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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피부암 잡는 면역 항암제, 폐·간암 억제 ‘혈관 차단막’

김유경

2017.09.21

여시재-카이스트-중앙일보는 <난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류 10대 난제’를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난제는 핵융합발전, 암 극복, 뇌의 비밀, 우주 개발 등 인류가 풀고자 하고 풀어야 하고 난제들입니다. <난제위원회>는 중앙일보 창간특집 기획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를 통해 끊임없이 난제에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류의 현장을 찾고, 한국의 위기와 도전을 점검합니다.


<중앙일보 난제위원회 프로젝트> 시리즈 순서
①핵융합발전
②암 정복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②암 정복

“환경오염과 유해 농·수·축산물이 암 발생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예방이 첫 번째다.”(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

국내서도 새 치료법 속속 등장
암세포 공격하는 면역체계 복원
암 재발 환자 1년반 만에 큰 효과

외과 수술과 병행해야 효과 ‘한계’
면역치료 연 1억 … 고비용도 숙제

인간이 만든 신물질이 암을 유발하는 새로운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가 암을 정복하는 속도보다도 빠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새로 암에 걸린 환자는 1999년 10만1025명에서 2014년 21만7057명으로 15년 새 2배 이상 불어났다. 최근 살충제 계란과 생리대 파동에서 보듯 과거에 없었던 유해 물질과 환경호르몬 등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물질들은 사람의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암 치료가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암세포의 증식을 차단하거나 고장난 면역력을 복원시켜 암을 무찌르는 등의 새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암의 진압보다도 예방에 초점을 맞춘 도전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치료법 중 하나는 표적 항암 치료의 일종인 면역치료다. 환자의 면역체제를 복원해 암을 몸 밖으로 쫓아낸다. 암세포는 환자의 원래 몸과는 다른 불순 세포지만 인간의 면역체계는 이를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고 반응하지 않는다. 면역치료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갑상샘암·췌장암·간암·위장암 등에 높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면역 항암제인 ‘니볼루맙’의 임상 연구에 돌입했다. 수술이 어렵거나 전이성이 높은 악성 흑색종을 치료하는 표적 치료제다. 지난해 1월부터 이 약물의 임상 연구에 참여한 60대 신동호씨의 경우 치료 1년반 만에 암 조직이 거의 소멸했을 정도로 높은 효능을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숙련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독성 항암제의 실패 경험 끝에 나온 치료제”라며 “암이 무너뜨린 신체의 면역체계를 회복시켜 암세포를 찾아서 억제하거나 죽이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종양 주변에 혈관을 만들고 림프관을 연결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번식을 막는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KAIST 연구팀이 ‘암 림프관과 암 혈관 동반 억제를 통한 차세대 항암 원천기술 개발’에 나선 것을 비롯해 민간 병원에서도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혈관치료는 폐와 간·내장에 퍼진 전이성 암을 치료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다만 이런 치료법들은 단독으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큰 암 조직을 제거하는 외과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와 병행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면역치료를 병용한 임상 건수가 2015년 215건에서 올해 765건(5월 말 기준)으로 3배 이상 증가한 점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비용 역시 문제다. 면역치료를 받을 경우 1년에 1억원이 넘게 필요하다.

김열홍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신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각각의 치료법이 홀로서기 어렵고 환자들마다 개인차가 있어 앞으로는 혼합된 형태의 개인 맞춤형 암 치료법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에서 성과를 보고 있는 중입자 치료도 도입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이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중입자 가속기 도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한 일부 기술의 독자 개발 문제와 가속기 설치를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 지자체 간 갈등 등에 표류 중이다.

조승룡 KAIST 교수는 “중입자 치료기 도입은 암 극복을 위해 좋은 방향”이라며 “다만 독자 개발은 예산 편성 문제 등으로 진행이 잘 안 됐다. 현재는 가속기를 턴키로 사오고, 어느 병원이 운영권을 가져갈지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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