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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 인터뷰 02] 홍성주(과학기술정책연구원) – “연구개발계, 자율책임 체제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관리자

2017.09.21

사회 혁신의 맨 앞이기에 누구보다 먼저 겪는 어려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저희는 17인의 혁신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혁신가 인터뷰 두 번째 주인공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홍성주 님입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계속 이어집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일하는 홍성주입니다. 정책연구는 새로운 의제의 발굴에서부터 정책과 제도, 시스템의 운영을 연구 대상으로 다룹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책연구기관은 경제, 노동, 과학기술, 여성 등 분야별로 20여곳이 있는데, 제가 속한 기관도 그 중 하나예요. 저는 주로 과학기술혁신 시스템과 제도 연구, 글로벌 트렌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은 일하는 환경이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좋은 환경에 비해 최고의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학벌 좋고 유능한 사람들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키니까 한다’,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수동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인식이 팽배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자율에 기반한 좋은 성과나 자기혁신을 기대하는 게 어려운 일입니다. 공공부문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들어온 인재들이 결과적으로 잠재력을 썩히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거죠.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개발계는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자율책임 체제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분권화’가 필요합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과학기술 분권화’입니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정부 주도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관성 때문에 과학기술이 발전한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기획과 운영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습니다. 선진국 어느 나라를 봐도, 한국과 같이 중앙정부가 연구개발을 프로젝트 단위에서 일일이 간섭하는 나라는 없어요. 과학기술은 다양성, 창의성, 질문과 도전을 핵심 가치로 하는데 정부의 컨트롤 하에 있으면 다양성이 아닌 획일성, 창의성이 아닌 진부함에 빠지기 쉽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은 새롭고 불확실한 것에 도전하는 대담성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운영의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과학기술 연구개발계로 분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개발계는 자율책임 체제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연구개발 예산을 다년 단위의 블록펀딩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과학기술계는 정부하고만 협력하지 말고, 지역, 산업,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력을 더 많이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매몰되지 않을 중장기 전략과 정책 체계가 필요합니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를 보면, 국정의 모든 분야가 단기주의(Short-terminism)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는 정책과 사업에 우선순위가 매겨지고, 장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단기적으로 운영됩니다. 결국 현재의 이득을 위해 미래의 손해에는 눈감는 의사결정이 많아진다는 얘기죠. 그 폐해는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장기 전략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왜 지금까지 중장기 전략 체계가 부재했을까요? 중장기 전략은 종종 현재의 정책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4대강 사업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토목사업을 중장기 전략의 관점에서 평가했다면 아마도 실행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어느 정부도 중장기 전략을 선호하지 않게 되죠. 당장의 정권 성과를 내기 위한 단기적 사업들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그러므로 중장기 전략을 생산하는 지식인과 그 체계는 반드시 정치적 중립지대에 있어야 합니다. 저성장의 지속, 기후변화, 복합재난의 위험, 신종 감염병 대응 등 장기적으로 꾸준히 풀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들이 많습니다. 당장에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 과제를 꾸준히 탐색하고 대응 방안을 생산하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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