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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세계가 묻고 세계가 답하다: 3. 러시아-정교한 논리, 공세적 행보

작성자 : 위성락 2017.01.12 조회수 : 1229

우리 외교에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같은 주요 이슈를 놓고 국민은 불안하기만 한데 행정부와 청와대, 국회는 손발이 맞지 않고 여야도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낸다.  나라의 앞날이 달린 이슈에 우리가 외교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사이 다른 나라들은 외교 전략을 전문화하고, 행정부 중심의 정통 외교에 더해 공공·민간 외교 등 다원화된 외교를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스마트한 전략 외교, 스펙트럼을 넓히는 다각화 외교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해외의 외교에서 해법을 찾아본다.


[與時齋 - 중앙SUNDAY 공동기획]

세계가 묻고 세계가 답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 군사·정보·외교 맞물려 단호한 대응

러시아-정교한 논리, 공세적 행보



근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부터 시리아 상황에 이르기까지 현란한 외교를 선보여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행보의 장기적 득실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전술적 탁월성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무엇이 탁월한지 짚어내면 러시아 특유의 외교에 대한 이해는 물론 지금 난국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한국 외교에 필요한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 하나씩 보자.


첫째, 러시아 외교는 사안별로 정교한 대응 논리를 바탕으로 강한 레토릭을 구사하면서 이에 걸맞은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날카롭게 따지고 상대에게 반드시 대응하는 스타일이다. 이 과정에서 관료들은 치열하게 움직인다. 정책을 추구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언론 플레이에나 열중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치열하고 육중한 외교는 러시아를 중요 상대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둘째, 공세적으로 의표를 찌르는 행보를 하고 발 빠르게 국면을 전환해 상황을 주도한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그 직후 동부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으로 국면을 전환한 일이 좋은 사례다.


셋째, 공세 와중에 타협의 여지도 두지만 타협도 공세적으로 추구한다. 동부 우크라이나의 휴전 후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시리아에서 반정부세력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것이 그 예다. 새로 시리아 전선을 열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대신 동부 우크라이나 휴전상황은 더욱 안정시켜 서방의 응수를 타진한 것이다. 그러고는 일정한 공습 성과를 올리자 주력 부대를 철수시켜 절제를 과시했다. 러시아의 협조 없이 사태 수습은 불가하며 러시아는 타협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강수로 우려를 증폭시킨 후 서서히 강도를 낮춰 타협을 유인하는 것이다.


넷째, 외교·군사 정보활동을 잘 조율해 일체적으로 운용한다. 크림 병합 이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역력히 드러난 특징이다. 현장에서의 군사적 움직임과 정보 공작이 대외적인 외교 행위는 물론 정부와 의회의 국내 행정법제 절차와 맞물려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됐다.


다섯째, 서방의 제재에 대처할 전략적 재균형을 모색한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간극을 활용하고자 하며 EU 내에서는 강온파를 분리 대응하려 한다.


여섯째, 장기적 공세로 상대를 지치게 한다. 분쟁에서 일정한 목표가 달성되면 사태를 동결해 재점화할 여지를 남겨 두고 지구전을 꾀한다. 일종의 레버리지인데 동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도처에 동결 분쟁 지역이 있다.


일곱째, 대치 국면에서는 국내적으로 단합하는 전통이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아래 있어 경제가 어려우나 국민은 정부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나폴레옹과 나치의 침략을 이겨내면서 쌓인 것이며 냉전 이후에는 서방이 러시아를 홀대했다는 국민 정서도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 특징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기관들의 협업이다. 관변은 물론 민간 연구기관들도 정책 개발, 대외 홍보, 공공외교에서 일사불란한 협력을 보인다.


이상의 특징 중 일부는 강대국 특유의 행태라서 우리 외교에 바로 대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다음 몇 가지는 참고가 될 것이다.


우선 적극적인 외교 스타일이다. 사안에 대한 정교한 대응 입장 없이 원론으로만 대처하거나 상대와 맞닥뜨리기를 회피하려는 관성을 가진 우리와 대비된다. 러시아 관료들의 치열한 정책의지는 본받을 만하다.


둘째, 조율되고 일체화된 정책이다. 우리의 경우 외교와 군사가 따로 놀고 외교마저 조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셋째, 내부 단합 문제다. 단합이 있어야 강한 교섭 입지가 생긴다. 중견국의 입장에서 강대국과 겨루는 사안이라면 단합은 더욱 절실하다. 사드 문제로 분열돼 있는 우리가 돌아볼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체의 협업이다. 힘겨운 상대와 어려운 외교 사안을 다룰 때일수록 한국 사회 전체의 역량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연구기관을 비롯한 사회조직들이 정책을 지원하는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이상 열거한 참고사안들은 대부분 우리의 의지만 있으면 반영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난국에 선 한국 외교에 유용한 교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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