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연구 블로그

[혁신가 인터뷰 10] 김성준(렌딧) –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작성자 : 관리자 2017.04.01 조회수 : 1822


사회 혁신의 맨 앞이기에 누구보다 먼저 겪는 어려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저희는 17인의 혁신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열 번째로 정책을 제안한 혁신가는 렌딧의 김성준 대표님입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계속 이어집니다.)



"정부에서 돈을 푼다고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캘리포니아 정부가 돈을 줘서가 아닙니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때문입니다."







P2P금융기업 렌딧(Lendit)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준 대표입니다. 렌딧은 온라인에서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P2P금융회사로 로 제1금융권보다 조금 높지만 제2금융권과 대부업보다는 훨씬 낮은 중금리 대출을 제공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들었죠.”

 

렌딧을 창업한 건 개인적인 대출 경험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1년 미국에서 창업했던 회사의 자금이 부족해져 2014년 한국에 들어와 은행에서 대출을 시도했지만 거절 당했어요. 오랜 미국 생활로 신용 기록이 없어 대출을 거절 당한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저축은행에서 알아보니 연이율 22%의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4~5% 대의 은행 대출이 아니면 바로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 한국의 대출 시장이 무척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저처럼 충분히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음에도 제대로 된 중금리 대출 상품이 없어 고금리로 몰리고 있는 사람이 약 1,800만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마침 2014년 말 미국에서 P2P금융기업인 '렌딩클럽'이 나스닥에 상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그간 성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2015년 5월 대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1년 9개월 간 약 350억원의 대출을 집행해 P2P금융권에서 개인신용대출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기존 환경에 맞춘 규제들 때문에 적응력이 떨어져요.”

 

다른 사업도 대개 그렇지만 금융업에 대한 규제는 특히 심한 게 사실입니다.  이건 외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네거티브 방식(해서는 안된다는 것만 제외하곤 모두 가능)인 반면, 한국은 포지티브 방식입니다. 이렇다 보니 새로운 방식과 아이디어 등이 있어도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핀테크 회사는 전형적인 융합 산업 모델입니다. 기존 금융산업(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형태죠. 또한 돈을 빌려주는 '여신'과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개'가 융합된 새로운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금융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룰에 맞추다 보면 맞지 않고 막히는 규제 내용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광고 규제를 들 수 있습니다.  P2P금융산업은 현재 대부업법으로 규제받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가운데 일반 은행이나 카드사 등은 광고 규제에서 자유롭지만, 대부업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연이율 20% 후반대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을 하는 대부업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P2P금융의 경우 대부업법으로 규제 받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카드론이나 저축은행보다 훨씬 낮은 평균 금리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업과 똑같이 광고 규제를 받고 있어요.

 

 

 

“규제로 인한 어려움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돌아가게 됩니다.”

 

렌딧은 대출 심사를 위해 렌딧CSS(Credit Scoring System)라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우선 신용평가사로부터 제공 받는 300여 가지의 금융정보를 기반으로 대출신청자의 신용등급과 대출자 금융기록 등을 분석해 심사합니다. 이후 대출신청자들이 렌딧 사이트에서 보이는 사용자 행동양식과 소셜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적용해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산출해요. 대출과 투자 전 과정은 모두 온라인 상에서 비대면 서비스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부동산, 인건비 등 고정비가 기존 금융권에 비해 획기적으로 절감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은행보다는 조금 높지만 제2금융권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중금리 대출이 가능해지는 거죠. 이를 통해서 가계 대출의 질을 개선하고 서민 경제에 도움을 주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열었어요. 하지만 신산업에 적합한 법이 아닌 대부업법의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금융위에서 P2P산업을 대부업법 아래에서 관리감독은 하지만 P2P금융기업은 중개만 해야 한다고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아이러니한 점은 대부업법의 가장 상위법에서의 정의는 대부업체는 자기자금으로 대출을 할 수 있는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점을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볼게요. 렌딧에 1,000만원의 대출을 신청한 사람이 있어요. 이 분은 대출 심사를 통과해서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분입니다. 하지만 현재 금융위의 해석에 따르면 P2P금융기업은 직접 돈을 빌려주지 못하고 중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저 대출자는 1,000만원의 투자가 모두 모일 때까지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출자들은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서 10% 대출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8% 이상의 카드론이나 27%가 넘는 대부업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보는 것입니다. 본질을 보지 않고 절차상에서 먼저 돈을 모아서 대출해 주냐, 대출해 준 다음에 모아도 되느냐의 문제 때문에 이슈가 되고 있어요.

 

 

 

“새로운 업에 맞는 새로운 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업에 맞는 새로운 신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신법으로 규제하거나 기존법을 개정해서 별도의 P2P 관련 법안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법이 오래 걸릴 테니까 먼저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서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것도 할 수 있게끔 하는게 1차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산업들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 커지기 시작하면 신법을 만들어서 규제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산업현장에 있기 때문에 창업 이슈가 가장 절실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번 정부 들어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규제에 대한 관점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 돈을 푼다고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캘리포니아 정부가 돈을 줘서가 아닙니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때문입니다. 일단 환경이 조성되면 정부의 돈이 아닌 시장의 돈이 자엽스럽게 유입됩니다. 싱가포르, 캐나다의 해외펀드가 실리콘으로 흘러들어가듯이 말이죠. 규제 환경을 풀어서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네거티브 규제 : 필요한 금지사항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하도록 하는 규제방식. 선진국에서 주로 도입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Logo
Ico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