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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빛 속도로 조준 타격, 곳곳에 퍼진 암 5~10년 내 잡는다

작성자 : 김유경 2017.09.19 조회수 : 2374

여시재-카이스트-중앙일보는 <난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류 10대 난제’를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난제는 핵융합발전, 암 극복, 뇌의 비밀, 우주 개발 등 인류가 풀고자 하고 풀어야 하고 난제들입니다. <난제위원회>는 중앙일보 창간특집 기획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를 통해 끊임없이 난제에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류의 현장을 찾고, 한국의 위기와 도전을 점검합니다.



  <중앙일보 난제위원회 프로젝트> 시리즈 순서   

   핵융합발전

   ②암 정복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②암 정복


‘세계 최고’ 일본 방사선학 연구소 NIRS를 가다



중입자 치료는 축구장 크기의 중입자 가속기에 탄소 이온을 실어 암 조직을 직접 타격하는 기술이다. 가장 발달한 방사선 치료로 평가받는다. [사진: NIRS]


일본 도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지바(千葉)현 이나게(稲毛)구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일본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일본 방사선 암 치료 연구의 총본산인 이 연구소 지하에서는 길이 125m에 이르는 거대한 가속기가 가동되고 있다. 중입자를 빛의 80% 속도로 끌어올려 암 조직을 타격해 종양을 제거하는 장치다. NIRS는 이 장치를 이용해 암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암 치료 연구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방사선의 일종인 중입자선을 이용한 치료는 ‘꿈의 암 치료법’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기준으로 암 정복에 가장 근접한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축구장만 한 중입자 가속기 보유
피부 밑 25cm 암세포 콕 집어 제거
1만 명 완치 … 전립샘암 90% 생존

산재한 암 세포 모으는 기술 개발 중
한국도 중입자 치료 2020년 가동




중입자선 치료를 받은 두경부암 환자와 폐암 환자의 CT 사진


중입자선 치료의 원리는 간단하다. 신체를 투과한 중입자선이 특정한 곳에서 에너지를 급속하게 방출시키는 성질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중입자선이 실어 나른 탄소 이온이 암세포에 닿는 순간 방사선 폭발을 일으킨다. 탄소 이온은 폭발할 때 암세포의 DNA도 끊어내는 성질이 있는데, 결국 이게 암세포의 전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이 치료법을 활용하면 몸에 칼을 대는 외과 수술은 필요없다.
 
기존 방사선 치료에 사용되는 X선이나 감마선과 달리 정상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이 치료법의 장점이다. X선 등은 피부에 가장 강력하게 쏘이게 되며, 체내로 들어갈수록 살상능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NIRS 원장을 역임한 쓰지이 히로히코 입자선 암클리닉센터 원장은 “중입자선 치료는 정확히 종양만을 제거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신체 부담이 적으며 치료 시간도 짧다”며 “현재로선 세계 최고의 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NIRS가 현재까지 중입자선으로 치료한 환자 수는 9766명(2016년 2월 말 기준)에 달한다. 국내 국립암센터가 양성자로 치료한 환자 수 2600명의 4배 가까이 된다. 전립샘암의 생존율은 90%, 췌장암 생존율은 60%에 달한다. 기술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중입자선 치료비는 일본인의 경우 자국 정부 지원을 받아 최고 450만 엔(약 4565만원)이지만 외국인은 1000만 엔(약 1억150만원) 안팎이다.

한국도 세브란스병원이 일본 히타치가 개발한 중입자 치료기를 들여와 2020년부터 가동한다. 이를 위해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의료 인력이 이달 1일부터 2년간 NIRS에서 연수를 시작했다. NIRS에는 의료 인력만큼 많은 물리·생물학 연구진이 포진해 수술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기술을 미국·중국·대만·인도네시아 등 많은 나라가 앞다퉈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다.
 
조승룡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중입자는 체내 25㎝까지 들어와 암 조직을 직접 치료하기 때문에 정밀도가 높고 효과도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우수하다”며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 조직만을 타격하는 정밀함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입자선을 처음 암 치료에 쓰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다. 196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양자선 치료를 개시했다. 그러나 당시 전산·제어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해 암세포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고, 입자선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1980~90년대 데이터 및 전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입자선 연구를 시작해 기술의 급진전을 이뤘다.
 
중입자 가속기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장기인 위·대장·소장암 등은 중입자 치료로 잡기가 어렵다. 마찬가지 이유로 혈액암 역시 아직은 치료하지 못한다. 정상 부위에 중입자를 쏘면 조직 파괴와 2차암 유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NIRS는 장기의 움직임을 패턴화해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가마타 다다시 NIRS병원 원장은 “중입자선으로 잡기 어려운 곳에 퍼진 작은 암세포를 처리하기 위해 암세포를 한 곳에 모으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5~10년 뒤면 임상 단계에 돌입할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이들 과제만 극복한다면 암의 완전 정복까지 일보 성큼 전진하게 된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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