되는 창업업체 가령, 기술 집약형 제조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고 이들의 생존률은 2012년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거든요. 부가가치 생산성이 마이너스가 되는 혁신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창업기업의 생존률과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창업 생태계가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정부 역할은 기업 혁신의 조력자로서 인프라 구축에 한정되어야 하고, 기업이 스스로 혁신하고 생존하는 문화,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기업은 저비용·저위험(low cost·low risk)을 지향하는 창업으로 나아가야 하며,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경제 패러다임에 따라 글로벌화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역량이 뒷받침돼야 하고요.

기업이 혁신역량을 갖추려면 우선, 기업 스스로가 기술혁신을 통해 기술 사업화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려면 기업이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기 위한 혁신이 아닌, 스스로 생존을 위한 혁신을 해야 해요. 혁신역량을 갖춘 혁신형 기업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OECD 매뉴얼에 따른 혁신역량 평가지표(오슬로 매뉴얼)에 의한 혁신기업을 선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오슬로 매뉴얼 조건을 충족하는, ‘OECD 평가기준에 의한 한국의 혁신기업’임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오슬로 매뉴얼과 거의 유사한 이노비즈(기술혁신형기업)를 대표적 브랜드로 키우면 좋겠습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혁신이 가능하게 혁신을 하는 기업들을 지원 대상으로 설정하고, 거기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앞으로 혁신기업이 제대로 육성돼요. 조세지원, 정책자금지원 등과 같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지원은 가능한 한시적 지원으로 제한돼야 합니다. 이미 15년, 20년 동안 정부지원 받은 중견기업이 기업 혁신역량은 저해된 채 계속해서 정부의 자금지원에 의존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거든요. 따라서 항상 정부지원은 한시적이라는 시그널을 줘야 하고, 10년 이상 된 기업은 스스로 시장에서 커갈 수 있게 혁신생태계가 작동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혁신인재의 발굴 및 육성 그리고 혁신자금의 원활한 공급이 중요합니다.”

혁신생태계가 구축되려면 기본적으로 혁신인재를 발굴해야 하고, 그 이전에 이들이 발굴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죠. 혁신생태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산학협력이나 산연협력 등을 통한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역량 있는 인력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창의적 교육으로 인재를 키워내고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이 개발되면 이들이 기업에 들어가 혁신활동을 하도록 해줘야 해요.

그 다음에는 혁신활동을 함에 있어 혁신자금들이 원활히 공급돼야 해요. 정책자금보다는 엔젤 자금, 벤처캐피털이 잘 공급되어야 하고, 이후에는 국제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혁신생태계가 잘 돌아가야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털 중 액셀레이터들이 있지만 자본금과 역량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기업이 혁신역량을 기반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이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액셀레이터를 지원하기보다는 이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즉, 기업이 성공해 이윤을 많이 남기고 액셀레이터는 기업에 지분투자 해서 이득을 얻는 공생 구조를 만들어야 혁신시스템이 구축될거라 봐요. 다만 굳이 액셀레이터 제도를 통할 필요는 없고, 기존 벤처캐피털이 액셀레이터 역할을 해도 돼요. 중요한 것은 정부가 과잉개입해 액셀레이터 관련 예산을 별도로 신설·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캐피털 자본금 등 기정기준을 대폭 낮춰 액셀레이터나 벤처캐피털이 직접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역할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예요.

벤처캐피털이 충분한 역량을 갖고 기업혁신에 역할하려면 해당 산업 혹은 업종에서 뛰어난 전문가가 벤처캐피털을 하도록 인재를 키워내야 합니다. 창업 활성화의 중요 정책과제 중 하나로서 VC와 PE 활성화가 거론되는데, 안목 있는 인재가 벤처캐피털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면 현재 정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4조 원 가량 정책자금 융자하는 것을 투융자 복합금융으로 바꾸어 활용함으로써 벤처캐피털의 역량을 제고하고 기회형, 기술형 창업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그밖에 창업기업 활성화와 관련한 제도 논의가 있는데요. 정부조달시스템, 실험실 창업, 신산업 규제 샌드박스 등이 있습니다. 먼저 정부조달시스템의 경우, 일반기업이든 창업기업이든 기술과 제품의 질이 좋으면 조달에 참여할 수 있어 단순히 창업기업이라고 해서 가점을 주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신 창업기업 할당제를 활용한다면 창업초기 기업들끼리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새로운 혁신형 기업이 많이 참여하게 할 수 있겠지요.

실험실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창업자들의 기업가역량을 제대로 키워줘야 합니다. 기술만 강조하지 말고 좋은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죠. 특히 학생들이 교수들과 함께 창업에 뛰어들 수 있어야 해요. 학생이 교수와 실제로 기술이나 제품을 만들어 사업도 해보면서 ‘러닝 바이 메이킹(learning by making)’의 실험실 창업이 이루어지게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신산업 규제 샌드박스 논의와 관련해서는 금융업을 제외한, 새로운 산업이 나오면 우선 사후규제 방식으로 엄격히 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융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산업이 많이 나오는데 정부가 해당 산업에 대해 빠른 판단 및 심사를 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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